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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646  공감:7 2012.08.08 18:38

올 것 같지 않던 오퍼스 시리즈의 열두번째 작품을 리뷰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기분이 묘하네요. (눈물 좀 닦고... 흑흑..ㅜ.ㅜ)

 

사실 이번 리뷰를 준비하며 시원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른 주제로 글을 쓸지언정 내년 바젤전시회가 올때까지 오퍼스를 공부할 일은 없으니까요. ㅎㅎ 눈이 빠지게 사진이며 리뷰를 보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마지막 리뷰를 앞두고 그동안 오퍼스 시리즈가 내게 준건 뭔가 돌이켜보니..

 

우선 많은 독립시계 제작자들을 알게 되었구요. 그들과 관련된 메이커들, 그들이 만든 시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방가르드 워치의 대약진과 부흥이라고 하는 시대의 흐름을 관찰했고 새롭게 올라오는 시계 뉴스를 볼때 이해도가 높아졌지요.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지만.. 지난 시간동안 오퍼스 시리즈는 저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함께 리뷰를 읽어주신 분들께도 작지만 그런 보탬이 되었다면 참 기쁘겠네요.

 

열두번째 오퍼스, 가장 따끈 따끈한 오퍼스의 리뷰를 시작해 봅니다. 이번에는 사진도 리뷰도 상당히 짧을 것 같으니 맘 편하게 한번 읽어보시죠. ^^

 

HW_1_560.jpg

 

[수도승 같이 생긴 엠마누엘 부셰( EMMANUEL BOUCHET)]

 

열두번째 오퍼스는 워치메이커 엠마누엘 부셰의 손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정확히는 그의 Centagora 팀에 의해서 만들어졌죠. 디자인과 컨셉 개발부터 실제 제작까지 근 3년에 걸친 작업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Centagora-Team_Press-resolution.jpg

 

워치 메이커인 엠마누엘 부셰외에도 재무며 경영, 디자인과 일반 사무까지 직원을 두고 있는 작은 회사입니다. 2008년에 설립되었다고 하고 현재까지 오퍼스 12외에 특별한 작품의 언급이 없는 걸 보니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회사라기 보다는 워치 메이킹 컨설팅쪽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건 그렇다고 하고.. 엠마누엘 부셰는 지금까지의 워치메이커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장인입니다. 전통적인 시계 장인, 수복자로써 프랑스 국립 시계 박물관의 시계를 전담 수리하는 실력자이기도 하지만 워치 메이킹 분야에서의 인지도는 좀 낮다고 볼수도 있죠. 그런 그가 오퍼스 12를 들고 나와 하루 아침에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opus_12_inspiration_board.jpg

 

다른 오퍼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오퍼스 12도 인스피레이셔널 보드가 있습니다. 즉 디자인의 영감을 얻은 사물들의 이미지를 모은 것인데요. 태양계, 돌아가는 날개의 이미지, 로맨틱한 건축물의 이미지가 보입니다. 시계를 보자마자 제가 떠올린 이미지는 다른 것입니다만.. 그 이야기는 말미에 하기로 하고 우선 오퍼스 12를 보시죠.

 

opus-1.jpg

 

46밀리의 듬직한 케이스를 채택한 오퍼스 12는 역시 첫눈에 이게 뭔지 알아보기 힘든 다이얼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계 바늘이 고정되어야 할 센터에는 작은 바늘 두개만 보이고(위의 블루 핸즈, 아래의 은색 핸즈) 길게 확장해놓은 것 같은 인덱스만이 눈에 띄는군요. 이 시계는 어떻게 보라는건지 참 희한합니다. 언뜻 보면 열시 십분같기는 합니다만. 직관적으로 이 시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꾸준히 오퍼스 시리즈를 봐온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테두리에 베젤처럼 둘러놓은 사파이어 글래스에는 해리 윈스턴이라는 열두글자가 보이고 이것이 시간 인덱스를 대신합니다. 반투명한 글래스를 사용해서 아래에 위치한 구동부를 가림과 동시에 보일듯 말듯 미적인 부분도 나타내는군요.

 

opus-2.jpg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입체적인 다이얼 구조를 관찰할 수 있군요. 깊이감이 있는 이런 다이얼 구조는 심심하기도 한 일반 시계에 비해 뭔가 복잡하면서도 인상적인 느낌을 전해주지만 이 시계에 있어서는 필연적으로 저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돌아가는 인덱스 때문이지요. 핸즈를 대신하는 돌아가는 인덱스는 짧은 것, 긴것의 한쌍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짧은 것은 시간, 긴것은 분을 나타냅니다. 가운데는 역시 반투명의 사파이어 디스크가 있고 영구초침이 돌아가며 초를 나타내고 그 위에 위치한 5분침은 레트로 그레이드로 작동합니다. 5분침 하단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있구요. 이제 이 시계가 나타내는 시간을 아실 수 있으신가요??

 

네. 10시 12분 30초가 정확한 시간이 되겠네요. 시간을 읽기 위해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하나 싶지만.. 이 시계의 묘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인덱스 핸즈의 애니메이션이죠.

 

opus-3.jpg

 

좀 더 자세한 사진을 보시죠. 편의상 인덱스 핸즈라고 부르는 아워, 미닛 핸즈는 시간에 따라 뒤집히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됩니다. 무슨 얘기냐하면.. 중앙에 위치한 5분침이 끝까지 움직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때 미닛 인덱스가 그레이에서 블루로 뒤집힌다는 얘기인데요. 이게 뒤집히면서 보여지는 움직임도 재미있지만 소리도 꽤 큽니다. 작동 영상을 찾아보시면 제 설명이 무슨 뜻인지 한번에 감이 오실겁니다. 5분마다 한번씩 뒤집히는 게 꽤 재미있어요. 게다가 한시간에 한번은 전체 인덱스가 뒤집히면서 시간이 바뀝니다. 먼저번에 오퍼스 11을 리뷰하면서 좋은 시계지만 한시간에 한번 그것도 짧은 찰나의 변화를 보려면 지루하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이 시계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opus-4.jpg

 

전체적인 다이얼과 핸즈의 모양에서 입자 가속기를 떠올린다는 리뷰도 있더군요. 꽤나 하이테크라는 느낌을 주는 구조입니다. 전통적인 시계의 구조와 디스플레이를 탈피하기 위해 그리고 기존에 나왔던 오퍼스 시리즈와 차별화하기 위해 얼마나 밤을 새웠을지 상상이 안되는군요. 뭣보다도 이게 실제로 작동한다는게 대단합니다. 오퍼스 12를 만들기 위해서는 607개의 부속과 80개의 보석이 사용됩니다. 부품수는 오퍼스 11에 비해 많지만 보석수는 작군요.

 

opus-5.jpg

 

 

수동 무브먼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파워리저브는 45시간입니다. 트윈배럴 치고는 파워 리저브가 적다고 고개를 갸웃거릴 분도 계실텐데.. 트윈배럴중에 하나는 온전히 매 시간마다 전체적으로 보여지는 애니메이션(인덱스가 전체적으로 돌아가는..)을 위해 쓰인다고 하는군요. 일반적인 시계의 구동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표시하니 점핑 와치 만큼의 동력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퍼스 12는 120개 한정판으로 생산된다고 합니다.

 

 

harry-winston-opus-12.jpg

 

제가 말로 설명한 내용을 한장의 그림으로 요약한 고마운 분이 계셔서 이미지를 빌려왔습니다. 이 사진 한장이면 오퍼스 12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실 수 있을거예요.

 

harry_winston_opus_12__baselworld_2012_13_0.jpg

 

정장에는 좀 어울리는가 싶기도 합니다만..

 

harry_winston_opus_xii_1.jpg

 

보시다시피 두께도 엄청나구요.(가운데 색이 다른 금속의 소재는 요즘 HW에서 Z프로젝트에 열심히 쓰고 있는 지르코늄 합금. Zalium 이라고 하네요)

 

home_image_2710748.jpg

 

옷에 따라 인상이 달라집니다. 깔맞춤하기 어려운 시계라는 뜻이지요. 공부했으니 이제 시간보는 건 쉬우실겁니다. 지금 시간은 열두시 이십팔분이군요. 이 멋진 시계의 가격은 US 26만불이라고 하니 금새 품절될만한 가격은 아니네요. 게다가 120개면 한정판으로써의 의미도 희석되는 수량입니다. 두자리수 오퍼스에 들어서면서 진심으로 맘에 끌리는건 오퍼스 10정도, 오퍼스 11과 12도 혁신적인 디스플레이의 재미있는 시계이긴 합니다만 너무 갯수도 많고 시계라기 보다는 초(超)부자들의 장난감이나 공장에서 찍어낸 비싼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최초에 오퍼스라는 작품을 만들때 해리 윈스턴이 표방했던 HW와 독립 시계 제작자간의 성공적 교배, DNA의 결합은 온데간데 없고 (오퍼스 12에서도 용두와 9시 방향에 남겨진 삼선은 그 희미한 흔적입니다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해줄것 같은 기발한 장난감같은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라면.. 내년에는 아마도 비틀즈의 렛잇비나 예스터데이 선율이 흘러나오는 뚜르비용 미닛 리피터 같은게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음.. 써놓고보니 그거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_-;;)

 

뭐 어찌됐건.. 오퍼스 12를 마무리하며 저는 이번 작품을 보자마자 떠올린 이미지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글을 마무리 할까 싶습니다.

 

c0003117_10034913.jpg

 

요거 뭔지 아시겠습니까?? 네.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죠.

 

C8488-07.jpg

 

 

원탁의 기사들이 들고있던 이 칼을 보며 오퍼스 12에 사용된 인덱스 핸즈가 떠올랐습니다.

 

 

lgtable.jpg

 

이 원탁은 시계의 다이얼을  떠올리게 하구요.

 

Untitled_23.jpg

 

이 사진을 보면 오퍼스 12랑 상당히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시간이 지날때마다 원탁의 기사가 칼을 하나씩 뒤집는 광경이 떠올라서 속으로 혼자 재미있어 했습니다. 어쩌면 엠마누엘 부셰도 이런 이미지에 영감을 얻어 시계를 만든건 아닌가 의심을 잠깐 해봅니다만..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맞겠지요. 인스피레이셔널 보드에도 없는 이런 쓸데없는 상상력. ㅎㅎㅎ

 

 

오늘도 덥네요. 여섯시 넘어서 사무실 에어콘이 꺼지고 나니 더한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열두번째 오퍼스 리뷰를 끝으로 내년까지 오퍼스 시리즈는 쓸일이 없겠지만 그동안 글을 써오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제작자, 오퍼스, 드림 오퍼스 같은 주제로.. 짧은 글은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에는 조회수도 많이 떨어지고 관심도 없으신듯 보이지만.. 그동안 함께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 주시고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생각나는 다른 재미있는 소재로 이런 시리즈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네요.

 

그럼.. 다들 더위먹지 마시고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라구요. 언젠가는 스스로 가지고 싶은 드림 오퍼스 하나씩 지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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