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블랑팡...나의 스쿠버다이빙 이야기 Highend
밑에 클래시컬님이 Fifty Fathoms를 100% 용도에 맞게 활용하시는 걸 보고 저도 제 5년전 처음이자 마지막 스쿠버다이빙 얘기를 해 드리죠.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마음이 있어도 몸이 안따라주면 얼마나 슬픈지 아시게 될겁니다.
때는 2017년...
추석 대연휴 하와이 여행으로 들뜬 저는 정말 악몽같은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하와이 스쿠버다이빙을 예약해 버린거죠.
당시 저는 해외여행에는 GMT 기능이 있는 블랑팡 Trilogy GMT24를 항상 착용하고 가곤 했는데,
다이버인 이놈을 이번엔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그리고 멋진 사진을 남겨서 좀 주목받아 보자는 허세에 쪄들어 있었던 것이죠...자기몸도 생각 못하고 ㅉㅉ
뭐 가족여행이니깐 당연히 저와 와이프, 두 딸들까지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하는김에 뽕을 뽑자고 산소탱크도 2개씩 예약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뭔 생각이었는지 에휴~
암튼 그렇게 운명의 날이 되었고,
저희 식구는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속이 든든해야 물질도 하지 않겠냐며 호텔 조식도 든든히 챙겨 먹었습니다.
차라리 빈속이었으면 덜 고통스러웠을것을...ㅠㅜ
그리고 바로 항구로 이동해서 배를 타고 근해로 이동하면서 한국인 크루들에게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간단한 OT를 듣고 키미테를 건네받았죠
그리고...
그게 왔습니다. 바로 배멀미...
키미테가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와~ 정말 넘나 고통스러워서 참다참다 구토를 하기 위해 배의 화장실로 뛰어갔더니...거기는 먼저 어떤 여성분이 정성스럽게 변기를 껴앉고 먼저 실례하고 있더군요.
간신히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나가서 난간에 기대어 깨끗한 하와이 바다에 제 호텔 조식을 아낌없이 기부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자신의 토사물로 물고기들한테 먹이를 주는 그 신비한 경험을...
깨끗한 파란 바다에 노란 토사물...그것을 먹기 위해 몰려드는 아름다운 물고기들...구역과 구토, 눈물, 토사물, 자괴감, 쪽팔림, 신기함, 어이없음의 대 환장 파티였습니다.
한 두어번 토하고 선실로 들어왔더니 저 똑띠 닮은 큰딸은 이미 사망 직전...와이프도 약간 맛이 가고있고, 작은딸만 멀쩡 하더군요.
다이빙 포인트에 배가 멈추고 나서도 출렁거리는 배에 제 위장은 Up&Down을 계속했고...
본격적인 스쿠버다이빙 전에 수상 레크레이션 시간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쿨링을 하는 것이었는데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하와이, 전 이것도 욕심껏 4인가족 풀로 신청해 놓은 상태였죠.
일단 널부러져 있는 저희 가족들을 다독이며 스노쿨링 장비를 착용하고 입수를 했는데,
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연애할때도, 결혼하고 애 둘을 낳고도, 심지어 본인도 몰랐었는데, 제 와이프가...입으로 숨을 못쉰다는것을...OTL
스노쿨링 장비로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데, 코를 막으면 숨이 안쉬어져서 공포감이 든다는 겁니다...
그렇게 제 와이프는 전열에서 이탈...선결제 해 놓은 스쿠버다이빙도 다 날라간거죠. 스노쿨링도 못하겠다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을리가...ㅡ,.ㅡㅋ
다행히 제 두 딸은 문제 없이 스노쿨링을 즐기더군요.
그리고, 저도 깨달았습니다. 바다에 들어가면 저를 그렇게 괴롭히던 멀미가 사라진다는 것을...
다시 배 위로 올라가자 다시 멀미가 엄습해 왔고, 저는 살기위해 제빨리 스쿠버장비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입수하기 위해 배에서 내려왔을 때, 이번엔 큰딸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스쿠버수경을 쓰고, 중이강 내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코를 잡고 숨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제 큰딸이...코가 안잡힌다는 겁니다.
아니 이게 왠일입니까...ㅠㅠ
저를 닮아 콧대가 유난히 오똑해서 친구들이 부러워 하는 제 큰딸이...코가 안잡힌다는 겁니다.
솔직히 뭔소린지 모르겠는데, 제가 도와줘도, 여러번 시도해 봐도 코를 잡고 중이강 압력을 맞추는 것을 못하는 겁니다...ㅠㅜ
그래서 저희 큰딸도 스쿠버다이빙 탈락...ㅠㅠ
결국 최종적으로 저와 작은딸만이 입수에 성공했습니다.
고요한 바다에 들어가니 멀미가 가시고 정말 살만 하더군요.
솔직히 여러번 토해서 탈수증상도 있고 어질어질 했지만, 몸이 힘들었지만 오로지 살기 위해, 내가 저 배위에 올라가면 다시 멀미를 할까 두려워서 저는 스쿠버다이빙을 지속해야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둘째도 귀가 아프다고 일찍 올라가 버리고...
4인가족 산소탱크 2개씩 지불한 스쿠버 비용은 저 빼고 몽땅 헛돈쓴게 되었고
그나마 이와중에 시계사진은 또 찍어보겠다고 액션캠으로 간신히 퀄 안좋은 Trilogy GMT 24 사진이나 몇 개 건진게 저의 5년전 스쿠버다이빙의 흑역사 입니다.
그 후 저는 블랑팡의 다이버를 FF로 2개나 더 구입했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로 이녀석들은 언제나 저에게 테이블 다이버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다이버 워치를 제대로 즐기고 싶으신가요?
그럼 그전에 먼저 자신의 몸을 돌아 보십시요.
저의 경험담이 여러분의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이불밖은 위험합니다. 다이버 워치는 안전한 집구석 테이블에서 즐기시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