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페니 1138  공감:23  비공감:-9 2021.02.17 11:28


시계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
이 흥미로운 주제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연속성에 따라
답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1.png






블랑팡의 역사는 1663년 농부 가정에서 태어난
예한-자크 블랑팡(Jehan-Jacques Blancpain)으로부터 시작됩니다.


2.jpg
< 출처 : timeandwatches >


그는 말과 소를 사육하면서 
학교 교사, 워치메이커인 동시에
나중엔 빌레레의 시장으로 역임하면서
지역 사회에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예전엔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랑에, 모저 등)







3.jpg
4.jpg

1735년에 공식적으로 시계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농가의 위층을 개조하여 시계 관련 일을 하였습니다.
빌레레 시의 공식 재산 등록부에
위 사진처럼 "Horloger"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회중시계용 부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세기 후반에는 완전한 시계를 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빌레레에서는
상표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관습이었고
"Blancpain et fils"라고 내부에 적힌
루이 16세 회중시계를 제외하고는
19세기 이전 작업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하네요.




다비드-루이 블랑팡을 거쳐
블랑팡의 새로운 리더가 된
프레드릭-루이 블랑팡은
1815년부터 빌레레 워크숍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생산력을 높이고 품질을 최적화하는 
기계를 사용하여 워크숍을 변화시켰습니다.
특히 레핀(Lepine) 스타일 시계를 위해
울트라 플랫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크라운 휠 메커니즘을 실린더 이스케프먼트로
교체함으로써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5.jpg

6.jpg
< 실린더 이스케이프먼트가 사용된 포켓워치 >



1830년에는 회사명을
"Fabrique d'horlogerie Emile Blancpain"으로
새롭게 명명하고 빌레레 최대 시계 매뉴팩처로 성장합니다.
그의 아들 프레드릭-에밀 블랑팡은
건강이 좋지 못했던 아버지를 도와
놀라운 성공을 거뒀으며 현대적인 조립 라인 개발과 함께
여성용 모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7.jpg

8.jpg
< 1850-60년대 빌레레 전경과 블랑팡 워크숍 >











이후 줄스-에밀 블랑팡과 
그의 아들 프레드릭-에밀(할아버지와 이름 같음)은
1932년까지 블랑팡을 지키며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9.jpg
세계 최초의 셀프 와인딩 손목시계를 개발한
영국의 존 하우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1926년 시계를 생산하기도 하고







10.jpg

프랑스 시계 제조 업체인 Leon Hatot와 협업하여
세계 최초의 여성용 자동 시계가 된
롤스(Rolls)를 1931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11.jpg
< 프레드릭-에밀 블랑팡 >


하지만 1932년 프레드릭-에밀 블랑팡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그의 외동딸은 워치메이킹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았으므로
가까운 직원 두 명인
베티 피슈테르(Betty Fiechter)와
안드레 레알(André Léal)에게 넘어가게 되고
회사 이름을 "Rayville SA"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블랑팡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고
그들의 전통을 홍보하기 위해 
회사 이름도 병행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2.jpg
< 베티 피슈테르 >


가족 기업 7세대 이후에 블랑팡을 맡은 베티는
워치메이킹 기업에서 최초의 
여성 CEO가 되었는데,
문제는 이때가 대공황의 영향으로 시계 업계가 힘들었고
그녀는 그루엔, 엘진, 해밀턴 등의 
무브먼트 공급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가고자 했습니다.

또한
2차 세계 대전 직전에 공동 오너였던
안드레 레알이 실종되어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조카인 장-자크 피슈테르를 합류시키게 됩니다.
장-자크는 1953년 시계 최초 다이빙 시계인
피프티 패덤즈의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13.jpg
14.jpg


프랑스 전투 잠수부들과 협력하던 장-자크는
유명한 탐험가였던
자크 쿠스토(Jacques Cousteau)와 그의 팀이
피프티 패덤즈를 사용하는 것을
홍보하였습니다.





15.jpg16.jpg

홍보 뿐 아니라 피프티 패덤즈엔
다양한 신 기술들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중으로 씰된 크라운 시스템, 
케이스백 씰링 시스템, 
그리고 단방향 회전 베젤 시스템 등으로
특허를 받게 되었습니다.









17.jpg

레이빌-블랑팡은 지속적인 성장과
더 많은 리소스가 필요함을 느끼던 차에
1961년 당시 가장 큰 스위스 시계 그룹인
SSIH(Société Suisse pour l' Industrie Horlogère)에
합병되어 오메가, 티소, 르마니아 등과 함께 하게 됩니다.
그 결과 1971년 생산량이 22만 개 이상이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 시점에서도 상당히 많은 개수입니다!)


1970년대에는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예측하시듯이 쿼츠 위기가 스위스 시계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고,
스위스 프랑에 대한 달러화 하락은
대서양 횡단 수출을 감소시켰으며,
오일 파동으로 인해 전 세계적 불황이 닥쳤습니다. 









18.jpg
< 장-클로드 비버 >


그 결과 1983년 SSIH는 프레드릭 피게 SA의 이사였던
자크 피게와 장-클로드 비버에게
 레이빌-블랑팡을 매각하게 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클로드 비버를
부회장으로 고용하게 됩니다.


프레드릭 피게의 아들이자 회사의 이사였던
자크 피게의 지시에 따라 블랑팡은 
별도의 회사로 설립되었습니다. 
주식 자본은 자크 피게가 소유한 주식의 48 %, 
 장-클로드 비버가 소유한 48 % , 
그리고 이사회 장관인 미하엘 파브르가 
소유한 나머지 4 % 로 나누어졌습니다.

빌레레에 있던 매뉴팩처의 기반은
이제 밸리 드 쥬의 르 브라서스로 옮기고
그곳에서 클래식한 기계식 시계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르 브라서스는 오데마피게가 근처에 있고
JLC, 브레게의 매뉴팩처 등이 있는 동네입니다 ㅎㅎ)


참고로 1992년 자크 피게는
프레드릭 피게와 블랑팡을
이후 스와치 그룹이 된
SMH(SSIH와 같음)에 다시 판매를 합니다.  
이때 레이빌-블랑팡은
 "Blancpain SA"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함께 들어왔던 장-클로드 비버는 2002년까지 
블랑팡의 CEO로 남아
다양한 기획과 마케팅으로 블랑팡을
다시 세우는데 큰 공헌을 합니다.
과거에 쿼츠 시계를 만든 적이 없던 역사를 알고

"Blancpain has never made 
a quartz watch and never will."

라는 회사 슬로건을 걸기도 하였습니다.
(약간 자의반 타의반인 것 같은데 ㅎㅎ)






19.jpg
< 장-자크 피슈테르와 마크 하이엑 CEO >


2002년에는 스와치 그룹의 창립자
니콜라스 하이엑의 손자,
마크 하이엑(Marc Hayek)이 블랑팡의 CEO로
임명되어 지금까지 브랜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20.jpg

2010년에는 스와치 그룹이 소유한 
프레드릭 SA가 블랑팡 SA로 합병이 됩니다.
이 둘의 역사를 보면 
합병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 수 있죠 ㅎㅎ








21.jpg

오늘은 조금 복잡해 보이는 
블랑팡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정리를 하니
확실히 큰 줄기가 보이는 것 같네요 ㅎㅎ


블랑팡의 대표적인 모델
빌레레 퀀텀 컴플릿(트리플 캘린더) 
모델 리뷰를 곧 올려보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참고 >
블랑팡 공식 홈페이지,
타임앤워치스, 호딩키 등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공지] 매크로 먼데이 [39] TIM 2014.03.07 5625 11
Hot 처음으로 직접 본 후지산 (with 5711) [26] m.kris 2024.04.20 413 4
Hot [스캔데이] 브레게 vs 바쉐론 [32] 현승시계 2024.04.19 1906 4
Hot TIME TO LOVE 💕 💕 💕 [26] 타치코마 2024.04.17 579 7
Hot 브레게 무브먼트 오버와인딩 클러치 시스템 [27] m.kris 2024.04.11 609 3
10778 Blancpain MILSPEC이 아니라 Bulova MILSPEC이 될뻔했던 건에 대하여 [27] file mdoc 2021.08.25 833 11
10777 한발 빠른 블랑팡 뉘우~스! [27] file mdoc 2021.07.18 1237 11
10776 연휴의 끝에 사진 조금 찍었습니다 [14] 랜서 2020.10.12 954 11
10775 브레이슬릿 단체샷” ^^ (feat. 뉴마린 5517) [47] file 현승시계 2020.08.17 1609 11
10774 득템 Patek 5167A [42] file MichaelNY 2020.08.12 1672 11
10773 블랑팡 에어커맨드 기추 신고합니다 [21] file 고니잼 2020.04.27 1026 11
10772 아름다운 시계 넷 [21] file 페니 2020.03.24 1481 11
10771 mdoc님께 감사를 드리며~브레게 타입XX [20] file 곰팅이 2020.03.22 1074 11
10770 Breguet Marine - 그녀의 선물 [23] file bruce302 2020.02.28 1419 11
10769 어쩌면 완벼크한 시계 [12] file 김우측 2019.11.25 2046 11
10768 새로운 역사 현장 - Onlywatch in Geneva [13] file 권오현 2019.11.10 1197 11
10767 브레게 클래식 해롯백화점 에디션 기추했습니다!! [52] file 석양 2018.11.03 1910 11
10766 블랑팡 피프티패덤즈 크로노 청판 득템 [31] file Coolguy28 2018.10.29 1188 11
10765 아날로그 감성으로... with Breguet La Tradition GMT 7067 [39] file 딸바보아빠 2018.09.28 1824 11
10764 파텍에 대한 개인 생각( 나만의 Holy Grail) [24] file 치우천황 2018.09.16 2544 11
10763 [득템기]하이엔드방에 득템기를 이어서 올려봅니다. [41] file 혜림재은아빠 2018.08.14 1958 11
10762 [스캔데이] 아쿠아넛 입니다~ [39] file 스타일리쉬 2018.08.09 1522 11
10761 또 다른 칼라트라바, 파텍필립 3802/205 리뷰 [23] file augustraymond 2017.12.17 2590 11
10760 파텍필립 Cal. 215에 대하여 [11] file 페니 2017.09.21 1300 11
10759 Reincarnation [17] file Zenith  2017.01.02 1781 11
10758 드디어...입당합니다...DREAMS COME TRUE...5712 [33] file 초절정완소 2016.11.24 2049 11
10757 피아제 폴로 S를 본 제 감상.. [25] file 김우측 2016.09.02 2412 11
10756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찾아서 - 15. 저의 선택 [34] file 김우측 2016.01.14 3538 11
10755 Breguet 5907 & Kurkdjian [34] file 시간의역사 2015.11.28 2331 11
10754 바세론 1921 옐로우골드-삐뚤이 [12] file 다토 2015.02.13 2055 11
10753 랑게의 두 플레그쉽 [27] file 다토 2015.01.16 2492 11
10752 랑에 앤 율리스나르당 [17] file 디아벨 2014.10.16 1884 11
10751 Top 10 & Top 10 [47] bremont 2014.10.04 2523 11
10750 [매크로먼데이] AP 15400 ST (어지러움 주의) [40] file 엑시 2014.07.28 1002 11
10749 [득템신고] VACHERON CONSTANTIN PATRIMONY TRADITIONNELLE SMALL SECONDS [114] file 닥터바쉐론 2014.04.26 1652 11
10748 Parmigiani Tonda 1950 [36] file 타치코마 2014.02.12 1453 11
10747 성수동에서 VC 컴플리트캘린더 [28] file 현승시계 2023.10.28 844 10
10746 프리즈서울 2023 with 브레게 - 전편 [16] file m.kris 2023.09.10 697 10
10745 파텍필립은 망해가고 있는 것 인가? [23] file m.kris 2023.08.17 1999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