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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커뮤니티에 몸담다 보면 각종 브랜드들에 대한 비판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게 되는데요.


비교적 공격당할 거리가 적은 파텍조차도 종종 비판받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pp5123.jpg

pp 5123의 뒷백 사진인데요. 느낌이 오시나요?


그렇습니다. 시계에 비해 무브먼트가 너무 작다는 것이죠..


이야기를 더 풀어가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이번 포스팅의 주제, 즉 '케이스백에서 무브먼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당히 커야 좋다'라는 것은


일종의 디자인적 요소로서, 제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와 더불어, 케이스 크기에 맞는 무브먼트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비판도 곁들일 예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주제에 대해 무던한 매니아 분들이나, 그 분들의 시계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언짢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특정 시계의 무브 크기가 케이스백에 비해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시계의 가치가 저평가받는 일은 잘 없는 것 같으니(애프터마켓 포함),


일종의 소수의견이라 생각하시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



다시 위 사진의 pp 5123 이야기로 돌아와서..


pp 5123의 케이스 사이즈는 38mm 입니다. 최근 트렌드를 고려하면 드레스워치로서는 딱 좋은 클래식한 사이즈이죠.


그런데.. 저기 사용된 무브인 pp의 cal. 215는 적어도 제 기준으론 38mm의 케이스에는 너무 작습니다.


pp 4897 - 33mm.jpg


이건 33mm 사이즈의 여성용 모델 pp 4897인데요. 솔직히 이것도 약간 케이스에 비해 작아보이는 느낌이군요.


제 엄근진한 기준을 적용하자면...

이정도는 되어야 눈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pp7119 - 31mm.jpg


이제야 좀 봐줄만 하군요. 


케이스 사이즈 31mm 의 7119 입니다 ^^;


31mm에나 잘 맞을법한 사이즈의 무브를 38mm 케이스에까지 똑같이 사용하다보니 저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건 파텍이 아니라 파텍 할아버지가 했다고 해도,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파텍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무브먼트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브랜드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예거. 하지만..


jlc mut 39.jpg


마스터 울트라씬 수동 모델입니다.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군요 ㅠ


예거에서도 저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신형 모델에서는 해법을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jlc mut new.jpg


케이스백을 막아버리는 방법이었습니다 -ㅅ- (신형 울씬... 물론 두께에서도 아주 약간의 이득은 있긴 했을겁니다.)


같은 문제는 리베르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비교적 최근 출시된 리베르소 캘린더 모델을 보시면


jlc reverso calendar.jpg


무브먼트 주위 테두리가 텅 비어있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물론 그 부분에 데코레이션을 하는 성의를 보이긴 했습니다만, 적당하게 꽉 차있는 무브의 모습에 비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jlc cal. 823 계열의 무브에 딱 맞는 사이즈는 역시 grande taille 케이스이죠.


reverso grande tille.jpg


바로 이렇게요. 


뭔가 '이 무브먼트는 이 케이스만을 위한 것이야'라는 메세지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ㅎㅎ


더 큰 사이즈의 리베르소를 만들고싶었다면 차라리


grande reverso.JPG


기존의 cal. 87x 무브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 8days 무브에 캘린더 모듈까지 얹으려면 두께가 감당이 안되었을테니 고충은 이해하지만 말이죠..



이번엔 AP로 넘어가볼까요.


로얄오크 심플 모델 중 점보가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점보의 우수성을 논할 때 개인적으로 빼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케이스백과 무브먼트의 조화 입니다.


15202.jpg


보시다시피 cal. 2121을 감싸고 있는 케이스백 부분의 폭이 다이얼 부위의 베젤 너비와 거의 흡사하게 되어 있어


안정감을 주죠. 39mm의 케이스에는 바로 저 cal. 2121 정도의 사이즈가 최적의 사이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컨템포러리 라인에 쓰이는 cal. 3120의 경우는 점보의 cal. 2121보다 직경이 다소 작습니다.


그 결과, 같은 39mm 케이스인 15300과 그보다 더 큰 41mm인 15400의 케이스백 모습을 보시면


15300.jpg

15400.jpg


사진과 같이 필연적으로 무브를 감싸고 있는 부위가 보다 넓어질 수 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차라리 나중에 출시된 37mm의 15450 쪽이 cal. 3120에는 가장 최적화된 케이스 사이즈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15450.jpg


AP에서도 이런 점을 인식했기 때문일까요?


올해 발표된 15500의 케이스백 모습을 보시면


15500.jpg


cal. 3120보다 더 커진 신무브 cal. 4302가 케이스백을 적당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AP의 RO는 이제 37mm의 케이스엔 cal. 3120, 39mm의 케이스엔 cal. 2121, 41mm의 케이스엔 cal. 4302를 적용함으로써


케이스 크기에 맞는 조화로운 케이스백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그런데 케이스 크기에 잘 조화되는 무브 라인업을 아직도 갖추지 못하였거나, 최근에서야 갖추어낸 브랜드와 달리,


이미 예전부터 이쪽 분야에선 독보적인 브랜드가 있으니, 


그거슨 바로! 랑에입니다.


(전에 울트라씬 오토매틱 무브먼트 이야기하면서 랑에에는 그런게 없다고 하여 랑에 매니아분들을 서운하게 한 일이 있었는데 ^^;


이번에는 드디어 랑에 칭찬을 할 차례가 왔네요 ㅎㅎ)


랑에는 예전부터, 같은 라인 같은 디자인에 케이스 사이즈만 다른 시계에도


해당 케이스 사이즈에 맞는 무브먼트를 맞춤형으로 제작하여 장착시켜왔습니다.


예를 들어,


lange1.jpg

lange little.jpg 

lange grand.jpg 


맨 위부터 38.5mm의 랑에1, 36mm의 리틀 랑에1, 41mm의 그랜드 랑에1 인데..


케이스 사이즈가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케이스백에서 무브먼트가 차지하는 비율의 크기는 거의 완벽하게 동일하게끔 유지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 랑에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입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혹은 많은 비용을 요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솔직히 랑에가 한다면 적어도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못'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안'하고 있을 뿐이죠.


다른건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정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랑에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신가요.


케이스백을 적당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무브먼트의 모습이 주는 안정감.


'이 무브먼트는 이 케이스만을 위한 것이야'라는 바로 그 느낌!


앞서 말씀드렸듯 비록 시계를 평가하는 여러 요소 중 그다지 앞 순서에 위치하는 요소가 아닌건 분명합니다만,


이런 '별것 아니지만 나에게만은 중요한' 엄격한 기준, 소수의견을 한두개 가져보는 것도


시계생활의 소소한 재미가 아닐런지요^^


앞으로는, 케이스 맞춤형 무브 개발에 애초부터 적극적이었던 랑에나, 


최근 구색을 갖추어 가고 있는 AP, 사진으로 소개하진 않았지만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만한 VC와 같은 모습을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들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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