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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1803  공감:33 2022.02.1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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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 클래식 라인의 얼굴마담 3130/3137/7137의 시작은 1976년 3130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창립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회중시계 No.5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지극히 브레게 스러운 이 3130은 그 최초 등장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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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화려한 무브먼트 인그레이빙에 디스플레이 백이 적용된 3137이 추가되었고,


1990년대까지 중간중간 데이트 서브다이얼이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길로쉐 패턴이나 문페이즈의 모양, 카보숑 크라운 유무 등 소소한 디테일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그 디자인적 정체성은 꾸준히 유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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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치 그룹에 인수된 후 2008년 크기를 39mm로 키운 7137이 등장했지만 역시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일괄적인 디자인이 실로 5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시계는 매우 드물며, 브레게의 3130/3137/7137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이야기거리도 풍부해서 그동안 제가 아주 많이 좋아하던 시계였습니다. 


다만, 그 너무나도 브레게 스러운 '브레게 스타일'이 저의 평소 복장과는 맞지 않아서...

(사실은 너무 비싸서...ㅠㅜ)


마음은 있어도 들이지는 못하고 있던 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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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참에 2020년 발표된 신형 7137은, 특히 청판 7137은 마치 브레게가 저한테 직접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때?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도 안살수 있어?'


브레게의 클래식 라인, 그것도 기요쉐 다이얼에 '브레게 블루' 라니요!


위트를 넘어서 스웩이 느껴지고, 쿨함을 넘어 힙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전 보자마자 이건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손목에 차도 단연코 어울릴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기추를 위한 저만의 명분 쌓기이니 반박시 여러분의 말이 맞을겁니다. 


암튼 올해 1월 중순경에 구매가 있었고,


이제 그동안 제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던 브레게 블루 7137에 대한 감동을 여러분과 같이 누릴때가 된 것 같네요.


그럼, 7137에 대한 여행을 떠나 볼까요? ^^




Heritage ; From Pocket to Wrist & Daniel Roth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와 그 후손들에 의해 '브레게 호황 1백년'이 있은 후 브레게의 손자 루이 클레멘트 브레게는 당시로서는 첨단산업인 전기, 전신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브레게를 당시 브레게에서 일하던 영국인 시계공 에드워드 브라운에게 넘겨줍니다. 


브라운 가문이 인수한 브레게는 그 후 '브레게 불황 1백년'을 겪고 유명무실해져 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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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브레게를 1970년 프랑스의 보석상 쇼메 형제가 인수하여 거의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 파워리저브 3130 이었습니다. 


3130/3137/7137로 이어지는 이 파워리접과 문페이즈의 컴플리케이션은 그 디자인적 모티브가 17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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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1794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프랑스 백작에게 판매한 쿼터 리피터 자동 회중시계 Breguet No.5에서 디자인이 유래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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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브레게의 3130을 제작한 사람은 브레게의 슈퍼 히어로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태생 워치메이커 다니엘 로스 입니다.


스위스 시계공이었던 할아버지 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스위스 이민자 가정의 다니엘 로스는 어렸을때부터 할아버지를 통해 기계식 시계를 접하게 되었고, 


결국 워치메이커를 자신의 길로 정한 다니엘 로스는 프랑스 니스에서 시계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시계 공부를 위해 시계의 본고장이자 할아버지의 나라 스위스로 가게 됩니다. 


스위스에서 예나 지금이나 워치메이커의 사관학교 같은 역할을 하던 오데마 피게에서 7년째 근무하며 경력을 쌓아가던 다니엘 로스는 막 브레게를 인수한 쇼메 형제의 눈에 띄어 브레게에 취직하게 됩니다.


쇼메 형재가 브레게를 인수하던 당시 브레게는 파리에 매장만 남아있을 뿐 유명무실했던 상태라, 제작 능력도 생산 능력도 전무해서 1년에 들어오는 계약이라야 회중시계 수리 몇 건 정도였을 정도로 크게 몰락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 쇼메 형제는 보석상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 시계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결국 다니엘 로스가 브레게를 다시 일으켰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다니엘 로스는 쇼메 형제에게 2장의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한장은 본인이 습득한 시계 기술과 자신있는 분야에 대한 PR 이었고, 다른 한장은 본인의 부족한 분야와 더 습득해야 할 기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20대였던 다니엘 로스는 젊은이답게 패기 넘치는 제안을 쇼메 형제에게 내놓았는데요...


다름아니라 이 '본인이 부족한 분야와 더 습득해야 할 기술'에 대한 보완을 위해 본인을 르 상티에Le Sentier의 시계학교에 1년간 수학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이죠.


'나를 고용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너의 돈으로 나를 가르쳐라' 라는 이 상또라이스러운 제안을 쇼메 형제는 받아들였고,


이때부터 브레게 부활에 대한 주도권은 완전히 다니엘 로스에게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다니엘 로스는 르 상티에의 시계학교에서 1년간 자신의 부족한 기술을 연마하는 한편 브레게의 아카이브와 그가 남겨놓은 유산에 대해 탐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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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시계학교 재학시절 그가 연구하던 브레게 스타일의 첫 퍼페추얼 캘린더 회중시계를 만들어 브레게의 이름으로 판매하도록 했고(이걸로 시계학교 학비를 '퉁' 쳤다는 얘기가 있습니다...ㅋㅋ),


당시 파리에 있던 브레게를 시계의 본산 스위스의 르 브라수스Le Brassus로 옮기도록 쇼메 형제에게 건의해서 실행시켰고,


시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위인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회중시계 스타일 - 브레게 핸즈, 길로쉐 다이얼, 코인 엣지 케이스 - 즉 브레게 스타일을 손목시계에 재정립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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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작품이 바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브레게 클래식의 두 시계, 퍼페추얼 캘린더 3310과 파워리저브 3130 입니다.


이중 3130은 꽤 인기가 있었고, 쇼메의 파리 방돔 광장 매장에서 쇼메의 VIP 고객들에게 꽤 비싼값에 판매되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3310의 경우 당시 다른 브랜드의 퍼페추얼 캘린더에 비해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생산량이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쿼츠 파동의 영향이 한참일때 엎어진 브레게를 멱살잡고 일으켜 세운 것이니 다니엘 로스의 능력은 '브레게의 슈퍼 히어로' 라고 브레게가 공식적으로 호칭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죠.


이런 브레게 3130/3137/7137에 브레게도 각별한 애정이 있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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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7은 현재 브레게 클래식 라인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얼굴마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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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브레게가 복원한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회중시계는 딱 2개인데, 그 하나가 마리 앙뜨와네트이고 나머지 하나가 7137의 원형인 No.5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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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비판매용으로 단 하나만 제작되어 브레게가 영구 소장하고 있는 마리 앙뜨와네트와는 달리 No.5는 실제 판매 목적으로 6개가 만들어 졌으며, 5개가 판매되고 단 1개만이 남아 지금도 판매를 위해 세계 각국을 떠돌고 있습니다...180만불! 딱 한놈만 더 걸려라!


이런 브레게가 다시 넘어지고, 중동의 기름부자 Investcorp.에 다시 팔리게 된 것도 브레게나 다니엘 로스의 탓은 아니었고 브레게의 주인 쇼메 형제의 다이아몬드 선물투자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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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지금의 코인처럼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자 쇼메 형제는 다이아몬드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했고,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자 쇼메 형제는 고객들이 맞겨놓은 보석들까지 담보를 잡아 빚을 돌려막게 되고,


결국 이 돌려막기가 터지게 되어 쇼메는 파산하고 쇼메 형제는 구속까지 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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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메 형제의 잘못된 투자로 쇼메가 쫄딱 망하고 브레게가 매물로 나오자 1987년, 중동 기름집 형님들의 투자회사 Investcorp.가 브레게를 날름 집어가게 된 것이죠.


브레게가 넘어갈 때 다니엘 로스도 오랜 브레게 생활(1973~1987)을 청산하고 '다니엘 로스' 라는 독립 브랜드를 창립했지만,


브레게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쇼메 시절부터 브레게의 판매 담당 이사로 헌신하던 프랑수와 보데가 그대로 브레게에 남아 클래식 라인의 보존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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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의 라인업 중 Breguet Marine 라인은 1990년 런칭되었고, Type XX 3세대 라인의 재런칭이 1995년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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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스와치 그룹이 브레게를 인수한 후 2005년 La Tradition 라인이 런칭 되었으니...


쇼메 시대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온 브레게의 라인은 클래식 라인이 유일합니다. 




Dial ; Breguet with Silent Luxury


7137의 다이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브레게 헤리티지와 럭셔리의 조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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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7은 라워리접과 문페이즈, 데이트 기능이 있는 컴플리케이션 와치로서 이런 기능의 콤비네이션은 다른 하이앤드 브랜드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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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이나 랑에, 쥬른, GP 등에서 이런 다이얼을 볼 수 있으나 같은 콤비네이션임에도 7137에는 브레게의 헤리티지가 덧붙여져 가장 아이코닉한 다이얼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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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이 되는 Breguet No.5 처럼 다이얼 상단에는 파워리접과 문페이즈가 같은 비중으로 배치되어 균형을 맞추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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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특성상 5시~6시 사이에 배치해야 하는 초침을 과감히 삭제하고 데이트 서브다이얼을 마치 초침처럼 6시 방향에 위치시켜 No.5 룩을 완성시켰습니다.


다이얼의 소재와 마감에 들어간 정성은 럭셔리함의 극치입니다.   


브레게 공홈에 따르면 다이얼 제작 과정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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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골드로 다이얼을 제작한 후 수공으로 파워리저브나 문페이즈, 데이트 서브다이얼 등의 구획을 인그레이빙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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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로즈 엔진 머신Rose Engine Machine 이라는 18세기 구닥다리 기계로 기요쉐Guilloche 라는 반복적인 기하학적 패턴을 다이얼에 새겨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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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상당한 수준의 경력자가 수공으로 1/10 mm의 오차 단위로 새겨 넣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에 200년 전부터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이얼에 은가루를 입혀 실버 플레이팅을 합니다.


은가루를 붓을 이용해 수공으로 코팅하는 방식이며, 이때 붓질의 방향에 따라 다이얼에 오묘한 효과를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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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다이얼 가장자리나 서브다이얼의 챕터 링의 사틴 마감은 원형으로 붓질을 해서 나타내는 효과입니다.


브레게 블루 7137의 경우 이 과정에서 기요쉐 부분에 은가루 대신 블루 라커를 칠하게 되겠죠.


특히 신형 7137의 경우 구형에 비해 기요쉐 패턴의 변화가 생겼는데요,


여러가지 많은 기요쉐 패턴들 중 어떤 패턴이 좋은가는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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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되는 공임의 관점에서 보면 다이얼 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 패턴이나 구형의 단일한 곡선 패턴은 새기기가 좀 수월한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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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7137의 파워리저브 서브다이얼에 적용된 프랑스 전통 바구니 공예 문양인 파니에 마예 바스킷 위브Panier maille basket weave 패턴이나 데이트 서브다이얼에 사용된 다미에 체커보드Damier Checkerboard 패턴처럼 직선이 가로세로로 교차하는 패턴은 새기는 시간이나 노력이 훨씬 더 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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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브레게 클래식 라인의 앤트리였던 5967 같은 경우 기요쉐 제작 난이도가 최상이라...왜그렇게 빨리 단종되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구형보다 신형 7137의 리테일가가 살짝 올라간 이유는 이런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으며, 이런 교차된 촘촘한 직선 패턴들이 빛반사에 따라 좀 더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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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의 챕터 링 윗쪽에는 이른바 '브레게 비밀 서명' 이 2개나 들어가 있고, 2개의 쭉 뻗은 브레게 핸즈는 말할것도 없이 화이트골드 소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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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 룩, 기요쉐 패턴, 브레게 핸즈, 브레게 비밀 서명 모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시절의 브레게 시그니쳐 이며 이런 브레게 스타일을 귀금속 소재의 다이얼에 막대한 수공 공임을 쏟아 부어서 만들어 낸게 7137의 다이얼 입니다. 


이런 화려한 다이얼을 튀지 않는 점잖은 클래식 룩으로 잘 버무려 낸게 바로 브레게 다이얼이며,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사일런트 럭셔리Silent Luxury의 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ase & Lug ; Typical Breguet Style, But Uncomfortable


케이스와 러그도 브레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시그니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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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에서 Fluting Band 라고 부르고 있는 코인 엣지 모양의 케이스 테두리 장식은 브레게에서만 찾아볼 수 있으며, 케이스에 냉간 압연으로 성형한 후 수공으로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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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 손목시계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브레게 러그도 상당히 독창적인 모양새 인데요, 다른 브랜드의 러그처럼 케이스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형태가 아닌, 케이스 중간에서 툭 튀어나온 모양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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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에서는 케이스에 러그를 '용접' 방식으로 접합했다고 하는데, 사실 '러그를 케이스에 정교한 홈을 파서 짜맞췄다' 라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 아닌가 합니다. 

           

회중시계에 뿌리를 둔 컨셉으로 초기 손목시계가 회중시계에 러그를 용접해서 사용했던 방식을 재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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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 교체 방식은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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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러그 아랫쪽의 작은 나사를 분리하고, 러그 바깥쪽의 조금 큰 나사를 또 분리해야 스트랩 바가 탈거되는 방식입니다. 


특별한 교체 툴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두 나사의 크기가 달라 각각 다른 크기의 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하고 좋은 눈과 손재주, 인내심이 요구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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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술 더 떠서 디버클도 스트랩 탈거시 작은 나사를 돌려야 빠집니다.


이런 방식은 마치 블랑팡의 스트랩 교체 방식처럼, 절대 스트랩이 빠지지 않는 안전성은 보장하지만 자가교체시의 위험성 때문에 스트랩 교체시 매번 매장을 방문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한 방식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블랑팡의 스트랩 교체 방식에 크게 데인적이 있어서 이쯤되면 하이엑 가문의 누군가가 시계의 스프링 바가 원치않게 탈거되어 크게 곤욕을 치른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의심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와치 그룹의 로얄 패밀리가 CEO로 있는 브레게, 블랑팡이 나란히 이런 불편한 방식의 스트랩 교체방식을 고수하고 있는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브레게는 최근에 CEO가 로얄 패밀리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바뀌었으니 개선을 기대해 봅니다.  




Movement ; Frederic Piguet & Fine Watch M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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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7의 다이얼과 케이스가 브레게 시그니쳐의 향연이었다면 7137의 디스플레이 백에서 보여지는 Breguet 502.3 DR1 에서는 온통 프레더릭 피게(Frederic Piguet; 이하 FP)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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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guet 502.3 DR1의 베이스 무브먼트는 FP 71 입니다. 


시계 생활을 하면 언젠간 한번 접하게 되는 하이앤드 무브먼트 공방 프레더릭 피게에서 만든 울트라 슬림 자동 무브먼트죠. 


두께 2.4mm의 극히 얇은 두께를 가진 이 자동 무브먼트에 비견될 만한 헤리티지와 스펙을 가진 무브먼트는 단 2개 밖에 없습니다.


바로 JLC 920(=AP 2120=VC 1120)과 PP 240 뿐이죠.


하이엔드 울트라씬 오토매틱 무브먼트 트로이카 - FP 71, JLC 920, PP 240 - Highend/Independent - TIMEFORUM


이 하이앤드 울트라 슬림 자동 무브먼트들에 대한 자세한 비교는 위의 굉천님의 글로 갈음하도록 하고, 


1967년 off-centered 로터에 관한 특허를 시작으로 1970년 FP 70으로 정식 데뷔한 이 무브먼트는 1980년대 소소한 개선으로 FP 71로 개명한 이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동수 변형과 실리콘 헤어스프링 사용 외에 특별한 개선사항 없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완벽한 무브먼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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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쉐 패턴이 인그레이빙 된 Off-Centered 로터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이 얇고 아름다운 무브먼트는 1920년대에 이미 두께 1.74mm의 울트라 슬림 수동 무브먼트를 개발해 오버 테크놀로지를 보여 준 프레더릭 피게의 Fine Watch Making 기술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는 플레이트의 두께와 나사의 크기를 한계까지 줄이고도 넘을 수 없는 기계식 시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집합체 입니다. 


무브먼트의 두께를 줄이면서 워치메이커들이 첫번째로 부딪치는 한계는 태엽의 넓이 입니다. 


태엽의 넓이를 한계 이상으로 줄이면 충분한 토크를 얻을 수 없어 시계에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는 꼭 필요한 태엽의 넓이보다 얇아질 수 없게 되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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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레더릭 피게가 사용한 기술이 바로 태엽이 들어가는 배럴의 뚜껑을 제거해 버린 것입니다. 


이미 1920년대 수동 울트라슬림 무브먼트 FP 21부터 사용된 이 기술이 FP 71에도 어김없이 사용되었습니다. 


수동 무브먼트와는 달리 자동 무브먼트에만 있는 한계사항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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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가 자동 시계를 수동으로 감을 때 사용되는 와인딩 피니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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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계식 시계 기어들이 수평으로 놓여지게 되는데 반하여 와인딩 피니언은 크라운 휠을 돌리기 위해 수직으로 배치됩니다. 


따라서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는 이 와인딩 피니언의 지름보다 얇게 만들 수 없으며 로터가 그 위를 통과하여 돌아야 하는 자동 무브먼트에서는 더욱 두께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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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로터를 작게 만들어 회전할 때 대부분의 높은 무브먼트 구조물들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하지만 마이크로 로터에는 항상 낙인처럼 와인딩 효율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 붙습니다. 


크기도 무게도 작아진 로터가 태엽을 제대로 감을 수 있으까 하는 의심이죠. 


실제로 몇몇 마이크로 로터 무브먼트들이 시원찮은 와인딩 효율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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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71의 Off-Centered 로터는 풀 로터에서 5mm가량 두께를 줄이고 센터에서 크라운 반대편으로 살짝 빗껴서 로터를 배치시함으로서 마이크로 로터처럼 와인딩 피니언을 피해 회전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마이크로 로터보다 훨씬 큰 로터의 크기로 와인딩 효율성을 확보했습니다.


거기에 덤으로 무브먼트에서 가장 붐비는 센터를 피해 로터를 설치함으로서 브릿지 위가 아닌 플레이트에 바로 로터 피봇을 설치할 수 있게 됨으로써 두께를 더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FP 71이 이렇게 얇고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무브먼트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브레게의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아닌것을 아쉬워 하는 분도 있을겁니다.


프레더릭 피게의 이름값도 브레게에 비해 그리 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하우스 트랜드에 맞지 않는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3130의 등장부터 현재의 7137까지 근 50년 가까이 이어진 FP 71과의 관계를 아신다면 7137과 FP 71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실겁니다. 


브레게가 FP 71을 브레게 502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건 현재 브레게와 프레더릭 피게(=현 블랑팡 메뉴펙처)가 한솥밥을 먹고 있는것과는 전혀 상관 없습니다. 


스와치는 프레더릭 피게를 1992년 블랑팡과 함께 인수하였고, 브레게는 1999년 인수하였습니다. 


브레게는 그 훨씬 이전인 1976년 쇼메 시대 첫 손목시계인 3310과 3130을 발표 했을때부터 FP 70, 71을 브레게 502라는 이름으로 사용했습니다. 


천재 워치메이커 다니엘 로스에 의해 퍼페추얼 캘린더와 파워리저브 모듈을 얹을 수 있는, 그러고도 충분히 얇은 두께를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무브먼트로 선택되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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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릭 피게 버전의 FP 71은 과거에 브레게 외에도 Blancpain, IWC, Chopard, Ulysse Nardin, Corum, Urban Jurgensen 등에서도 사용되어 졌으나 이들 브랜드에서 사용되어진 original FP 71은 모두 18,000 bph에 트리오비스 마이크로 레귤레이터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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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는 이  FP 71의 진동수를 18,000 bph에서 21,600 bph로 증가시키고 트리오비스 마이크로 레귤레이터를 프리스프렁으로 교체, 헤어스프링과 이스케이프먼트 부품에 실리콘을 적용시키는 등 독자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였으며, 이 수정된 버전의 FP 71을 사용하면서 무브먼트 명을 502.3으로 변경시켰습니다(502.3의 3은 3번째 버젼이라는 뜻이 아니라 21,600 bph를 뜻하는 '3Hz'의 3 입니다). 


502.3은 오직 브레게에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FP 71의 에보슈나 파생형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오직 브레게 하나 뿐입니다.


마치 개발은 JLC가 했지만, 사용은 오직 AP와 VC만이 하고 있는 JLC 920처럼 말이죠. 




50년의 이어짐


현재 시계 업계에서 50년 가까이 같은 디자인과 같은 무브먼트를 유지하고 있는 시계는 극히 드뭅니다. 


브레게 7137 외에 3310의 후속작 5327과 타 브랜드에서는 AP 15202 점보를 겨우 꼽을 수 있었지만,


AP는 올해 로얄오크 50주년 기념으로 로얄오크 점보 15202를 단종시키고 16202로 리뉴얼 하면서 무브먼트마저 2121에서 7121로 엎어버렸죠.


성능보다는 감성이, 혁신 보다는 전통이 앞서는 제 시계 취향으로는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그리 슬프지는 않습니다. 


P1016094.JPG


이제 제 곁에는 7137이 있으니까요

(안녕 점보~어차피 살수도 없는 너란 녀석!).


7137이 50년의 이어짐에 더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천국에 갈때 쯔음 후손들에게 7137을 물려줄 때, 그때까지도 7137이 같은 모습 같은 무브먼트로 판매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끝으로, 요새 정말 시계 구입하면서 굽신굽신 팔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돈을 쓰는 희안한 경험을 많이 했는데요...ㅋㅋ


7137을 구입할때는 정말 2-3년 전의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브레게도 이제 마린의 경우 웨이팅이 점점 누적되고 있는 것 같지만,


클래식 라인이나 라 트레디션 라인의 경우 정말 브레게에서만 느끼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스타일의 시계들을 마음껏 차보고 비교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쇼메 매장의 지배인이었다가 쇼메~Investcorp 까지 줄곧 브레게의 판매 담당 이사를 역임한 프랑수와 보데씨는 쇼메가 막 브레게를 인수했을때 브레게를 다듬어지지 않은 '3캐럿 짜리 다이아몬드' 라고 묘사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정교한 솜씨로 정성껏 세공되어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는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브레게, 매장의 성의있는 응대와 함께 한번 즐겨 보실것을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PS) 신형 Type XX 노리시는 분들은...흠흠...일단 올해만이라도 자금 킵해 놓으시길 권고드립니다. 오피셜 하진 않습니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믿어 보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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