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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raymond 2589  공감:11  비공감:-3 2017.12.17 20:05

평소 리뷰를 잘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 번은 남겨야 할것같아서 소장하고 있는 시계를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글쓰기의 편의상 이후부터는 존대말은 생략하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하이엔드 포럼이니

왠지 존대말을 써야할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문맥의 흐름상 그냥 씁니다) 



나는 보통 시계브랜드에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한 때는 폴쥬른의 크로노미터 소버린이나 바쉐론의 

말테 크로노그래프 따위의 고가 시계를 동경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 시계들의 무브먼트가 

기가막히게 잘 다듬어져 있어서였지 브랜드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일례로 나는 말테 크로노그래프에 들어가는

레마니아 수동 크로노 무브먼트와 비스무리한 '비너스 175'가 탑재된 모리스 라크로의 대체품(?)을 구하려고 애를 쓴

적도 있다. (결국 구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몇 년이 흐르면서 시계에 대한 경제관념이 점차 제정신을 찾아갈 때 나의

손목에는 그랜드세이코 외에는 어떤 시계도 올려 있지 않았다. 

Grand-Seiko-SBGD001-Spring-Drive-8-Day-Power-Reserve-Watch-23.jpg

[찬조출연:그랜드세이코의 마감은 파텍급이다?] 


10년 전, 타임포럼이 생기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파텍 필립'하면 껌벅 죽는 시늉을 했다. 누구나 입을 모아 '파텍이 

제일이지'를 외치곤 했다. 그 다음으로는 바쉐론 콘스탄틴이나 오데마 피게가 뒤를 이었는데 랑에 운트 죄네는 많이

거롭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랑에나 글라슈테는 국내에서 구할 방도가 없었고 인터넷에도 그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퓨리스트나 타임존을 뒤져서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은 다음에 홍콩이나 일본에서 구매하곤 했는데

그마저도 내가 알기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구하기 쉬운 것들이 파텍, 바쉐론,이었는데 파텍은 정식수입사라기보다는 수입대행사쯤 되는 한 무역회사에서 

롯데 소공동 지하에 매장을 내고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오버홀이나 수리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하이엔드 시계수리 서비스가 '정식'으로 우리에게 오픈된 것은 리치몬드코리아를 껴서 들어온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나마 제일 길 것이다. 물론 10년전에 IWC도 왠만하면 홍콩으로 보내버리던 시절이었으니 바쉐론은

오죽하겠는가? 결론은 그냥 모든 하이엔드 시계수리의 역사는 '정식'으로는 10년이 될까말까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잘 아시는 분이 설명바란다) 

richemont_logo.png

[요즘은 리슈몽 리슈몽 하지만...옛날에는 그냥 리치몬드 리치몬드 그랬었다]


10년 전만해도 그러했는데 하물며 20년전에는 어떠했겠는가? 그 때는 물론 피아제가 짱 먹어주던 시절이었다. 김포공항

면세점에 피아제를 팔았는데 소위 말하는 회장님들이나 사모님들이 많이 구매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압구정에 보면 

연식이 오래된 피아제 시계들이 넘쳐난다. 지금도 피아제는 나름(?) 건재한 편이지만 왕년에 누렸던 명성만큼은 아닌듯하다. 

하지만 20년전에 아무리 피아제가 날라다녔어도 파텍은 파텍이었나보다. 20년전에 파텍을 구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보따리상(?)에게

주문을 넣었더란다. 그래서 압구정의 유명한 모 수리업체 다땡땡 아저씨는 몇개를 쏠쏠하게 남겨 팔았다고도 귀뜸해준적도 있다. (왕년에)

다운로드 (1).jpg

[삐아제 사탕시계를 차지 않으면 잘나가는 싸모님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소개할 시계는 바로 그런 20년전...속된 말로 쌍팔년도 시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오래된 시계, 하지만 그렇다고 빈티지는 또 아닌 

다소 애매한 시기의 작품이다. 추억의7080라이브카페도 아니고 테크노팝핀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경영의 하늘궁 땐스도 아니다. 그것은

마치 최근에야 그런대로 입에 오르내리는 '90년대 후반 인기가요' 같은 작품이다. 룰라의 <날개잃은천사> 혹은 솔리드의 <이밤의끝을잡고>

정도가 적절한 비유가 아닐까 싶다. 여차하면 핑클, 베이비복스, SES까지 동원해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까지 숟가락 얹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9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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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라이브카페가 문을 닫으면 90 2000 라이브카페가 문을 여는 것일까?] 


또 다른 칼라트라바 3802/205J 


많은 컬렉터들이 '칼라트라바(Calatrava)'하면 우선 수동 칼리버 215가 탑재된 33mm의 3919J를 떠올린다. (지금은 51다운로드.jpg 19로 3mm사이즈도

커지고 씨쓰루로 바뀌었지만...) 3919는 90년대 속칭 '전두환 시계'라고 하여 강남의 신흥 부유층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속설에 따르면 전두환이 

백담사에서 은거할 때에도 손목에는 항상 노란 금색의 칼라트라바를 차고 있었다고 한다) 어찌됐건 당시에는 33mm는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시계들이 30~33mm였고 40mm에 달하는 시계는 거의 없었다. 3919가 한참 잘 나가던 시기는 적어도 오버사이즈의 유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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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계사이즈만큼 사진사이즈도 조절해 봤다. 작긴 작다] 


3919의 인기는 오버사이즈 워치가 대세가 되었던 200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도 여전했는데 결국 단종이 되고 그 잘난 '파텍'도 오버사이즈 

유행에 굴복한 것인지 3mm를 더 키워 36mm로 내놓게 되었다. 물론 칼라트라바 같이 베젤면적이 얇고 흰판인 시계는 33미리의 크기도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흰판'이 주는 컨트라스트, 즉 대비의 시각적 효과이기도 하며 얇은 베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도 사이즈는 늘어났는데

무브먼트는 여전히 215를 써서 그런지 5919의 궁둥이는 조금 허전한 면이 있었을 뻔했다. 그것을 파텍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씨쓰루로 만들어서

출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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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흠다운 215 무브먼트를 뚜껑을 따지 않아도 감상가능한 5119. 여성으로 치면 씨쓰루패션이고 남성으로 치면 바바리맨이다]


어떤 사람들은 5119가 씨쓰루백으로 그 찬란한 제네바씰 무브먼트를 보여주는데 환호성을 질렀다. 어떤 사람들은 파텍의 

클래식 라인이 씨쓰루백을 채택하면서 약간이라도 더 두꺼워진 데 불만을 표했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이 하나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 있었다. 바로 또 다른 칼라트라바, 자동 칼라트라바의 한 라인업을 구성했던 3802는 어디로 갔느냐...였다. 3919는 신형이 나왔지만 쌍둥이 모델에 자동 무브먼트인 315SC를 탑재한 3802는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파텍이야 뭘 만들어도 찍어내는대로 족족 팔리니까 굳이 라인업을 지루하게 유지시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일례로 언제부터인가

파텍필립의 노틸러스나 아쿠아넛은 칼라트라바에 비해 소수의 매니아들만 찾는 시계였음에도 오데마 피게의 로얄오크가 2000년대 중후반

들어 다시 대 히트를 치면서 덩달아 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스틸시계임에도 금시계의 가격을 뛰어넘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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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3802/200J. 200은 3919와 같이 가죽밴드 모델이고 205는 케이스-브레이슬릿 일체형이다] 


하지만 비운의 3802임에도 수동 칼라트라바에 비해 확실히 귀한 집 태생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파텍필립은 사실 껍데기보다는 무브먼트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위스 하이엔드 중에 어느 브랜드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하이엔드 중에서도 파텍의 무브먼트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것이다. 자동 칼리버 240에 비해서는 그 심미성이 다소 떨어지는 풀로터 방식이라 해도 315SC의 존재감은 노틸러스나 

아쿠아넛에도 확실히 드러난다. 왜냐하면 쇳덩이 시계를 금덩이 시계보다 비싸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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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흠다운 24K 순금덩이 풀로터에 앵글라쥬 페를라쥬 뭐 하나 못난 것이 없는 완벽한 미모의 자동 무브먼트이다]


내가 갖고 있는 3802 제품은 화이트골드 버전으로 3802/205 칼라트라바이다. 브레이슬릿이 케이스와 일체형인 제품으로 과거에는 바쉐론과 오데마, 피아제 등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즐겨 내놓은 디자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조금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 부드러운 착용감과 가벼움 덕분에 나이드신 분들은 애호하는 스타일

이기도 하다. 얼핏 보기에는 '탑골간지'가 느껴지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우아함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개런티카드와 팜플렛을 넣는

파텍필립만의 가죽케이스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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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에 파텍필립의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특별한 것은 없다. 파텍필립이라고 해서 무슨 케이스가 특출나게 잘 만들어지고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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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양쪽의 가죽커버에 팜플렛과 보증서가 들어 있다. 전세계의 파텍필립 리테일러와 수리점 정보를 담은 팜플렛 하나, 개런티카드, 그리고 고객등록

카드가 들어 있는데 20년의 세월이 흐른 탓인지 다소 풍화작용(?)의 흔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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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서 종이들을 빼내면 이렇게 부드러운 사슴가죽(?)으로 처리되어 있다. (물론 사슴인지 양인지는 잘 모르겠다 인조가죽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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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필립의 고객등록카드이다. 파텍을 사면 오너에게 주어지는 몇가지 특별한 혜택이 있다는데, 많이 구입할수록 한정판을 더 쉽게 오더할 수 있다고 

한다던데 그만큼 부자가 되어보지 못해서 알 수 없다. (속설에는 그냥 돈만 얹어주면 다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누구나 싸게 사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 아닐까) 물론 등록은 하지 않았다. 등록카드에는 시계레퍼런스넘버와 시리얼넘버, 고객이름 구입처 등을 적어야 하는 것 같고 이를 스위스

본사로 우편송달 해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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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세계의 수리점과 리테일러가 기록되어 있는 팜플렛이다. 그런데 당시 국민소득 5천불도 안되었던 '태국(Thailand)'에 리테일러와 서비스 센터가

있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야 워낙 화교들이 짱짱하니 그렇다쳐도 태국은 좀 의외다. 물론 한국은 '당 연 히' 없었다. 한국에서 파텍을 구하려면 개인수입상 즉

보따리상으로부터 비싸게 들여와야 했다. 그마저도 이렇게 완벽한 풀셋으로 들여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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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개런티카드, 시리얼넘버가 이렇게 시계레퍼런스넘버와 무브먼트 사이에 껴 있다. 하단에는 구매처의 스탬핑과 함께 서명이 새겨져 있다. 파텍 이외의

하이엔드는 랑에와 오데마피게를 구매해본 적이 있는데 둘다 파텍만큼 복잡하고 세밀한 보증서를 제공하진 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다

시계에 대해 보다 세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점은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여기 계신 하이엔드 오너분들이야 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만 20년

전에는 인터넷으로 정보 접하기도 쉽지 않았던 때다. 외국에 자주 다니고 정보에 밝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값비싼 저녁을 사고 알랑방구를 뀌면서

정보를 얻어야 하던 시절이다. 그래서 이렇게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정보를 주는 보증서는 파텍필립만의 세심한 고객서비스가 과연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를ㅈ ㅔ칠만하다는 좋은 인상을 준다. (물론 더 비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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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의 모습이다. 케이스는 일반 수동 칼라트라바나 곤돌로에 비해 길고 크다. 그러나 원목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가죽을 본드로 붙인 것이라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다소 허름해 보이기도 한다. 과거 브랜드들이 다 그랬지만 시계에만 신경을 썼지 케이스에는 특별히 공을 들인 흔적은 없다.

롤렉스만 하더라도 천만원 넘는 금통시계를 종이껍데기에 담아 주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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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케이스를 열면 백마탄 왕자님이 등장한다. 노란 아이보리빛의 이너케이스에 사뿐히 앉아 있는 백설공주님 같기도 하다. 시계의 오리지널 태그와

구매할 떄 줄조정을 위해 미세하게 제거해놓은 브레이슬릿 한마디가 함께 들어 있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지만 케이스 자체는 세계 최고급 브랜드 치고는

볼품없는 수준이다. 태그에는 시계레퍼런스넘버와 함께 시리얼 넘버도 함꼐 쓰여 있다. 파텍은 시계 내부에 시리얼이 적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보증서와 

태그의 시리얼이 일치해야 새것을 살 때도 안심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시계의 케이스백을 뜯어야 하는데 새것을 구매할 때는 뜯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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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얼굴 사진이다. 매우 단촐하고 정갈한 느낌이며 칼라트라바 라인 답게 베젤이 매우 얇아 시계가 커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파텍 필립은 껍데기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에야 화려한 디자인의 라인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파텍의 디자인은 단순미 그 자체이다. 어찌 보면 가장

위에 찬조출연한 그랜드세이코와 비슷하다. 다만 그랜드세이코는 재작년까지 세이코 브랜드 내의 하나의 '라인업'에 불과했다. 파텍은 칼라트라바, 노틸러스,

곤돌로, 아쿠아넛 등 여러 라인업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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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런티카드를 눈썰미 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시계의 다이얼이 포르셀린 다이얼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물론 3919나 5119의 다이얼도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수동 모델은 날짜창이 없으므로 포르셀린의 그 우유빛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3802의 날짜창 자체가 옛날

시계 치고는 매우 큼지막하기 때문에 포르셀린의 특징이 더 잘 드러나고 있다. 아쉽게도 핸즈는 칼라트라바 자체가 heat blued hands

즉 굽핸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요즘의 블핸+포르셀린의 유행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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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측면이다. 럭투럭이 채 40mm가 안 되며 두꼐는 7.5mm에 불과하다. 그랜드세이코의 자동은 이런 면에서는 할 말이 없다. (자동도

기본 13mm급 수동은 10mm급) 사실 스위스 브랜드들은 롤렉스를 제외하면 두께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다. 반면에 일본브랜드들은 두께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파네라이나 로얄오크 오프쇼어 같은 무지막지한 디자인들이 유행을 타면서 지금은 짬뽕이 되어버렸다.

자세히 보면 금시계에만 주어지는 특별한 인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걸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까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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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케이스백이다. 케이스백에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다. 시리얼넘버가 없다!!! 하다못해 브랜드 로고라도 새겨줘야 하지 않나

싶다가도 역시 파텍필립이란 생각이 든다. 전면에 파텍필립 쥬네브~~ 혹은 제네바 하나만 써주면 됐지 뭘 더 구차하게 '우리를 설명해줘야

하냐'라고 되묻는 것 같다. 오메가가 'first moon watch'라고 유독 유치하게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롤렉스가 "officially certified

chronometer' superaltive chronometer~~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과도 다르다. 크로노미터면 크로노미터지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크로노미터는 또

무엇이며 압도적인 크로노미터는 또 무엇이냐... 잡설이 너무 길었다 죄송하다. 파텍필립의 이런 우아한 자신감을 보니 다른 스위스브랜드들에게

무척 화가 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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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브레이슬릿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소장만 해서 골드제품이라 스크래치에 다소 약함에도 사용감이 전혀 없다. 그래서 리뷰쓸 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메쉬밴드처럼 절묘한 꼬임을 자랑하는 브레이슬릿과 그런 '절묘한 꼬임'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변태적인 고정버클을 사용해야

한다. 장점은 역시나 가볍고 경쾌하다는 점에 있다. 특히 정장의 셔츠소매를 자유롭게 오가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일반적인 브레이슬릿과 

버클이라면 아무래도 두께가 있으므로 소매에 걸리기 마련이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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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컬렉터들이 파텍을 구매하길 원하거나 이미 구매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롤렉스나 오메가를 사면서 파텍은 저 멀리 멀고 먼 산중의

끝자락 봉우리의 뜬구름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횡재를 하여 십수개를 사도 돈이 남을만큼 모을 수 있다면 (실제로 타임포럼에 그런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고 '전설'에 전해진다. 그는 조만간 닥쳐올 크리스마스에 재림하시는 분이시다) 파텍을 사더라도 어떤 모델을 살지 걱정이 된다.

단순히 생각하면 퍼페추얼캘린더나 투어빌론, 미닛리피터 같은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계들의 함정은 생각보다 유지비가

어마어마하게 나간다는 것이다. (오버홀 몇번만 해도 엥간한 국산대형차 자동차세+10년유지비만큼 나가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일본 긴자의 파텍

서비스에 3802 시계의 오버홀을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재작년 기준으로 120만원 상당을 요구했고 점검비는 또 따로 20만원 정도 받겠다는 것이었다.

즉 오버홀 2~3번만 하면 오메가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소요시간 역시 3개월은 기본이라고 했다. 


물론 돈으로 해결못할 일이야 뭐가 있겠냐만 시계를 모으다보면 언젠가 매우 귀찮고 성가시다고 느낄 떄가 닥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퍼페추얼

캘린더고 미닛리피터고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다. 남편으로 말하자면 매일 매니큐어를 하다 못해 페디큐어에 피부관리 체중관리도

받아야 하고 일주일에 두세번은 고급에스테틱과 미용실을 들락거리는 미모의 아내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그 아름다움에 홀딱 빠질지는

몰라도 점차 익숙해지면 실속 없고 눈꼴사나운 존재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파텍필립을 비롯한 많은 하이엔드들이 '기본기'에 충실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유구한 디자인을 유지한다. 바로 그런 제품이 칼라트라바의 장수비결이 아닐까 싶고 여기서 소개한

3802의 정체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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