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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사라는 것은 시장의 부름에 따르는 것이고, 전통과 역사는 '마케팅'을 위해서 존재하는 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미 루이뷔통이나 프라다가 역사보다 브랜드 그 자체를 따르는 아시아인을 위해 커다란 로고가 있는 모델을 런칭하고, 벤츠나 BMW가 아시아의 부호 혹은 부호로 보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의 플래그쉽 모델에 리무진 모델과 3000cc가 채 되지 않는 6기통 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막기 힘든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통은 혁신이 쌓이고 쌓인 나이테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브랜드는 모두 출발점이 혁신이었습니다.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는 물론 루이 뷔통의 첫 수트 케이스라던지, 랜드 로버의 획기적으로 간단하 4륜구동 구조 등 시대를 풍미하는 기술의 정점이었습니다. 이 모든 혁신의 나이테가 지금은 마케팅의 도구로만 전락하는 것은 여러 소규모의 공방들을 차례로 먹어치우는 거대 기업의 등장의 필연성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계는, 특히 IWC 같은 전통의 가치가 단지 마케팅 차원을 넘어 수많은 소비자들의 (소비자라기 보다는 애호가가 옳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신적지주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기업에 있어서는 무기력하게 대세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기업에서 IWC와 비슷한 기업은 포르쉐라고 생각합니다. 1996년 포르쉐는 911라인업 이외에 미드쉽 엔진 로드스터인 Boxster를 출시합니다. 이는 즉시 포르쉐 매니아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전통의 상징과도 같은 리어 엔진 2+2 시트를 포기한 포르쉐는 그들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한 듯 보였습니다. 유럽의 911 오너들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경량 로드스터라는 새로운 유행에 힘없이 따라가는 포르쉐를 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2.5리터 200마력 엔진 또한 포르쉐의 명성에 흠이 될 정도로 힘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약 8년이 지난 지금 Boxster는 포르쉐의 라인업에 훌륭한 막내로 자리잡았으며, 쿠페형식의 형인 Cayman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실제 이때 Boxster라인이 없었다면 포르쉐가 90년대 말 자동차 기업 인수/합병의 광풍에 살아남지 못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이에 재미를 본 포르쉐는 미국의 시장에서 더욱 세를 늘이기 위해 Cayenne이라는 SUV 모델을 출시합니다. 이는 Boxster와는 달리 포르쉐의 맏형급의 가격을 자랑하며 미국시장에서 단숨에 히트를 칩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Cayenne의 오너들입니다. 이들은 단지 미국에서 SUV를 몰고 싶어하는 부자들입니다. 지금까지의 포르쉐 '애호가'들과는 다른 '소비자'일 뿐입니다. 기존 911의 오너들은 90년대 말에 나타난 Boxster의 운전자들이 포르쉐의 '애호가'라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그들의 비판은 포용으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Boxster 또한 수많은 트랙에서 911을 압도하기 까지 하는 포르쉐 핸들링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엔진 출력 또한 현재 3.4리터 295마력까지 올라가 형님뻘인 911을 위협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갑자기 등장한 Cayenne의 운전자들은 아리땁게 빼 입은 중년 부인, 혹은 운전의 재미에는 관심도 없는 은퇴한 노년의 정부 고위관료들입니다. 이들은 포르쉐의 '소비자'인 것입니다. 911과 Boxster의 '애호가'들은 이제 더이상 거리에서 마주치는 포르쉐의 운전자와 정신적 교감을 할 수 없음에 절망합니다. 실제 Cayeene은 너무나도 높아 911과 Boxster의 운전자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조차 없습니다. 뉘르부르그링에서 아무리 튜닝을 한다고 하더라도 SUV의 한계는 넘을 수 없습니다. 즉 Cayenne의 등장은 '드라이빙 퍼포먼스' 라는 전통의 소실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전 마크의 무브먼트 문제와 B-uhr의 디자인을 차용한 금번 마크 16의 디자인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바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크16이 Boxster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다시 말해 전통이 마케팅의 상위개념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ayenne이 되어버린 마크16은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지만, 결국은 많은 '애호가'를 슬프게 하고 결국은 마케팅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전통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통에서의 적국인 영국의 디자인을 빼다 박을 정도인 디자인은 전통이 힘을 잃어가는 속도를 가중시킬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자본의 아래에 집합하고 있는 소규모 공방들은 자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마크 프리드먼이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밝혔듯이 이미 세계는 세계화라는 기찻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떨어지는 것은 곧 소외와 몰락을 의미합니다. 제아무리 옛날에 거드름 좀 피우던 브랜드라도 이제는 모두와 같은 기차를 헐레벌떡 타고는 모두가 하는 대로 해야만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최선이라고들 합니다.
 
 
저 또한 더 나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현재 기업을 살리는 것은 '소비자'이지 '애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은 그들이 '전통'을 마케팅 수단이 아닌 혁신의 축적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커다란 틀 안에서 마케팅의 지위를 유지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소비자'에 의해 축적되는 이윤과 자본이 '애호가'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것이며, 현재의 '소비자'는 시간을 두고 '애호가'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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