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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를로스 1046  공감:23 2013.03.07 13:09

처음엔 예거의 구매자 입장에서 글을 작성하려 했는데 댓글을 달다보니 제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오래전 CS매니저로 일한 적도 있어서 그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기왕에 시작했으니 마켓 구분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더이상의 글은 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내용들은 17년차 럭셔리브랜드 본사 임원의 입장에서 업계측의 구분을 적는 것이고,  소수 매니아만이 아닌 매니아를 포함한 다수의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분입니다.

 

 <최상급 럭셔리 마켓>

시계에 있어 빅5나 에르메스, 페라리, 롤스로이스, 벤틀리, 심지어 서비스업인 포시즌스 호텔이나 세인레지스 호텔까지..

최상급 럭셔리로 구분되는 시장은 엄연히 존재하며 회사 입장에서도 다르게 취급하며 마케팅 전략도 다릅니다.

하이엔드, 비욘드 럭셔리, 위버럭셔리 등 다양하게 표현되며, 슈퍼리치 혹은 그에 유사한 사람들(정치인, 각계 권위자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마치 신용카드사에서 100만원 연회비인 특수카드를 만들어 최상위 소수만 심사하여 가입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엔트리부터 초고가임은 물론, 할인 프로모션나 협찬이 없고, 소수의 고객층만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벤츠의 경우에는 기업체 임원 혹은 부장급까지를 홍보대상으로 한다면, 벤틀리는 CEO 급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시계라면 바쉐론이 대학병원 병원장 및 간부급에게만 홍보를 한다면, 롤렉스나 예거는 예물시계 수요자인 레지던트까지 대상으로 합니다.

제가 그 브랜드들의 마케팅 담당자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홍보가 원칙이라 보시면 됩니다.

브랜드내의 비싼 물건을 여러개 구입하는 단골이 되어도 역시 VIP 대우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엄청난 뭔가가 있어보이는' 강한 포스의 손님이라면 첫번부터 VIP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판매자들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직업이어서 몇마디 나눠보면 감이 온다고 합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최상급 럭셔리 시장의 VIP 가 되면 그 혜택은 엄청납니다.(요즘 한국에선 VVIP라 불리더군요)

매장에 가서 느끼신 분들도 있겠지만 뜨내기 손님이나 엔트리급 한두개 구입하는 손님에게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VIP 고객에게는 할인은 물론 다양한 무상 서비스가 있고, 본사 임원과의 만남 등 소규모 모임도 이루어집니다.

저도 이 마켓의 담당자가 아니어서 세부내용은 잘 모르지만, 브레게는 싱가폴과 홍콩에서 20명 이내의 재벌급들을 모아서 이런 모임을 자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아, 벨루티도 소규모로 엄선된 사람들을 모아 구두닦이를 가르치더군요.(개인적으론 좀 우스운 광경입니다.)

그러니 이런 최상급 마켓에 속한 제품을 구입할 때는 브랜드의 VIP를 대동하는 것이 할인을 받는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큰손들일수록 오히려 더 지독한 구석이 있어서 할인없이 안 산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주위에 큰손을 아신다면 대동해서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혜택이 있음은 물론 그 큰손도 리베이트같은 뭔가를 받겠지요.ㅎㅎ

 

 

 <럭셔리마켓>

상기 마켓은 어차피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이니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속한 럭셔리 마켓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큰 의미로는 위의 마켓까지 포함하고, 가격대가 중첩되는 부분도 있는 본격적인 '명품시장' 입니다.

롤렉스와 예거는 시계이긴 하지만 스포츠카와 SUV 처럼 구분되는 부분이 있어 조금 달리 해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냥 개념적인 설명만 드리자면..

 

롤렉스가 매출이 20% 올랐는데 예거는 10%, 제니스는 5% 올랐다고 예를 들겠습니다.(실제 위상의 차이는 있지만 제니스는 예거를 타겟으로 잡고 있습니다.)

고전중인 제니스가 5%나 올랐으니 훌륭하다고 해야 하는데, 임원진과 주주들은 예거와 롤렉스까지도 예로 들며 화를 냅니다.

예거의 담당자 역시 롤렉스 때문에 혼납니다..규모가 다른 회사라거나 주종목이 다르다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비슷한 드레스워치 위주인 바쉐론 매출이 10% 감소했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왜 갑자기 상관없는 바쉐론이 나오냐" 며 핀잔만 듣습니다.

티쏘의 매출이 30% 감소했다는 말을 해도 마찬가지의 반응입니다.(이는 그냥 제가 설정한 예일 뿐입니다)

 

재규어에서 일하는 친구가 몇년전 인도에 인수된 직후 "아우디에 비해 신장률이 낮다는 이유로 박살났다" 고 했습니다.

아우디보다 재규어가 신장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데도 주주들과 CEO는 무조건 혼냅니다.

이유는..누구든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뭐 이해는 가지만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것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보니 오너 CEO가 아닌바에야 사장이나 임원까지도 어떻게든 죽어라 팔도록 짜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할인들을 적극 이용하시고, 포럼 회원들과 단체행동을 통해 구입이나 서비스를 받으시면 상당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럭셔리 마켓에서는 큰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람들이 '주위에 좋은 홍보효과를 내는 관심고객' 이거든요.

이 마켓에서는 5천만원짜리 듀오미터를 하나 사는 손님보다 천만원짜리 시계를 사는 5명의 친구그룹에게 더 관심을 갖습니다.

전자는 상위마켓으로 이동할 손님으로 보고, 후자는 문어발 확장이 가능한 '숙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terms and conditions 내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하시고, 만약 안 된다면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시면 효과적입니다.

언어의 어려움이 없다면 본사로 전화를 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전화 후에도 이메일을 보내셔야 기록이 확실히 남습니다.

그리고 메일을 보내실 때 다른 업체의 예를 들어 비교하면서 요구하셔도 도움이 됩니다.(물론 거짓말은 안되고 합리적인 선에서요)

예거 시계 수리를 맡길 때 롤렉스나 오메가 등의 예를 들어도 좋고, 루이비통이나 프라다 핸드백의 예를 드셔도 나름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넓게는 같은 럭셔리 마켓이므로 다른 업종도 모니터링을 하거든요.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동업자정신에 위배되는 것 같아 이정도만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사의 이해관계때문에 본사에서 되는 것을 안된다고 하는 경우도 꽤 있으니 반드시 본사에 이메일 기억하세요.

페니님, 치우천황님, 굉천님이 예거 포럼활동을 활발히 하시는듯 한데, 다른 브랜드 포러머들과도 활발히 정보를 나누시고 소비자의 이익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회사들의 모습을 보면 저조차도 회의가 들 정도로 이익에만 급급해서 소비자의 권리를 등한시 하거든요.

경기가 좋을때 확장했다가 경기가 나빠지니 운영이 힘들어 그런 것인데, 그래도 소비자에게 지킬 것은 지켜야지요.

저도 얼마전 소비자가 되어 속상한 일을 겪고보니 다른 소비자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거든요.

 

 

마켓간의 구분은 소비자들에게는 불필요할 수도 있고, 인정하기 싫은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만, 좀 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회사의 영업방침을 잘 알고 그에 따라 대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예거 유저로서 예거가 최고의 브랜드이면 좋겠지만, 뭐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좋은 브랜드들 중에서 앞서나가는 훌륭한 회사의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저희가 초럭셔리 마켓을 보고 '세습귀족이나 유럽, 중동 왕족' 에, 럭셔리마켓의 선두주자들인 루이비통, 벤츠, 예거, 롤렉스, IWC 등을 보고 'IT나 금융재벌' 혹은 '화교부자'에 빗대어 말하곤 하는데..

후자의 CEO 및 임원급들을 럭셔리마켓의 꽃으로 인정합니다.(안타깝게도 선두브랜드에선 저를 필요로 하지 않네요..ㅋ)

가장 부러운 직책이고, 제게 한 자리를 고르라고 하면 루이비통이나 까르띠에로 가고 싶습니다.

솔직히 시계쪽은 제조쪽과 힘이 많이 분산되어서 탁상쟁이들의 대우가 별로인데, 요즘 예거 시계에 관심을 갖다보니 시계쪽으로도 눈이 좀 돌아갑니다.

 

요즘의 글들을 많이 읽어봐도 업계 관계자의 글은 커녕 마케팅 관계자가 회사의 판매정책을 알려주는 글이 전혀 없어서 제가 용기를 내어 올렸습니다.

여러모로 조심하다보니 내실이 부족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몇 가지 건질 것은 있으시리라 봅니다.

그리고 마켓의 구분에 있어 '서열화' 라 생각하시기보다 업계의 정책을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쪽으로 받아들이신다면 소비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럭셔리브랜드 판매직원들의 태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브랜드관리 방침에 의한 것도 있으니 불친절을 이유로 기분나빠하지 마시고 여러분과 같은 직장인이라 생각해주시면 기분도 덜 나쁘고,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시계쪽으로 옮기게 된다면 타임포럼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좋은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열정있는 분들이 모여있음 또한 알았으니 시계그룹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나 리치몬트와의 자리가 있을 때 적극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게도 소비자들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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