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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를로스 1130  공감:15 2013.03.07 01:33

제목이 조금 유치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17년간 여러 다국적 럭셔리 그룹을 거친 마케팅 임원의 눈으로 볼 때 예거는 여러 사람들에게 시계를 부담없이 접하게 해주는 브랜드라는 생각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럭셔리 브랜드간에도 일종의 서열같은 것이 있습니다.

에르메스(시계제외), 샤넬(의류와 구두만), 키톤, 존롭, 벨루티 등의 패션브랜드나, V&A, 해리윈스턴 등 보석류, 시계의 빅5 등은 자타공인 최상급 브랜드입니다.

이 마켓은 처음부터 소품종, 수작업, 초고가라는 방식으로 시작해 중간에 망할지언정 한 번이라도 보급형 상품을 만들지 않았던 브랜드들만이 진입할 수 있습니다.

보급형 명품인 구찌나 루이비통이 최상급브랜드로 거듭나고싶은 몸짓을 보이기도 했지만 될 수 없었던 것에서 나타나듯이 이 시장은 더이상 진입이 어려운 고착화된 마켓이라 보고 있습니다.

 

최상위 브랜드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와 태생적 럭셔리라는 역사를 무기로 보수적인 디자인을 추구해 비용을 절감하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이런 최상위 브랜드 제품들은 극단적인 차별화를 원하는 고정구매층들이 있어서 큰 에러만 없다면 망할 일은 없어보입니다.

마케팅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 같지만 이름값만으로도 인정을 받고, 중간정도만 노력해도 계속 잘 팔리므로 일하는 재미는 별로 없는 마켓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광고판의 역할을 하지만 사정상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면도 있어 거대회사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하며 그룹 전체의 이미지메이킹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럭셔리그룹의 본격적인 전쟁터는 바로 루이비통으로 대표되는 보급형 시장입니다.

그 안에서도 가격차는 존재하지만 흔히 알고있는 펜디,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등이 고만고만한 범위에서 경쟁중입니다.

시계로 말한다면 예거, 롤렉스, IWC,  제니스 등의 브랜드들로 웹상에 돌아다니는 시계 등급표의 두세번째 그룹에 속하는 것들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시계는 조금 덜한것 같지만 패션업계의 경우 자칫하면 '한방에 훅~갈 수 있는' 본격적인 그룹간의 전쟁터입니다.

물론 저도 이 시장에 속해있지요.

 

예거가 리치몬트그룹에 인수된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급시계 시장에 불이 붙던 때여서 무브먼트 납품업체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시계부분과 무브생산부분을 분리시킬 것이라는 정보도 있었는데요,

무브먼트를 팔아 이익을 얻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에 제품의 다양화를 통해 '기술의 예거' 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예거의 모기업인 리치몬트의 방침에 의한 것이니 리치몬트가 좋은 선택을 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후 시계부분에서 큰 발전을 이루게 되었고, 타포에서도 많이 보이는 듀오미터같은 훌륭한 제품도 만들어낸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니 예거무브=고급무브 라는 인식도 생기며 이미지도 격상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과거 고급무브는 맞지만 꼭 바쉐론같은 상위브랜드에만 납품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무브까지 럭셔리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요즘도 던힐같은 패션브랜드에는 무브납품을 하고 있던데, 무브먼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낮은 가격에 예거무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최상위 브랜드에서는 여러 제약상 듀오미터같은 실험적 제품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최상위 브랜드의 제품을 평가하는 '클래식하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풀이하면 '진부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룹내 상위브랜드인 바쉐론이나 랑에에서 듀오미터를 만들었다면 두배정도의 가격이 되었을 것임은 물론,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구경하거나 자세히 알아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듀오미터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구경조차 부담스러운 '부자들의 장난감 중 하나'로 전락했겠지요.

일반인들에겐 관심밖일테니 지금처럼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듀오미터를 업무적으로 보면 저처럼 천만원 미만의 예거 제품을 소유한 사람이 듀오미터와 동급의 제품을 가졌다는 환상을 갖게하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환상 역시 즐거운 상상 아니겠습니까?

하이엔드 브랜드의 매장 앞에 서서 '어차피 사지도 못할거 들어가서 뭐하나' 라며 돌아서는 것과, '나도 살 수 있다'는 마음이 드는 예거의 매장에서 고급시계를 만져보는 기분은 너무나 다르니까요.

3백만원을 주고 산 루이비통 가방으로 3천만원 벌킨백의 기분은 절대 낼 수 없지만, 예거의 8백만원짜리 시계로는 3천만원의 칼라트라바, 더 비싼 듀오미터의 기분도 낼 수 있다는 것은 저만의 착각은 아니겠지요?

여성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요..ㅎㅎ

 

 

 

P.S. 표현을 조심하고 있지만 최상위 브랜드에 대해 제가 괜한 시기심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 우려가 됩니다.

소비자의 눈으로만 보려해도 직업상 본의 아니게 자꾸만 비교 평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빅5의 시계들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업무적인 관점에서 제품군의 비교를 위해 평가를 해 놓았을 뿐 절대 '괜히 비싸게 받는' 제품들은 아닙니다.

예거가 1000명중 200명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면 빅5는 1~2명 정도만을 타겟으로 하는 제한된 마켓이기 때문에 가격정책을 비롯한 판매정책이 다를 뿐이며, 빅5 역시 그들의 고객층이 원하는 '제한되고 폐쇄적인' 마케팅을 잘 해나가며 큰 만족을 주며, 실제 이익도 상당히 많이 내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네임밸류만으로도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아쉬움도 있다는 것 뿐이니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위 브랜드에는 최고로 멋진 시계들도 얼마든지 있고, 더 얇고 작은 사이즈의 컴플리케이션 시계들도 많이 있으며, 그들의 기술력이 예거보다 못하다는 것도 아닙니다만 일반인에겐 괴리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에 미숙함이 있어 혹시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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