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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1327  공감:8 2013.02.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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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조금 못되는 기간 동안 제가 그렇게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M8D가 홀연히 제 곁을 떠나갔습니다.


구형 리베르소 썬문을 선지름 한 후, 도대체 어느 놈을 팔아야 할 것인지(썬문도 포함해서요.) 깊은 후고민에 빠져있던 중


저도, 구매자님도 무엇엔가 홀린듯 갑자기 불꽃같이 연락을 주고받다가 결국 최초로 연락을 주고받은 당일


서로 수십km씩을 한시간 가량 달려 중간지점에서 조우, 쿨하게 거래를 마치고 돌아와버렸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시엔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는 ㅠ


단지, 마치 2년전의 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거래를 위해 뵈었던 1시간여 동안 내내 M8D에 대한 만족감으로 


가득차 계셨던 구매자분의 표정만이, 뇌리에 좋은 기억으로 강렬하게 남았네요. 


시계라는건 어떤 계기가 되었건 한번이라도 '팔아야하나?'라는 생각을 마음에 품었던 사람 보다는, 구매자님과 같이


마음에 한점의 거리낌도 없이 오직 시계에 대한 만족감으로만 가득찬 분께 가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듭니다.


비록 처음 계획보다는 급하게 내려진 결정이긴 했지만, 어쨌건 결국 제가 기변을 하게 된 데에 대한 辨을 해보고자 합니다.


(원래 조용히 넘어갈라 그랬는데, 이건 뭐 제 닉네임으로 과장 좀 보태 게시판 절반 가량이 채워질 지경이니 ㅠㅠ)



1. [무조건 예뻐야돼!!] > [시계는 실제로 착용하기 좋아야 제맛이죠!]


시계생활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스스로 정해둔 계명들이 열개 남짓정도 있는데요^^;


그중에 제1 계명이 무조건 예뻐야돼!! 이고, 제2 계명이 실착하기 좋아야 제맛 입니다.


포스팅도 한번씩 했습니다 ㅋ (https://www.timeforum.co.kr/2299197 , https://www.timeforum.co.kr/4756322)


가장 근본적으로 이번 기변은 결국 1계명이 2계명을 이긴 결과.. 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금통의 부담스러움(시선, 관리 등), 상대적으로 보다 노간이 날 수 있는 점, 용도가 그야말로 드레스워치 쪽으로 보다 제한되는 점 등


실착과 관련한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제 눈이 '썬문이가 더 이쁘다' 라고 느끼고 말았습니다..


 

(이런데도? 진짜루? 정말루?? ㅠㅠ)


실착과 관련한 실용성에 대해서는 M8D가 압도적으로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롱리저브에, 날짜도 시원하게 잘 보이고, 스틸이라 부담도 덜하고, 그러면서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여름에는 네이비 계열 스트랩으로 바꿔 찰 수 도 있고..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죠.


근데도, 한번 이쁨에 눈이 돌아가고 나니 (누차 강조하지만 이건 당연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ㅎ)


소장용 시계 라는 것 만큼 아까운 것도 없다.. 라고 평소에 생각하던 제가 심지어


'이건 그냥 소장용으로 보기만 해도 좋겠어 ㅠㅠ' 라는 생각까지도 잠시 해버릴 정도였네요 ㅠ


물론 기회가 닿는대로 많이 착용해 줄 것이지만요 ㅎㅎ



2. 크기와 두께의 패러다임에 갇힌 사고


이거 참 피곤한 사고 구조입니다.. 특히 요즈음 같은 빅사이즈 워치가 트렌드인 시대에는 더더욱이요.


자꾸 옛날에 나온 작고 얇고 이쁜 시계를 찾아 헤매이게 되네요 ㅠ


M8D도 세미 드레스워치로는 결코 크고 두꺼운 시계가 아니며


오히려 키가 큰 편이시거나 풍채가 좋으신 분들, 손목이 좀 되시는 분들께는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게 잘 어울리는 드레스워치이겠으나..


15.5cm의 손목을 가진 저는 항상 마음 한켠에 '아, 진짜 조금만 더 작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근데 또 그렇다면 리베르소는 충분히 작고 얇은 것이냐.. 라는 데에 대해 저의 생각은


이제까지는 물음표 였습니다만, 그랑 테이유 케이스의 썬문이를 접하고 나서


그 물음표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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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그투러그 밖으로도 저렇게 손목이 제법 남는게 좋아요 ㅠㅠ)


세련된 드레스워치(포지션을 굳이 따지자면 세미 드레스워치와 포멀 드레스워치의 중간 정도.)로서


손목 가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사이즈 이더군요.


글쎄요.. 근데 뭐 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M8D 신형이 케이스 직경과 두께를 각 2mm씩만 줄여서 나와준다면


다시금 M8D로 돌아가려 하는 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기와 두께를 어떻게 그렇게 많이 줄이냐구요? 요즘 예거 하는거 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ㄷㄷ



3. 오리지널리티 매니아


제가 확실한 아이덴티티, 원조, 오리지날, 이런거 참 좋아합니다 -_-;


M8D를 처음 좋아하게 된 것도, 21세기 그랑 리베르소의 오리지널 빅마마 70eme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반해있던 차에..


70eme 외의 그 어떤 다른 모델에도 허락되지 않았던 다이얼 전면부 RDM + 쥬르에뉘 + 빅데이트 + 섭세컨 조합이라는 요소를


물려받은 (그것도 스틸 케이스까지 만들어주면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M8D 임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70eme는 구할 길도 없고, 경제적 능력도 안되고, 크기와 두께도 제 기준으론 부담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완벽한 대안'을 찾은 것이죠.


그러나 그 대단한 빅마마 70eme마저도 디자인에서 상당부분 영향을 받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구형 썬문 이었던 것입니다..


(구형썬문 1999년 출시, 70eme 2002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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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닮았죠? ^^)


게다가 예거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리베르소.. 


그리고 드물게도 예거에서 힘을 좀 실어줄 생각이었는지 금통과 플래티넘으로만 제작..


(PT 케이스의 리베르소는 구형 썬문이가 최초라고 하던데,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이런 엄청난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 앞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네요 =3



4. 컬렉터로서의 속물근성


아래 관련 글에 몇몇 분이 언급해 주셨습니다만, 리베르소 썬문 구형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른바 '레어템'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단종된지 10년을 향해가고 있는 현실에 역행하여


그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시계 경매 안티쿼럼에도 벌써부터 종종 출품되어, 예상 낙찰가를 심심찮게 상회하여 낙찰이 되는 모습,


낙찰가가 시간이 흐를 수록 야금야금 올라가는 모습 등을 보며 이전부터


'아 나도 저런 시계 하나 소장해보면 기분이 어떨까?' 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 제 마음을 강하게 뒤흔들었던 일본 유명 중고사이트 타xx널 의 썬문 매물에 적혀있던 문구..


'단종되었습니다. 매우 유감이군요.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시계입니다.'


단종된 귀한 시계, 레어템이 정말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이 들어오고 팔려나가는 x임터x에서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시계'라고 말해주다니...


이쯤되면..


제가 뭐 해외에 자주 나가고 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나간다 해도 예거 시계를 알아볼 매니아를 만날 가능성이라는건


정말 작은 가능성에 지나지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해외에 나가서 우연히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오 좋은 시계군요" , "오 비싼 시계군요" 라는 반응에 앞서


"오 이 시계 어떻게 구했어요??" 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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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자리에서 반즈님의 M8D 셀리니 한정 검판을 처음본다며 사진좀 찍어도 되겠느냐 허락을 받고 촬영중인 무려 예거 CEO 제롬 렘버트 님의 모습..

이런 장면이야말로 저의 로망입니다 ㅠㅠ)



이런것도 어쩌면 컬렉터로서의 속물 근성이겠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인지 여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 상상 속에서,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만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시계.


그게 썬문이였습니다 ㅎ


(사실 모 해외 유명 포럼에 살짝 올려봤는데, 예의성 멘트인진 모르겠으나 실제로 많은 해외 포러머들로부터


골져스! 어썸!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ㅎㅎ;)



5. 컬렉션에서 로얄오크의 존재


2년여 전 여러 시계를 팔고 M8D 하나로 통합하던 당시 저를 지배하고 있던 생각은 '올인원'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올인원을 실현시키기엔 M8D만한 아이템이 없었죠.


그런데 역시 또 우연한 기회에 로얄오크라는 녀석이 컬렉션에 들어오게 되고..


M8D가 컬렉션에서 담당해주어야 할 '서브마리너 이외의 모든 영역' 의 상당부분을


로얄오크로 커버할 수 있게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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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도... 티아라가.. 아니.. 로얄오크가 잘못했네.)


그래서 컬렉션 전체를 놓고 보게 되면, 어쨌든 가장 포멀한 드레스워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시계가


M8D 또는 썬문이었는데, 그래도 썬문이 역시 좀더 포멀하다.. 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RO를 처분하는 것도 역시 한 선택지였습니다만, 예산상의 압박으로 그렇게 하진 못했네요 ㅠ


멀티예거 오너..라는 꿈은 결국 1주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두개 같이 놓고 사진한장 못찍었네요;;



6. 금이 좋아요


디버클에 들어간 금만 녹여도, 제 결혼반지 세개정도는 너끈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아효 ㅠㅠ




뭐 이러한 이유들로...


결국 저의 선지름 후고민은 썬문이가 남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더랬습니다.


아, 럭비님이 제기하신 의문..


불과 1, 2주 전의 안정이니 정체니 하는 멍멍소리는 도대체 무엇이었느냐!;;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그 때 까지만 해도 썬문이를 영입할 생각과 계획이


저에게는 전혀 없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우연한 기회와 맞아떨어진 여러가지 조건들..에 의해


약 3, 4일 정도 만에 급박하게 이루어진 선지름 이었거든요.


그러니 너무 노여워 마세요 ㅠ


이제는 저도 좀 조용하게 시계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ㅠㅠ


암튼, 기존의 기변은 항상 원래 보유하고 있던 시계들의 안보이던 단점들이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함을 그 출발점으로 했다면,


이번 기변은 그것이 전혀 없던 상태에서 '더 이뻐 보이는' 녀석이 굴러들어 옴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네요..


잘한 결정일지는 역시나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상으로 허접한 기변의 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__)


*맨 위 사진 4장은 귀차니즘으로 인해, 퍼온 이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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