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히스토리컬 피스Historical Piece
2017년 바젤에서 세이코는 그동안 세이코의 여러 라인중의 하나였던 그랜드 세이코의 독립 브랜드 런칭을 발표합니다.
마치 도요타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렉서스를 런칭시키면서 저가 이미지의 '도요타'를 배제해 버린 것 처럼,
이제 그랜드 세이코는 다이얼에서 '세이코'를 빼버리고 그랜드 세이코만을 내세우게 된 것이죠.
가히 그랜드 세이코 리부트Reboot라 할 수 있는 이런 브랜드의 역사에 길이 남을 시도를 기념하기 위해 세이코는 한정판으로 SBGW251, 252, 253을 발매합니다.
1960년, 그랜드 세이코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의 모델인 ref.3180의 디자인 컨셉을 따르는 이 한정판들은 그 생산갯수 자체가 세이코의 역사적인 숫자를 표시하고 있는데요,
플레티넘 모델인 SBGW251의 생산 갯수인 136개는 세이코의 136주년을 뜻하고,
골드 모델인 SBGW252의 생산 갯수 353개는 최초의 그랜드 세이코 ref.3180의 발매일을 365일 기준으로 표기한 것입니다.
스틸 모델인 SBGW253의 생산 갯수 1960개는 당연히 최초의 그랜드 세이코 발매년인 1960년을 뜻하는 것이고요.
한정판 갯수마저 범상치 않은 의의를 가지는 SBGW251~3은 단순한 ref.3180의 복각이 아닙니다.
ref.3180의 충실한 복각은 2013년 세이코 130주년 기념으로 나온 SBGW033이 이미 존재하며,
SBGW251~3은 복각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그랜드 세이코를 여는 최초의 그랜드 세이코로서 ref.3180과 동일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이코는 이것을 'Re-Creation of the 1st Grand Seiko'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JGrMxiXo4k
위의 Basel 2017 그랜드 세이코 프리젠테이션을 보시면 SBGW251~3이 단순한 복각 모델이 아닌, 앞으로 그랜드 세이코의 역사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히스토리컬 피스Historical Piece'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Grand Seiko' 단독 표기
세이코는 2017년 그랜드 세이코를 독립 브랜드로 런칭하면서 그랜드 세이코의 다이얼에서 'SEIKO'를 빼 버렸습니다.
그동안 그랜드 세이코는 다이얼에
SEIKO
GS
Grand Seiko
무려 삼중 표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고지식한 세이코 입장에서는 당연한 표기인 것이,
'SEIKO'는 브랜드 네임, 'GS'는 그랜드 세이코의 로고, 'Grand Seiko'는 라인 명으로 모두 꼭 필요한 표기들이었습니다.
마치 오데마 피게에서 로얄 오크가 제일 유명하다고 로얄 오크의 다이얼에서 'Audemars Piguet'을 빼고 'Royal Oak' 만을 표기할 수 없듯이,
세이코 입장에서는 모두 꼭 필요한 표기들이었지요.
하지만 'SEIKO' 표기가 고급 브랜드인 그랜드 세이코의 프리미엄을 희석시키는 측면이 지대했기 때문에, 2017년 세이코는 그랜드 세이코를 독립 브랜드로 런칭 시키면서 다이얼에서 SEIKO 표기를 빼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그랜드 세이코를 위한 그랜드 세이코에 의한 새로운 그랜드 세이코의 표기에도 불구하고 SBGW251~3의 브랜드 표기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다이얼에 오롯이 'Grand Seiko' 만 표기되어 있는 방식은 지금까지 오로지 그랜드 세이코의 시작 ref.3180과 그 복각 SBGW033, 그리고 그랜드 세이코의 새로운 시작 SBGW251~3에만 허락된 표기로 그 외의 그랜드 세이코는 설령 새로 시작하는 그랜드 세이코라 하더라도
GS 25
Grand Seiko
이중 표기를 하는 방식이 체택되었기 때문입니다.
복각과는 다른, Re-Creation.
SBGW251~3은 디자인 컨셉이 ref.3180을 따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복각이 아닌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싸이즈가 볼륨 업 되었습니다.
(SBGW253과 SBGW033 크기 비교. 껌스님 사진 불펌입니다...)
ref.3180이 35mm, 그 복각인 SBGW033이 35.8mm임에 비해 SBGW251~3은 현대적인 드레스워치의 표준 싸이즈라 할 수 있는 38mm를 채택했습니다.
셔츠에도 무난히 착용할 수 있고, 반팔에도 어느정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38mm의 러블리한 싸이즈는 ref.3180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싸이즈와 함께 SBGW251~3을 기존의 형제들(ref.3180, SBGW033)과 가장 뚜렷이 구별되게 하는 것은 다이얼 칼라입니다.
플래티넘 모델인 SBGW251은 기존에 없던 톤 다운 된 화이트 다이얼을 사용하고 있으며,
골드 모델인 SBGW252는 기존의 ref.3180이나 SBGW033과 유사한 베이지톤의 다이얼을,
가장 많은 수가 발매된 SBGW253은 화이트 다이얼을 채택하였습니다.
(SBGW253과 그랜드 세이코의 여러 톤 베이지 다이얼과의 비교. 껌스님 사진 불펌...)
특히 1960개 발매로 가장 많이 보게 될 SBGW253의 화이트 다이얼은 그랜드 세이코 특유의 다이아몬드 컷팅 된 칼침 핸즈와 인덱스, 자랏츠 유광 폴리싱과 어울려져서 빛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시키며 전체적인 시계의 모습을 화려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합니다.
만약 빈티지적인 컨셉으로 SBGW253을 접근하려 하신다면 많은 괴리를 느끼시기 십상이라 그런 쪽 느낌으로는 SBGW252나 SBGW033을 권해 드립니다.
아직은 약한 디테일
SBGW253의 러그는 19mm, 버클은 16mm를 사용합니다.
19mm의 변태 러그이기는 하나 예전부터 드레스워치에 많이 적용된 싸이즈라 큰 문제는 없으나...스트랩 퀄이 약간 한숨이 나옵니다.
스티치가 없는 빈티지 스타일로 원작인 ref.3180의 스트랩까지 복각했다고 하나...
앞서 말한대로 시계는 새것처럼 번쩍번쩍 하는데 스트랩은 복각 스타일이라 조화롭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악어라고 하기에는...흠흠...
사실 지금까지 제가 악어와 악어무늬 소가죽 정도는 구별할 줄 안다고 생각 했는데...악어무늬 소가죽 같아 보이는 악어는 처음봅니다...ㅋ
버클또한 3180의 복각 스타일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집니다.
ref.3180의 충실한 복각으로 이미 SBGW033이 존재하는 마당에...
그랜드 세이코의 재시작을 알리는 SBGW253에 굳이 ‘SEIKO’ 로고가 큼직하니 박혀있는 버클을 끼워놓은 까닭이 뭘까요? 다이얼에서 ‘SEIKO’ 로고를 지우기까지 한 마당에 무엇이 아쉬워서?
덕분에 손목 쪽을 보게 되면 묘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용두도 마찬가지입니다. ‘SEIKO’ 로고가 빠진 것이 너무 안타까운 양 ‘S’ 로고가 큼직하니 박혀 있습니다.
두께또한 아쉽습니다. 11.2mm의 두께는 실사용에 큰 불편은 없는 두께이지만 심플 수동이 10mm를 넘는 두께라는것은...
논란의 리테일가
Grand Seiko SBGW 253의 국내 공식 리테일가는 910만원입니다.
다시 한 번 반문하게 되는 리테일가이고,
(예? 얼마라고요? 제가 잘못들은거 아니죠?)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리테일가입니다.
(예? 심플 수동이 910만원이라고요?)
심심해서 일본 리테일가인 64,8000엔에서 외국인이 면세가인 60만엔으로 현지구매해서 국내로 들어올 때를 가정해서 관세 포함한 가격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2017년 5월 7일 환율로
시계값 6,107,940원에 관세 2,462,914원이 붙어서 총 857만854원이 소요됩니다.
국내에서 구입 시 리테일가 910만원에 한정판이라 절대 할인 불가 정책으로,
백화점 구입 시 백화점 카드 5% 할인에 상품권 행사 25만원 받으면 850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딱 해외 현지구매 가격으로 리테일가를 책정 했군요. 그것도 할인율까지 계산해서...
사실 약간의 부족한 디테일 때문이지 해외 시계 싸이트에서 SBGW033과 랑에의 삭소니아 thin 37mm를 비교하는 리뷰까지 있을 정도로 그랜드 세이코의 만듦새는 인정할 만합니다.
하지만 불과 4년 전 SBGW033의 리테일가 45만엔과 SBGW253 리테일가 60만엔 사이의 그 어떤 인정할 만 한 업그레이드 없이 단지 그랜드 세이코를 독립 브랜드로 새로 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리테일가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큰 문제점
이전의 그랜드 세이코던, 새로 시작한 그랜드 세이코던...
국내 판매 방식의 문제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그랜드 세이코 마스터 샾이 있어서 이런 점이 좀 덜 하겠지만...
저같은 경우 리테일가 910만원 짜리 시계를 상담하는 와중에 옆에서는 50만원짜리 세이코 시계에 대한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오메가, 롤렉스 이상급 매장방문 경험만 있어도 세이코 매장과 직원들의 응대가 전혀 그랜드 세이코의 리테일가에 걸맞지 않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직원들의 브랜드에 대한 프라이드도 '세이코'에 맞추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국내 시계시장의 저변 부족으로 파텍이나 AP, 랑게같은 하이앤드 브랜드들도 정식 부띡 없이 딜러 판매에 의존해서 AS 측면에서 불편함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세이코 매장처럼 수십만원~천만원대를 아우르는 난잡한 판매 형태를 보여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랜드 세이코의 이런 판매 방식은 아무리 브랜드를 독립시키고 리테일가를 올려 봐야 고객에게 고급시계를 사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힘듭니다.
오히려 호구잡히고 있다는 느낌만 더할 뿐이죠.
적어도, 단 한개의 매장만이라도 독립된 브랜드의 위상과 리테일가에 걸맞는 그랜드 세이코 전문 매장을 오픈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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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910만원의 속쓰리는 리테일가...하지만 그랜드 세이코는 묵묵히 품질로 논란을 잠재워 줍니다.
이쁜 사진들을 끝으로 재팬 동 첫 포스팅을 마칩니다.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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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GW033은 정말 혜자스러운 가격이었죠...이제 그런 시절은 다신 안올라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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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드
2017.05.09 14:47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좋아보이네요 다만 언급하신 단점은 저도 동감합니다 특히 가격적인 부분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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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멋집니다~^^
다만 가격에 대한 부분은 매장가서 들을때마다
고민되는 가격입니다;;
이 가격이면 햐....싶은...
그래도 그랜드세이코 시계는 한번쯤 들여보고 싶은 매력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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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
저 mdoc님 팬인데 언급되다니 영광입니다.
다만.. 건대부띡에서 저 사진 인터넷에 올리지 말아달라구 했었는데....ㅋㅋ 이정도 퀄리티 글이라면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사실 그랜드세이코 재런칭을 기념하기엔 아쉬운(?) 디테일이 말씀처럼 몇개 있습니다만 시계자체는 참 예뻤습니다.
득템 축하드리며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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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미리허락을구했어야했는데죄송합니다. SBGW033이진정한위너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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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드레스 시계들은 다이얼 마감이 칼라트라바 수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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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구입하신거 보면 그만한 값을 하는거군요!!
그세위 다이얼쪽을 보면 인정을 안할수가없숩니다~ 득템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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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2017.05.10 16:43
저도 얼마전에 구입후 만족중입니다,,,
백옥같은 흰색판에 칼침,그리고 포인트로 파란색 초침이 잘어울어져,,,
많은 하이엔드급 시계접해봤지만 비슷한 퀄러티이거나 더 높지 절대 뒤지지않습니다,,,(개인적 견해^^)
가격대가 점 쎄게 나와서 그러지 후회없는선택입니다,,,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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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동감합니다.
일본의 경우 마스터숍 부띠끄가 따로 존재하여 방문시 부담스러울 정도로 접대를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국내 삼정시계는 그랜드세이코 취급점이 적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대응도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또한, 일본은 GS9이라는 별도의 클럽을 운용하여 자국내 마스터숍에서 구매시 가입이 가능하며, 이벤트 및 사은품등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랜드세이코가 추후 독립브랜드로서, 그리고 국내에서 자리잡기에는 마케팅에서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너무나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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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ime24
2017.05.11 12:36
그세는 복각이 현행보다 훨훨훨씬 이뻐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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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ime24
2017.05.11 12:37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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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필력에, 좋은 사진과 센스넘치는 개그까지 더해져서 아주 멋진 리뷰입니다 ^^
그리고 하나같이 다 공감되는 내용들입니다ㅎㅎ
리테일가에는 정말 '영악하다'라는 표현밖에 할 수가 없네요;;
앞으로는 좀 한국 시장에서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그랜드세이코가 활약해 주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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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in
2017.05.12 00:41
역시 그랜드세이코는 빈티지와 복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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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tPlace
2017.05.12 17:23
말씀하신대로 세이코를 빼는게 너무너무 아쉬웠나 봅니다. 아쉬운 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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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inprost
2017.05.16 15:32
오히려 보기 좋은 모습 같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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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5년간 타포에서 본 리뷰 중 가장 멋진 글입니다 출시때 관심 갖다가 가격을 듣고 단념했었는데 그세에서 보급형으로 유사한 디자인에 비한정판 모델이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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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한정판 실물 정말 이쁘더라고 ㅠ
근데 스누피까지 들고 계시는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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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진들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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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아빠
2017.09.19 10:05
대단하십니다....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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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루즈
2017.11.14 00:23
글 잘보고 배우고 갑니다 ㅎ 님 론진 금장 모델명이 어떻게 되는지요???? 기필고 구매해보고파서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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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애비
2018.01.07 20:58
리뷰보고 구매를 결심한 1인입니다. 국내 가격은 넘 부담되어 일본에서 구매하려 했는데 품절이네요. 아쉬운 마음에 골드버젼 실착만하고 왔습니다. 크기도 제 손목엔 딱이었는데 넘 아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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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
2018.01.16 08:13
033 오너로써 괜시리 마음이 뿌듯해지는 게시글이네요! 그세에서 251-3 발표했을 때 속으로 굉장히 불편했거든요.. 그나마 사이즈도 다이얼 디자인도 오리지널에 입각한 게 아닌 "모던화" 된 디자인이라 안심이 되었죠 ㅎㅎ 033은 앞으로도 쭉 데리고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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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단하십니다
리뷰 볼때마다 항상 대단하단말뿐
한번 뵙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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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잠
2018.02.12 17:22
칼라트라바를 연상시키네요
말씀하신 부분들 거의 대부분 동의합니다 ㅎㅎ
브랜드 분리는 좋았으나 뭔가 아쉬운...
전 이번 모델 발매로 인해 오히려
sbgw033의 가치가 더 높아지지 않았나 싶네요^^;
일옥에 300만원 대까지 있었는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