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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콩 669  공감:5 2018.05.12 00:24

수년간 제 서랍안에 보관하고 있던 할머니의 시계를 기쁜마음으로 꺼내어 보네요.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의 시계입니다. 30년은 훨씬 넘은 시계에요.


가느다란 시계줄과 할머니의 거친 손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에게도 가느다란 손목에 예쁜 시계를 차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던 텐데 말이죠.


그때는 그 거칠은 손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는 어린 아이였습니다.



어느날 부터인가 할머니는 시계를 차지 않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할머니 혼자 어린 손녀를 키우시기에는 참 힘든 시간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다른 장신구는 다 파셨어도 이 시계 하나만큼은 간직하고 계셨어요. 할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것 이라고 해요. 


시간이 흘러,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시기 시작할때쯤, 저를 불러 이 시계를 주셨습니다.


줄 것이 이것밖에 없으시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시계는 아직도 할머니의 시간에 멈춰있습니다.


사실 이 멈춰있는 시간이 제게는 그리움으로 남아 이대로 소장하고 싶기도 하여서


복원할곳을 찾아 헤메기도 했지만 선뜻 맡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간직하고 있던 시간이 1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그러다 어느덧 저도 결혼을 앞두게 되었어요. 예물은 따로 안하려고 하는데요.


이번에 이 시계를 복원할수 있다면 정말이지 제게는 일생일대의 큰 선물이자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결혼예물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더 미래에는 자녀의 예물로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저는 여러 나라에서 타지생활을 오랫동안 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초에 결혼 준비를 하러 한국에 귀국했어요.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사는 동안에도 이 시계는 항상 부적처럼 가지고 다녔습니다.


서럽고 외로운 타지생활에도 서랍을 열어 시계를 볼때면 위로가되고 힘이 되었어요.


할머니가 지켜보고 계시는 것 같아서요.



가끔 한국에 들어올때마다 시계수리에 대해 알아보고 다녔었는데,


여느때처럼 시계복원 검색해보다가 이벤트를 발견하고 얼마나 마음이 벅찼는지 몰라요.


무엇보다 덕분에 할머니와 시계 이야기를 처음으로 이렇게 해보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따라 그 거칠은 손이 생각는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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