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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 14467  공감:19 2007.09.11 00:09

 

오메가..

오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만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하고도 복잡한 역사와 그에 따른 다양한 면면을 이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죠. 아마 많은 분들이 오메가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유명하지만 로렉스보다 좀 못한 시계라고. 맞는 말입니다. 입문용 프레스티지 워치라고 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메가는 로렉스와 비교되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두 브랜드는 높은 인지도와 많은 생산량(고급시계 브랜드 중)을 자랑하죠. 하지만 그 두 시계의 마케팅 방법을 살펴보면 천양지차라 할 수 있습니다.

 

로렉스는 장사를 무척 편하게 하는 회사입니다. 그들은 매우 단순한 시계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하는 무브먼트도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로렉스를 표준이라 생각하며 따라서 매해 많은 신모델을 내놓지도 않으며 큰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즉 대중이 자신들을 따라오도록 하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마케팅을 완전히 소화해내는 시계 브랜드는 단 두개..파텍필립과 로렉스 밖에는 없습니다.

 

반면 오메가는 수많은 시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해 수많은 새로운 모델들을 쏟아내며 사용하고 있는 무브먼트도 로렉스보다 훨씬 많습니다. 다시 말해, 오메가는 대중의 기호를 쫓는 브랜드입니다. 예를 들어 레일마스터에 크로노그래프가 달려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 다음 해 바젤 박람회에는 레일마스터 크로노그래프가 반드시 등장할 것입니다. 광고 역시 007을 필두로 하는 스타 마케팅에 힘쓰며 로렉스에 비해 좀 가벼운 느낌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할까요?

 

오메가의 현위치를 정확히 알려면 영광의 역사도 좋지만, 그보다 시련의 시작이었던 한 사건과 그로 인한 파장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바로 쿼츠 쇼크(quartz shock) 혹은 쿼츠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19세기에 이르러 시계산업의 중심은 스위스에 자리잡았고 스위스 시계(넓은 범주에서 독일 시계를 포함하여)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꾸준한 기술적 진보를 통해 지금의 수동시계 메커니즘이 탄생하였고 20세기 초에는 손목시계의 유행으로 시계의 소형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대공황의 시대와 2번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0~50년대부터는 자동시계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고 이 때 이미 기계식 시계기술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는 한 순간에 스러져 버렸습니다. 바로 70~80년대에 불어 닥친 일본 발 태풍, 즉 quartz shock에 의해서 말입니다. 원래 전지를 통한 수정의 진동을 이용하는 quartz 시계, 즉 전자시계 기술은 일본과 스위스에서 거의 동시대에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량생산에 먼저 적용한 쪽은 seiko를 필두로 한 일본기업들이었고 기술개발에 소홀했던 스위스가 치른대가는 너무나 컸습니다.

 

쿼츠시계가 가진 특징, 즉 정확하고(기계식 시계로는 범접할 수 없는 정확도..) 저렴하며(발매초기 몇 년간은 고가였지만..) 반도체 기술만 보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또한 디지털시계의 경우 기계식 시계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은 기계식 시계 시장을 쓸어버리기에 충분한 마력이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지거나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한 시계회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쿼츠혁명이 시작된 이래 10여년 만에 스위스 시계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니 어느 정도의 충격이었는지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80년대에 이르러 오메가 역시 도산하다시피 하였죠. 오메가의 타격이 컸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많은 생산량과 경영정책의 부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오메가는 거대한 공장과 수많은 모델을 보유한 스위스 고급시계업체의 선두주자였으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점이 쿼츠 쇼크에 대응하지 못하게 된 이유로 생각합니다. 많은 생산량은 긴축을 어렵게 하였으며 또한 너무 많은 모델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로렉스가 뚝심있는 정책으로 일관성을 잃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 두 브랜드의 격차는 바로 이 때 벌어진 것입니다. (70년대 이전까지의 오메가는 로렉스와 큰 차이가 없는 위치에 있었으며 30~60년대 오메가의 빈티지들을 보시다 보면 정말 시계 역사의 보물들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간 이렇게 위기에 빠진 스위스 시계업계가 취했던 자세는 M&A와 ETA Ebauche의 사용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메가, 티소 등 유수의 메이커들이 속해있던 SSIH은 1984년 결국 다른 거대회사인 ASUAG와 통합되었습니다. 이 ASUAG SSIH 그룹은 곧 SMH 그룹(현재 Swatch 그룹의 전신)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지금도 최고의 마케팅 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Swatch라는 저가시계가 탄생하였으며 고급시계 시장에서는 오메가를 중심으로 한 여러 브랜드가 리뉴얼되었습니다. 15개 남짓한 많은 브랜드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가격 및 브랜드 성향에 따라 피라미드 구조(일명 3단 케익구조)를 이루게 되었죠. 이러한 작업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현재 스와치 그룹의 CEO인 니콜라스 하이에크이며, 지금 스위스 시계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입니다. (참고로 스와치 그룹 산하의 17개 브랜드의 매출은 전체 스위스 시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오메가는 SMH 그룹의 가장 중심적인 브랜드가 되었는데 리뉴얼의 핵심은 수많은 모델들의 정리였습니다. 오메가는 원래가 무척 많은 모델들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위에서 언급한 시련의 시간 동안 그 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이 당시 시계들을 보면 어떤 것들은 정말 철학의 부재라고 얘기할 만한 졸작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가지치기 작업과 함께 오메가는 위에서 말씀드린 ETA Ebauche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다 아시고 계시겠지만 ETA란 시계 movement 제작회사의 이름입니다. 현재 스와치 그룹 소속인 이 회사가 스위스 시계 대부분(스와치 그룹 뿐 아니라..)을 구동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하이엔드급 브랜드나 몇몇 자사무브먼트 내지 타 무브먼트 제작회사의 에보슈를 사용하고 있는 회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ETA 무브먼트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죠.

 

쿼츠혁명 이전의 시계회사들은 각 메이커마다의 자체 제작 무브먼트 혹은 여러 Ebauche업체의 무브먼트를 사용하였으나 이러한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 제작회사들은 대부분 도산하여 없어지거나 ETA 등 거대회사들에 의해서 통합되었습니다. ETA는 그 수많은 무브먼트 중 경쟁력이 있는 몇 개를 집중적으로 생산하였고 오메가 역시 자사 무브먼트를 버리고 ETA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오메가로서는 자존심 상하고 슬픈 일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죠.

 

여하튼 이러한 개혁의 성과로,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메가는 서서히 예전의 위상을 어느 정도는 회복했고 지금에 이르렀으며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비록 완전한 기술이라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2000년대부터 co-axial 탈진기를 장착한 무브먼트인 Caliber 2500(base는 ETA이지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칼럼휠을 장착한 자사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Caliber 3303)에 이어서 최근 하이엔드급에 버금가는 자사 범용 무브먼트(Caliber 8500)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투자와 성과를 배경으로 하이에크 회장은 앞으로 로렉스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이 진심인지 아니면 이 또한 마케팅의 일환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과연 오메가가 로렉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요?

 

가까운 시일 안에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계산업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자본 및 기술장벽이 매우 견고한 편입니다. 따라서 시계산업은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브랜드 포지션의 상향작업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오메가는 기술과 자본력에 관한 한 발군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의 브랜드 포지션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너무 높으며 실패할 경우 스와치그룹 전체에 타격을 갈 수 있는 거대 브랜드입니다. 그러므로 제 생각에는 오메가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지금의 위치를 고수해나가며 장기적으로 천천히 개혁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즉 저가모델들을 한번에 단종시키는 대신 고가모델과 함께 팔면서 점차적인 이동을 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오메가의 행보는 독자적인 영역을 이미 구축한 로렉스에게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저변이 약한 중급 브랜드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준 하이엔드라(상급모델에 한하여..)고 얘기하는 율리스 나르당이나 지라 페르고 등마저도 엔트리 모델들은 모두 ETA 무브먼트를 채용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으며 자사 무브먼트로 무장하게 될 오메가는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겠죠. 물론 몇몇 경쟁사들 역시 범용 자사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거나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거대브랜드 오메가의 공격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는 듯 합니다.. 물론 선결과제는 많습니다. 아직도 많은 모델 숫자를 줄여야 할 것이며 할인정책 등도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저가모델의 단종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이에크와 그의 아들 닉 쥬니어라면 결국 해낼 것 같아 보이는군요. 하이에크는 천천히, 그리고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살아서 그 완성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오메가..

모든 것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메이커입니다. 결코 매니아들의 브랜드는 될 수 없지만, 모두를 담아낼 만한 거대한 그릇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르네상스가 벌어지고 있는 21세기초, 그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오메가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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