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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_175152.jpg : 길고 긴 GMT 2 구매기 -쓸데없이 긴 글이니 주의 바랍니다-



와이프의 선물 제안으로 시작된 로렉스 GMT 마스터 2 구입기입니다. 

의도치 않은 절제의 삶 덕분인지 날 좋은 6월 와이프님이 가지고 싶은 한가지를 사주겠다며 램프의 요정처럼 말씀을 하셨습니다. 

뭔가를 구입하는데 쓸데없이 신중한 성격이라 망설였었죠. 그러다 질러 보자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생각해 봅니다. 부산 모터쇼에 출품된 카마로SS 로 8기통의 허세를 충족하느냐 곧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아 달라고 하느냐 혹은 항상 구매욕이 넘쳐나는 시계를 구입하느냐 하는 행복한 고민을 아내님 덕분에 했었죠. 
결론은 시계 였습니다.

-예산-

1,000만원~1,400만원

일년전 와이프와 우연찮게 롯데 애비뉴엘에서 본 예거의 엔트리라인 가격인 1,000만원을 기점으로 최대 +- 400만원을 잡았습니다. 

1,000만원 ~ 1,400만원 사이의 블랑팡, 제니스, 예거, iwc, 등 국내 백화점에서 구입 가능한 브랜드 위주로 찾았으며 할인이 적용된 가격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거의 운석 다이얼이 적용된 제품과 블랑팡의 엔트리?(문페이스), 제니스의 엘~~~ 제품들을 착용했지만 정장과 쓰레빠 모든 옷차림에 어울리는 Field Watch를 찾고자 한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예거와 블랑팡 등의 스포츠 라인은 가격대가 높았으며 높아질 눈을 감당 할 자신이 없어 착용도 하지 않았습니다.

추가적인 고려 사항은 노세일 브랜드였습니다. 정가로 구입하고 세일 가격을 보며 배 아프기는 싫었습니다. 
로렉스를 제외한 많은 브랜드들이 적정선의 할인을 제시하였고 이는 향후 예상한 가격보다 훨씬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렉서스가 LS 시리즈를 수천만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여 기존 소비자를 우롱, 구매력있는 소비층들이 등을 돌린 사례도 있죠. 

-시계가 할 일-

제 시계는 Daily+Field 컨디션에서 착용되며 관심은 가져주지만 착용하는 사람이 ‘주’로 사용 할 수 있는 시계,
 
일반 컨디션과 의도치 않은 겪한 상황에서의 내구성이 보장되고, 시류에 편성하지 않는 클래식함에 정장과 쓰레빠에 모두 어울리는 디자인과 시계 어디에서도 가능한 수리 용이성 더하여 오래도록 가격적인 가치를 보장 받는 시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계를 다양하게 구입 할 수 있거나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는 재력이 없으므로 다양한 목적에 부합되는 조건의 시계가 필요했습니다.  

위 조건들에 부합하는 브랜드(예산한도)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수리 용이성 측면에서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브랜드 혹은 희귀한 브랜드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 
Daily+Field로 굴리기에 부담이 되는 제품들(형태에 기인)도 제외, 결과적으로 남은 브랜드는 로렉스와 그랜드 세이코, 오메가 정도 였습니다.

-선택-

로렉스는 애초에 제가 가지고 싶은 시계는 아니었습니다. 

예거나 제니스처럼 시스루백 혹은 다이얼을 통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감상하며 자뻑 하거나 크로노그래프, 문페이스 등 양념이 많이 쳐진 시계들이 좋았습니다.  

시계 구매를 위해 타임포럼을 주력으로 기타 시계 사이트를 방문하며 관련 글을 읽는 과정에 로렉스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었죠.

제가 로렉스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린 시절 이모할아버지께서 새벽녁 자전거에서 주무시다 금통 시계를 도난 당하였고 그게 로렉스였다는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였습니다. 그 시절 이모할아버지는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자유롭게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합쳐져 로렉스의 이미지는 남이 훔쳐 갈 만한 고가품+자유분방한? 사람들의 시계였으며 나이가 들며 짭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제품 이미지 정도였습니다. 이 시점만 하더라도 오메가가 훨씬 좋았습니다. 

하지만 로렉스 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곳의 글들을 통해 로렉스에 대한 정보를 볼 때마다  제가 고려한 구매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지는 시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류에 편성치 않고 사골을 푹 우려낸 디자인, 막차도 된다는 내구성, 어디서나 수리 가능한 편리성, 정장과 쓰레빠 어느 옷차림에도 적절하게 어울리는 면 등 거의 모든 조건에 부합했습니다.  

로렉스에 대한 어느 정도의 호감이 생기고 직접 매장 방문을 하였습니다. 예거나 제니스, iwc 등 여타 유명 브랜드 매장과는 사뭇 다른 고객 응대로 브랜드에 대한 첫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데이트 겸 쇼핑 겸 각기 다른 백화점의 다섯 매장을 방문한 결과 로렉스의 응대 정도는 친절과 불친절의 경계를 아슬아슬 오가는 정도임을 알았죠. 결론적으로 구매 확정 시점에서는 상세한 설명과 함께 궁금증을 친절하게 해결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친절의 기준이 까다로운 우리나라에서는 불친절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도를 지키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구입을 위한 매장 방문시 착용은 데이토나, 서브마리너, gmt 마스터였습니다. 데이토나와 서브마리너는 스틸 모델이 없어 착용감만 알기 위해 스틸외의 모델로 하였습니다.데이토나의 경우 스틸은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 하였고 서브마리너는 얇은 손목에 맞지 않았습니다. GMT 의 경우는 후면의 두께가 얇아 의외로 착용감 괜찮았고 심플한 섭마의 다이얼이 심심하게 느껴진 제게는 포인트가 될는 시침 하나가 추가된 다이얼도 좋았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 듀얼타임은 해외 방문 횟수와 별개로 1,000만원 짜리 시계를 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없어 큰 고려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작년부터 해외 나갈 때 마다 뭔가 하나씩 분실하는 징크스가 생겨 더욱 그러했습니다.  

또한, 구입을 위한 대기 기간이 데이토나와 서브마리너 보다 훨씬 짧고 심지어 재고도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예약 구매의 기다림을 지루함이라고 생각하는 제게는 딱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GMT 블랙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 블루블랙의 배트맨을 꼭 한번 봐야지 후회가 없다는 생각에 직원분에게 배트맨 재고에 대해 문의하였고 마침 예약자에게 전달 직전인 배트맨이 창고에 있어 두 제품을 비교 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과 블루블랙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와이프는 블랙을 저는 배트맨이 끌렸습니다. 배트맨의 블루블랙 배젤은 젊음과 중후함을 모두 표현, 나이가 들어서도 무난하게 착용 가능하고 착용한 시계 하나로 나름 센스있는 할아버지 정도 포지션을 차지 할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중후함만으로 저를 가둬두기는 부족하다는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점 도 배트맨이 좀 더 끌리는 이유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한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밤낮을 고민하고 타임포럼에 의견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배트맨으로 최종 결심하고 전국에 있는 로렉스 매장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개 매장에서 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구매과정-
막상 구매를 결정, 매장을 방문하여 착용을 하니 불현 듯 1,000만원 짜리 시계 구입에 대한 막연한 망설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100% 아내의 자금으로 선물을 받는 입장이라 왠지 모를 미안함이 가장 컸습니다. 또한 1,000만원이라는 기회비용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며 1차 구매는 실패였습니다. 와이프와 동행했다면 고민의 여지도 없이 구매 하였겠지만 결정장애 증증인 저 혼자 가버린게 큰 실수였죠. 

매장에서 발길을 돌린 그 순간부터 살까말까 하는 고민은 향수병 마냥 감당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죠. 미친놈 마냥 하루 종일 로렉스 사진과 리뷰만 찾아보게 되고 마음 한구석이 텅빈듯한 허무함 등 피폐해지는 정신을 감당 할 수 없어 퇴근 후 무작정 매장으로 다시 향합니다. 호기롭게 다른 매장은 거들떠도 안보고 로렉스 매장으로 직행 하지만 역시나 문 앞에서 주저하며 발길을 돌려 백화점 나들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게 두 시간여를 고민하다 마음을 다 잡고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 재고 문의도 없이 방문했지만 1차 구매 시도 때 본 GMT 는 그 영롱함을 발하여 자리에 있었고 직원에게 한 껏 허세롭게 ’저거요‘ 하며 손가락을 까닥까닥 거리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 됩니다.  

구매시 시계 점검은
스틸 부분의 흠집 - 사파이어 글라스 흠집 - 날짜창 결합부 만듬새 - 시침, 분침, 초침, 24시간 침 - 배젤 움직임 - 용두 왕관 위치 - 다이얼 표면 등을 살짝살짝 확인하였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눈여겨 보지 않았음에도 나름 양품이라 상당히 만족중입니다.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 결제를 위해 상품권 업자를 불렀고 업자는 상품권으로 지불을 완료, 최종적으로 업자에게 해당 금액 입금이 남아 와이프에게 전화로 요청을 하였으나 15분 정도 연락이 안되는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친구를 만나러 길을 걸어가다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닐까하는 불안감부터 살짝 저를 놀리고 싶은 와이프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까지 온갖 망상속에서 시간은 흘러갔고 최종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구매를 완료 했습니다. 와이프에게는 친구와의 즐거운 대화로 짧았을 15분, 저에게는 긴장감 넘치는 15분이었죠. 심지어 어떤 방법으로 멋지게 구매를 안하고 나갈수 있을까 하는 전략까지 생각을.

-탈락 시계들-

그랜드 세이코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남들이 다하는 것보다 안하는 것을 선택하는 이상한 심리가 이때 발동이 된거죠.
하이비트와 스프링드라이브 등 왠지 모르게 풀풀 풍기는 공대감성이 좋았고 로렉스보다 좋아 보이는 마감 품질도 끌렸습니다.
하지만 중고로 구입 할 떄의 가격적인 메리트와 그 가격대가 향후 추가로 구매 할 수 있는 정도라는 생각에 접었습니다.

오메가는 생각외로 비싼 가격에 한방에 접었습니다. 플래티늄으로 제작된 GMT 모델의 경우 1,200만원에 이르는 가격이었고 비슷한 가격대라면 로렉스쪽에 가치를 좀 더 두고 싶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일련의 힘든 과정을 겪으며 구입한 GMT 2 마스터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렉스 품질에 부합하는 양품이었습니다.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오차도 그린씰의 +-2초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경험한 로렉스에 대한 느낌은 반지를 끼고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시계라는 점입니다.

기계적 장치가 하나 없는 반지와 같이 로렉스는 착용자에게 안정감을 주네요. 
항상 손에 있지만 어떤 행동을 하여도 반지와 같이 고장의 염려가 없다는 품질의 신뢰감이 바탕이겠죠.
기계 장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복잡한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에서는 받기 힘든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RELAX가 주는 ROLEX 가치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좋은 시계를 가질 수 있게 금전적으로 완벽하게 도와주신 아내에게 감사를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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