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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755 2007.05.16 19:44

 

블랑팡 6 마스터피스(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미닛 리피터, 문페이즈, 울트라 슬림, 스플릿 세컨드, 토빌론, 퍼페츄얼 캘린더 <사진 출처 : www.timezone.com>

 

손목시계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즉 사이즈라고 말하는 시계의 직경일 겁니다. 변화의 시기인 지금 시점에서 보면 틀린 말일 수 도 있지만, 드레스 워치가 34mm에서 38mm를 넘겨버린 기간과 스포츠 워치가 40mm에서 44mm 이상으로 변화한 기간은 못해도 15년이 넘고 또 현재진행형입니다. 쿼츠 쇼크를 지나 기계식 시계의 르네상스를 알리며 또 기계식의 진수를 담아낸 블랑팡의 6 마스터피스. 15년이란 숫자를 계산하기 위해 기준을 삼은 여섯 걸작의 등장 시점은 1991년이며 사이즈는 고작 (?) 33.8mm 였습니다. 또 스포츠 시계의 대표적인 아이콘의 하나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40mm 의 케이스를 가지게 된 것은 블랑팡의 6 마스터피스 보다도 한참 전의 일이고 지금도 그것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겪기 시작한 시계 사이즈에 대한 예측은 분분했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커지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거라 했고, 다른 누군가는 지금은 일시적인 붐이기 때문에 사이즈는 작아질 거라고도 했습니다. 후자라고 주장한 이들은 아마 빅 워치붐과 가장 연관이 깊은 파네라이를 보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계만을 수십 년, 백 년 이상 만들어온 메이커들과는 달리 기계식 시계에서는 정통성과 거리가 먼 어쩌면 패션 워치의 범주로 취급되었을지도 모르는 메이커가 붐을 큰 흐름으로 바꾸기에 역부족이라고 보았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몇몇 중소 브랜드들은 '요즘 갑자기 잘 팔리는 시계들이 컸기' 때문에 참여한 즉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보았을 수 도 있습니다. 또 매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을 이끌어 나가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롤렉스와 같은 메이커들은 표면상으론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롤렉스 요트마스터 II

 

 

랑게 & 죠네 색소니아 (Saxonia)

 

하지만 올 해 바젤 월드와 SIHH에서 공개된 신 모델들은 이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습니다. 꿈적하지 않을 것 같은 롤렉스에서 드디어 케이스를 키운 직경 42.6mm의 요트마스터 II를 발표했고 디자인을 일신한 35mm의 에어킹은 아예 여성용으로 만든 것 같았습니다. 필립 스턴의 아들이자 부사장인 티오리 스턴의 노출이 잦아지면서 파텍 필립 역시 디자인에서 젊은 생기가 돌기 시작함과 더불어 조금씩 사이즈도 커지게 됩니다. 스위스 시계의 최고봉 파텍에 버금가는 메이커인 독일의 랑게 & 죠네 역시 작년 리챠드 랑게로 심플 워치 40mm의 벽을 허물었고 올해는 1815와 랑게마틱 라인을 묶어 색소니아 라인업을 탄생시키며 36mm와는 작별을 꾀하게 됩니다. (*색소니아의 직경은 39mm)

 

물론 파텍과 랑게 이전에 다른 하이엔드 메이커인 바쉐론 콘스탄틴과 브레게는 이미 40mm의 드레스 워치를 라인업에 올려놓았습니다. 올 해 발표한 그들의 신제품은 그 라인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제품들이었죠. 하이엔드 대열에 들어가는 블랑팡 역시 드레스를 비롯 다이버 워치 Fifty Fathoms 45mm 케이스로 발표합니다. 스포츠 라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엄청나게 큰 시계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JLC는 말할것도 없고요. 업계를 선도해가는 메이커들 또한 흐름에 순응하고 있는 예들입니다. 다만 제가 이전 단락의 롤렉스, 파텍 필립, 랑게의 예로 강조하고 싶은점은 그들은 좀 더 보수적이며 그들의 움직임으로 인한 파급효과와 의미가 다른이들과 사뭇 다르다는것 입니다. 위 메이커들이 발표한 올 해의 신 모델들로 인해 시계 사이즈의 커짐이 하나의 흐름으로 공인(?)되며, 사이즈 논쟁을 매듭지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이제 크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고집쟁이들이라고 할 수 도 있을것 같슴다)

 

그러면 빅 사이즈 워치는 하나의 쟝르를 넘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인가? 드레스 워치 40mm, 스포츠 워치 44mm와 같이 말이죠. 아니면 크고 작은 다양한 사이즈가 공존하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힌트를 얻기 위해 가장 적합한 과거의 예들. 긴 시계의 역사 중에서도 손목시계의 역사는 고작 1세기 남짓입니다. 사이즈의 변화가 있고 꾸준히 숫자가 커지고 있지만 커졌다가 다시 줄어거나와 같은 예는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유저들은 어떤 요구를 할것이며 그러한 변화의 요건들이 어떻게 작용하며 또 어떻게 반영될것인가는 저 또한 궁금합니다. 다만 한동안은 귀족 손목을 가진 유저들은 시계 선택을 할 때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 파네라이 포럼에서 44mm 롤렉스가 나오면 파네라이 다 팔거다 라는 인상적인 농담이 어쩌면 진담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면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요?

 

 

 

글을 써가면서도 엄밀히 말하면 케이스의 사이즈는 디자인의 일부이기 때문에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느 한쪽에 기울어진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벋뜨!! 최근에는 오히려 사이즈가 디자인을 지배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에 사이즈만 가지고도 하나의 썰()을 풀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건 말도 안된 다고요?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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