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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os 859 2007.07.03 12:59
 
오랜 침묵을 깨고 글을 씁니다.
 
사실 군인 신분으로 타임포럼에서 활동할때는 군대에서의 일도 매우 효율적으로 돌아가던 때였는데 말년이
약간 꼬이면서 한가지 일을 못하게되면 그 다음일을 못하게되고 그리고 그 다음일을 못하면 또 그 다음일이...하는
식으로 한가로이 앉아서 시계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은 물론 이곳에서 시시각각 올라오는 글들을 확인하는
시간도 그리 자유로이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꾸벅~.
 
에헴, 어찌하였건 여친님이 보우하사 군생활도 잘 끝나게되었고, 군생활이 끝나자 마자 바젤에서
알게되었던 분이 한국에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스위스의 Sxxxxxx (삼성아님) Horologie사의 사장이자 자신이 아는 회사의 시장조사를 위해
한국에 온 손님을 맞이하여 그와 이런저런곳에 발걸음을 옮기던 중,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이 말하는게 진실이라고는 저 개인적으로 생각치 않으나 이 스위스 업계의
사람이 이야기하는 진실을 조금 나누어보고저 대화내용을 재구성해서 올립니다.
 
여과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지지: 많은 회사들이 그냥 ETA 무브를 가져다 쓰는데,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같은 ETA라도 발란스와
헤어스프링을 좋은걸로 갈아끼우는걸 알아주는데, 좋은 호응을 얻기위해서라도 왜 그렇게 안하는건가?
 
 
사장님: 어허, 또 이거 인터넷 시계매니아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그럴려면 그냥 ETA에서 급이 높은
무브먼트를 사서 끼우면 되는거야. 그걸 자기가 바꿨으니 자신은 무브를 수정해서 만든다 하는 식의
이야기는 완전 마케팅을 위한 개구라라고.
 
개지지: 허걱. 처음부터 쎄게나오는데? 거 내가 아무리 인터넷으로만 시계를 공부했어도 그렇지
그러면 수정된 에보슈 무브를 사는건 그렇다치고 자사무브를 사는 수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래?
 
 
 
사장님: 야야야. 그건 시제품(prototype)을 가져다가 사는것일 뿐이야. ETA나 롤렉스에서 시계를
만드는 규모가 뒷받침되는 공업적인 성취야말로 믿을수 무브먼트를 만드는거지. 예를 들어 로져 두비스같은거.
너 그게 얼마나 많이 불량이라고 수리가 의뢰되는지 아니? 연간 수백에서 수천개라는게 업계에선 알려진 정설이야.
 
<너... 정말........그렇게 후진거니????? 아니지?????>
 
개지지: 그럼 사람들이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그리고 익스클루시브한 무언갈 찾기 위한답시고 삽질한다는거니?
 
사장님: 시계회사들이 그렇게 마케팅을 하는거지. 개지지, 자네가 시계 만드는 곳을 가봤어?
 
개지지: 아..... 아니.....  그래도, 기계식 시계를 찾는건 뭐랄까, 시대착오적이지만 장인의 손길을........
 
사장님: 장인의 손길?! 그건 몇백년 전 이야기지!! 까놓고 얘기해서 그런식으로 만들어서 ETA나 롤렉스 식의
현대적인 정밀생산을 따라갈 수 있을거 같아?
 
<너도 이런거였니?>
 
 
개지지: 물론 아저씨야 그래서 시계 다이얼과 케이스에 더 투자하는 타입이라는거 알지만, 그러다보니 무브먼트의
기능적 수정을 기반으로 하고 그걸 알아주는 매니아들에게 어필하는 브랜드가 맘에 안들수도 있겠지.
 
사장님: 앞으로 IWC는 고생좀 할꺼야. 왜냐면 스위스 ETA 판결상에 따르면 2008년도 까지는 2002년, 03년, 04년 무브먼트
주문량의 평균량을 ETA가 무조건 공급해줘야하지만 2009년에는 50% 감소, 2010년 부터는 ETA 마음대로니까. 셀리타
같은데서 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이제 무브먼트를 만들려고 하지.
 
개지지: 그러고보니 셀리타 SW200은 믿을만 한가? 2824보다 후달리겠지?
 
<클래식님이 올려주신 사진 발췌~ ㅎ>
 
사장님: 2824는 워낙 ETA에서 잘만드는 무브먼트이다 보니까 SW200이 좀 후달리긴 하지. 하지만 아직 적용상에
문제가 발견된 예는 없어.
 
개지지: 셀리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브랜드인가?
 
사장님: 어허, 그것도 모르고 나랑 이야기하고 있던건가? 지금은 ETA에서 조립된 무브먼트를 공급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원래 ETA는 무브먼트 부품만 만들던 회사였어. 그런데 ETA가 잘 보니까 자기들이 부품을
공급하긴 하는데 정작 돈을 버는건 조립업체들이길래 조립업체를 몇몇 인수했었지. 셀리타는 ETA의 하청을 받아서
부품을 조립하던 회사중 비교적 규모가 큰 회사였었어. 무브먼트의 조립에 있어서는 노하우가 상당할 수밖에 없지.
 
개지지: 아, 하청이라는게 참 많나보다. 근데도 너흰 전태일 아저씨 같은분도 없는거냐.
 
<본문과 별 상관 없을려나>
 
사장님: 스위스의 시계 업계 구조라는건 곧 하청구조야. 심지어 롤렉스도 자사무브먼트 자사무브먼트 이야기 했지만
정작 무브먼트를 제조하는건 하청업체였어. 15년단위로 롤렉스에게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거였지. 그 비엔에 있는
회사를 2년전에 롤렉스에서 사들였으니 이제야 진정한 인하우스이지만, 그 전까지는 Angeler라는 회사를 인수한
어느 가문의 소유로서 나름 독립체로 운영된거였지. 스위스의 밸쥬를 가서 그곳의 하청업체들을 봐야 진짜로
시계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건가 알수 있는거라고.
 
개지지: 아직도 밸쥬가 그렇게 먹어주나?
 
사장님: 당연하다. 스위스 시계는 곧 밸쥬다. 거기 있는 일흔살 여든살 먹은 할아버지들이 지금도 기계식시계의 실세이다.
 
개지지: 근데 스와치의 니바록스에서 ETA와 경쟁할 셀리타같은 회사에다가 니바록스 스프링을 공급 안하면 땡 아닌가?
 
사장님: 니바록스와 셀리타의 관계, 그리고 ETA와 셀리타의 관계는 니바록스나 ETA가 스와치에 인수되기 전부터
매우 끈끈하게 유지되어있었어. 헤어스프링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거라고 봐도 되. 그리고 워낙 고부가가치에다가
독점사업이다보니 이윤도 많고, 경쟁자인 셀리타가 무브먼트를 몇개나 만드는가를 알아내서 지켜보는데는 
헤어스프링을 공급해주는게 더 낫지.
 
개지지: 독점사업이래도 헤어스프링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가 몇몇 있지않나?
사장님: 전화번호부 몇개 두깨의 수학적 데이타로도 모자란게 헤어스프링 제조 노하우야. 예를들어 롤렉스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알다시피 걔네들도 헤어스프링을 만들어. 그런데 30퍼센트의 제품에만 쓰지. 왜 그런지
아나? 왜냐면 니바록스 헤이스프링이 더 좋기 때문이야. 롤렉스의 자사 헤어스프링은 아직까진 구색에 불과해.
성능 제조공법에서 니바록스를 따라잡는건 아직 소원해. 헤어스프링을 만들려면 일단 천만불은 주머니에
넣고 시작해야해.
 
개지지: 그럼 당신이 보는 무브먼트의 서열은 어떻게되나?
사장님: 3등급으로 나눌께. 1등급은 ETA와 롤렉스. 2등급은 JLC등의 브랜드들. 3등급은 자사랍시고 나오는
프로토타입 무브먼트들이야.
 
개지지: ETA가 그렇게 먹어주는거야?
사장님: 최고얌.
 
개지지: 그럼 ETA 2892랑 2824를 비교해보면 어때?
사장님: 둘 다 품질상으로는 똑같다고 봐. 다만 2892가 더 얇고 두배 더 비싸지. 시계로서의 기능을 위해서는
둘 중 무얼 쓰느냐는 상관 없어. 나라면 역시 품질도 좋고 수급이 더 쉽고 가격도 좋은 2824를 쓰겠지.
 
개지지: 무브먼트의 예술적인 가치 그런건 상관 안하는거 같은데, 그러면 필립듀포에 대한 생각도
아주 짜겠구만.
사장님: 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봐.
 
<이러셨을듯>
 
개지지: 그럼 폴쥬른도 말할것도 없겠군.
사장님: 오, 가장 존경하는 사람 하나 뽑으라고 하면 난 폴쥬른을 뽑겠어. 폴쥬른은 대단한 사람이야.
 
개지지: 뭔가 이해가 잘 안가는군. 다음 시계는 뭘 살껀가?
사장님: 롤렉스 밀가우스를 예약해놓고 왔어. 그런데 또 재밌는 이야기를 하자면 밀가우스에 들어가있는 신소재
헤어스프링의 경우 니바록스에 있는 친구가 평가하길 온도차에 의한 성능차가 일정하지 못해서 아직은 그냥
금속 헤어스프링이 더 우수하다고 하더군.
 
 
 
개지지: 좋겠군. 나는 5001하나 바라보고 살고 있다네.
사장님: 내 생각엔 IWC에서 제일 살만한 시계가 그건거 같네.
 
개지지: 마음에도 없는 정치적인 발언 그만두시게. 허허허.
사장님: 어쨌든 내가 자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건 스위스의 시계 하청구조를 알아야 업계를 알수 있다는걸세.
특히 무브먼트의 복잡기능이 그렇다네. 자꾸 인터넷에서 무브먼트 찾아보지 말고 기계식 시계의 기계성에
만족하고 멋진 외모와 컨셉이 확실한 브랜드를 고르게나.
 
 
.............
 
재밌는 댓글들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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