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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9 827  공감:3 2012.01.09 13:48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brand_SwissBrand&document_srl=3070114 1편

 

안녕하세요. 놀러갔다 오느라 글이 좀 늦었습니다.

 

사실 무플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여러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2편을 기대해주신다는 리플을 읽고 힘내서 글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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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에 빠져든 이후,

당연하게도 제가 제일 처음 고민했던 문제는

[뭘 사지?] 라는 행복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아무런 상식도 없는 상태로 파워리져브 기능이 달렸음에도

30만원밖에 안 하던 중국무브 시계를 사게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기계식 시계를 접했을 때만해도 100만원 이상의 시계들은 너무 비싸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중국산 무브 시계는 하루 30초 정도의 오차를 보이고... 파워리져브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다가

몇 달 뒤 사망하였습니다...)

 

그 뒤 타임포럼이란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ETA와 매뉴팩쳐 무브먼트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구입한 시계가 모리스 라끄로와의 폰토스 라인이었습니다.

현행모델이 나오기 전 모델이죠. 2824를 쓰는 모델이었습니다.

페를라쥬로 적절히 장식된 가격대비 꽤 쓸만한 시계였습니다. 제 기준에선 디자인도 정말 아름다웠구요.

 

Maurice2.jpg

(모리스 라끄로와의 구형 폰토스... 사진은 발로 찍은 거라 이상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계입니다.)

 

그 이후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게 되는 7750, 2892(를 비롯한 2892에 모듈을 얹은 여러 무브먼트 시계들),

다시 2824... 다시 2892.. 7750.. 6498... 물론 가격은 점점 올라갔고, 가공의 정도,

같은 2824 사이에서의 레벨 차이는 존재했었죠.

 

FC2.jpg

(2982에 GMT 모듈이 붙은 FC의 Highlife 디자인이 상당히 아름다웠고, 무브먼트의 블루 스크류도 아름다웠으나

나중에 상식이 쌓인 이후 알고보니 헤드 부분만 구운 스크류였다. 사실 이 가격대에 통째로 구운 스크류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이긴 하다.)

 

Link2.jpg

(7750을 사용하는 Tag Heuer의 Link, 400만원이 넘는 시계임에도 불구하고

니바록스 2급 스프링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실망하였던 기억이 있다...)

 

ML3.jpg

(6498의 변형으로 유명한 ML의 Calender Retrograde.. 본인의 손힘이 약한 것인지...

태엽을 감을 때 반동이 너무 심해서... 답답한 마음에 처분하고 말았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가끔씩 소위 무브먼트를 '경험한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7750의 크로노그래프나 2892에 트리플 캘린더 모듈, 파워리져브 모듈이 붙은 모델 등이 아닌 다음에야

우리가 무슨 수로 그 시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시계가 2824를 쓴다한들, 2892를 쓴다한들 그 차이는 결국 심적인 자기만족 뿐이지 않은가?

아무리 장난감이라도한들, 심적만족말고도 최소한의 명분과 이유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물론 방수나 트리튬 여부 등의 무브먼트 외적인 차이는 제외하고 하는 얘기입니다 ^^)

 

그런 생각과 고민을 한창하고 있던 시절 위블로라는 브랜드가 서서히 한국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블로에 전혀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만,

위블로를 보고 처음에 든 생각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소재의 참신성, 디자인의 파격성, 다 좋다. 그런데... 뒷백은... 막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 어차피 소재의 참신성과 디자인의 파격성을 모토로 걸고 나오는 브랜드라면 쿼츠인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7750의 원가가격은 시계 가격의 몇 백분의 일도 안 될 텐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러면 사람들은 또 위블로를 지금만큼이나 구매할 것 같지는 않았을 거 같더군요.

 

quartz.png

(쿼츠 모델인 Tissot의 PR50와 PRC200 Gent. 사실 둘 역시 외관과 방수만 다르지 무브먼트는 동일하다.

하지만 전문가용 시계가 아닌 다음에야쿼츠에서 무브먼트의 세부적인 구분은 불필요한 듯싶다.)

 

다시 말해 시계 매니아들은 '오토매틱' = 정통시계, 진짜 시계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구나.

하는 것이 또 제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그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에는 저도 포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전부 외관만 다를 뿐, ETA에서 사온 무브먼트를 가공도 없이 케이스에 집어넣거나

간단한 데코레이션 및 수정이 전부였다는 생각에... 뭔가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좋아하던 시계들도 겉모양만 다른 공산품들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에

(제가 구입할 수 있었던 레벨의 시계에 관해 말하는 것입니다 ^^; 중급 이상의 시계는 물론 제외 대상입니다.)

한 때는 시계를 전부 팔고 편한 쿼츠 시계를 차고 다니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본디 연어인 법... 결국 돌아오게 되더군요.

그러나 나름 일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온 만큼 나름의 기준은 변해 있었습니다.

'자사무브'먼트 시계를 사자. 그것도 자사무브 하나 만들고 모든 라인업에 집어넣는 그런 자사무브가 아닌

하나의 시계를 위해 제작된 무브먼트를 탑제한 시계를 사자.

 

이것이야말로 시계매니아들이 원하는 개성 있고, 정확성과 가격적 합리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기계식 시계를 살만한

명분과 이유를 제공해주는 조건이 아닐까?

 

많은 분들이 짐작하시겠지만...이런 조건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만족 시켜주는 시계는...

예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대학생인데다 그만큼 무리해서 시계를 살만한 여력도 없었기 때문에 (...)

대안의 대안으로 FC의 하트비트매뉴팩쳐 시계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급작스레 해외로 나갈 일이 생겨 지금 이 마저도 다시 팔아야할지 모르는 위기에 봉착하긴 하였습니다만....

요즘 천 만원이 넘어가는 시계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사의 '헤드'부분만 구운 가짜 블루 스크류가 아닌

속 까지 전부 구워낸 나사들과 5자세차 및 온도에 대한 교정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위안과 명분 삼아

일단은 매일 태엽을 감아주며 주말용 시계로 만족스럽게 차고 다니고 있습니다.

 

PS) 쓰고보니 글이 너무 갑자기 끝나버리는 느낌이네요. 사실 위에 시계들 말고도 경험한 시계는 다수 있는데

주로 무브먼트와 연관된 시계들 위주로 첨부하였습니다.

 

PS2) 1편 글과 다르게 상당히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 글이니 그 점은 어느정도 감안하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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