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Longines L990입니다. 추천게시글
나의 이름은 Longines L990입니다.
전 1975년에 태어났습니다. 이때의 저의 이름은 L890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집안은 당대의 손꼽히는 명문이었고 저는 명문가의 기대주답게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는 다르게 밥통을 2개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 두 개의 밥통 덕분에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저만은 밥통이 거의 비워져가는 배고픈 상황에서도 시간을 정확하게 지킬 수 있었고 이것이 저의 가장 큰 힘이 되어 저는 저의 가문의 다른 자식들이 단종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던 저지만 어머니는 제가 집안에 비해 모자르다고 느끼셨는지 혹독한 다이어트를 시키셨습니다.
포개져 있던 밥통 두 개를 수평으로 나란히 놓고 양쪽으로 돌던 제 팔을 한쪽으로만 돌게 하는 쇠?를 깍는 고통 속에 저는 1977년 날씬해져서 다시 태어났고 이때부터 저는 L990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파란색 화살표가 L990의 Dual Barrel을 표시합니다.
원래 잘났던 저는 이때부터 더 완벽해 졌습니다.
5.2mm였던 몸매를 2.96mm로 다이어트 한 저는 새롭게 태어난 당시인 1977년에 데이트와 센터 세컨드를 가지고 있는 자동 무브먼트 중에서 가장 날씬한 몸이었으며 이 기록은 2003년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트가 삭제되면 L992, 데이트와 초침이 삭제되면 L993, 초침이 삭제되면 L994로 불리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수정된 것은 1987년입니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론진 린드버그 아워 앵글에 넣기 위해 어머니는 저의 데이트를 삭제하고 대신 이너 베젤의 회전 기능을 넣어서 L989라 불렀습니다.
아쉽게도 이 수정은 저의 마지막 수정이자 론진이라는 저의 어머니의 마지막 자사무브먼트 수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다른 이름 L989는 론진의 최후의 자사 무브먼트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바로 제꺼~ ^.^
이렇게 좋은 집안에서 훈남으로 태어나 기대받고 사랑받던 저에게 어느날 갑자기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제가 밥통이 두 개던 세 개던, 저 뿐만 아니라 저보다 더 대단한 다른 스위스의 옆집 형님들도...아무리 해도 ‘정확성’ 이라는 시계의 본질적인 기능에서 이길 수 없는 엄청 똑똑한 ‘쿼츠’ 라는 놈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입니다.
사실 재앙은 어머니가 자처하신 겁니다. 어머니는 베타 21이라는 최초의 쿼츠 무브먼트를 만든 스위스 업체의 컨소시엄에 참여하심으로서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신 거니까요.
쿼츠 파동으로 집안이 갑자기 기울고...어머니는 가문이 망하는 걸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리고...저를 파십니다.
저를 만드는 공작 기계들을 포함해서 저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새어머니에게 양도하신 겁니다.
새 어머니의 이름은 누벨 르마니아Nouvelle Lemania 였습니다.
무브먼트만 전문적으로 제조하던 새 어머니는 제가 마음에 드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저희 본가보다 새어머니 집안이 쪼~깨 처치기는 했습니다.
새어머니 자식중에 단순 자동 무브먼트로는 제 스펙을 따라올 녀석이 없었거든요...
저는 새어머니의 성을 따라 Lemania 8810 또는 8815로 불리었으며, 무브먼트만 만들어 공급하던 새어머니의 업종 특성상 다른 가문으로 많이 팔려 나갔습니다.
Lemania 8810
자랑은 아니지만...제가 이때 경험한 주인들은 모두 한가락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Ulysse Nardin
Parmigiani
Roger Dubuis
하지만 저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1999년 새어머니 르마니아가 Swatch Group이라는 거대 집단에 합류하면서 저에게 브레게Breguet라는 새아빠가 생긴 겁니다.
잘나가던 시절의 저의 친어머니 론진도 감히 노려보지 못했던 하이앤드 그룹에 속하는 새아빠 브레게는 이제 하이앤드 브랜드의 무브먼트 답게 저를 이~쁘게 화장 시키시고 Breguet 591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이 와중에 기뻤던 건 새어머니가 Swatch group에 합류하면서 감격스럽게도 친어머니와 재회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비록 몰락해서 새아빠네 집에서 중간 머슴?노릇을 하고 있던 친어머니였지만...요새와는 다르게 너그럽던 새아빠는 2001년에는 친어머니의 3천만 피스 생산 기념으로 저의 본 이름인 L990의 이름으로 비록 990개 한정이지만 친어머니네 집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해 주신 겁니다.
제 운명이 이렇게 기구하지만, 다행인건 새아빠도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는 겁니다.
2006년에는 현대적인 컨셉에 맞게 저에게 silicon으로 된 escapement wheel과 balance spring을 달아 주시고 591A라는 새 이름도 주셨으니까요.
Breguet 591A의 Silicon wheel, balance spring, lever
저는 주로 엔트리 모델에 쓰였지만...
Breguet 5197
날씬한 저의 몸매를 살려서 모듈을 얹은 컴플리케이션 모델에도 사용되었고...
Breguet 7787
최근 발표된 Basel 2014 신모델에도 저를 넣어 주셔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 주셨습니다.
Breguet Classique Dame 9068
끈질긴 생명력으로 격정의 세월을 헤쳐나온...나의 이름은 론진 L990이자 Lemania 8810, Breguet 591A입니다.
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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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omZ
2014.10.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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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너무 잘쓰신것 같습니다..
진짜 대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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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석이 아빠
2014.11.03 15:30
정말 멋진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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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맨
2014.11.11 17:45
좋은 글 재미있게 읽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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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프리즘
2014.11.15 14:59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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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쥬
2014.11.19 18:30
론진 무브였군요 론진 대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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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클럽
2014.11.23 19:21
좋은 글과 사진 잘읽고 갑니다^^론진~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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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도 대한히 좋은 무브를 갖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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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만량
2014.11.24 18:38
어머...이건 추천 눌러야해!! ㅎㅎㅎ 선추천 후감상...와 정말 재미지고 알차게 작성하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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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글이군요!!ㅎㅎ간만에 들어와서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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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2014.12.02 14:31
한편의 동화이야기 같군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ㅎ -
도리왕
2014.12.05 13:05
론진이 기술력하난 끝내 줬는데...
아쉽게 그걸 입양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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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시는군요~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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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군
2014.12.09 17:43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잘 풀어주셔서 정말 재밌게, 즐겁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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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s
2014.12.17 13:17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머리속에 쏙 쏙 들어오는게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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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k
2014.12.20 21:08
좋은 정보에 재치있는 글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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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스토리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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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글입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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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2015.01.14 13:01
훌륭하고 멋진 실력의 글과 정보입니다 ㄷㄷㄷㄷ 추천 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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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
2015.01.16 12:45
좋은 글 감사합니다 론진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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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계
2015.01.18 10:27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론진 무브의 한 흐름이 쉽게 들어오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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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pp
2015.01.26 02:02
이제야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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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해
2015.02.03 20:15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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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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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런게 진정 대박글이네요^^ 정말 정독 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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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콤
2015.02.10 23:00
글을 정말 재미있게 이해가 쏙쏙 되게 쓰시는거 같아요 덕분에 시계지식이 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주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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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진이 참 기구한 운명이군요 ㅎㅎ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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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ii
2015.05.30 21:18
즐거운 스토리 탤링입니다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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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vino76
2016.02.23 19:18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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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명작입니다. mdoc님 글 다시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
재찬
2020.07.13 13:55
저고 예전에 잠시 론진 L990모델을 경험한적이 잇어서 관심있게 봣네요.. 로터가 윙윙 손목에서 윙윙거리는 느낌이 좋았죠..
론진,, 잘 모르지만 아쉬운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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