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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66  공감:14 2020.05.08 17:05

저는 격월로 나오는 모 시계잡지의 정기 구독자인데,


사실 요새는 웹진으로 각 브랜드의 신제품 소식을 먼저 접할 수 있어 굳이 정기구독을 유지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구독료도 그렇고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68권의 잡지를 보관할 공간도 부족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호에 간만에 무릎을 탁 치는 좋은 기사가 나왔네요.


'베이스 무브먼트 3.0' 이라는 기사인데 기사 내용이 일반 웹진이나 인터넷 서핑으로는 얻기 힘든 전문적인 내용이라 오랜만에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tudor-04-gq-9nov18_b.jpg


그중에 특히 롤렉스 - 튜더 - 케니시Kenissi와 얽힌 이야기가 제가 그간 생각했던 바와 맞물려 있어서 이 내용에 대해 좀 더 살을 붙여서 전해드립니다.


먼저 제가 요 전에 쓴  '영원히 고통받는 스와치 그룹-feat.ETA  https://www.timeforum.co.kr/brand_SwissBrand/18137623 ' 라는 글을 읽어 보시면 ETA의 독립선언과 공급중단으로 인해 현재 스위스 범용 무브먼트 시장은 혼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와중에 Post-ETA를 대비하는 스위스 시계업계의 움직임은 이미 차곡차곡 있어 왔습니다.


Sellita-Movements-Headquarters.jpg


개중 가장 큰 움직임은 셀리타Sellita 였는데요...


스위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셀리타는 사실 ETA를 완전 대체하기에는 생산량 뿐 아니라 그 무브먼트에 대한 평판도 조금 곤란한 점이 있었습니다.


셀리타는 설계 특허가 풀린 ETA 무브먼트의 카피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그 성능이 완벽히 ETA와 동일 하더라도 패시브로 카피캣 이미지가 따라붙어 브랜드 이미지를 좀먹는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현재 시장에서는 셀리타 무브먼트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있습니다.


maxresdefault.jpg


즉, 셀리타 보다는 ETA를 한등급 위로 쳐주는 경향이 있는거죠. 실제 가격도 그렇구요.


그런데 스와치 그룹에는 일반적인 ETA보다 한등급 위의 무브먼트도 존재합니다.


R720x0.jpg


예를 들면 론진의 L888이나 해밀턴의 H-30 무브먼트처럼 기존의 ETA 무브먼트를 개량해서 스와치 그룹의 브랜드에게만 공급하는 무브먼트 말입니다.


vaucher.png


그리고, 하이앤드급 가격대의 독립 브랜드들을 위해서는 Vaucher Manufacture에서 제공하는 하이앤드 범용 무브먼트도 존재하죠.


결론적으로 현재 심플 범용 무브먼트 시장에는 등급이 존재합니다.


셀리타 < ETA < ETA 개량 무브먼트 < Vaucher 무브먼트...


각각 저가 - 중가 - 중고가 - 고가 브랜드에 대응하여 스와치나 리슈몽, LVMH 같은 거대 그룹군에 속하지 않아도 각 브랜드의 수준과 가격에 맞게 범용 무브먼트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실제적으로 ETA 개량 무브먼트들은 스와치 그룹에만 공급되는 배타적인 무브먼트 입니다.


리슈몽도 ETA 개량 무브먼트나 그보다 살짝 윗급 무브먼트들을 범용으로 개발했지만 이 역시 리슈몽 그룹에만 공급되는 배타적인 무브먼트들 입니다.


즉, 결국에는 셀리타나 ETA보다 높은 등급의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독립 중고가 브랜드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무브먼트 시장이 비어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 틈새시장을 노리는 무브먼트 회사가 있습니다.


제가 역시 이전에 올렸던 '자사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마지막 단계?-2개의 새로운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 소개   https://www.timeforum.co.kr/brand_SwissBrand/17750109 ' 라는 긴 제목의 글에 언급했던 뒤부아 데프라Dubois-Depraz의 새로운 자동 크로노그래프 Cal.540 처럼 말이죠.


wiEik1lQ_400x400.jpg


그 회사는 뜻밖에 튜더를 앞세운 롤렉스 입니다(모든것을 가진 놈들이 이런 틈새시장까지 빼먹으려...)


튜더는 2016년 자회사로 케니시Kenissi라는 무브먼트 제조회사를 설립했습니다.


40d815c18b163344c29e57fe841541dd.jpg


튜더가 그들의 최초의 자사 무브먼트인 MT 5601을 발표한지 불과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이 무브먼트 회사는 제네바의 튜더와 생산 시설을 공유합니다.


그러니깐 새로운 회사라기 보다는 그냥 튜더가 생산공장을 확충한 거라는 것이죠.


알다시피 튜더는 100% 롤렉스의 자회사구요.


그리고 케니시 설립 후 브라이틀링은 튜더와의 협약을 통해 자사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B01의 사용 권한을 튜더에게 부여하고 그 대가로 튜더의 MT5601을 브라이틀링 Cal.B20 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Tudor-MT5612-Breitling-B20-movement.jpg


이 브라이틀링의 B20 무브먼트 공급사는 튜더가 아니라 케니시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Chanel-J12-calibre-12_1-Kenissi-2.jpg


거기에 샤넬 또한 케니시를 통해 MT 5601 베이스 무브먼트를 샤넬 J12.1 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받습니다.


샤넬은 ETA와 같은 공급중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아예 케니시의 지분을 20% 획득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롤렉스는 튜더를 위해 만든 MT 5601를 가지고 브라이틀링이나 샤넬정도의 독립 브랜드에서 필요한 론진 L888이나 해밀턴 H-30급 또는 리슈몽의 범용 무브먼트들 정도의 중고가급 범용 무브먼트 시장에 뛰어든 모양새 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행보가 더 확실해 지는 것이...


untitled11.png


2018년에는 마이너중의 상마이너인 Norqain 이라는 브랜드에도 MT 5601을 공급하기로 했고,


같은해 르로끌의 롤렉스 소유 땅에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새로운 케니시 공장까지 건설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여기서 생산되는 무브먼트를 판매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급 브랜드를 늘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2020년대 중반 쯤에는 스위스 범용 무브먼트들도 선택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계급화가 본격화 되지 않을까요? 


심플 자동 무브먼트로는


셀리타  <  ETA(만약 일반 공급 제한이 풀린다면 말이죠)  < 케니시(롤렉스/튜더)  < Vaucher ...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는


셀리타  < ETA  < 뒤브아 데프라  < Vaucher...


요렇게 말이죠.


코로나로 인한 시계산업계의 위축이나 스마트 워치로 인한 중저가 시계 몰락의 파고만 잘 넘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대공황 이래로 가장 많은 종류의 스위스 무브먼트들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게 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결국 튜더는...반 강제적으로 범용 무브먼트의 길을 걷게 되겠네요...


지금이야 같이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브라이틀링이나 샤넬 같은 급이지만...


케니시 공장이 완공되고 MT 5601 기반 무브먼트들이 여러 브랜드들로 풀리기 시작하면 확실히 자사 무브먼트라는프리미엄이 점점 희석되어갈 것 같습니다.



maxresdefault1.jpg


결국 롤렉스는 튜더의 위치를 딱 지금만치로 보고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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