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떠나보낼 시계이지만 타포스위스포럼에 구형 리뷰만 있어 신형을 리뷰해볼까 합니다.
펠라고스의 원형이 된 프랑스해군 납품용 스노우플레이크 튜더섭입니다
우선 튜더 펠라고스는 2015년 몽블랑으로 자리를 옮긴 제품생산&마케팅수석 데이비드 세라토(David Cerrato)와
올해 튜더의 CEO에서 롤렉스 마케팅팀으로 이적한 필립 피브렐리(Philippe Pevereli)의 공동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 튜더는 롤렉스의 서브브랜드로 수십년간 어정쩡한 위치로 북미권에서나마 롤렉스의 딜러망을 활용해 근근히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좀 인기가 있기도 하구요)
지난 5년 이상 튜더를 성공적으로 이끌다 최근 롤렉스팀으로 옮긴 전 튜더CEO
하지만 에타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그나마 만듦새가 썩 좋다고는 하기 힘든 (하지만 매력이 있는) 오이스터 케이스로
서브마리너, 데이데이트 오마쥬를 만들어내면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쌓고 있었죠. 하지만 역시 잘나가는 형님 롤렉스가
보기에는 너무 못난 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롤렉스는 이 튜더라는 동생에 상당한 능력자들을 배치하게 됐는데 그게 앞선
두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특히 중국시장에 힘을 쏟았습니다)과 매력적인 복각 모델들(블랙베이, 펠라고스,
레인저 등)을 매년 꾸준히 발표하면서 5년 사이에 튜더의 위치를 상당히 끌어올려 놓았습니다.
올해 바젤에 발표된 황동블랙베이....입니다 아직 출시는 안된 것 같네요.
그리고 최근 화룡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발표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형님 롤렉스에서 상당히
도와준 느낌입니다. (롤렉스의 신형무브인 3255 3235 무브와 파워리저브가 동일하지요) 이미 펠라고스에 들어가는 MT
5512의 데이트매커니즘은 롤렉스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합니다. 많은 신형 무브먼트들이 데이트체인지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데요. (특히 오메가의 8500 무브먼트의 데이트기능문제는 초기에 상당히 불량이 많았습니다) 튜더는 잘나가는
형님을 둔 덕분에 수십년간 검증받은 훌륭한(?) 데이트펑션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지요. 그 외의 부분은 롤렉스의 신형
무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설계는 연관이 있으리란 추측입니다. (자동차회사를
예로 들면 엔진을 따로 개발하기보다는 중간급 엔진을 하나 개발해서 출력을 다르게 주는 편이 더 유리하니까요)
위가 롤렉스 3255 아래가 MT5612 네요...5612 와 5621이 종종 헷갈리는데요. 파워리저브모듈이 있냐 없냐의 차이입니다.
또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발표와 함께 기존 ETA2824-2를 탑급으로 수정해 탑재하던 펠라고스에 호강(?)을 시켜줍니다. 펠라고스는 신형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첫번째 수혜자가 되었고 그 다음은 노스플래그, 삼등은 신형 블랙베이가 되었죠. 펠라고스는 이미 구형이 타포에 리뷰되어 있는데요. 구형이 워낙 잘 나와서 신형도 구형에 비해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신형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이로 인해 생긴 약간의 두께 UP, 다이얼의 크로노미터 폰트 추가 정도입니다.
신형 펠라고스 단체샷...유명한 사진이죠.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간단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시계의 스펙에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아서 자세한 시계의 제원은 구글링해서 찾아보시길 권장합니다.
튜더 박스입니다. 튜더 구입해보신 분이라면 익숙한 방패로고입니다...예전에 블랙베이도 구매한 적이 있는데 상자가 좀 바뀐 것 같습니다.
보증서와 설명서입니다... 튜더 보증서는 오메가나 롤렉스처럼 카드로 간단하게 시리얼번호와 딜러 구매날짜 등의 정보가 있습니다. 오메가는 보통 프린팅이 되어 나오기보다는 도장이나 스티커가 많은 것 같고 롤렉스나 튜더는 카드에 직접 프린팅이 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네요.
두둥...사진입니다. 거무튀튀한 회색빛의 티타늄 빛깔이 고급스럽습니다. 그리고 오션블루 색상의 맷트한 세라믹 베젤과 3D프린팅 다이얼이 인상적입니다. 스테인하트의 오션원 티타늄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일단 고급스러움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가격차가 깡패인만큼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두께는 생각보다 좀 두꺼운 편입니다. 평소 그랜드세이코를 즐겨 착용하는데 그랜드세이코GMT랑 맞짱뜰 기세입니다. 500미터 심해방수라 그렇긴 하지만 신형 자사무브가 탑재되면서 더 두꺼워졌습니다. 두께는 14.2-3mm 정도입니다. 다행히 티타늄으로 만들어졌고 브슬이 좀 두툼한 편이라 밸런스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유명한 자동조절식 버클입니다. 버클 안에 스프링바도 아닌 진짜 스프링이 두개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잡아당겨 주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합니다. 단점은 티타늄 재질이라 버클과 브슬의 마찰부위에 기스가 좀 생깁니다. 사놓고 거의 차지않고 감상만 해서 저 브슬 측면 마찰부위 말고는 기스가 없는데 저부위는 어쩔수가 없습니다. 아마 구형이나 신형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솔직히 다이버시계지만 다이빙을 하지 않는 저로서는 오버스펙의 버클입니다.
헬륨가스배출부와 케이스백입니다. 자랑스럽게 매뉴팩쳐 칼리버 5612라고 써있네요. 일단 무브먼트에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알려진대로 롤렉스의 데이트체인징 모듈을 탑재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입니다. 많은 시계를 사봤지만 새로나온 무브먼트일수록 저 데이트체인징 기능이 불안정한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블랑팡이 탑재한 프레드릭 피게의 더블디스크 빅데이트는 최악이었죠...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하지만 튜더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말끔한 데이트체인징을 보여줍니다. 느낌은 그랜드세이코 9S 무브먼트와 유사합니다. 파워리저브도 70시간에 달하고 로터효율도 좋은 편이라 오래 차지 않아도 쌩쌩 잘 돌아갑니다.
이 시계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비해서 좋은 무브먼트와 깔끔한 만듦새,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롤렉스 무브먼트의 기계적 성능은 이미 명불허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랜드세이코의 9S가 아직까지는 롤렉스의 31XX 계를 압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만 32XX를 비교한다면 이야기가 잘 모르겠습니다. 튜더의 MT
시리즈는 그런 32XX시리즈와 함꼐 발표된 신형 무브먼트입니다. 헤어스프링도 파라크롬은 아니지만 요즘 대세인 실리콘을 사용했고 로터에 볼베어링도 달려 있습니다.
만듦새를 논하자면 케이스의 러그 모서리를 한번 깍아낸 것도 그렇고 완벽히 부드럽지는 않지만 적당히 매끈하고 날카로운 브슬도 그렇고
현행 롤렉스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80%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 예전에 블랙베이를 구매했을 떄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튜더의 만듦새가
오메가의 신형제품들보다 근소하게나마 낫다고 느꼈습니다. 다이얼도 루빼를 들고 들여다봐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물론 그랜드세이코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요... (자꾸 그랜드세이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두 제품 가격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일본에서)
단점을 꼽자면 일단 JLC처럼 grade 5의 티타늄을 쓰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JLC 다이버 리테일가가 이 제품의 3배는 족히 된다는 점을 보면
당연하겠지만 grade 5의 티타늄의 강도나 경도가 훌륭해서 기스나 흠집이 잘 나지 않습니다. 다마스코에서 브슬 연결핀을 grade 5 티타늄
쓴다고 강조하는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까지 바라기에는 가격적인 문제가 있을 겁니다. 튜더가 아무리 발전을 했어도 JLC와
비교하기는 좀 어렵겠지요.
결론을 말하면... 이 시계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시계입니다. 보통 그랜드세이코만 사는 제가 튜더를 구매한 것도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롤렉스나 오메가는 바이바이 했습니다만 블랙베이에 이어 펠라고스까지 만나보니 참 신기합니다. 그만큼 위에 언급했던 마케팅&
제품담당자와 전 CEO가 노력을 많이 했다는 느낌입니다. 스타일도 있고 만듦새도 좋고 무브먼트까지 삼박자를 다 갖춘 몇 안되는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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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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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시
2016.05.2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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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raymond
2016.05.27 13:12
타포 생기기 전부터 각종 시계를 사모으다보니 눈썰미가 생겼는데 동시에 눈높이도 높아졌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시계보는 기준이 엄격해져서 보통 잘만든
시계는 손이 가지도 않더군요...그런데 잘만든 시계들은 요즘 많이 비싸졌습니다...하지만 요놈은 가격도 어느정도 합리적(?)인데 만듦새도 좋고 또 자사무브의
스펙이나 안정성도 훌륭해서 선택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크기가 좀 작았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5줄은 오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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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리쿠퍼
2016.05.27 03:01
안녕하세요. 좋은 필력의 재미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튜더에서 특히나 펠라고스는 제 취향이 아니라 관심밖이지만, 튜더가 성장하게 된 배경이라던지 자사무브이야기 등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ㅎㅎ 양질의 포스팅 또 기대할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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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raymond
2016.05.27 13:14
네 저도 원래 튜더에 관심이 없었는데 위의 두 콤비 경영진이 2009년부터 발전을 시켜서 관심을 가졌죠...그런데 지금 이들이 떠나버렸으니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예전의 튜더는 아닙니다...요즘은.. -
껌스
2016.05.27 07:50
어거스트님이 펠라고스라니 의외입니다^^..
일본에서 봤었던 구형 펠라,블베는 둘다 너무 크고(?) 두껍고 투박해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훌륭한 리뷰는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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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raymond
2016.05.27 13:15
다행히 저는 손목이 18 정도에 근접하기 때문에 무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16 15 손목이라면 블랙베이는 어떻게 차볼만해도 펠라고스는 무리일 겁니다. 저라고 일본시계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스위스 브랜드에서도 괜찮은 놈이 나오면 주저없이 구입합니다. -
퀴즈
2016.05.27 11:05
멋진글입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 꽝! 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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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raymond
2016.05.27 13:16
감사합니다. 보통 글을 길게 쓰는 재주가 없습니다. 이글은 그래도 길게 썼네요. -
일곱우물
2016.05.27 21:40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그나저나 튜더도 어서 국내 런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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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향기
2016.05.29 20:44
튜돌은 중국에서 몇번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격정책과 인지도가 좀 어정쩡한 브랜드라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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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fkdtm
2016.05.29 22:57
다 좋은데 다이얼에 글자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롤렉스도 그렇지요...
대체 로터-셀프 와인딩같은 무의미한 문구는 왜 적어두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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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2016.06.02 09:56
예전에는 주로 에타무브만 장착하던 브랜드라 조금 아쉬웠는데..자사무브가 장착되니 관심이 가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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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로렉스
2016.07.28 16:08
외람되지만 jlc 다이버를 쓰면서 왜이리 기스가 안날까 생각했었는데
같이 쓰는 904l은 기스 투성이라
이유를 이곳에서 알고 가네요ㅎㅎㅎ
사실 튜더는 많은 분들이 눈여겨보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말그대로 가격이 깡패라고 가성비보다는 그가격에 그품질이라고 생각되어서 쉽게 손이 안가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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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나무
2018.12.09 14:11
이 가격대에서 보기 힘든 품질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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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귀여운데 그 밖의 만듦새는 빈틈없이 상당히 좋네요:^) 득템 축하드립니다ㅎㅎ
다이얼에 프린팅이 5줄이나 들어가는 시계는 또 처음 보는듯 해서 이것저것 한참 읽어내려 갔습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