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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438  공감:9 2012.04.04 10:36

스위스 브랜드 포럼에서 벌어지는 훈훈한 이벤트에 한다리 걸칩니다. 4월 6일까지니 넉넉하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머, 벌써 4월 4일이네요. ㅎㅎ 이러다가 그냥 넘길까 싶어 아침부터 부랴 부랴 사진 몇장으로 이벤트에 참가합니다. 다른 분들 포스팅처럼 정성스러운 사진과 감동적인 글까지는 힘들 것 같구요.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볼까 해요.

 

대학 다닐때 기타는 치지도 않으면서 고전 기타반을 들락거린적이 있습니다. 선배들이 사주는 막걸리도 마시고 이쁜 동기며 선배 누나들과 안면도 트려고 말이죠. 기타 실력이 결코 늘지를 않아서 1학년 마치고는 탈퇴를 하게됐습니다만.. (예체능은 예나 지금이나 소질이 전혀 없어서 말이죠.) 그때 선배 누나들이 제일 부러워 했던 게 제 손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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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도 길쭉한 편이고 따로 손질하지 않아도 잡티가 없는 손톱인지라 늘 바꾸면 안되느냐는 농담을 들어야 했지요. 섬뜩하게 잘라서 바꾸자는 누나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기타 서클이다 보니 손가락에 관심들이 많았나 봅니다. 시계를 좋아하다 보니 손톱보다는 손목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지만 지금도 손톱 이쁘다는 칭찬을 들으면 대학때 생각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 왼손에는 하루를 함께 하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유부남들이라면 다 가지고 있을 그것. 결혼반지와 예물 시계죠. 남들은 어쩐지 몰라도 저는 결혼 반지와 예물 시계를 고를때 질리지 않고 늘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골랐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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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석들이 저와 하루를 함께 하는 반지와 시계입니다. 반지는 티파니에서 산 사각 다이아몬드 컬렉션이구요.(이름을 까먹어서리..) 시계는 론진의 마스터컬렉션 문페이즈입니다. 시계 포스팅은 과거에도 많이 해서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결혼 반지는 처음 올려보네요. 아내와 동행하는 자리가 아니면 늘 반지를 끼고 다닙니다. 저에게 결혼 반지는 아내의 분신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안끼고 다니면 왠지 허전하지요. 어떤 광고에서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이쁜 여자가 유혹하는 눈길을 보내는데 훈훈한 남자가 왼손을 들어올려서 결혼반지를 보이며 결혼했다는 제스처를 보이는 모습을 본 이후로 그런게 왠지 로망이 된 거 같아요. 대신에 와이프와 같이 쇼핑을 가거나 집안 일을 할때는 반지를 빼놓습니다. 반지보다 더 확실한 물증이 옆에 있으니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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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하려고 반지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하도 상처가 많아서 플래티넘이 아니라 꼭 은반지 같네요. 다이아몬드도 알이 작다 보니 큐빅 같습니다. 끼고 다니면 커플링이냐고 물어보지 결혼반지라고는 생각을 못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아마도 우리 세대의 결혼반지처럼 알도 크고 세팅이 요란하지 않아서 그런거겠지요. 요란하지 않아서 평소에 늘 함께 하기에 좋습니다. 저 반지에 새겨진 작은 스크래치 하나 하나에는 우리 부부가 새겨온 결혼생활의 역사가 새겨져있는 느낌입니다.

 

신혼때 너무 스크래치가 금새 생겨서 매장에 간적이 있었어요. 폴리싱해달라고 했더니 매장 직원이 그러더군요. 끼다보면 스크래치는 늘 생기는거다. 좀 더 오래 차시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하시는게 어떻겠냐고요. 생각해보니 그말이 맞는것 같아서 돌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반지를 폴리싱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고 보톡스 맞으면 팽팽해 보이는 피부를 가질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의 얼굴에서 살아온 역사는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다른 모든 부부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많이 웃고 많은 이야기를나누고 함께 여행하며 쌓아온 기억도 고스란히 이 반지와 함께 남아있습니다. 그런 건 지울수도 지워서도 안되는 기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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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에도 스크래치가 꽤나 많습니다. 아마도 시계에 대해 지식이 좀 쌓인(지금도 자랑할만큼 많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이라면 시계를 곱게 찼을지도 모릅니다. 스크래치도 신경을 쓰고 조심 조심 다녔겠지요. 시계를 사고 나서 몇년이 지났는데도 민트급같은 상태를 유지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계를 몰라서 이 시계를 골랐을 수도 있겠지요. 지금 예물 시계를 맘껏 고르라고 한다면 롤렉스나 더 비싼 시계를 고를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예물 시계는 일생에 한번이니까요. 실제로 시계를 고를때도 와이프는 롤렉스를 사라고 했었지요.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보기만해도 복잡한 이 시계를 선뜻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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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혀를 내두를정도로 복잡한 시계가 론진 마스터컬렉션 문페이즈입니다. 시,분,초를 표시할 뿐만 아니라 크로노그래프 기능도 포함되어 있구요. 24시간 표시와 월,일,요일까지 표시하면서 문페이즈도 있습니다. 이정도면 복잡시계라고 불러야 하죠. 보기만 해도 띵해질 정도로 복잡한 시계지만 보고 있으면 난잡하다기 보다 오밀조밀 참 정리가 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재 다능한 시계, 팔방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죠. 아무 생각없이 골랐지만 우리 마누라하고 참 비슷한 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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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페이즈는 사실 요즘에는 쓸 일이 거의 없는 기능중에 하나입니다. 현대인에게 달의 위상변화를 확인하는 일은 아무 쓸모가 없는 기능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만약 문페이즈가 빠진다면 이 시계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모자란 시계가 될것 같습니다. 슬며시 얼굴을 바꿔가며 보여주는 문디스크가 있어서 비로소 이 시계는 완성이 된다는 생각이니까요. 평소에는 씩씩한 말과 행동으로 남편을 쥐고 흔들지만 어느 순간에는 한없이 여리디 여린 아내의 내면을 보여주는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에게 이 시계와 아내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의미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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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시계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을 꼼꼼히 바라봅니다. 앞으로 많은 시계들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예물 시계를 또 살일은 없을겁니다. 시간을 되돌려 결혼식을 무효로 한다면 모를까 저에게 유일한 예물 시계가 되어버린 이 시계를 보며 혼돈의 폭풍같았던 우리 부부의 신혼 시절도 떠올리고 아이가 태어난후에 같이 어깨걸고 싸워냈던 초보 부모 시절도 떠올리고 조금은 여유가 생겨서 삶의 갈피를 곰곰히 생각해보곤 하는 요즘의 생활도 되짚어 봅니다.

 

시계는 인간에게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느 분 말마따나 소모품일수도 있고 사치품일수도 있으며 과시용으로 뻐기기 위한 도구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늘 함께 하면서 인생을 살아나간다면 그 시간이 차곡 차고 쌓인 시계는 또는 반지는 하나의 물건이라기보다는 어느순간 살아온 역사가 빼곡하게 적힌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운좋게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혼을 행복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참고 양보하고 인내하는 순간 순간의 상황들이 필요합니다. 그 순간 순간을 견뎌내는 건 아마도 변하기 쉬운 감정들이 아니라 꾸준히 함께 하는 성실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나의 하루를 함께 하는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와 손목의 시계를 봅니다. 비록 상처투성이의 오래된 물건이지만 시계는 정확하게 시간을 새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반지에 끼워진 다이아몬드의 광채도 변함이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해야 겠지만 예물로 한 반지와 시계를 꾸준히 아끼고 사랑해주는 성실함으로도 그 말을 대신할 수 있지는 않을까요??

 

하루의 갈피 갈피에서 가끔씩 함께하는 반지며 시계를 볼때마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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