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월드 유람기 - A league of their own 편 ETC(기타브랜드)
바젤월드 유람기 – A League of their own편
바젤월드는 총 6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주요 시계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건 1관과 2관이었습니다.
바젤월드의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키 180cm 이상의 행사걸들이 이 박람회의 위용(?)을 과시합니다. 급식우유 안먹고 창문밖
으로 던지거나 화분에 주거나 썩혀놨다 같은반 여자아이 가방에 살포시 넣어주었던 제 자신의 어린날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정도였
습니다.
<저의 깡총발이 나오지 않도록 배려해서 사진을 찍어주신 알라롱님께 감사드립니다>
일단 무사히 들어간 전시회 안에서 몇 개의 시계브랜드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웅장한 부쓰의 크기를 자랑하는 브랜드들부터 일단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걸음 성큼 성큼 걸으며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를 익히려고 하기도 전부터 이 브랜드 저 브랜드 기대치 높은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하나씩 전시된 유리벽 너머로 장난감을 바라보는 어린아이가 되어 유리에 찰싹찰싹 달라붙게 되었습
니다.
<콧대 높았던 파텍 부쓰. 거기 시계 만드는 사람들이 콧대높은건 이해 하겠는데 왜 니들도 콧대가 높냐고>
<배를 컨셉으로 한 율리스나르뎅의 부쓰. 이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시면 한강고수부지 선상레스토랑으로 고고~>
우리 일행은 이 무시무시한 사이즈의 박람회를 최대한 사진기에 담아야한다는 일념 하에 사진기를 들고 난사모드로 돌입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사진찍는 기술이 없어서 짐을 좀 차지하고 그나마 관람객의 눈으로 이것 저것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떨떠름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를 지나가는 관람객이 볼수있도록 전시해놓기는 하였지만 각 부쓰의 내부에도
무언가가 있었지요. 거대브랜드들은 대부분 다층구조를 가지고 그 안을 요리조리 꾸며놓았는데, 그 브랜드와 사업상의 관계가 있
는 사람이거나 초청받은 경우가 아니면 들어가는걸 막았습니다.
<롤렉스의 2개 동에 달하는 부쓰중 한개였습니다. 사람들이 문 밖에서만 서성이고 있는 모습을 보실수 있습니다.
롤렉스는 파텍과 마주보고 있기때문에 파텍의 이름이 유리에 비치는군요. 사실 아무리 하이엔드브랜드라도 롤렉스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는 브랜드는 없죠.>
프레스 자격으로 갔었기에 그래도 여기저기 들쑤실순 있었지만 롤렉스같이 콧대높은 브랜드는 보도자료를 요청해도 문 밖에서 기
다리라고 하고 명함을 받고 그냥 하나 안에서 가져다 주더군요. 이 소외감. 그렇습니다, 왠만한 낯짝없이 그리고 적당한 신분 없이
그저 관람객으로 바젤에 가면 그냥 쇼윈도 밖에서 디스플레이된 시계를 매우 잔뜩 보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겠다 싶을 정도였습니
다.
<바깥쪽 디스플레이에는 별 신경도 안써준 멋진 브랜드 브라이틀링>
전세계 시계 혹은 보석 매니아가 모이는 축제라기 보단 바젤 박람회는 비즈니스가 중점인 장소로 비추어졌습니다. 특히 대형브랜
드들에게서 더 두드러진 성격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시계와 신제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를 넘어선 의사소통이란 브랜
드와 그들의 비즈니스 파트너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었습니다. 프레스를 위한 브랜드 내 컨퍼런스들도 있었지만 썩 신선한
정보를 본 일은 없었습니다.
한 명의 매니아로서의 마음을 썩 더 강하게 가지고 그 자리에 서있는 저에게 그곳의 분위기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들만의
리그’ 였습니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시계를 보고 시계에 대해 물어보고 브랜드의 생각과 철학을 지나가면서라
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사업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우의를 다지고 사업이야기를 더 하는 곳으로 비쳐졌습니다.
<스와치 그룹의 나와바리. 프레스데이에 찍은 사진이라 한적해 보이는데 박람회 기간 중에는 이곳이 까페로 변해서 오메가의 손님들이 잔뜩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초대한 손님들입니다.>
물론 훗날 타임포럼도 각 브랜드들과 약속을 잡고 인터뷰 스케쥴을 잡을수 있을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바젤 박람회는 ‘몰아서 취재
하고 인터뷰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찾을수도 있겠지만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는 곳을 바란 제 순진한 상상은 현실로 이루
어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곳에서 나름 인터뷰 기회를 여기저기서 알아보았을 때 그들이 주선해 주겠다는 사람은 ‘판매
담당’등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하였나요?
이런 생각은 저도 막상 바젤 박람회의 일정을 거의 다 소화 한 이후에 든 생각이었지 처음에는 매우 즐겁게 돌아다니며 특히 평상
시 절대 볼 기회 없는 시계들 위주로 눈에 단단히 호강을 시켜주었었습니다.
다만 큰 브랜드 일수록 화려하게 꾸며놓은 부쓰와 그 안에서 탄산수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어떤 돈으로 저런 모임들을 가지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을 서글퍼 졌었습니다.
제 옆에서 타임포럼 촬영팀이 지문이 닳아라 연사를 하면서 “올해는 이렇구만!!” 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아직 제 보는 눈이 모
자라서 그냥 그 안으로 들어가서 끼지 못하는데 질투를 느끼느라 바젤월드에서의 경험을 스스로 제한할뻔했다고 느끼고 다시 빨빨
거리며 볼따구를 디스플레이 유리창에 붙이러 돌아다녔었습니다. 큰 브랜드 때문에 업계만의 축제처럼 보였던 바젤월드… 남의 잔
치에 재를 뿌릴순 없잖아요?
저는 시계를 살 때 그냥 제 돈으로 조용히 투표를 해 나가면 되겠죠. ^^;;
댓글 14
-
은빛기사
2007.04.25 23:28
머라고,,쓰고싶긴한데..갑자기 생각이...^^;; 그래도 부럽습니다,,ㅎㅎ그리고 자세한 설명,,감사하구요,, -
Tic Toc
2007.04.26 00:17
아아....사진으로만 보아도 가심이 뛰는데.......실제로 보면 정말 재밌겠네요...ㅎㅎ 하지만 일반 관광객모드로 가면 소외된다는 말에 의기소침해 졌습니다.
가라 프레스증이라도 만들어야 하는건가요.ㅎㅎㅎ -
Kairos
2007.04.26 00:19
읔...... 제가 썼지만 다시읽어보니 좀 구리군요. 액땜이라 치고.......다음편은 좀 더 잘 쓰도록......쿨럭.......!!! ㅋㅋㅋㅋ -
4941cc
2007.04.26 02:50
그랬군요.
무언가 조금 독특하다고는 생각되었지만,
모터쇼와는 또 다른 점이 있네요. -
클래식
2007.04.26 11:22
재미있는 참관기... 잘 읽었습니다.
TF가 빨리 세계적인 시계 매니아들의 왕국으로 성장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아니면 우리나라 국력이 아무나 무시 못할 정도가 빨리 되거나요.... -
알라롱
2007.04.26 11:29
롤렉스 부스걸 사진 찍을 계획이었는데 일정이 빠듯하다가 보니 그것도 지금에서야 생각났습니다. 쿠헬. -
cr4213r
2007.04.26 14:08
폐쇄적이군요! 인간의 가치가 돈으로 평가받는 느낌입니다.
기계식시계를 밟고 쿼츠가 범람했던 시절, 소비자들로부터 냉대를 받아 괴물이 되어버린걸까요?
아니면 태생부터 이미 괴물이었을까요?
이들이 다시 천대를 받는 시절이 오게 된다면 자멸할 듯 싶습니다.
이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너희들의 신념이 무엇인지...
갑자기 필립듀포가 생각나는군요... 존경받을만한 인물입니다.. -
알라롱
2007.04.26 15:37
필립 듀포도 인건비 비싼 양반입니다. ㅋㅋㅋㅋ 제 스스로는 이번 바젤 & SIHH의 접근을 너무 순수한 매니아적인 마음으로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인정함돠. ㅋㅋㅋㅋ -
톡쏘는로맨스
2007.04.26 15:45
그래도 스위스까지 간게 어딥니까?..............재미있는 이야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ㅎㅎ -
스페셜맨
2007.04.26 16:46
'아무리 하이엔드 브랜드라도 로렉스를 의식하지 않을수 있는 브랜드는 없죠' 이말이 가슴에 참 와 닿네요... -
오대산
2007.04.26 20:47
흐흐 잘 봤습니다. 그러게 어릴적에 우유 좀 드시지 그러셨어요? ㅎㅎ 하지만 자신의 키를 생각하니 슬픈 1人... -
맥킨
2007.04.28 21:02
분명 그들만의 리그가 맞아보입니다......
프레스의 자격인 TF 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개인자격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겠네요.....
우리나라도 빨리 힘을 길러야겠습니다...... -
누크
2008.10.22 15:05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행사걸이 너무 이쁘네요. -
소고
2009.01.26 23:27
ㅎㅎ 좋은글의 시작도 즐겁군요 ㅎㅎ 출중하신 글실력이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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