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개지지 458 2007.04.25 21:57
 

바젤월드 유람기 – A League of their own편
 
 
바젤월드는 총 6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주요 시계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건 1관과 2관이었습니다.

바젤월드의 내부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키 180cm 이상의 행사걸들이 이 박람회의 위용(?)을 과시합니다. 급식우유 안먹고 창문밖
 
으로 던지거나 화분에 주거나 썩혀놨다 같은반 여자아이 가방에 살포시 넣어주었던 제 자신의 어린날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정도였
 
습니다.
 

<저의 깡총발이 나오지 않도록 배려해서 사진을 찍어주신 알라롱님께 감사드립니다>

일단 무사히 들어간 전시회 안에서 몇 개의 시계브랜드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웅장한 부쓰의 크기를 자랑하는 브랜드들부터 일단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걸음 성큼 성큼 걸으며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를 익히려고 하기도 전부터 이 브랜드 저 브랜드 기대치 높은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하나씩 전시된 유리벽 너머로 장난감을 바라보는 어린아이가 되어 유리에 찰싹찰싹 달라붙게 되었습
 
니다.
 
<콧대 높았던 파텍 부쓰. 거기 시계 만드는 사람들이 콧대높은건 이해 하겠는데 왜 니들도 콧대가 높냐고>
 
<배를 컨셉으로 한 율리스나르뎅의 부쓰. 이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시면 한강고수부지 선상레스토랑으로 고고~>
 
 
 
우리 일행은 이 무시무시한 사이즈의 박람회를 최대한 사진기에 담아야한다는 일념 하에 사진기를 들고 난사모드로 돌입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사진찍는 기술이 없어서 짐을 좀 차지하고 그나마 관람객의 눈으로 이것 저것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떨떠름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를 지나가는 관람객이 볼수있도록 전시해놓기는 하였지만 각 부쓰의 내부에도
 
무언가가 있었지요. 거대브랜드들은 대부분 다층구조를 가지고 그 안을 요리조리 꾸며놓았는데, 그 브랜드와 사업상의 관계가 있
 
는 사람이거나 초청받은 경우가 아니면 들어가는걸 막았습니다.
 
<롤렉스의 2개 동에 달하는 부쓰중 한개였습니다. 사람들이 문 밖에서만 서성이고 있는 모습을 보실수 있습니다.
롤렉스는 파텍과 마주보고 있기때문에 파텍의 이름이 유리에 비치는군요. 사실 아무리 하이엔드브랜드라도 롤렉스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는 브랜드는 없죠.>
 
 
프레스 자격으로 갔었기에 그래도 여기저기 들쑤실순 있었지만 롤렉스같이 콧대높은 브랜드는 보도자료를 요청해도 문 밖에서 기
 
다리라고 하고 명함을 받고 그냥 하나 안에서 가져다 주더군요. 이 소외감. 그렇습니다, 왠만한 낯짝없이 그리고 적당한 신분 없이
 
그저 관람객으로 바젤에 가면 그냥 쇼윈도 밖에서 디스플레이된 시계를 매우 잔뜩 보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겠다 싶을 정도였습니
 
다.
 
 
<바깥쪽 디스플레이에는 별 신경도 안써준 멋진 브랜드 브라이틀링>
 
 
전세계 시계 혹은 보석 매니아가 모이는 축제라기 보단 바젤 박람회는 비즈니스가 중점인 장소로 비추어졌습니다. 특히 대형브랜
 
드들에게서 더 두드러진 성격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시계와 신제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를 넘어선 의사소통이란 브랜
 
드와 그들의 비즈니스 파트너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었습니다. 프레스를 위한 브랜드 내 컨퍼런스들도 있었지만 썩 신선한
 
정보를 본 일은 없었습니다.
 
 
한 명의 매니아로서의 마음을 썩 더 강하게 가지고 그 자리에 서있는 저에게 그곳의 분위기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들만의
 
리그’ 였습니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시계를 보고 시계에 대해 물어보고 브랜드의 생각과 철학을 지나가면서라
 
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사업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우의를 다지고 사업이야기를 더 하는 곳으로 비쳐졌습니다.
 
<스와치 그룹의 나와바리. 프레스데이에 찍은 사진이라 한적해 보이는데 박람회 기간 중에는 이곳이 까페로 변해서 오메가의 손님들이 잔뜩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초대한 손님들입니다.>
 
 
 
물론 훗날 타임포럼도 각 브랜드들과 약속을 잡고 인터뷰 스케쥴을 잡을수 있을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바젤 박람회는 ‘몰아서 취재
 
하고 인터뷰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찾을수도 있겠지만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는 곳을 바란 제 순진한 상상은 현실로 이루
 
어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곳에서 나름 인터뷰 기회를 여기저기서 알아보았을 때 그들이 주선해 주겠다는 사람은 ‘판매
 
담당’등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하였나요?
 
이런 생각은 저도 막상 바젤 박람회의 일정을 거의 다 소화 한 이후에 든 생각이었지 처음에는 매우 즐겁게 돌아다니며 특히 평상
 
시 절대 볼 기회 없는 시계들 위주로 눈에 단단히 호강을 시켜주었었습니다.
 
 
 
다만 큰 브랜드 일수록 화려하게 꾸며놓은 부쓰와 그 안에서 탄산수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어떤 돈으로 저런 모임들을 가지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을 서글퍼 졌었습니다.
 
 
제 옆에서 타임포럼 촬영팀이 지문이 닳아라 연사를 하면서 “올해는 이렇구만!!” 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아직 제 보는 눈이 모
 
자라서 그냥 그 안으로 들어가서 끼지 못하는데 질투를 느끼느라 바젤월드에서의 경험을 스스로 제한할뻔했다고 느끼고 다시 빨빨
 
거리며 볼따구를 디스플레이 유리창에 붙이러 돌아다녔었습니다. 큰 브랜드 때문에 업계만의 축제처럼 보였던 바젤월드… 남의 잔
 
치에 재를 뿌릴순 없잖아요?
 
 
저는 시계를 살 때 그냥 제 돈으로 조용히 투표를 해 나가면 되겠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득템신고] DOXA SUB 300T와의 조우. [17] energy 2023.09.03 1203 12
공지 하와이 와이키키 ft H08 [30] 현승시계 2023.05.22 1380 11
공지 스위스포럼 게시글 이동원칙 안내 [4] 토리노 2015.03.02 1746 0
공지 [스위스포럼 이벤트 공지]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주세요 [5] 토리노 2011.01.31 4337 2
공지 남들과 다른 시계 사진을 찍으려면...^^; [395] Picus_K 2010.12.02 17889 69
공지 [선택과 구매]어떤 시계를 고를것인가? [282] 토리노 2010.01.14 28105 56
Hot 전설의 폴라우터 [12] 준소빠 2024.05.10 2052 4
Hot 이제 곧...브랄이 이 브랜드를 키운다죠? [8] 준소빠 2024.03.23 1042 3
Hot 오랜만에 빵뎅이가 들썩거릴만한 신제품 [8] Tic Toc 2024.02.20 4717 2
Hot 나의 50대 첫 시계는... [23] 딸바보아빠 2024.02.09 14963 6
19297 [ETC(기타브랜드)] [모바도] 뮤지엄 워치 60주년 기념 모델 [11] 알라롱 2007.04.06 283 0
19296 [Maurice Lacroix] [신제품] 모리스 라크로와 폰토스 렉탱귤러와 Masterpiece 콜렉션 [14] Tic Toc 2007.04.07 809 0
19295 [Hamilton] 해밀턴 NAVY GMT 우레탄 밴드 .... [10] damall 2007.04.07 1094 0
19294 [Cartier] 까르띠에 [라 돈나 드 까흐띠에] [9] cr4213r 2007.04.07 868 0
19293 [ETC(기타브랜드)] [에버하드]Eberhard - Traversetolo Black [6] 소묘천재 2007.04.08 514 0
19292 [ETC(기타브랜드)] [아지무스][신모델] Azimuth Vintage B-Uhr & Mono-pusher Rattapante B-uhr [5] 링고 2007.04.09 492 0
19291 [Frederique Constant] 제 시계 한번 올려봅니다. 프레드릭콘스탄트 하이라이프... [8] minjun 2007.04.11 1165 0
19290 [ETC(기타브랜드)] 바젤 월드 4월 11일 -프레스 데이- [18] 알라롱 2007.04.12 388 0
19289 [Oris] The Oris TT1 Meistertaucher Regulateur 제 시계예요^^ [5] 묵티 2007.04.12 926 0
19288 [ETC(기타브랜드)] [포르쉐디자인][Re:] 포르쉐디자인 월드타이머 P6750 [9] 알라롱 2007.05.19 311 0
19287 [ETC(기타브랜드)] [포르쉐디자인][신제품] Porsche Design Worldtimer GMT [10] 링고 2007.04.13 500 0
19286 [Longines] [신제품] 2007 론진 신제품 소개 [12] 링고 2007.04.13 1619 0
19285 [Frederique Constant] [신제품] 프레드릭 콘스탄트 하트비트 실리시움 [12] 링고 2007.04.18 1481 0
19284 [ETC(기타브랜드)] [GG]바젤 월드 4월 14일 -제랄드 젠타- [14] 알라롱 2007.04.19 576 0
19283 [ETC(기타브랜드)] 바젤 월드 4월 14일 -다니엘 로스- [10] 알라롱 2007.04.19 356 0
19282 [ETC(기타브랜드)] 바젤 월드 4월 14일 -에터나 & 포르쉐 디자인- [7] 알라롱 2007.04.19 378 0
19281 [Hamilton] 바젤 월드 -해밀턴- [5] 알라롱 2007.04.20 979 0
19280 [ETC(기타브랜드)] [제니스]바젤 월드 -제니스- [18] 알라롱 2007.04.23 818 0
19279 [Oris] 바젤 월드 -오리스- [18] 알라롱 2007.04.23 1496 0
19278 [ETC(기타브랜드)] [라도][신모델] RADO 스플릿 세컨즈 [8] Tic Toc 2007.04.24 400 0
19277 [Longines] 바젤 월드 -론진- [13] 알라롱 2007.04.24 1079 0
19276 [ETC(기타브랜드)] 바젤 월드 -에벨 & 모바도- [5] 알라롱 2007.04.24 322 0
19275 [ETC(기타브랜드)] [디그리소고노]소피마르소의 시계 [18] cr4213r 2007.04.25 970 0
19274 [ETC(기타브랜드)] 바젤월드 유람기 - Prologue [18] Kairos 2007.04.25 446 0
» [ETC(기타브랜드)] 바젤월드 유람기 - A league of their own 편 [14] 개지지 2007.04.25 458 0
19272 [ETC(기타브랜드)] [스와치]ANATOMY OF AN $85.00 WATCH : THE SWATCH AUTOMATIC [2] 혁쓰 2007.04.26 421 0
19271 [ETC(기타브랜드)] [마틴브라운][신모델] Martin Brown SELENE [6] Tic Toc 2007.04.26 275 0
19270 [Frederique Constant] 프레드릭의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16] 시니스터 2007.04.26 1022 0
19269 [ETC(기타브랜드)] 바젤월드 유람기 - 패션 브랜드 [12] Kairos 2007.04.27 646 0
19268 [ETC(기타브랜드)] [레이몬드웨일][장터] 나의 손목을 팝니다. 싹뚝~! [20] cr4213r 2007.04.28 931 0
19267 [ETC(기타브랜드)] [브레게]바젤월드에 출품된 브레게 토빌론 2점 [10] 클래식 2007.04.30 919 0
19266 [ETC(기타브랜드)] [글리신]GLYCINE Airman 46mm [15] Picus_K 2007.05.02 743 0
19265 [ETC(기타브랜드)] [AM]Angular Momentum의 첫 자사 무브먼트 AM 101 [10] 링고 2007.05.07 352 0
19264 [ETC(기타브랜드)] [글리신]줄질은 파네라이만 하나~~ [8] Picus_K 2007.05.08 840 0
19263 [Hamilton] [Re:] [Re:] 2001: A Space Odyssey X-01 착용샷 [3] cr4213r 2007.05.10 29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