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마근엄 928  공감:10 2016.09.04 23:40

근 4년전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찾은 글을 번역해 놓고서는 잊고 있다가 이번에 올려봅니다. 뭐... 잘못된 번역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너그러이 봐 주시고. 글 쓴이의 르마니아 예찬론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내용은 어느 정도 걸러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


시계 전설 : 캘리버 르마니아(Lemania) 5100
출처: Chuck Maddox’s Watch Blog (http://chuckmaddoxwatch.blogspot.com/)


<< 저작자 정보 >>


원저자는 미상이나, 독일판 크로노스(Chronos) 1998년 4월에 게재됨.
1차 번역(독->영)은 2002년 여름 로만 하트만(Roman Hartmann), 죠지 쵸(George Chow )에 의해 이루어짐.
척 매덕스(Chuck Maddox)에 의해 게시되었으며 기술적 내용과 주석이 추가됨.
2차 번역(영->한)은 2012년 겨울 마근엄(pokapolo7@naver.com)에 의해 이루어짐. 주석 추가됨.


--------------------------------------------------------------------------------
게시자(Chuck Maddox) 코멘트 :
나는 이 글을 내 노트북 하드 드라이브에서 최근 찾았다. 이 글이 어떤 경로를 거쳐 내 하드에 저장되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글은 넷에 떠돌아다니는 다른 글들 보다도 좋은 정보를 담고 있고, 이 무브먼트에 대해 관심있는 이들에게 유용하리라 여겨 이 글을 올린다. 내용 중간중간에는 내가 주석을 삽입했고, 그 부분은 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희귀하다."


크로노그래프의 세계는 예전같지 않다. 스위스 산업은 제조 비용의 상승탓에 몇몇 인기 있는 캘리버(무브먼트)에 집중해왔다. 그러한 기본에 충실하고 기능적인 캘리버의 한 예가 바로 르마니아(Lemania) 5100 이다. 1978년부터 제조된 이래, 최근 때 아닌 단종으로부터 구제되었다. (애석하게도 스워치 그룹의 정책에 따라 이 구제로 인한 연명은 짧은 기간밖에 지속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언급.)


l5100p2-10.jpg


1년전, 누벨 르마니아(Nouvelle Lemania)는 각별히 견고하고 정밀하여 군사/항공 분야에 주로 사용되어온 5100 의 생산을 중지할 계획이었다. 르마니아의 결정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5100 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은 더 이상 시계 제조사들의 제품 라인과 철학이 맞지 않았다. 또한 무브먼트 제조 장비가 20년(사실상 25년 가까이) 되어 노후화에 따른 재정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캘리버를 주요 3개 고객사 - 포티스(Fortis), 진(Sinn), 튜티마(Tutima) - 에 공급하는 제한된 매출로는 재정비에 들어가는 투자비를 감당하기에 버거웠다. (폴 피코(Paul Picot)와 앨런 질버슈타인(Alain Silberstein)도 같은 캘리버를 쓰지만 위 3사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량이다.) 설령 투자를 하더라도 캘리버의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포티스, 진, 튜티마는 5100 의 생산을 지속해주길 바랬다. 5100 만이 군용 사양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캘리버였기 때문이다. 5100 은 그 구조덕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에도 크로노그래프 초침의 멈춤없이 충격을 견뎌내는 유일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였다. 다른 대부분의 크로노그래프들이 중간휠을 사용하는 반면 5100 은 직구동 매커니즘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5100 은 별다른 정밀도 저하 없이도 7G가 넘는 가속도를 손쉽게 버텨냈다. 충격을 손쉽게 흡수해내는 그 견고함은 전설적이다. 또한 5100 은 오랜 기간 정비 없이도 정밀도를 유지한다. 4~7년 주기의 정비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l5100p1-04.jpg


한편으로, 시계 제조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 5100의 약점은 그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단순함에 있다. 오래된 싸구려 기계식 손목시계나 기계식 탁상 알람시계처럼 필러(pillar)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콕(cock)과 브릿지(bridge)는 메인 플레이트에 가느다란 필러(pillar)에 의해 부착된다. 보다 전통적인 설계에서는 콕과 브릿지는 마치 테라스처럼 메인 플레이트에 직접 부착된다. 필러 구조는 제조 단가가 싸진다. 부품을 절삭(milling) 가공할 필요없이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설계자는 무브먼트에 일부 플라스틱 부품을 쓰기까지 했다. 플라스틱 부품은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당시 티쏘(Tissot)는 완전히 플라스틱과 유리섬유로만 제작된 무브먼트를 선 보이기도 했다. (2차역주: 1971년 발표된 IDEA 2001 이라는 시계임.) 5100 의 날짜/요일판과 이들을 돌리는 캠(cam) 또한 플라스틱이다. 무브먼트의 주변에 둘러진, 2개의 회색 반달형 플라스틱 부품은 로터(rotar)를 지지하고 케이스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 로터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 무브먼트를 감싼 이 플라스틱 '링(ring)'은 그냥 봐서는 필러 구조에 대부분이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idea.jpg
Tissot IDEA 2001
 
다행스럽게도 르마니아는 5100 의 생산을 중지하지 않았으나(1997년 시점), 대신 새로운 생산 시설 비용이 반영되어 무브먼트의 가격은 230 스위스 프랑에서 400 스위스 프랑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30년간의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역 사를 훑어보면 많은 수의 다양한 캘리버들이 넘쳐나는 크로노그래프의 황금기는 이제는 끝났다. (사실 최근에는 약간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더 나중에 이야기하자.)
 
"20년" (30년에 가까운)
 
실로 몇 안되는 소수의 통합형 (일반 캘리버에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은 구조에 대한 상대적 의미) 자동 크로노그래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개발된지 최소 20년은 된 물건들이다.
 
제니스(Zenith)의 엘 프리메로(El Primero)는 1969년에 시작되었다. 엘 프리메로의 강력한 라이벌은 캘리버11/12로, 같은 해 브라이틀링(Breitling), 호이어(Heuer), 해밀턴(Hamilton)에서 출시되었다. 그러나 엘 프리메로는 11/12가 단종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르마니아는 1972년 (나중에 1350 으로 개량되어 현재까지 살아남은) 캘리버 1340을 출시했다. 오늘날 시장에 널려있는 ETA-밸쥬(Valjoux) 7750은 1973년도에 출시되었다. 5년뒤, 1340/1341의 단순화된 후계 모델이자 이 글의 주제인 5100 이 출시되었다. (실제로는 르마니아 5100 기반의 오메가(Omega) 스피드 마스터(Speedmaster)가 1974년도에 생산되었다. 이것은 문서로 매우 잘 남겨져 있어서 5100의 역사는 1974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어차피 1973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978년에는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시장이 급격히 축소된다. 스톱워치 기능을 가진 값싼 일제 LCD 쿼츠 시계들이 시장에 넘쳐났다. 그러나 스위스 업체들은 크로노그래프 시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값싸게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캘리버를 필요로 했다. 당시 오메가라는 기함급(flagship) 브랜드를 갖고 있던 SSIH(2차역자주 : Société Suisse pour l'Industrie Horlogère = 현 SWATCH그룹의 모체)의 계열사였던 르마니아는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팔고 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III, IV 에 채용된 캘리버 1040 은 르마니아 1340 으로부터 파생되었다. 그로 인해 새로운 르마니아 5100 이 출시되었을 때 이는 곧바로 스피드마스터 오토매틱에 캘리버 1045로서 채용될 수 있었다. 5100 은 1340 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크로노그래프  미닛카운터(분단위 카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브 다이얼을 쓰는 크로노그래프보다 가독성이 뛰어나다. 오메가는 르마니아 1340 의 9시 부분에 있는 영구초침 위로 24시간계를 추가하여 캘리버 1040 을 만들었다. 이 24시간계는 나중에 르마니아 5100 이 등장하며 기본 사양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위치가 12시 방향으로 옮겨짐에 따라 더욱 쓰기 편해졌다. 1340 과 5100 다이얼을 비교해보면 5100 에는 요일창이 추가된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5100 은 더 많은 기능을, 더욱 가독성 좋은 배치로 제공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그러나 신뢰성 높은”


르마니아는 5100  또 다른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나벳(navette) 타입의 크로노그래프 매커니즘은 통상처럼 베이스 플레이트와 자동 감기 시스템의 사이에 끼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이얼과 베이스 플레이트 사이에 끼워진다. 로터(무게추)는 보석 대신 강철제 베어링 위에서 감속 기어에 대해 단방향으로 돌아간다. 로터 아래에서 라쳇(rachet)휠이 로터의 회전을 감속 기어로 전달한다. 로터상의 요크(yoke) 스프링은 겹으로 제동자(click) 역할을 한다.


이상은 르마니아 5100 의 심플한 구닥다리 구조가 신뢰성 높고 기능적임을 잘 드러내준다. 플라스틱제 클러치 휠도 생산에 합리적이며 거대한 메인 스프링 배럴 (태엽통)에도 이 무브먼트의 튼튼한 설계 철학이 반영되어있다. 28,800bph (beats per hour)로 동작하는 고진동 무브먼트로서는 밸런스 휠의 크기도 상당히 크다. 신뢰성 높고 공간을 덜 차지하는 트리오비스(Triovis) 레귤레이터를 채용하고 있으며 ETA 캘리버들에서 흔히 쓰이는 잉카블록(Incabloc) 대신 킵플렉터(Kif-Flector) 방진 장치를 선택했다. 두께는 8.2mm로 ETA-밸쥬 7750 보다 0.3mm 두꺼워, 오늘날의 크로노그래프 캘리버중에서는 가장 두께가 두껍다.
 
“효율적이고, 정밀하고, 신뢰성 높다....... 한마디로 최고다.”
 
르마니아 5100 은 기능적 외관을 가진 툴워치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캘리버의 두께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진(Sinn)은 그 잠재성을 본 첫 메이커였다.
 
진은 1980년에 Sinn 142를 출시했다. 오메가가 스피드 마스터 마크IV를 출시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Sinn 142는 고기능 다이얼을 지닌 커다란 툴워치다.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오르피나(Orfina)의 포르셰 디자인 크로노그래프는 르마니아 5100을 채용한, 또 다른 기능적인 (그리고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을 한) 시계다. 튜티마의 군용 크로노그래프는 1985년에 출시되었다. 뒤에 잠시 독일 공군의 제식 시계로 채용된 바 있다. 1994년에는 포르티스가 인기없던 스트라토라이너(Stratoliner)를 단종시키고 매우 잘 만들어진 오피셜 코스모넛 크로노그래프(Official Cosmonaut chronograph)를 대체 투입했다. 캘리버는 그대로 르마니아 5100 이었다. 앨런 질버슈타인(Alain Silberstein)도 플라스틱 부품의 색깔을 일부 바꾸고 그의 도발적인 '크로노 바우하우스(Krono Bauhaus)' 모델에 5100 을 사용했다. 최근(주: 1990년대 말)에는 진이 용두와 푸셔를 케이스 왼쪽에 배치한 (게다가 모든 서브 다이얼과 날짜/요일창을 없애버린) 참신한 디자인의 크로노그래프 EMZ1(2차역주: Einsatz-Zeitmesser 1 아인자츠 짜이트멧서 아인)을 출시했다. 
 
“르마니아 5100 의 기술적 사양(스펙)”
 
다이얼과 베이스 플레이트 사이에 크로노그래프 매커니즘을 가진 자동감기형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중앙에 장착되고 단방향 감기가 되는 로터 탑재. 로터 내측에는 구부러진 스프링 제동자 (2차역자주 : 요크 스프링 클릭을 말함)가 있다. 라쳇휠은 로터의 움직임을 감속휠로 전달한다. (몇몇 사진에는 휠에 구멍이 뚫려있음.)


크로노그래프 매커니즘은 공간과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나벳(navette) 타입. 비교적 높은 진동수 (28,800bph)에도 불구하고 대형 글뤼시뒤르(Glucydur) (2차역자주 : 불어발음임. 영어로는 글루사이더) 밸런스 휠을 채용했다. 니바록스1(Nivarox 1)의 평면 헤어스프링, 트리오비스(Triovis) 레귤레이터, 킵플렉터(Kif-Flector) 방진장치를 채용. 니바플렉스(Nivaflex) 메인 스프링을 사용한 대형 배럴을 쓴다. 날짜/요일 디스크는 플라스틱제. 자동감기 기구의 감속 기어도 플라스틱제.


캘리버의 브릿지, 플레이트와 밸런스 콕은 필러 구조로 만들어짐. 2개의 플라스틱제 반달형 부품이 무브먼트를 감싸고 있다. 무브먼트  높이는 8.2mm, 직경은 31mm, 무게는 21g. 1978년 첫선을 보임.
 
캘리버 5100은 구형 오메가(Omega), 진(Sinn), 포티스(Fortis), 튜티마(Tutima), 앨런 질버슈타인(Alain Silberstein), 폴 피코(Paul Picot), 구형 오르피나(Orfina) 포르셰 디자인(Porsche Design), 구형 티쏘(Tissot)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에 채용되었다. 진(Sinn)은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크로노미터 인증(COSC) 버젼의 5100 를 고를 수 있다.
 
르마니아 5100 의 특징으로는 중앙 미닛 카운터, 12시 방향의 24시간계 서브 다이얼을 들 수 있다.

--------------------------------------------------------------------------------
여기까지가 본인(Chuck Maddox)이 하드 디스크에서 찾아낸 문서의 내용이다. 문서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허사였고, 이 글을 내 웹페이지에 올리고 난 뒤에 고맙게도 죠지 쵸(George Chow) - 1차번역자- 와 연락이 닿았다. 죠지는 이 글의 게제를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이 뒤에 이어지는 글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필자가 가필한 것이다. 필자가 주석을 갱신하기 전, 세르지오 로렌존(Sergio Lorenzon)이 WatchScape에 올렸던 르마니아 5100 (그리고 오메가 1045) 무브먼트의 사진들 인용하였다.

-- Chuck 

--------------------------------------------------------------------------------
 
현재의 상황 (2002년 12월 31일)


1990년대 후반에 들어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에 르마니아 5100 만 쓰거나 혹은 이를 주력으로 쓰는 메이커들 중, 신제품에서 밸쥬 7750을 채용한 모델을 나란히 내거나 아예 밸쥬 7750으로 갈아 탄 회사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벨&로스(Bell & Ross)는 스페이스3 모델을 7750의 두 가지 파생형으로 발표했으며, 레뷰 토멘(Revue Thommen)은 5100 기반의 에어스피드 모델을 단종시키고 7750 기반의 에어스피드2로 대체하는 등 이런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튜티마, 진 등은 버티고는 있지만, 르마니아 5100의 장기 생존은 잘 봐줘도 지각 변동을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시계 산업의 현황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 상당수는,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속에서 원가를 지속적으로 낮춰 이익을 내주길 회사에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다 열린 시각을 가진 누군가는 5100 을 단두대에 밀어넣는 일은 5100 으로 시계를 만들고 싶어하는 회사들에게 두려움을 안길 것이라던가, ETA/밸쥬 7750 원활한 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2001년 초, 르마니아 5100 이 단종될거라는 소문이 인터넷상에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소문은 대부분 두 다리, 세 다리를 거쳐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1990년대 말 이래 스위스 시계 산업은 대규모 인수 합병을 계속했고, 대부분의 주요 시계 관련 메이커들은 조용히, 혹은 공개 입찰을 통해 거대 컨소시엄에 매수되었다. (롤렉스나 브라이틀링 등 일부 확고부동한 브랜드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거대 컨소시엄으로는 스워치(Swatch) 그룹, 루이-뷔통-모엣-헤네시(Louis-Vuitton-Moët-Hennesy=LVMH), 리슈몽(Richemond), 모바도(Movado) 그룹 등이 있다. 특히 5100 을 쓰는 포티스, 진, 튜티마, 벨&로스 등 많은 독립 시계회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나, 원래의 크로노스 기고문에 따르면 르마니아는 스워치 그룹에 인수되었다.


소문은 계속되었고, 나는 개인적으로 코볼드 워치(Kobold Watches)의 마이클 코볼드(Michael Kobold) 사장과, 미국내 LVMH 시계 서비스를 지원하는 ProTime Service 부문의 테크니컬 디렉터인 죤 소콜(John Sokol)를 2002년 4월 말경 시카고에서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다. 스워치 그룹 회장인 니콜라스 하이엑(Nicholas Hyaek)이 르마니아의 무브먼트는 스워치 그룹 산하의 회사들에게만 공급될 것임을 공식 결정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현재 5100 기반의 시계를 제조하는 비(非)스워치계 메이커는 사실상 단종을 맞게 되었다. 다만 진과 튜티마는 독일군에 군납 계약이 있었던 관계로, 납품 계약 종료까지 무브먼트를 공급받거나, 충분한 사전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되었다. 5100 은 단종되거나, 단종은 아니더라도 생산 재개를 할 생각이 들 때까지는 생산 중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보고내용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특정 제조사가 만든 5100 기반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들이 여전히 시장에 있긴 하나, 튜티마와 진이 양대 업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티스는 5100 제품을 웹사이트 제품 목록에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있고, 벨&로스와 레뷰 토멘도 마찬가지다. 5100 무브먼트의 태양이 아직 완전히 저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수평선 가까이에 걸려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빈티지와 현행 5100 물건들이 중고 시장에서 줄어들고 있고 조만간 프리미엄을 형성할 조짐이다.


이런 방정식에 변수가 더해진 것은 소형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르네상스다. 오메가는 프레데릭 피게(Frédéric Piguet)와 협력하여 다니엘식 탈진기(Daniels escapement)에 기반한 코액셜(Co-Axial) 자동 크로노그래프와 브로드 애로우(Broad Arrow) 무브먼트를 병행 개발해 왔다. 롤렉스(Rolex)는 제니스(Zenith)의 엘프리메로(El-Primero) 무브먼트에 의존하던 것을 대치하고자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완전히 새로 개발했다. (2차역주: 롤렉스는 1960년대부터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데이토나(Daytona)에 제니스 엘프리메로 무브먼트를 사용해왔으나, 제니스가 LVMH에 합병되며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자사 무브먼트인 캘리버 4130을 새로 개발하여 2000년부터 데이토나에 투입했음.) 제니스는 LVMH 품에 합류한 이래 더욱 활발하게 엘프리메로 무브먼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무브먼트는 고가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프리미엄급 무브먼트들이다. 권장 소비자 가격(SRP)으로 최소한 4천불은 지불해야 그 문턱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거기에서 가격이 더 올라간다.


5100 의 생산이 중단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5100 은 대단한 유용성, 내구성, 사용성과 경제성을 지닌 무브먼트다. 해당 가격대의 경쟁자로는 ETA / 뒤브와 데프라즈(Dubois Dépraz)의 모듈형 크로노그래프 (2차역주: 원문은 piggyback chronograph. 뒤브와-데프라즈, 속칭 DD는 SWATCH 그룹 산하의 부품 메이커로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담당하는 모듈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piggyback chronograph란 기본형 ETA 베이스 무브먼트에 DD가 개발한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추가로 '얹은(piggyback)' 개량형 무브먼트를 지칭한다.)과 ETA/밸쥬(Valjoux) 7750 뿐이다. 5100은 예쁘장하거나 호사스런 무브먼트는 아니지만 견고성을 중시하는 많은 팬들을 갖고 있다. 구(舊)소련군도 장비를 어떻게 막 굴리더라도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건성을 중시하는 교리를 주장했다. (AK-47 소총과 T-34 전차를 보시라.) 이렇듯 훌륭한 크로노그래프가 무대 뒷편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Chuck Maddox)가 르마니아 5100 무브먼트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다음의 링크를 참고할 것.
[링크]


--------------------------------------------------------------------------------


2003년 2월 바젤(Basel) 페어 후 갱신 :


최근, 2003년 바젤(Basel) 행사에 앞서 탁호이어(TAG-Heuer)는 2000 아쿼 그래프(Aqua Graph)라는 이름의 신모델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3개의 서브 다이얼(Tri-Compax)을 배치했으며 르마니아 5100 과 놀랍도록 닮았다.


중앙에 배치된 크로노그래프 미닛, 24시간계 서브 다이얼은 9시에 있다. (5100을 90도 돌린 소머리-bullhead 스타일) 탁호이어는 이것을 캘리버60 자동 무브먼트라고 부르고 있다. 날짜/요일 기능만 삭제된 르마니아 5100 처럼 보이며, 기능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르마니아 5100의 정신을 따라 개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배치는 외관상으로는 르마니아 5100 과 매우 흡사하지만, 실제 무브먼트는 ETA 2892-A2에 뒤브와-드프라즈(DD)의 2073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은 것으로 보인다. 2073 모듈이 DD가 지금까지 선보여온 모듈들에 비해 더 개선된 것인지의 여부는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추측하건대, DD가 르마니아로부터 LWO 283 모듈 무브먼트를 사들였고, 그렇다면 새로운 조합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세월이 답해줄 듯.


--------------------------------------------------------------------------------


필자(Chuck Maddox)는 위의 글 중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음을 밝힌다.  저자/권리자와 연락되었을 때 최대한 존중의 뜻을 밝혔으며 게시물은 엄격히 교육적인 목적으로만 올렸다. 르마니아 5100 / 오메가 1045 무브먼트 사진을 포함한 자료집으로 링크를 허락해준 세르지오 로렌존(Sergio Lorenzon)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내 주석은 나의 견해이므로 여기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주시길 !  -- Chuck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득템신고] DOXA SUB 300T와의 조우. [17] energy 2023.09.03 1175 12
공지 하와이 와이키키 ft H08 [30] 현승시계 2023.05.22 1354 11
공지 스위스포럼 게시글 이동원칙 안내 [4] 토리노 2015.03.02 1724 0
공지 [스위스포럼 이벤트 공지]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주세요 [5] 토리노 2011.01.31 4323 2
공지 남들과 다른 시계 사진을 찍으려면...^^; [395] Picus_K 2010.12.02 17868 69
공지 [선택과 구매]어떤 시계를 고를것인가? [282] 토리노 2010.01.14 28071 56
Hot 오랜만에 빵뎅이가 들썩거릴만한 신제품 [6] Tic Toc 2024.02.20 4648 2
Hot 나의 50대 첫 시계는... [21] 딸바보아빠 2024.02.09 14863 6
Hot 🎊 스와치 x 블랑팡 Ocean of storms 득템신고! 🎊 [12] 타치코마 2024.01.30 2477 6
Hot [응답하라 2006] 2006.08.31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3] Tic Toc 2024.01.27 381 10
1484 [ETC(기타브랜드)] 이 시계를 구입하면 용자라던데 ㅠㅠ [84] file 무해함 2013.02.05 1447 23
1483 [ETC(기타브랜드)] Board Mafia 모임후기_이미지 버젼 [43] file SANGTHEMAN 2011.12.03 887 17
1482 [ETC(기타브랜드)] 전설의 비급을 찾아서... [6] file mdoc 2019.05.13 2183 17
1481 [ETC(기타브랜드)] 애장품 레어템 랭킹 놀이^^(스압주의) [31] file 마마님 2015.08.01 2048 16
1480 [ETC(기타브랜드)] 저도 드디어 레벨 5가 되었습니다 [22] file J9 2021.03.16 637 13
1479 [ETC(기타브랜드)] 안녕하세요^^ 땡규리입니다.♥ [18] file ★ 땡규리 ★ 2011.09.01 805 12
» [ETC(기타브랜드)] 시계 전설 : 캘리버 르마니아(Lemania) 5100 [6] file 마근엄 2016.09.04 928 10
1477 [ETC(기타브랜드)] [설 맞이 깜짝 설문] 회원님들은 다음 심플 드레스 워치 중 어떤 모델을 선호하시나요? [71] file Eno 2013.02.08 1553 10
1476 [ETC(기타브랜드)] ★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 [52] file 아롱이형 2013.01.06 502 9
1475 [ETC(기타브랜드)] [SKY WATCH 이벤트리뷰] 특별한 경험 럼펌퍼...^^ [25] file 눈괴물 2013.08.22 493 8
1474 [ETC(기타브랜드)] [득템기]edox 하이드로서브 50주년 한정판 [16] file 플레이어13 2016.05.17 664 8
1473 [ETC(기타브랜드)] [Christopher Ward] 추석은 지났지만 보름달 [16] file herb 2016.09.24 566 8
1472 [ETC(기타브랜드)] [CATOREX 회중시계] ★ 가을날의 몽상(夢想) ★ [26] file 아롱이형 2012.10.07 299 8
1471 [ETC(기타브랜드)] 자사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마지막 단계?-2개의 새로운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 소개 [12] file mdoc 2019.08.18 672 8
1470 [ETC(기타브랜드)] 몰디브 ft H08 [20] file 현승시계 2023.10.10 391 8
1469 [ETC(기타브랜드)] 안녕하십니까 불주먹 에이스 입니다! [18] file mdoc 2022.07.30 561 8
1468 [ETC(기타브랜드)] About 스킨 다이버(Skin Diver) [14] file mdoc 2021.06.15 432 8
1467 [ETC(기타브랜드)] 듣보잡이지만... SEVEN FRIDAY 득템~ [16] file kingkill33 2013.08.21 669 7
1466 [ETC(기타브랜드)] 1960년대 B급감성 [9] file mdoc 2021.06.06 50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