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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_고마운 사람들

 

올 한해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일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크로노스위스 이벤트에 참가하고 독일 뮌헨의 본사를 방문했던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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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흑흑.. )

 

물론 그 영광의 이면에는 1위 자리를 모더레이터라는 이유로 흔쾌히 양보해주신 이분이 계시죠. 이분의 크나큰 양보가 없었다면

(, 저는 죽어도 그런 양보는 못할 위인입니다..-_-;;) 저의 뮌헨행은 시작도 해보지 못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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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만큼 양보가 아름다운 남자 팜판 모더레이터

 

  

모더레이터가 큰 벼슬도 아닌데 공정을 기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기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저같은 소인배는 죽어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회원으로 만족해야죠.흠흠

 

물론 이런 멋진 이벤트를 기획하신 DKSH코리아와 운영의 묘를 살려서 멋진 이벤트로 만들어낸 타임포럼 관계자들에게도 함께 고마움을 표시해야겠죠.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난생 처음의 독일 방문은 물론이고 유럽여행을 하며 이런 저런 경험을 할 기회도 없었을겁니다.

 

그래서 서두는 이 모든분들에 대한 감사의 말로 시작을 합니다. 팜판님, DKSH코리아 관계자 분들, 그리고 타임포럼 운영진들 모두 모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출국 준비_선물은 뭘하나?

 

여행 짐을 싸는 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남자의 여행 가방은 배낭 하나면 되는거죠. 하지만 겨울이라 옷이 많아지고 현지에서 격식있는 만남을 가져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에 정장도 챙겨야 합니다. 자연스레 부피가 늘어나고 짐이 커집니다. 한편으로 부담감도 커지더군요. 남의 집에 빈손으로 가면 안된다고 하던데.. 뭘 사가지고 가나? 랑 아저씨가 뭘 좋아하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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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좋아하잖아. 시계

 

시계는 잔뜩 가지고 계신 분일테니 (라고 쓰고 너무 비싸서라고 읽습니다.-_-;;) 그나마 한국적인 선물이 있을법한 인사동을 방황하길 두시간. 드디어 결심을 하고 한 가게의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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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로?? 오케이?? 저 한국 사람인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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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디자인을 정하고 작업에 들어갑니다. 돌로 새긴 전각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은 건 아무래도 사람의 손과 정성이 들어간 작업이고 그런 한국적인 선물이 마음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좀 더 비싼 선물을 하고도 싶었습니다만 그냥 성의 표시 정도를 하기로 맘 먹습니다. 요즘 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저것도 상당히 무리한 수준의 성의표시이긴 합니다. -_-;; (궁금하시면 하나 새겨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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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 일일이 손으로 새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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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겨서 돌가루를 떨어 마무리합니다. 인주를 먹여서 시험삼아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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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깔끔하게 나왔네요. 미스터랑이 이 전각을 평생에 몇번이나 쓰겠습니까만.. 성의죠. 성의. 미풍양속. 한국인의 미덕. 뭐 그런걸로 이해해 주시면 참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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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생색을 좀 내야하지 않나 싶어서 제 닉네임도 새겨넣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타임포럼 대표인줄 알겠네요. ㅎㅎㅎ

 

요렇게 완성이 되어 케이스에 담고 선물포장을 했습니다. 선물까지 다 준비하고 나니 뜻밖의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만나기로 했던 게르트 랑씨께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신답니다. 애초에 미스터 크로노스위스를 만난다는 기쁨에 마음 가득 부풀었던 풍선이 피시식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이미 짜여진 일정을 바꿀수는 없는 일, 눈물을 머금고 나설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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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늘 오가는 사람으로 붐빕니다. 뮌헨으로 가는 외항사 탑승동은 셔틀트레인을 타고 나가야 하는 곳이죠. 기차 타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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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시덕후 눈에는 이런 것만 보이는 거죠. 물론 면세점에서 질렀다가는 입국장에서 친절한 세관 공무원들을 반드시 만날수 있습니다. 시계는 어디다 숨겼냐면서 말이죠. -_-;; 동행들을 만나서 이번 여행에 대해 상의도 하고 독일 가면 어떤 일정이 진행되는지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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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대장격이셨던 김두환 이사님. 아주 젠틀하고 인터내셔널한 신사이십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주옥같으신 분인데 그걸 다 옮길수 없는 것이 안타깝네요. 이분이랑 여행하면 여행의 재미가 배가된다는데 500원 겁니다. 크로노스위스 맡기전에는 스와치그룹에서 오메가와 스와치 BM을 오랫동안 하셨던 베테랑이라고 하십니다. 포스가 부왁~하고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시리우스 차셨네요. 송년회에도 오신다 하셨으니 실물을 그날 보실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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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표정도 패션도 시계내공만큼 예사롭지 않으신 히데오님이십니다. 이분 리뷰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전설의 리뷰를 쓰신 분을 실물로 보니 왠지 마음이 뜨끔합니다.(우리는 경쟁자..-_-++)  히데오님의 시계는 국시공의 뽈뚜기군요. 저는 론진 마콜이니 두명 다 크로노스위스가 아닌게 안타깝습니다. 저도 하나 빌려차고 가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히데오님도 같은 생각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시덕들은 생각도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런 저런 여행의 기대감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드디어 비행기에 타고 뮌헨까지의 기나긴 비행에 들어갑니다. 흥분과 기대로 마음이 두근두근해서 잠도 못자고 뜬눈으로 열한시간을 날아 도착하니 그곳은 아직도 저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묘한 경험이 해외 여행의 신기한 경험중에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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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택시도 벤츠네요. 신기하게도 백미러에 미터기가 달려있습니다. 공항에서 숙소인 리젠트 호텔까지는 50유로가 넘게 나오더군요. 50유로면 우리돈으로 가볍게 8만원. 택시타고 이동할때마다 작으면 20유로에서 많으면 80유로까지 나옵니다. 독일의 물가중에서 제일 비싼 것중에 하나가 교통비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광열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만. 겨우 다섯시 넘은 시간인데 해는 이미 졌습니다. 마치 밤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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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 아레나를 지나갑니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인 것 같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명문 구단인데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저와 달리 히데오님은 눈을 반짝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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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간단하게 맥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은후에 내일을 기약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수입되는 파울라너 맥주의 본고장답게 비싸지도 않은데 맛있기까지한 독일 맥주는 마실수록 입에 착착 붙습니다. 맥주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보드형님이 떠오르더군요. , 물론 첫번째로 떠오른 건 마누랍니다만..-_-;; (여보 사랑해)

 

 

뮌헨 둘러보기_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만남

 

오후로 예정된 크로노스위스 방문에 앞서 김두환 이사님의 안내로 뮌헨의 관광코스를 대략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교외로 나가기엔 시간이 짧고 시내 명소 중심으로 돌기로 하고 숙소를 나섭니다.

 

독일 출신의 명감독 빔 벤더스는 최근 출간된 그의 사진집 "한번은"에서 사진을 찍는 자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바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을때, 그 순간은 단 한번의 순간이 된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우리의 시간이, 사진으로 자신의 유일무이함과 고유함을 증명하기 시작한다라구요. 그리고 그 단 한 번의 순간은 한 장의 사진이 없었다면 영원히 잊힐 수도 있는 한편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고도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리뷰를 쓰고 있는 이순간 그 말이 떠오르는군요. 시간과 사진과 우리의 인생에 대한 멋진 통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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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근처에는 유럽의 각지로 연결되는 중앙역이 있습니다. 기차가 서있는 이곳의 시계는 역시 몬데인이군요. 시인성이 좋은 저 독특한 다이얼은 한번 보면 잊기가 힘이 듭니다. 시계의 역할에 가장 근본적으로 충실한 시계중에 하나죠. 플랫폼이 별도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이곳에서 유럽의 여러 도시로 기차들이 출발합니다. (그 이야기는 기회되면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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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와있더군요. 역에도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만 시청 광장앞에는 독일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나 체코에도 예외없이 크리스마스 마켓들이 문을 열고 성탄 분위기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또다른 흥이랄까, 전통이랄까 여유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지더군요.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벼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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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아름다운 쫄깃함의 소유자였던 이 젤리는 여행내내 입에 달고 다닌것으로도 모자라 열봉지 넘게 집에 챙겨와야 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습니다.싸고 맛있고 입이 심심할때 최고더군요. 지금도 집어 먹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일 가시면 꼭 사서 드셔 보시길. 종류도 백가지는 족히 넘는 것 같아요. 아이들 있는 집이라면 한 스무봉지 사셔야 할듯. 저희집도 다 먹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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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풍경만 보면 우리나라 같지만 배경으로 서있는 건물이나 하늘을 보면 확실히 외국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유서깊은 유럽의 도시는 스카이라인이 확연히 다르더군요. 일전에 올린 하늘 사진을 보고 외국 하늘은 어째 좀 틀린것 같다고 하신 분들이 계신데 아마 스카이라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킬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하늘은 좀 더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뚝 우뚝 서있는 빌딩들이 있는 풍경은 잘나가는 현대 도시임을 웅변하기도 하지만 역사가 깊지 않은 도시라는 역설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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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에 여념이 없는 기념품 가게 사장님 혹은 직원.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제법 많습니다만 가격이 만만치가 않더군요. 유럽의 물가는 꽤나 비쌉니다. 물론 서울도 비싸져서 저녁으로 먹는 간단한 안주나 맥주값은 서울이나 뮌헨이나 다를바가 없습니다만 그외에는 굉장히 비싸죠. 기념품 하나에도 괜찮다 싶으면 100유로가 넘는 가격표가 붙어버립니다. 그래도 비타민이라던가 젤리라던가 유아용 화장품같은 건 또 너무 저렴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요. 서민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싶으면 싸고 관광객들에게는 비싼 물가, 유럽식 합리주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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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앤플라자 근처에 있는 시계 판매점 부커러의 시계입니다. 전형적인 회중시계의 모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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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구시청사 모습입니다. 고딕양식의 장엄한 건물로도 아름답습니다만 이 시청사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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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시 정각이면 시작되는 이 시계의 작동 모습이 아주 볼만합니다. 길게 작동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에 오면 10여분동안 이어지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상당히 정교한 시계의 작동 동영상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올려보기로 하지요. 이 포스팅은 아무래도 본사 방문기인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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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중에 하나는 이렇게 자전거에 연결해서 아이들을 태우는 유모차였습니다. 애들 안전벨트는 매주는 거겠죠? 저런거 하나 구하고 싶었습니다만 우리나라 도로 사정에서는 좀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뮌헨에선 자전거로 왠만한데는 다 다닐수 있으니까 저런 상품도 있는것일텐데 우리나라는 사고나기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부러웠습니다. 그러고보니 뮌헨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어요. 날도 추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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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를 기반으로 한 보석, 시계 판매점인 부커러앞에서 만난 멋쟁이 노부부. 왠지 환청이 들리네요.

 

(남 : 여보, 나 저거 하나 사주면 안돼?? 어 저 가운데 있는 파텍필립 노틸러스, 여 : 나 팔아서 사라,

남 : 당신 팔아도 못사는거 알고 그러는거지? 미워..흑흑..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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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 단체 사진도 한장 찍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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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속의 고독,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도 한번 느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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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가 파네라이 부띠끄도 한번 들여다 봅니다. 입구에 서계시던 분이 아주 한포스 하시더군요. 보드마피아는 상대도 안될 시실리 마피아 스럽게 생기셨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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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한정판도 있는 걸 보니 조만간 서울 한정판도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아무튼 이렇게 짧지만 알찬 시내 관광을 마치고 드디어 메인 이벤트 크로노스위스 본사를 방문하러 택시타고 출발합니다.

 

 

크로노스위스 본사 방문_우리가 그곳에서 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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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위스 본사는 뮌헨 중심가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있었습니다. 짧은 영어로 이사님과 택시기사의 대화를 들어보니 일종의 산업단지 비스무리한 주택가 같더군요. 정식명칭은 닥터 요한 하이처 거리 4번가였습니다. 양털구름이 우리의 방문을 반겨주는 것 같더군요. 주변 경관이랄까 풍경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본사는 개미가 방귀뀌는 소리도 들릴 것처럼 한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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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건물입니다. 레귤레이터의 다이얼을 형상화하여 만들었다는 건물인데요. 설명할때 사진 찍느라 잠시 멀리 있었더니 어디가 어떻게 형상화 된건진 못들었네요. 위에서 바라봤을때 세개의 원이 겹치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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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타임이군요. 이사님도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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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장. 가보로 간직해야겠습니다. 표정은 차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몹시 흥분되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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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해주시는 분들과 기념 촬영. 저 아리따운 아가씨는 클라우디아라는 분이구요.(맞나?) 옆에서 웃고 있는 금발머리의 나이스가이는 토비아스 부크너라는 젊은 피입니다. 나이도 스물일곱이니 젊은 피 맞죠. 저랑은 무려 열네살차이. 저 젊은 나이에 북미와 유럽을 맡고 있는 중역이라고 합니다. 크로노스위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인도 뭄바이에서 다이아몬드 관련 사업을 하던 경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합류한지 이제 겨우 8개월인데 왠만한 내용은 샅샅이 꾀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당히 사교적이고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였죠.

 

사실 이 사진의 진정한 주인공은 저 가운데 있는 시계입니다. 1927년에 제작된 크로노미터급 시계인데 매우 정확한 시간을 자랑하고 있다고 하네요. 크로노스위스 소개 책자, 혹은 게르트 랑 아저씨의 사진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계입니다. 본사 로비 한가운데에 있을 이유가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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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스 리플러라는 제작사가 만들었고 역시 레귤레이터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런 유서깊은 물건들은 로비에서 부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하나씩 전시가되어 있는데 이 시계들에서 비롯된 유전자가 크로노스위스에 하나씩 이식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죠.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멋집니다. 1927년이면 우리나라가 일제에 한참 지배를 받고 있을 시기군요.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일어난 것이 5년후인 1932년이니 정말 까마득한 옛날에 만들어진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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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상좋은 훈남이 현재 크로노스위스의 CEO인 카를로 버그마이어씨입니다. 우리 나이로는 마흔 아홉에서 쉰사이가 아닌가 싶군요. 스타일도 그렇고 풍기는 아우라가 보통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크로노스위스는 게르트 랑씨의 일인기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일선에서 물러나신 모양입니다. 물론 영향력이야 아직도 제일이겠지만 가업을 승계할 줄 알았던 나탈리양은 임신중인 이유도 있고 아직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낼때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탈리 양이 임신으로 힘들어서 못나온다는 얘기를 들으며 결혼했는지 물어봐달라던 모 모더레이터가 떠올라서 안타깝더군요. 국제결혼 물건너 갔다는.. 준비해온 선물은 미스터 카를로에게 전달했습니다. 미스터 랑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분실사고는 없었는지 궁금하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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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코프를 떠올리게 하는 빈티지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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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과 핸즈가 인상적이었던 빈티지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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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그래프 회중 시계, 깔끔한 페이스와 섬세한 바늘이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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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링이 되어서 전시가 되어 있는 이런 시계들은 모두 게르트 랑씨의 소장품들이라고 합니다.

브랜드도 생소한 시계들이지만 풍기는 아우라는 저마다 사연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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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팔던 시계인가 보네요. 여기 올린 사진들은 크로노스위스 내부 전시장에 진열된 시계들의 일부입니다. 게르트 랑씨의 말대로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기계식 시계를 만든다는 크로노스위스의 철학에 디딤돌이 된 작품들이 아닐까 싶네요. 현재 크로노스위스를 만든 대표적인 라인들의 유전자가 느껴집니다. 핸즈라던가, 다이얼이라던가 풍기는 아우라라던가. 어느 한부분이던 이 오래된 명품들속에서 현재의 크로노스위스가 피어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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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개 동영상을 봅니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변화의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기계식 시계에 집중하던 고집스러운 메이커에서 매스마켓의 럭셔리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퍼시픽라인의 출시라던가 보석이 박힌 여성용 라인들이 그런 움직임이 아닐까 싶네요. 크로노스위스는 과연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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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전체적이 생산과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성함은 잊었습니다. 그냥 창밖에서 도촬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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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집니다. 본사에서는 생산보다는 검수나 고장 수리, 오버홀같은 작업의 비중이 높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일관된 생산 공정의 모습이가기 보다는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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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을 위해서인지 이렇게 알기 쉽게 만들어놓은 전시물들도 눈에 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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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몯두하고 있는 장인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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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는 연마기인데 미스터 랑이 호이어사에서 부터 쓰던 기계랍니다. 저보다도 훨씬 연식이 오래됐네요. 자세히 보시면 1964년에 제작된 기계라고 씌어 있습니다주로 부품의 연마와 광택 내기에 쓰이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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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실은 수리와 오버홀을 위한 작업장입니다. 여기에 먼곳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깜짝 놀라라고 -_-;; 준비해주신 워치 메이킹 클래스, 이름은 거창하지만 다이얼을 무브에 결합하고 핸즈를 끼워보는 단순한 작업입니다. 브릿지를 분해 조립하기도 하구요. 토비아스가 옆에서 잘하면 워치메이커로 취직시켜주겠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물론 그럴리는 없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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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부이신 카챠 아닐로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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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와 무브먼트가 준비되구요. 다이얼과 핸즈까지 있습니다. 이거 연습용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실물인데요. 하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 이일을 어쩌나. -_-;; 일단 말씀하신대로 무브먼트부터 고정틀에 끼우고 다이얼을 얹습니다. 무브먼트쪽에서 나사를 조여 다이얼을 고정합니다. 은은하게 야광을 발하는 다이얼이 진품임을 나타내주네요. 핸즈를 조심스레 얹고 고정기로 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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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들이 서로 간섭하지 못하게끔 수평을 맞추고 용두를 돌려보며 확인합니다. 초침이 제대로 간섭없이 돌아야 조립이 제대로 된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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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무브먼트도 봐가면서 실습용 무브와 비교를 해봅니다. 피니싱은 생략되어 있지만 여기에 쓰이는 무브먼트가 맞군요. 일전에 건무님이 올려주신 그 무브먼트입니다. Kaliber C.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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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요렇게 요렇게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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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했어요. 저런 저런.. 손을 떨지 말아야지. 땀 좀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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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이분은 한국에서 시계 좀 만지셨나 봐요. 잘하시네. ~~ 어라, 부품이 도망갔는데요. -_-;; 괜찮아요. 이걸로 새로 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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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해도 땀만 나고 진도는 안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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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기 시작하는군요. 저 벌린 입으로 유체 이탈이 시작됩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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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히데오님은 침착하게 주어진 일을 잘 하고 계시. 는줄 알았더니 역시나 헤매고 계시는군요. 뭐 동병상련인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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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천신만고끝에 주어진 과제를 억지로 억지로 해냈습니다만 브릿지는 이미 상처 투성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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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은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후훗~   타임마스터 다이얼은 싼지바르라는 음식점 체인을 위해 디자인된 한정판이라고 하더군요. 저 칼이 교차하는 모양이 마치 글라슈떼 오리지널의 마이센과 같은 것 같다고 하니 토비아스가 그건 칼끝이 좀더 예각이고 저건 그 음식점의 로고라고 하네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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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석양이 집니다. 작업장 창밖으로 보이는 석양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영혼까지 빨려들것 같은 석양이네요. 은은하게 불타오르는 불꽃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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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으로 그정도면 잘했다고 카챠 사부께서 하사하신 크로노스코프 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수리 들어와 있는 물건인데 한번 보라고 주십니다. 모노푸셔크로노그래프는 처음 보네요.  포럼에도 쓴바 있지만 크로노스코프가 원래 제 맘속의 크로노스위스였습니다. 컬렉션을 다 보고 난후에는 좀 바뀌지만서도. (사람 맘이란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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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챠 사부와 한장 찍습니다. 이분 정말 신의 손이세요. 이분과의 만남을 계기로 워치메이커의 꿈은 고이 접어 내려놓습니다.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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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샷. 뭘 잘했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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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늘에는 석양이 불타오릅니다. 담배가 필요한 분들이 계셔서 잠시 나왔다가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봅니다. 은은하게 타오르는 화염같은 석양을 바라보다가 어떤 생각이 스치는데 그건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다시 되살아납니다. 뭐 그얘기는 글의 말미에 다시 하기로 하구요.

 

준비해두신 크로노스위스의 현행 컬렉션을 구경하러 실내로 들어갑니다. 이번 방문을 위해 크로노스위스의 현행 컬렉션을 모두 꺼내주셨습니다. 만져보고 차보고 감아보고 작동시켜보고 해볼 수 있는 건 모두 해봤지요. 그야말로 시계매니아로써 할 수 있는 극상의 호강입니다. 스와치에서 오래 근무하신바 있는 이사님 말씀에 따르면 메이커가 이렇게 환대하는 건 처음 본다고 하시네요. 감사할 따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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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마스터 형제들. 보석박힌 녀석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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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가장 제눈을 사로잡은 건 이녀석입니다. 이 칼라를 보세요. 뭔가 독특한 멋이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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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히데오님이 멋지게 리뷰해주신 타마 빅데이트. 좋습니다. 역시. 하지만 좀 배다른 형제같네요. 퍼시픽 라인도 그렇고 이 친구도 그렇고. 토비아스에게 왜 크로노스위스는 다이버 시계는 안만드냐고 물어봤는데 전통과 기계식 시계에 대한 집념과 크로노스위스의 유전자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합니다. 이해가 될듯 말듯한 선문답 같아서 앞으로 크로노스위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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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해도 배가 불러오는 시계들 앞에서 할말을 잠시 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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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잘빠졌다고 생각하는 시리우스 트리플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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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가라인인 퍼페츄얼 캘린더와 리피터 친구들. 리피터 치고는 매우 매력적인 가격이지만 그래도 살 수는 없는 신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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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푸스와 그랜드 루나 문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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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 쿼터 리피터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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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금통 PPC가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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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그래도 좀 심플해보이는 금통 시리우스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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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오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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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남자는 역시 타마인것도 같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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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심플하게 그랑 레귤로 할까?? 고민만 하다가 결정도 못하고 살돈도 없고 그냥 눈물만 훔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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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중한 시간들이 지나고 밥먹으러 갑니다. 가기전에 친절한 토비아스님이 기념품을 주시는 군요. 크로노스위스 모자와 워치메이킹 체험에 썼던 루페, 그리고 책자와 시계 케이스까지 아주 푸짐합니다. 눈물이 핑 도네요.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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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리앤플라자쪽에 위치한 이탈리아 식당으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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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어로 하는 의사소통이지만 이사님도 워낙에 영어를 잘하시고 카를로씨와 토비아스씨도 쉬운 영어로 배려해주셔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갑니다. 대접을 워낙에 잘 받아서 다음에 한국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그게 언제쯤이 될지는 다음을 기약해야죠. 한국의 멋진 밤문화를 보여주리라 다짐해 봅니다. ??

 

즐거운 저녁식사와 가벼운 술자리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듭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이어지는 그 다음날의 이야기도 있고 저 혼자 떠난 오스트리아 체코 여행도 있지만 그건 자유게시판에 짬나는대로 전해드리기로 하지요.

 

잠들기전에 하루를 돌이키니 마치 꿈만같은 시간들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나 먼곳에 와서 생전 만날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 시계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고 크로노스위스의 전반적인 향후 계획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의 시계 시장 성장세가 상당히 빨라서 전세계 판매량을 기준으로 4위라는 소식도 의외였습니다. 싱가폴과 4위를 다투고 있다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그 중심에는 타임포럼을 비롯한 시계 커뮤니티의 공헌이 지대하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Epilogue_그후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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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위스 본사를 방문하고 그 다음날은 BMW 월드라는곳을 들렀습니다. 전시된 자동차들을 보며 독일인들의 기술에 대한 집녑, 혹은 집착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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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전통을 무덤속에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해석과 감각으로 새롭게 되살려내는 것도 보았습니다. 크로노스위스의 저력은 이런 독일 기술자들의 핏속에 흘러 내려오는 어떤 말리지 못할 원초적 본능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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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프라하에서는 천문시계를 보았습니다. 뮌헨의 그것보다 인물이 움직인다던가 하는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쉽사리 읽어낼 수 없을정도로 복잡한 이시계는 항성시와 태양시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시각과 절기를 나타내며 일출과 일몰까지도 나타내주는 복잡 시계입니다. 유럽의 유구한 시계 전통이 집약되어있다고 할까요. 새삼스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명품이었습니다. 시간마다 해골이 종을치는 이 시계 앞에는 전세계 앞에서 온 구경꾼들이 많이도 모여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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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이 회중시계에도 크로노스위스가 현대에 되살리고자 한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이 숨어있습니다. 참으로 깨알같은 시계의 역사죠. 많은 볼거리와 많은 먹거리, 그리고 발품팔아 느낀 유럽의 감동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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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시계를 다시 봅니다. 여행은 분명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지만 몸은 어느새 한국을 그리워 하고 있더군요. 돌아오니 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동안 밀린 일들을 처리하며 바쁘게 보냈습니다. 하루 하루가 정말 빨리도 지나갑니다. 유럽에서 돌아온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꽤나 먼 기억으로 느껴질만큼 기억은 휘발성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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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고 받아온 것들을 하나 하나 들춰봅니다. 사인스 오브 타임즈라는 이 책에는 그야말로 크로노스위스의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판매되는 건 아닌것 같고 아마도 방문객에게 증정되는 책일것 같은 이 책의 앞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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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기계 장치이지만 그것만으로 시간이라는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것이 아마도 미스터 랑의 시계와 시간에 대한  잠언인가 봅니다. 현자의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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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면 좋은 시계를 만들 수 없다는 대목에서 왜 그가 그렇게 기계식 시계를 고집하고 전통을 되살리려 애쓰는지도 알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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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모든 시계엔 내 일부가 담겨있다는 대목에서는 그가 시계에 담으려고 했던 그의 일부가 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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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경구인 Faszination der Mechnik(기계식 시계에 매료되어서)은 시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잠언입니다. 과연 게르트 랑이 그말에 담으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요?? 문득 사랑해 파리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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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다룬 이 영화에는 이런 사랑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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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상대방은 젊고 예쁜 승무원입니다. 어느날 아내에게 이별을 통보하려고 만난 찻집에서 아내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고백을 하고 이 남자는 아내가 죽을때까지 병수발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이미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은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책을 읽어주고 음식을 만들고 손잡고 산책을 합니다. 불륜 관계였던 승무원에게 이별을 통보하구요. 인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아내곁에서 마치 자신의 온마음을 다 바치는 것 처럼 사랑을 연기합니다. 그런데 그만, 사랑에 빠진것처럼 행동하니 진짜로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어버린 이 남자. 아내가 죽은후에도 빨간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를 보면 이미 세상에 없는 아내를 떠올리게 되어 버립니다. 아내가 즐겨입던 빨간 트렌치 코트 말이죠.

 

뜬금없는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미스터 랑의 태도에서 하나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영원한 사랑이 되어버린 영화의 주인공 남자같은 은은하고 오래가는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크로노스위스라는 브랜드의 탄생과정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애초에 크로노스위스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원대한 꿈을 품고 시작한 기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할 일이 그것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하는 일이 너무나 좋아지고 매료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 빠져버려서 회사가 점점 성장하고 지금의 성공적인 위치까지 오게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죠.

 

한사람이 가졌던 마음속의 그 작은 불꽃이 은은히 타올라서 마침내 생의 마지막까지 안고 가야할 어떤 절실한 화염이 되어버리고 그후에는 어떤 것을 보아도 그것만이 보이는 그런 사랑. 크로노스위스의 모토인 기계식 시계에 매료되어라는 캐치프레이즈에는 그런 사랑의 기운이 보입니다. 물론 저의 확대해석이나 오해일수도 있겠지만 사랑한다고 되뇌이면 사랑하게 되듯이 기계식 시계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도 어쩌면 게르트 랑처럼 그런 사랑의 열병을 이미 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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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유난히 아름답고 뭔가 말을 거는 것 같던 뮌헨을 떠올립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 만나지 못한 미스터 랑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그에게 묻고 싶습니다. 기계식 시계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은은하고 오래 타오르는 그런 화염같은 사랑이 아니냐고. 매일 매일 되풀이해서 만나고 사랑한다고 되뇌이다 보니 정말 사랑에 빠져버린 그런 진득한 사랑은 아니냐고 말이죠. 비록 성격이 까탈스러워 시계말고 다른 화제에는 대꾸도 안한다는 그라지만 왠지 제 질문에는 그렇다고 활짝 웃으면서 대답해 줄것도 같습니다.

 

너무나 긴 글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다녀온 여행도 여러분을 대신해서 보고온 모든 것들도 관심갖고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덕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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