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建武 731  공감:7 2011.11.23 00:49

farside_apollo16_big.gif

 

우주에 나가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오늘은 시계의 뒷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까 합니다. 달의 뒷면처럼 시계의 뒷부분은 보통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시계의 주인은 이것을 착용할 때나 벗을 때 뒷면을 볼 수 있고, 최근의 Display back들은 사파이어 글래스를 통해 시계 무브먼트가 움직이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DSC07709.jpg

 

Chronoswiss Kaliber c. 672


 

Chronoswiss Kaliber c. 672 수동 무브먼트입니다. ETA 6497-1 무브먼트가 베이스 무브이죠. ETA로부터 공급받은 무브먼트를 크로노스위스에서 수정하여 사용하는 무브먼트입니다.

 

커다란 손목시계가 최근 20여년간의 트렌드가 되면서 본래는 회중시계 무브먼트였던 ETA 6497/6498 무브먼트들이 손목시계에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무브먼트의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편에 속하는 무브먼트이면서도 튼튼하고 비교적 정확한 무브먼트입니다. 게다가 무브먼트의 사이즈 또한 크기 때문에 최근의 빅사이즈 트렌드에 사용하기 걸맞아서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무브먼트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파네라이이지만, 그 외에도 제법 저가형 시계들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커다란 수동 손목시계다 싶으면 대부분 이 무브먼트가 사용되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습니다.

 

 

 

 

 

 

 

unitas6497.jpg

 

ETA 6497 Movement

 

  

크로노스위스 타임마스터에 사용된 c.672는 그러나 많이 볼 수 있는 6497 무브먼트와는 척 보기에서도 이미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과연 어떤 부분이 수정되어있고이 무브먼트는 과연 얼마나 괜찮은 무브먼트일까요?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무브먼트의 피니슁 (마감) 같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피니슁이라는게 과연 어떤것인지 자세히 안다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도 아는 것은 한정되어있지만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이 무브먼트의 피니슁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크로노스위스는 고급의 코스메틱 피니슁을 하는 브랜드는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능상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하지만 불필요한 부분까지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쓸데없는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용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고, 또 그러한 쓸데없는 작업을 굳이 하지 않기 때문에 하이엔드는 결코 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무브먼트에서도 크로노스위스의 그러한 점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unitas6497.jpg  DSC07709.jpg

 

 

 옆에 나란히 놓아 맞춰보겠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플레이트의 모양과 플레이트 앵글라쥐의 유무입니다. 6497 무브먼트와 비교하면, 무브먼트를 덮고 있는 플레이트의 모양이 거의 수정이 안되어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플레이트 모양은 기능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보기 좋은 모양이냐 아니냐인데, 에보슈 상태의 6497과 비교해보면 손 댄 부분이 하나도 없음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앵글라쥬는 플레이트의 모서리를 둥글게 혹은 각지게 깎아서 (Chamfering) 조금 더 보기 좋게 다듬는 것인데, 플레이트에 대해서는 이러한 가공이 하나도 가해지지 않았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DSC07712.jpg

 

둔탁한 민짜 모양의 플레이트가 그대로..

 

 

 

 

그러면 이제는 눈을 그 아래의 플레이트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DSC07723.jpg

 

 

밸런스 휠 밑부분의 플레이트에는 페를라쥐 처리가 되어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붉은 테두리 안). 그러나 플레이트와 브릿지 사이의 공간에는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은채 내버려둔 것도 보실 수 있습니다 (녹색 테두리 안). 눈에 띄는 부분에는 코스메틱 가공을 조금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는 그러한 작업을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 것입니다. 역시 불필요한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DSC07718.jpg

 

 

 

 

 

 

하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센터세컨드 수정입니다. 이 센터세컨드 수정은, 본래에는 9시 방향에 있는 6497의 초침을 가운데 시침과 분침 위로 올리기 위해서 가해지는 기능적인 수정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크로노스위스는 이러한 기능적 수정에는 코스메틱 수정 더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DSC07720.jpg   

 

 

센터세컨드 수정을 위해 더해진 브릿지입니다. 플레이트 위에 얹어진 이 브릿지는 지금 이 모양으로 생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단순히 센터세컨드 초침이 돌 수 있게 고정만 시켜주면 되므로 그냥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겼어도 됩니다. 하지만 고집스럽게도 이 브릿지의 모양은 무브먼트 전체와 다른 부품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모양으로 가공되어 있습니다.

 

 

 

 

 

 

 

DSC077201.jpg

 

 주위의 모양에 맞춘 센터세컨드 수정

 

 

 

 

또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로지 이 브릿지에만 유일하게 앵글라쥬가 가해져 있습니다. 그것도 한군데는 예각으로 말이죠. 이렇게 둔각의 앵글라쥬의 경우에는 가공하는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기계로 밀기도 편합니다. 그러나 이런 예각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플레이트를 깎고 가공하는 것을 오로지 수공으로 해야하며 연필처럼 생긴 나무로 몇번이고 갈아내며 가공을 해야합니다. 훨씬 더 힘들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작업입니다만 이 무브먼트의 수정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DSC077202.jpg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네바 스트라입 또한 브릿지에 들어간 스트라입이 더 곱습니다.

 

 

 

 

기능을 위한 수정만을 한다면 센터세컨드 수정에서 보이는 저런 앵글라쥬 같은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플레이트의 한 가운데 튀어나와 있어 눈에 가장 잘 뜨이는 이 센터세컨드에 코스메틱 수정이 같이 들어감으로서 마치 무브먼트 전체가 고급 수정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눈속임이요, 좋게 말하면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는 것이지요.

 

무브먼트의 다른 부분들은 크게 특별한 부분은 없습니다. 밸런스 휠에는 휠 스크류가 장착되어있지만,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은 아닙니다. 레귤레이터는 스완넥 레귤레이터로 수정되어있으며, 충격내진장치로는 잉카블록이 사용되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개의 홀스톤 중에서 센터세컨드를 제외한 두개에는 골드샤통 홀스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정도만 하더라도 왠만한 레벨의 수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대략 15만원 정도의 에보슈 ETA 6497 무브먼트를 생각하고, 타임마스터의 가격을 생각하면 이정도 수준의 무브먼트 수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DSC077232.jpg

 

무게추가 달린 (장식용이지만) 밸런스휠 A) 과 스완넥 레귤레이터(B), 잉카블록 내진장치(C), 그리고 골드샤통 홀스톤(D)

 

 

플레이트 전면에 들어가 있는 제네바 스트라이프 역시 일반적인 수준으로 특별히 뛰어나지도 특별히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볼 때에는 이정도 가격대와 수정이 들어간 무브먼트에 페를라쥬 가공이 이렇게 적다는 점이나, 에보슈 상태의 6497에서 플레이트와 브릿지 수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센터세컨드 수정을 제외하면 앵글라쥬 가공 하나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점들을 세세히 뜯어보고도 전체적인 눈으로 무브먼트를 다시 바라보면, 센터세컨드 수정 휠을 중심축으로 상당히 보기 좋게 아름다운 무브먼트라는 점을 상기하게 됩니다. 센터세컨드 휠은 천천히 초침을 돌리면서 돌아가기 때문에 몇초간 그 움직임을 보면 무브먼트에서 밸런스 휠 외에도 움직임을 잘 볼 수 있는 톱니바퀴가 하나 더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정확성을 위해서 생각해보자면, 1등급 니바록스 합금 등 소재면에서도, 레귤레이터나 내진장치 등에서도 충분한 수정이 가해져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습니다.

 

 

 

DSC07725.jpg

 

 

아예 모든 것을 수공으로 최고급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섬세하게 가공하는 고급무브먼트도 있고, 원가 절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에 치중하는 무브먼트도 있습니다. 그 안에서 중용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자칫잘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하게 비싸기만 한 무브먼트가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크로노스위스의 이 c. 672는 시간의 정확성과는 필요없는 부분에서 놀랄만큼 수정을 생략하기도 하였고, 눈에 잘 띄는 부분에 있어서는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기도 하며, "가격대비 최대한 아름답고 좋은 성능의 무브먼트"를 만드는데 성공한것 같습니다. 타임마스터의 시간은 놀랄만큼 정확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쉽게 조정이 가능하며), 또 시각적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무브먼트이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것은 찾아볼 수 없는 이 타임마스터의 무브먼트에서 크로노스위스라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어떠한 것인가를 조금은 가늠하게 됩니다.

 

 

 

 

2011.11.2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득템신고] DOXA SUB 300T와의 조우. [17] energy 2023.09.03 1177 12
공지 하와이 와이키키 ft H08 [30] 현승시계 2023.05.22 1356 11
공지 스위스포럼 게시글 이동원칙 안내 [4] 토리노 2015.03.02 1724 0
공지 [스위스포럼 이벤트 공지]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주세요 [5] 토리노 2011.01.31 4324 2
공지 남들과 다른 시계 사진을 찍으려면...^^; [395] Picus_K 2010.12.02 17871 69
공지 [선택과 구매]어떤 시계를 고를것인가? [282] 토리노 2010.01.14 28077 56
Hot 오랜만에 빵뎅이가 들썩거릴만한 신제품 [7] Tic Toc 2024.02.20 4660 2
Hot 나의 50대 첫 시계는... [21] 딸바보아빠 2024.02.09 14875 6
Hot 🎊 스와치 x 블랑팡 Ocean of storms 득템신고! 🎊 [12] 타치코마 2024.01.30 2484 6
Hot [응답하라 2006] 2006.08.31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3] Tic Toc 2024.01.27 386 10
19147 [Chronoswiss] 저도 크스당 입당했습니다 [24] file 누볼라리 2013.06.03 523 7
19146 [Chronoswiss] Regulateur 30 limited 입당신고 [25] file 초록의미소 2013.05.31 659 7
19145 [Frederique Constant] 프콘 핫빗.....^^ [32] file 승원 2013.05.13 976 7
19144 [Oris] [ORIS X-1] ★ 천일동안 ★ [24] file 아롱이형 2013.05.09 734 7
19143 [Chronoswiss] 크로노스위스의 새 에나멜 다이얼 3총사 'Artist’s Collection' 출시 [26] file Eno 2013.05.05 948 7
19142 [ETC(기타브랜드)] ★ 민어, 삼청동, 그리고 좋은 사람들 ★ [32] file 아롱이형 2013.01.26 625 7
19141 [Bell&Ross] 포인트 벌이용 포스팅ㅋㅋ 모처럼 BR이를 회상하며... [26] file Eno 2013.01.10 436 7
19140 [Chronoswiss] 크로노스위스…한 장인의 열정이 탄생시킨 뉴 타임피스 그리고 타마 착용샷~ [29] file 꿈꾸는도시 2013.01.06 1412 7
19139 [Fortis] [포티스 플리거 블랙] ★ 함 사세요~! ★ [28] file 아롱이형 2012.11.07 695 7
19138 [Bulgari] [불가리 B-zero1] ★ Mother & Son ★ [29] file 아롱이형 2012.09.11 640 7
19137 [Luminox] [루미녹스 BO 3051] ★필드워치에 대한 고찰★ [56] file 아롱이형 2012.01.21 1864 7
19136 [Chronoswiss] 타임마스터 데이 앤 나이트 블루레이로 인사 드립니다^^ [37] file 마마님 2011.12.11 1125 7
» [Chronoswiss] Chronoswiss Kaliber c. 672 for Chronoswiss Timemaster CH6233 [26] file 建武 2011.11.23 731 7
19134 [Frederique Constant] [프콘 하트비트 레이디] ♥ 여성 시계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ver.1 ♥ [44] file 아롱이형 2011.11.13 1178 7
19133 [Chronoswiss] [서브미션] 동영상으로 체험시계 리뷰를.. [17] 로키 2011.06.04 165 7
19132 [Bulgari] 나의 50대 첫 시계는... [21] file 딸바보아빠 2024.02.09 14875 6
19131 [Swatch] 🎊 스와치 x 블랑팡 Ocean of storms 득템신고! 🎊 [12] file 타치코마 2024.01.30 2484 6
19130 [이벤트] [응답하라2006] 가입일 2012. 5. 1 DrJy [5] file DrJy 2024.01.27 224 6
19129 [Cartier] 탱크, 첫 스트랩 교체 & 커플 샷 :) [9] file energy 2024.01.07 409 6
19128 [Tissot] 롤렉스 대신 PRX 35mm 오토 청판이라니... [5] file 효준아빠 2023.11.01 736 6
19127 [Chronoswiss] 오랜만에 그린! [12] file 밍구1 2023.08.30 364 6
19126 [Zenith] 제니스 크로노마스터 스포츠 부틱모델 입니다^^ [7] file 리슬링 2023.08.21 581 6
19125 [Girard Perregaux] 마른모 케이스 제라드페리고 수동~ [2] file 밍구1 2023.08.07 322 6
19124 [ETC(기타브랜드)] 시스루백을 감행한 뷰렌 그랜드 프릭스 슈퍼 슬랜더 [14] file 밍구1 2023.07.21 438 6
19123 [Rado] 라도 2023 아시아 익스클루시브 이벤트 참석 후기 [8] file 랜서 2023.06.23 302 6
19122 [Cartier] 스트랩 찾아 가라는 말을 듣고 생각난 지름신고. [17] file XXIV 2023.04.18 631 6
19121 [ETC(기타브랜드)] Hermes 아쏘 그랑드 룬 [8] file 크르노매냐 2022.12.09 533 6
19120 [Hamilton] 해밀턴에서 포켓 워치가 나왔네요 [8] file KIMI-7 2022.11.09 472 6
19119 [ETC(기타브랜드)] Hublot Spirit of Big Bang Tiger [2] file GHETTONA 2022.09.06 353 6
19118 [Tudor] 브론즈 43미리 [3] file 전트라볼타 2022.08.03 525 6
19117 [Cartier] 엄청 더운날 햄버거 [4] file 현승시계 2022.07.07 464 6
19116 [Glycine] 커피한잔하며 두 파일럿과 여유를 ... [8] file 로브루찌 2022.06.30 393 6
19115 [Cartier] 산토스와 두물머리 [15] file 현승시계 2022.05.25 623 6
19114 [Longines] 1년에 오차가 5초 미만이라니... [12] file 밍구1 2022.05.24 719 6
19113 [Longines] 론진으로 첫 입문했습니다 [15] file Rillaya 2022.05.09 64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