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1.
안녕하세요 개지지입니다.
타임포럼을 떠나있는동안, 사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청년재벌 틱탁님에게 현질에서 만큼은 지지 않겠다 라는 목표를 세우고 금의환향할 스스로를 상상하고 있었으나,
<예상도 - 현질과 함께 강해진 간달프. 말도 샀더만>
........
<현실도 - 죽지도 않고 돌아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정도?>
뭐 이런게 인생이 아니겠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시계질을 하면서 느꼈던
상대적 빈곤에 비해서 거친 사회속의 절대적 빈곤의 문자락을 조금 구경해보는 일은
그 둘 중에 어느게 행복한 빈곤인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대다수의
우리들은 축복받은 사람들 이라는 3류 공익광고 같은 교훈정도?)
징징징은 요정도로 하고........ 오랜만에 돌아온 시계판은........ 뭐 제가 떠날때와 별 다를바는
없어 보입니다만, 제가 시계를 보는 눈은 매우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에베레스트 앞의 힐러리경 처럼 높은곳만 바라보던 해발 1500m의 눈높이는, 다시 완연한 생활인의
눈높이로 돌아오게 되었고, 정신 못차린다 소리를 들을만한 시계도 어느새 제 품에는 한개도 없습니다.
그에따라...... 시계질을 시작하게 되면서, 너무나 빨리 스쳐지나갔던 현실적인 가격의 시계들을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들만 커지더군요.
<이녀석을 가지고 "입문용으로는 왓다지요 허허허 " 하고 여유롭게 추천하던 모습에서... 이거 되게 갖고싶다...라는 마음정도?>
2.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다른 기계식 시계와 비교할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계들에게도 다시 눈길을
줄 기회가 생기었고, 시간을 들여 입문용 급에 속하는 시계들을 하나하나씩 찬찬히
살펴보면서 느낀바는 정말 균형이 훌륭한 시계들이 많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균형........ 여러가지 기준을 고루 충족시킬때 균형이 잘 잡혀있다고 말을 하는데요....... 시계에서 그 기준에는
다이얼, 케이스, 무브먼트, 스트랩...... 이 모든것을 포괄하는 전체 디자인 및 성능... 그리고 브랜드
및 가격이 포함 될 수 있겠습니다.
위의 해밀턴 카키 메카니컬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말 아무 손도 안댄 듯한 케이스와 군용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다이얼 그리고 기능상으로만 그 가치를 가지는 무브먼트......... 투박하고 튼튼한 스트랩...
그리고 가격........ 이 모든것을 고려했을때 이 요소중 한가지만이라도 고급스러운 방향으로 나갔어도
사실은 어찌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제대로 균형이 갖추어진 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수트란 부자재, 바느질, 원단, 패턴이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수트라는 말이 있듯이, 그래서
180수니 200수니 하는 원단을 가지고 별 기술 없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수트는 가격으로도, 그리고
흐늘거리는 옷매무새 때문에 결국에는 외형으로도 의미가 없듯이, 균형의 힘은 대단하고 균형을
찾아내는 감각이야말로 모든 메이커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이엔드에 가면 하이엔드라는 이름에 걸맞는 다이얼, 케이스, 무브먼트등을 찾아낼 수 있고 역시 아름답지만
슬프게도 가격도 하이엔드입니다. 시계를 모를때도 그리고 알때도 설명할 수 없는 가격의 구조는 슬프지만
그래도 '꿈'의 자리는 놓치지 않을만 합니다.
<내 텅빈 지갑은 널 위해 열려있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 좀 더 쉽게 닿는 100만원대 혹은 그 이하의 시계들 역시 나름 그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제 마음속에 각 브랜드마다 가장 균형미 잡힌 모델들을 마음속에 꼽아놓고
있습니다만, 정작 그 시계들의 인기가 올라갈까봐(?) 혹은 떨어질까봐(ㅋ) 언급할수는 없겠군요.
하지만 잘 찾아보면.......... 가격대마다 유난히 균형이 잡힌 시계들이 눈에 띄이는것도 즐거움이고, 그런
시계들이 베스트 셀러인 경우도 많지만 아닌 경우도 보면 보물을 찾는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보물찾기가 재밌다면 빈티지로 빠지는게 정답이지만 그 세계는 정말 답이 안나오니까..... 안되요! ㅋㅋ)
3.
시계의 심장은 원리상으로는 메인스프링이지만, 느낌상으로는 발란스입니다. 시계를 그냥 태엽 달린
장난감(구체관절인형?)과 구분지어주는게 발란스이기 때문이죠. 말장난 같지만,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게 균형이라고 말해주는게 아닐까요? 시계 발란스라는 완벽한 원에 완벽한 무게
균형을 가져야 하는 물건이....... 시계의 심장이라니.....
처음 올렸던 간달프 아저씨의 다른 사진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ㅋㅋㅋ
댓글 16
-
4941cc
2008.01.13 19:21
이야 오랜만에 봅니다 개지지님의 워치에세이~ -
Picus_K
2008.01.13 19:46
똥누다 중간에 끊고 나온 기분이군..... -
4941cc
2008.01.13 19:51
개지지님의 글 자세히 읽었습니다.
전 시계의 배럴이 심장과 같고 발란스는 '뇌' 같습니다.
뇌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서 심장에서 주는 에너지를 적절히 사용하여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발란스를 중요시합니다.
배럴이 아무리 7day 꽉차있어도 뇌사상태인 시계는 '사실상' 가치가 없는 거잖아요. -
4941cc
2008.01.13 19:55
그리고 발란스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시계 또한 의외로 매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네라이의 경우엔 도대체 가격과 무브먼트의 발란스가 전혀 맞질 않죠.
특히 몇몇 희귀한 시계라던지 Pre-V 같은 경우는 도대체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도 그 매력에 빠진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 언밸런스를 상쇄할만한, 아니면 그 언밸런스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 크로노스위스도 전 발란스가 맞질 않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앞과 뒤의 마무리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거든요.
루나크로노의 멋진 길로쉬 패턴과 달님, 크로노스코프의 아름다운 아이보리 다이얼 그리고 오레아의 에나멜 다이얼까지.
크로노스위스의 얼굴은 그야말로 하이엔드 직전까지 도달한 듯한 모습과 품격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나 그 무브먼트를 열어본다면, (개지지님의 번역 중 델피스 분해하는 글이 있었죠. 사실 경악했었습니다. ㅎㅎ)
아니 그냥 뒷 무브를 본다면,
이건 그냥 7750이네 뭐 그냥 그저 그렇군.. 이라는 평가밖에는 내릴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뭐 오레아의 마빈 무브는 썩 괜찮았긴 했지만요.) -
4941cc
2008.01.13 20:01
이렇게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투입하는 회사 또한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비해 제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두 브랜드 IWC와 Rolex.
이 둘은 정말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지는 브랜드 같네요.
다만 IWC의 경우 그 밸런스가 약간 흔들리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이게 다 마크 16 때문입니다. ㅎㅎ)
결국 전 밸런스가 잘 잡힌 모델도 좋아하지만,
언밸런스한 매력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겠네요.
일드 '프라이드'의 주인공 친구 치카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도까 후안닷따니스루노가 고이노 에네르기자나이?"
"어딘가가 불안스러운게 사랑의 에네르기잖아?" -
Kairos
2008.01.13 20:01
^^;;; 파네라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저는 오히려 주력 무브먼트가 다른 어느 시계에서도 찾을수 없는 크로노미터 6498이라는데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자사무브 파네라이가 인기없는 이유도...) 너무나 파네라이와 잘어울리는 무식하게 두꺼운 유니타스........ 꼭 비싸고 많은 미용 성형이 되었다고 해서 파네라이에 '어울리는' 무브먼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유니타스와 파네라이... 너무나 어울리지 않습니까 ㅎㅎ. 그리고 가격이라는 문제는......... 중고가를 보면 전혀 속쓰리지 않죠.....
(인생의 어려운시기에 파네라이의 탄탄한 중고가가 제겐 정말 어떤 친구만큼?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ㅎㅎ)
크로노스위스는......... 흠.... 말 안할래요. ㅋㅋㅋ -
4941cc
2008.01.13 20:05
하긴 그 중고가라는 것이 그 파워를 지탱해 주는 커다란 힘이겠죠.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지갑사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000이야말로 그 가격이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파네라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의 시계가격은 생산량 조절을 통한 인플레이션이 꽤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000오너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제가 이 모델을 선택하였을 때는 가격 또한 커다란 기준이 되었었거든요.
근데 000은 6498도 아니고 크로노미터도 아니긴 하네요. ㅎㅎㅎ
그리고 저도 유니타스와 파네라이 참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큰 시계에 2892같은게 들어있었다면 허무했을지도 몰라요. ㅎㅎㅎ -
시니스터
2008.01.13 20:39
간만에 개지지님의 에세이가 올라왔네요....^^* -
bottomline
2008.01.13 20:49
오랜만에 읽어보는 개지지님의 글....... 반갑네요..... 마지막 간달프는 김인문 인 줄 알았삼........ㅋㅋㅋ 언밸런스에서오는 교묘하고 기가막힌 균형미를 찾아낼때의 소름은 언제나 저를 흥분시킵니다...... 5리터님.... 2892가 들어간 녀석들이 이제 만불 시대를 목전에 두고있습니다..... 정말 진정한 허무감을 느끼게 될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 ^&^ -
은빛기사
2008.01.13 21:16
살인미소님의 댓글은,,,,,,,,,,ㅋㅋㅋㅋ (왜 아무도 관심이 없지???) 좀 뜬금없지만,,,,,브랜드밸류라는게...참,,,어찌보면 그정도 가격에 그정도 안되면?? 전 그저 막연히...그들이 입혀놓은 이미지를 구매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그래도 아직은 신뢰할만하지 않나,,그런 위안을 해봅니다,,ㅎㅎㅎ -
No.1
2008.01.13 21:55
개지지님 글은 참 여러모로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간만에 즐거웠네여.ㅋㅋ -
Tic Toc
2008.01.13 22:38
균형을 잘 잡아내는것.
참 중요한것 같습니다^-^ -
Tic Toc
2008.01.13 22:38
근데 글 초반부터 제가 왜욧! -
pp
2008.01.14 11:31
저는 '어울리는' 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을 개지지님은 '균형'이라고 표현해주셨군요..ㅎ
저역시 파네라이와 유니타스는 너무 잘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ㅎ
롤렉스와 롤렉스의 무브먼트역시..
IWC와 ETA는?? 가장 저렴한 재료로서 가장 실용적이고 정확한 효과를 내려한다는 지극히 엔지니어적인 느낌엔 잘 어울립니다만..
그에 비하여 가격이 너무 비싼감이 있지 않느냐...라는 것이 저역시 생각하는 바이긴 합니다만. 마크시리즈 정도의 가격이면 좋습니다. ㅎ
고급라인과 펠라톤 7데이즈 무브들은... 겪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하지만 7데이즈 모델들의 인기를 생각해본다면.. 좋은 균형을 이루는듯 합니다.
크로노스위스는 멋진 페이스에 비해 너무나 조악한 뒷태..... 솔직히 크로노스위스는 우리나라에서만 너무 비싸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뿐 외국의 리테일가를 고려한다면 그정도 가격에 정말 멋진 페이스를 즐길수있는 좋은시계. 라는 느낌일까요? 국내가격을 고려한다면...뭐 욕먹어도 싸긴하지만요..^^:
여기까지 떠올려봤을때 파네라이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유니타스로도 충분히 용서가 되면서 왜 크로노스위스는 유니타스내지 그정도의 고만고만한 무브먼트로 용서가 되지 않을까요? 전 테디베어를 떠올려봅니다.. -
알라롱
2008.01.14 17:33
결론은 캐지지? ㅋㅋㅋㅋ -
톡쏘는로맨스
2008.01.14 17:55
간만의 글입니다. 귀환을 축하드립니다.............살다보면 좋은 날도 올 겁니다. 그날이 빨리와서 지르고 싶은 시계들 왕창 질러주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