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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2) 복원의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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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오고 다시 2... 서울에 볼일이 있어 뽁뽁이에 싸고, 이고 지고 예지동까지 갑니다.

잘못해서 종로 4가가 아닌 을지로4가에 내립니다.

1km 걸을 걸 2km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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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을 찾아서...

 

도착하자 시계 감정하시던 사장님이 제가 들고온 거대한 물건에 뭐가 이렇게 요란해하시면서 호기심을 보이십니다.

그리고 해군용 크로노미터이네.’ 하시면서 한순간에 아시더군요.

 

얼마에 구했냐고 가격을 물어보십니다.

가격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에,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그럼 그렇지, 하시면서 수긍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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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 절미하고 오랜 시간 분해하시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소련제 마린크로노미터, 해밀턴 마린크로노미터를 수리했다고 하십니다.

처음 보시는데 막힘없이 분해하시기 시작하니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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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시계수리를 원하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사이 사장님과 제니스에 대해, 엘 프리메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엘프리메로는 정말 대단한 무브다. 데이토나의 그것보다 났다고 본다.

고진동 무브야말로 제니스 기술력의 정수이다.

제니스의 기술력은 하이엔드 탑5의 그것들에 비하면 떨어지지 않는다 는게 오래된 시계인들의 생각이다.

근데 가격대에 자신이 없어 어설픈 실수의 물건들이 나오는 것 같다.

등등...

시계에 미친 사람들 사이의 대화는 언제든 재미있네요.

 

중간에 오는 배터리 교체, 감정등을 행하시면서 무리없이 분해하시던 중 이야기하십니다.

 

반반이네.”

?”

 

무슨 뜻인지 여쭤보니 사장님 왈, 배럴의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아마 이스케이프먼트?) 기어들이 망가졌다고 합니다

아마 돌아가도 조금 돌고 말았을거라고. 순간, 아 출품자의 이야기가 그런 뜻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초기에 고장이 났나봐. 초기에 누군가 이 크로노미터를 잘못 조작해서 고장이 난거 같아.”

 

사장님과 저의 뇌피셜 스토리가 써집니다.

 

- 다른 마린 크로노미터와는 달리 베젤을 통한 와인딩으로 조작되는 독특한 방식인데 

  초기에 조작을 잘못하여 배럴 관련 부품이 고장이 났던 것 같다.

  아마 시계 당번병(당시 이런 고가의 마린크로노미터는 함정내에 관리병이 따로 있었다고 하심)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조작하다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을까.

 

-일본에서 수리를 시도했다가 그대로 닫은 거 같다.

 당시의 일본의 기술로는 수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유일한 방법은 스위스로 보내는 것인데 1940년대는 전쟁 중이라 스위스로 보내는 데는 무리수가 있었을 것이고,

  고이 보관한 것이 아마 전쟁통에 흘러흘러 한 노인의 소장품이 되지 않았나.

 


이야... 이렇게 소설을 써보니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반반이야. 본인들도 작동시키면 망가진다는 걸 알았겠지.

이후 작동을 안 시켰는지 파손된 기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기어나 부품들의 날이 오리지널 그대로 서있어.

기가 막히네. 작동을 안하는 물건이지만 그만큼 내부는 완전히 새 거야.”

수리는 가능한가요?”

그럼.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얼마인가요?”

 

....

....

....

 

.... 구매한 시계 값만큼 나옵니다. ㅠㅠ

 

순식간의 이X이의 1/2에 근접하는 가격이 됩니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시계는 움직여야 살아있는 거고 의미가 있는데...

이 아이도 움직이고 싶겠죠.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고 하셔서 몇 주 뒤에 인수하기로 합니다.

사장님께 물건을 잘 맡긴 뒤, 인사를 하고 광주로 돌아가기 위해 용산역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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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 예지동에 그 냉면집에서 냉면도 먹었습니다~

 






3) 살아난 마린크로노미터-리뷰


 

2주만에 수리 완료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광주에서 다시 올라와 기대 되는 마음으로 받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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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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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말해서 알았는데 브랜드 문양에서 별이 빠졌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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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줄은 이렇게 보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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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밑바닥에 못보던 부품이...?

 

사장님 왈, 시분 조정은 케이스를 열어서 해야하는 시계라서 열기 힘들지 않게 

오리지널 나사가 아닌 별도 나사를 깎아서 준비 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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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리지날 부품은 이렇게~

일부 영상들의 제니스 마린크로보미터는 베젤을 pooling up하여 드러낸후 시간을 조절하는데 제건 안 되는 거 같습니다.

언제 한번 질문 드려야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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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레버는 무브먼트의 동작을 스톱할 수 있는 레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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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시계의 평형을 고정시키는 장치입니다. 

오픈하게 되면 시계가 해수면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이며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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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대체 뭔가 하고 보았던 12시 방향에 있는 서브다이얼이 파워리저브인디케이터였네요.

베젤을 회전하여 파워 리저브를 충전하는 방식이고 총 파워 리저브는 54시간입니다.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면 파워리저브가 54에 가깝게 올라갑니다.


3-4간 작동시킨 결과 오차는 거의 없었습니다.

 

 

4. 빈티지 워치의 의미


 

 


지금 우리의 손목위의 시계들의 기원을 올라간다면 다이버, 파일럿, 필드워치도 결국은 어떤 빈티지 워치에 수렴합니다.


IWC의 마크 18의 호딩키 에디션이나 태그 모나코, 해밀턴의 메카니컬 시리즈들이 


우리에게 존중받고 환호 받을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지닌 역사의 기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친가지로 해양시계 역시 마린 크로노미터가 레핀(갑판)회중시계가 되고 다시 이 시계들이 


율리스 나르당 마린 로노미터나,  해밀턴 파이오니어, 포르투기져 같은 시계들이 되는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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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시계를, 빈티지 워치를 수집하는가?


그 답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브랜드 빨'에만 함몰되지 않고, 그 브랜드가 왜 존중되어야 하는지  


역사와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하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전 운좋게 천재일우의 기회로,  부담할수있는 가격으로 살 수 있었고,


왜 이 시계를 그 고생을 해서 구매하고 복원하였는가? 는 질문의 답은 이 역사에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얼마나 가 소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해외에 묻힌 마린크로노미터가 들어가 시계 문화에 기여했다는 것이 


뿌듯할 따름입니다. 


기능과 외형만 전해드린 허접한 리뷰와 구매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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