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ETC

fert32 2148  공감:8 2011.09.14 18:11

 안녕하세요 쩜하나군입니다.


요즘 커스텀 시계를 제작하면서 느끼는 고민이 있습니다. 예전에 커스텀이 시작될 때부터 있던 논쟁이지만, '다이얼에 브랜드를 어떤걸 새겨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보통 무브먼트의 경우

 

(1)제작사와 판매 브랜드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touchon이 제작하여 touchon의 브랜드를 달고 판매)
(2)두 회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있지요.(meylan이 제작하여 gruen의 브랜드를 달고 판매)

 

(1)과 같은 경우에는 보통 하나의 브랜드를 새기게 되며
(2)와 같은 경우에는 제작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표시하도록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암묵적인 합의라는 것도 굉장히 애매하고 우스운 표현이긴 하지만요.

 

게다가 혹자는


브랜드가 직접 제작한 것도 아닌데 ap의 무브를 사용했다는 것 만으로 어떻게 다이얼에 AP를 새길수가 있느냐, 커스텀이란건 모두 짝퉁에 불과하다.


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주장이지요. 어떻게 보면 모든 커스텀 제작자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고요.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커스텀 와치의 다이얼에 어떤 이름을 새기냐는 것은 아주 민감한 주제라는 것 뿐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다이얼에 브랜드를 새기는 것에 대해서 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딱 잘라서 말할 수도 없지만요.

 

 

 이전에는 한번 아주 특별한 무브먼트를 얻게되어 커스텀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1.jpg

<사진 1> 커스텀 라트라팡테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_filter=search&mid=brand_VintageETC&search_keyword=golay&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1528361

 

August Golay의 라트라팡테 무브먼트였죠.

 

이 무브먼트를 받고 시계를 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golay는 이정도 상급의 무브먼트를 제작할 기술력은 없었고, 그렇다면 그 뒤에는 분명 우리가 아는 이름높은 하이엔드 제작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갖고 제작사를 찾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허나 결국 그 정보를 저는 찾을 수 없었고, 다이얼에 그냥 golay라는 이름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다른 예로는, 해외 포럼에서 벌어진 tiffany-patek의 논쟁이 있습니다.


보석, 시계 리테일러인 티파니와 파텍필립의 관계는 상당히 친밀했습니다. 파텍 필립에서 티파니를 위해 무브먼트를 공급한 예가 다수 있지요.


그렇다면 과연, 티파니의 이름이 각인된 파텍의 무브먼트는 어떤 브랜드를 다이얼에 새겨야 할까요? 이는 정말로 민감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빈티지 무브먼트는 파텍과 파텍이 아닌걸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했던 - 제작사와 판매 브랜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제작자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표시하도록 한다 - 라는 말이 맞다고 본다면 제작자는 자신의 입맛에 따라 티파니, 혹은 파텍의 브랜드를 다이얼에 새길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티파니의 어떤 무브먼트가 파텍이 제작한 것인지, 혹은 타 브랜드에서 제작한 것인지를 어떻게 구별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무브먼트를 조금만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티파니의 타 무브먼트 공급사들(대표적으로 론진, 코헨)과 파텍을 구별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닐테니까요.  게다가 회중시계 시대에도 파텍의 무브먼트에는 파텍의 아이덴티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그 예로 아래와 같은 무브먼트들이 있습니다.

 

 


2.jpg

 

<사진 2> Tiffany-Patek 18ligne movement - 신기하게도 파텍 필립의 certification까지 받았습니다. 저런 타사공급 회중 무브에 대한 인증서는 원래 발급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를 더욱 복잡하는 이유가 아래의 주장입니다.

 

-파텍으로부터 양도받은 설비를 이용하여 티파니에서 자사 제조된 최고급 무브먼트들이 존재한다!

 

라는 것이지요. 만약 그런 무브먼트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무브먼트들은 티파니에서 제조되어 티파니의 각인을 달고 있는 무브먼트들 일 것입니다. 이 무브먼트를 이용한 시계들의 경우 명명백백히 다이얼에는 티파니라고 써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파텍에서 제작한 티파니의 무브먼트'와 '티파니에서 제작한 티파니의 무브먼트'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는 정말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위의 사진의 경우 티파니의 각인이 있어도 그 디자인으로부터 파텍의 무브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 정체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무브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 무브먼트들입니다.

 

 


3.jpg

<사진 3> Tiffany-Patek?

 

 각각 12리뉴, 16리뉴의 무브먼트입니다. 저 또한 저 무브먼트들의 정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파보는 노력을 해 보았지만, 저들의 정체를 밝히기는 커녕, 심지어 '파텍으로부터 양도받은 설비를 이용하여 티파니에서 자사 제조된 최고급 무브먼트들이 존재한다.' 는 말이 사실인지조차도 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어떤 사람들은, '저 무브먼트는 애초에 티파니에서 제작되었으며 파텍에서 저 무브먼트들을 구매해 에보슈로 사용했다.'라는 정 반대의 주장을 하는 상황이니 이래서야 엉망진창에 앞뒤를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요.


실제로, 몇몇 커스텀 시계 제작자들은 저 무브먼트들의 출신이 정확하지 못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싸게 구매한 무브먼트들을 케이싱해 파텍 필립의 이름을 달고 비싼 값에 팔아버린 적이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무책임하며 비열한 짓입니다.

 

이쯤되면 커스텀 시계에 그닥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커스텀 시계의 다이얼에 브랜드를 새기는 일이 얼마나 민감한 사항인지 대충은 아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따라 이런 일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이유는 얼마전에 국내 시장에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옆장터의 물건들을 보던중, 한 커스텀 와치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판매자는 물건을 아가시즈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으며, 시계의 다이얼에 각인된 브랜드명도 아가시즈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그 커스텀 시계에 사용된 무브먼트는 paul ditisheim이었습니다.

 

4.jpg
<사진 4> Paul Ditisheim과 Agassiz


 사실 저는 그 시계의 제작자분이 누군지도 알고 있고, 그 시계가 제작될 당시의 일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은 -제작자분이 무브먼트를 agassiz로 알고 구매를 했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알고난 뒤에는 이미 다이얼이 완성된 후였고 어쩔수 없이 그냥 그대로 완성해 두었다- 라는 것입니다.

 

헌데 그런 시계가 전혀 설명없이 아가시즈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것은, 중간에 착오가 있어서(어떤 종류던 간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그렇기에 저는 관련글에


'그 시계는 아가시즈의 무브먼트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어떤 종류의 무브먼트를 사용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대로 판매될 경우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라는 요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이런 잘못된 정보, 잘못된 판매글이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것은 곧 커스텀 시계 가치의 폭락으로 이어지니까요. 비유하자면 위조지폐가 시장에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상황이지요. 그렇기에 저 또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었습니다.

 

 

 

 

 헌데 그 리플 때문에 저는 상당히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쓴 문제를 지적하는 리플을 보신 제작자분과 많은 네티즌 분들이 논점에 맞지 않는 말로 저를 비난하는걸 보고는 상당히 당혹스러웠죠. 제 과거 장터 기록을 검색해서, ‘비싼 값에 파는 장사꾼이다.’라는 글까지 쓰시면서요. 저는 그저 잘못된 판매글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러한 일을 겪다보니, 커스텀에서 브랜드명을 새기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한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의견은 수없이 많을 수 있습니다.


커스텀 시계의 브랜드에는 제작자명만을 새겨야 한다,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제작자 마음이다, 커스텀시계에 브랜드명을 쓰는 것은 모두 다 짝퉁이다, 등등..


 과연 어떤 말이 정답일까요? 또한, 어떤 정답이 나온다 해도, 누가 그 정답을 커스텀 메이커들이 지키도록 관리하고 감시할까요? 이 질문에는 정답을 정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막상 정답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걸 지키게 할 방도가 딱히 없는 만큼 우리들 스스로가 커스텀 시장을 정화하고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수많은 커스텀시계 제작자들과 구매자들 모두 스스로가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감 수
공지 VINTAGE / ETC FORUM BASICS 타임포럼 2012.04.18 2384 1
공지 빈티지 게시판 안내 [28] 링고 2006.09.01 4694 9
Hot 어디에 올릴지 몰라서 한번.. 올려봅니다^^ [16] 벨루티매니아 2023.09.12 644 11
Hot mm20~^ ^ [27] 태훈아빠 2022.12.25 368 0
Hot MAEN Manhattan 37 [5] 스쿠버신동 2022.11.14 1329 2
Hot MAEN Manhattan 37 4월 발표 예정 [5] 마근엄 2022.02.09 1305 5
7444 가장 정확한 손목시계 [122] 지뢰찾기 2008.03.06 17108 0
7443 한국형 노모스 썬다이알 [74] 지뢰찾기 2008.03.13 12241 0
7442 빈티지 컬렉터.... [78] 링고 2007.03.27 8174 5
7441 Omega Cal. 283 의 도착. [124] 4941cc 2007.12.18 7082 0
7440 내 마음을 사로잡는 중고시계의 성능은? [80] 호밀밭 2006.12.25 6710 0
7439 시계 컬렉터의 종착역? 빈티지 수집에 대하여... [84] 링고 2006.12.06 6514 4
7438 Vintage - Omega 30T2 [41] 4941cc 2007.12.11 5799 0
7437 앤틱 회중시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Meylan... [45] 때똥 2007.05.03 4883 0
7436 저기요 명품Roles님.. 반박하시려면 제대로 된거 가지고 반박 부탁드립니다 [29] file Drakeman 2016.08.16 3481 30
7435 아버지의 오래된 시계함. [48] file 용팔2 2015.02.01 3191 36
7434 Universal Geneve의 Compax와 Tri-Compax [28] 링고 2007.06.20 3083 0
7433 시계 업계를 뒤흔든 최고의 시계 [35] cr4213r 2007.06.05 3055 0
7432 ★ 크리스토퍼 와드 C-1 문페이즈 리뷰 (부제: 크리스토퍼 와드 이야기) ★ [26] file 아롱이형 2019.05.31 3054 22
7431 [스캔데이] 제가 만든 시계입니다. [36] file 3Hands 2016.11.12 2475 24
7430 ★ 단언컨데, ETC당 모임은 가장 완벽한 모임입니다! ^-^ ★ [116] file 아롱이형 2013.08.10 2465 85
7429 MKII 에서 멋진 시계가 나왔네요. [13] file holdgun 2016.06.07 2430 8
7428 튜더 헤리티지 블랙 베이 (Tudor Heritage Black Bay) 구입기 및 개봉기 !! [77] file omentie 2014.01.16 2285 17
7427 전세계 마이크로 브랜드들의 다양한 다이버 패키지샷 감상하기 [57] file Eno 2013.04.17 2177 29
7426 [티셀 157 로즈골드] ★득템기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시계★ [62] file 아롱이형 2013.04.01 2159 12
» 커스텀을 제작하면서 느끼는 고민 [51] file fert32 2011.09.14 2148 8
7424 복각과 짝퉁사이.. [36] 로키 2010.01.17 2147 0
7423 speedbird 3 prs-22 (빠른새) [10] 디올 2009.03.01 2047 0
7422 ☆어느 시계인의 하루 ☆ [37] file 아롱이형 2015.07.19 2035 12
7421 TIMEFORUM LIMITED EDITION TF-M2 (리뷰) [38] Picus_K 2011.01.05 2032 0
7420 RXW MM20 w/ SC [12] 반즈 2008.03.31 2000 0
7419 또 하나의 전설이 될 Christopher Ward C9 5 Day Automatic [39] file omentie 2014.07.05 1980 12
7418 하나 건졌습니다. [6] 행이 2008.11.12 1939 0
7417 저기요 Drakeman님?? 名品ROLES™ 2016.08.09 1935 13
7416 시계 수령하러 일본을 갔다왔습니다. [39] file 역삼유동 2015.06.18 1923 5
7415 RXW MM20s [17] 반즈 2008.07.18 1913 0
7414 문페이즈뚜르비용 득템기^^ [29] 마마님 2010.02.19 1898 0
7413 집에 오는 길에 시계를 줏었습니다. [23] Tic Toc 2007.08.12 1874 0
7412 마이크로 브랜드(?) - 서브마리너 오마쥬 (로딩 많음) [15] 오토골퍼 2013.03.28 184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