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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의 샤넬 부스에서는 여성을 위한 '아름다운' 것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기대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예상이 좀 빗나갔습니다. 샤넬에서 오로지 남성만을 위한 컬렉션을 런칭한 것입니다. 주인공은 무슈 드 샤넬(Monsieur de Chanel)입니다. 주목할 점은 샤넬 최초로 인하우스에서 디자인, 개발, 조립한 칼리버 1을 탑재했다는 것입니다. 샤넬은 기존에도 르노에파피와 협업해 까멜리아 플라잉 투르비용이나 미스테리어스 레트로그레이드 투르비용 등 독자적인 칼리버를 선보여왔지만, 이번에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샤넬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하이엔드 시계 부문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쇼드퐁의 G&F 샤트랑(Châtelain) 내에 2011년 오트 올로제리(Haute Horlogerie)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부연 설명을 붙이자면 시계 매뉴팩처 G&F 샤트랑은 1987년 샤넬이 워치메이킹 사업을 시작하면서 예의주시하다가 1993년 인수를 결정한 곳입니다(G&F 샤트랑은 이후 이름도 그대로 유지하며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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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슈 드 샤넬


2011년 부서 설립 이후 연구개발 5년 만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칼리버 1입니다. 디자인, 개발, 테스트, 제작과 관련한 전 과정이 이 부서에서 이뤄졌습니다. 인스턴트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분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모듈 형태가 아닌 통합된(integrated) 형태의 무브먼트라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부품 제작과 피니싱의 경우 샤넬이 역시 지분의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로멩 고티에(Romain Gauthier)와 협업했습니다. 휠, 샤프트, 배럴 커버, 밸런스 등을 맞춤 제작한 것입니다. 사실 샤넬은 패션 부문에서도 자신들이 투자하고 있는 다수의 메티에 다르 공방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독자적인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 시계 외관을 살펴볼까요? 다이얼은 심플합니다. 6시 방향 점핑 아워 창 모양은 8각형 모양인데요. 이는 파리 방돔 광장에서 영감을 가져온 것입니다(참고로 그 유명한 No.5 향수 뚜껑이 바로 이 방돔 광장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죠). 다이얼 윗부분 부채꼴을 통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을 보여줍니다. 240도 각도로 펼쳐져 있는데, 180도가 넘는 넓은 각도로 제작하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분침이 60에 도달하는 순간 바로 0의 위치로 점핑하며, 이와 동시에 점핑 아워 창 숫자도 다음 숫자로 순간적으로 점핑하는 더블 점핑 시스템입니다(특허 출원 중입니다). 실제 착용하고 있으면 점핑 순간을 손목 위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시계에 사용한 아라비아 숫자 스타일이나 폰트도 오로지 무슈 드 샤넬만을 위해서 개발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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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은 스켈레톤 브리지와 입체적인 블랙 구조를 통해 기계적인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앞면과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밸런스 휠에서는 마드모아젤 샤넬이 사랑했던 꼬메트 디테일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 뒷면, 그리고 크라운에 새긴 사자는 바로 샤넬의 오트 올로제리 시그너처입니다(동시에 남성적이기도 하죠). 점핑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다 보니 더블 배럴을 채택했고, 파워 리저브는 3일입니다. 크라운으로 양 방향 시간 세팅이 가능한데, 분침이 0에서 거꾸로 역행해 무브먼트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따로 해두었습니다(이 메커니즘 역시 특허 출원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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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슈 드 샤넬


사이즈는 40mm, 소재는 화이트 골드와 베이지 골드 두 가지로 각각 150피스씩 한정 생산합니다. 참고로 베이지 골드는 핑크 골드와 옐로 골드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샤넬이 세라믹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개발한 컬러입니다. 샤넬 여사가 가장 사랑했던 컬러가 베이지였기 때문에 이를 베이지 골드라고 이름 붙였죠. 


이외에도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는 경쾌한 컬러의 프리미에르 락 팝, 마치 다이얼이 떠 있는 듯한 J12 컬렉터 미러, 핑크빛 3/6/9/12 인덱스와 다이아몬드 인덱스의 조화가 상큼한 J12 핑크 라이트(1200개 한정 생산) 등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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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에르 락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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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2 컬렉터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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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2 핑크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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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12 컬렉터 미러(왼쪽) & J12 핑크 라이트(오른쪽)


작년 큰 인기를 끈 보이 프렌드도 뺴놓을 수 없죠.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스틸 소재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버전과 세팅한 버전으로 선보였고, 마치 브레이슬릿을 샤넬의 시그너처인 트위드처럼 가공한 모델, 또 보이 프렌드 sans titre('without title'이라는 의미로 일명 '무제'라고나 할까요?)라는 이름의 독특한 하이 주얼리 버전도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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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 소재 보이 프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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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프렌드 sans ti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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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마드모아젤 프리베 컬렉션에서는 작년 선보인 글리프틱 기법은 물론 스컬프티드 골드 기법 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다이얼 위 새를 흔들리게 하는 기법을 더해 다이얼에 생동감을 부여한 모델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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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모아젤 프리베


샤넬은 패션으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디자인이 최우선이고, 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시계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도 그런 면에는 변함이 없었죠. 하지만 샤넬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그것도 남자 시계에 탑재한 의외의 행보를 보인 만큼 앞으로 시계 부문에서 샤넬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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