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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센델 하버드 대학교 교수

강연장소: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강연자: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
강연일시: 6월 1일 2012년

프롤로그

유행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처럼 바람직한 유행을 만났었다.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유행이었는데, 필자는 이 책이 유행할 당시엔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필자는 유행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늘 뒤늦게 허겁지겁 쫓아가긴 하지만) 그 해 겨울방학에 책 대신 EBS에서 해준 강연을 통해 센델 교수를 처음 접했었다. 이 강연은 Apple의 에 올라와 있는 하버드 강의를 EBS에서 자막을 넣고 편집한 것으로, 실제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듣는 수업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12강으로 이루어진 이 수업은 '센델식 토론'이란 이름 아래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으로 구성돼있다.


배경지식

센델 교수는 27세에 최연소로 하버드 교수가 됐다. 그가 교수가 된 계기는 현재 하고 있는 그의 강연인 「정의」에 관한 논문 덕분이었다.(위키피디아: 마이클 샌델) 앞서 말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와 하버드 강의 「정의」는 이 논의를 도덕철학쪽으로 확장한 강연이다. 간단하게 이것들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면, 센델은 자유주의 사회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의사 선택의 기본 원칙이었던 공리주의(Utilitarianism)을 비판한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행복이 의사결정의 기본'이 된다는 원리로 '다수결로 의견이 모아지면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는 것이다. 명제 자체만 놓고 보면 소수의 권리가 무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원리가 상당히 비합리적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것만큼 사회에서 의견을 조율하는데 좋은 수단이 없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자'곤 하지만 늘 사회에서 소수는 약자였고, 피해자였다. 지금까지의 사회는 적절한 보상과 조치로 어찌어찌 균형을 맞추어 발전한 사회이기도 하지만, 지식이 심화되고 현대인들의 요구가 다각화되면서 피해를 보는 소수 역시 존재하는 사회다. 게다가, 어떤 선택에 있어서는 보상이나 조치 또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공공선'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센델은 이런 사례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란 과연 누구이며, 우리가 판단하는 정의가 과연 모두에게 적용 할 수 있는 '정의'라고 불릴 수 있는가 생각했고, 그 사례들과 이론적 한계를 접목시킨 강의가 바로 하버드의 명강의「정의」인 것이다.

(잡설) 센델 교수의 강의는 기본적으로 '토론'을 바탕으로 한다.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은 센델 교수와 토론하기 위해 정치철학 고전과 현대 정치철학서를 매 수업마다 다섯 권 이상 읽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교수와 원활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 기본지식으로 읽는 책들의 목록은 대부분 300페이지가 넘는 정치학과의 고전/현대 필독서들이다. 전공교과 수준으로 치면 대학교 2 - 3학년 수준의 책들이 매 수업마다 다섯 권 씩 참고도서로 등장한다. 수업을 듣는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그 교과서들을 다 참고하고 수업에 들어가는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그쪽 수업에서도 A대의 점수를 받으려면, 매번 교수가 소개해주는 책을 읽고 들어가야 하겠지.

포스팅을 위해 급하게 찍은 사진. [by iPad2]


강연 전

이번 강연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새로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출간 기념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준비한 특강이었다. 사회에는 연세대학교 출신 아나운서인 손범수씨가 자리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신중한 어휘선택은 그가 베테랑 아나운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필자는 친구가 이 특강의 무료티켓을 구해주는 덕분에 볼 수 있었는데, 이 티켓을 구해준 친구가 불의의(?)사건으로 함께하지 못해서 미모의 학교 후배와 함께 강연을 갔다.

미녀후배.jpg
 손범수씨 말에 의하면, 이번 특강 티켓은 약 3회에 걸쳐 15,000명의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는데, 주최측이 강연이 인기가 없을 줄 알고 5,000장을 더 찍었다가 사람들이 극장 한계 수용 인원보다 더 많이 초청됐고, 급기야 무료 특강이 약 3만원에서 5만원 정도에 암표로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몇몇 블로거들은 다수의 표를 자신의 이름으로 응모해놓고, 블로그 홍보 목적으로 사용했다.) 강연의 주제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었던 만큼 약간 씁쓸해지는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나라도 센델의 강연이라면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표를 구매하라면 구매했을 것 같으니..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필자의 모습에 필자도 적잖이 당황했었다.

강연에 막 입장하기 시작하는 사람들과 자리 정리를 돕는 스태프

강 연

 강연 시작 시간은 오후 6시였는데, 강연의 실질적인 시작은 7시나 돼서야 이뤄졌다. 푸틴을 닮은 듯한 큰 눈이 인상적인 센델 교수는 막 배운 듯한 한국말로 "여러분 사랑해요."를 말하곤 강연을 시작했다. 이번 역시 '센델식 토론'으로 강연이 진행됐는데, 센델식 토론이란 어떤  상황을 가정하거나 사례를 들고, 본인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또는 사회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을 세워서 서로의 의견을 개진시키고, 센델 교수가 정리하는 방식이다.

  센델 교수가 마지막에 정리를 한다고 해서 본인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센델 교수는 두 사람의 의견을 다 들어본 뒤에 "A씨는 이런이런 말씀을 해주셨고, B씨는 이에 대하여 이런 반박과 주장을 해주셨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토론의 여지를 열어놓고, 다음 논점을 꺼낸다. 자신이 언제나 진리가 될 수 없으며, 사람들의 의견은 둘, 때론 둘 이상으로 갈려야 한다는 것이 센델식 토론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역시나 그의 책과 관련된 내용들을 기본으로 하여 사고실험이 이루어졌다. '레이디 가가' 공연을 보기 위해 암표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가?와 병원에서 페이닥터에게 돈을 더 주면 빠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현상이 옳다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비(Rain)'과 같은 가수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대신, 콘서트 등의 방법으로 국위 선양 하는 방식을 국가가 지정한다면 과연 올바른 것일까 등. 우리가 간간히 마주하지만 본인의 일이 아니라서 넘어가는 딜레마들에 대해 교수는 생각을 장려하고, 토론의 장을 열었다.

센델 교수의 강연은 7시에 시작했지만 9시가 넘도록 그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다양했다. 대원외고를 다닌다는 학생부터, 연세대 vs 고려대 재학생들의 토론, 심지어 초등학교 교사에 청년 실업자까지.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한 두명밖에 손을 들지 않던 사람들이 센델 교수의 열린 모습과 강연 방식에 자극받아 손을 들기 시작했다. 토론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고, 청중들의 집중 역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시간은 9시 20분이 됐고, 자리에 있던 약 만 팔천명의 청중들은 센델 교수의 토론이 어떤 한 결론을 향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센델 교수는 말했다. "자신은 이번 강연에서 어느 쪽이 옳다고 주장을 하려고 했었던 것이 아니었다. 이 강연의 목적은 사회에서 엄밀한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며, 항상 열어놓는 마음을 유지하고 토론할 수 있을 때 살아있는 자유주의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리고 "이렇게 살아있는 토론을 보여준 한국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자유주의 사회가 아직 살아있고, 한국 사회는 바람직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중들은 이에 박수로 응했고, 세계적인 석학의 강연은 막을 내렸다.

미국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표지.


강연이후

 강연을 출발할 때 필자는 세계적인 석학의 강의는 과연 어떨까? 와 센델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보다가 직접 본다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강연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가져다줬다. 센델 교수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현명했고, 열린 사람이었다. 함께 강연을 들었던 미모의 후배도 강연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강연이 끝난 날,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그 곳에 있어서 놀랐다. 그런데 한 친구가 센델의 강연이 별로였단다. 심도있는 강연이 아니었고, 들어주는 예시마저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든 것이었기 때문에 신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래로 모르는 분이 단 '같은 얘기만 하는 것 같다.'는 댓글도 보였다.(친구의 친구)
 그의 말이 일부는 수긍이 간다. 사실 대부분의 강연자들이 그렇다. 안철수 교수의 강의도 그분의 저서 스무 권을 읽다보면 이야기가 돌고 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강연을 들으면 '아, 이 얘기 또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말'에 대해 강연하는 스타강사 김미경 선생의 강연만 들어도 그렇다. 하지만 필자는 했던 말을 또 듣기 때문에 강의에 실망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강연의 핵심은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화자와 청자가 서로 교감하는 것인데, 했던 말을 또 한다고 지레 대화의 여지를 차단해버리면.. 발전의 여지가 없이 소통이 막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심도있는 강연이 아니었다는 얘기. 센델은 정치철학가이다. 그리고 그의 명강의 「정의」와 이번 강연은 모두 강의 대상이 대중인 강의다. 세계적인 석학이 전공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고, 깊은 논의를 원했다면 얼마든지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버드라는 학교는 그런 기대를 해도 좋은 곳이고, 센델은 그런 학교에서 박사를 마치고 교수를 20년 넘게 하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청중들에게 어려운 강의를 하고자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의 사람이란 얘기. 그러나 그가 쉬운 예를 들고, 계속해서 한국의 사례로 자신의 사례를 변환하고, 쉬운 단어와 통역가를 통해서 한국말로 토론을 하는 것을 장려했던 이유는 자신의 강연의 목적이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지식의 순환임을 상기시켜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쓰다보니 친구의 비판에 센델을 보호해준 꼴이 됐는데, 이 내용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썼던 내용이었고, 필자는 본인의 생각이 친구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쓴 내용이니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

물론 모든 강연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강연 초반. 센델의 질문에 채택받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마이크를 잡고 환호성을 지른 분도 계셨고, 논점에 한참 빗나간 답변에 청중들에게 비웃음을 들었던 사람도 있었다. 발언권을 얻고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당연히 강연이 끝나고 먼저 나가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강연과 토론 문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 사회가 고쳐나가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면을 치유하는 방법은 배척이나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들어줄 줄 아는 태도가 대중들에게 녹아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너무나도 올곧은 강연을 들어서, 우리네 사회가 걸어온 길 만큼 가야 할 길이 있고, 내가 걸은 길이 뒷 사람의 길이 될 것 이기에 올바르게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강의였다.


(덧) 아래는 이번 강연을 녹음한 사운드클라우드 파일이다. 다운로드도 가능하니, 다운받아 지하철로 이동할 일 있을 때 들으면 좋을 듯 싶다. 강의는 당연히.. 영어다.

음원 초반에 손범수 아나운서가 무선마이크를 써서 개인적으로 녹음을 하면 전파 방해때문에 강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필자가 쓰는 녹음기가 무선이 아니어서.. 녹음을 했다. 문제가 생기든 생기지 않았든,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중간중간 들리는 재수없는 남자 웃음소리는 필자의 웃음소리다. 녹음이 된 소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하고, 웃음소리를 바꾸도록 노력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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