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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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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페리고는 1791년 쟝 프랑소아 보떼가 스위스 제네바에 공방을 설립하면서 시작됩니다이 때는 제라드 페리고와 연관이 없었으나 1852년 라 쇼드 퐁에 콘스탄트 제라드가 시계회사를 설립하고 마리 페리고와 결혼한 뒤 자신의 성과 마리 페리고의 성을 따 이름을 제라드 페리고로 바꾸게 됩니다이후 보떼의 공방을 흡수하며 규모를 키우게 되는데요지금과 같은 매뉴펙처의 형태는 이탈리아 출신의 사업가 루이지 마카루소가 인수한 뒤 갖추게 됩니다마카루소는 1992년 제라드 페리고를 인수했는데당시만 해도 매뉴팩처를 목표로 하는 메이커는 거의 없었습니다. 분업화가 시계 생산의 기본이었으나 그룹화가 이뤄진 지금에 와서 보면 그가 선견지명을 가졌던 덕분에 무브먼트 수급이 어려워진 요즘 더욱 경쟁력을 갖춘 메이커가 될 수 있었지 싶습니다

 

바젤월드 2014가 열리던 때 저는 하루 동안 라 쇼드 퐁에 있는 제라드 페리고 매뉴팩처에 다녀왔습니다바젤월드에서 픽업해 라 쇼드 퐁까지 저를 태우고 패뉴팩처를 안내해 준 분은 제라드 페리고의 전 테크니컬 디렉터이자 현재 쟝리샤르 박물관의 큐레이터를 맡고 있는 슈바이처 윌리씨 였습니다그는 내년이면 제라드 페리고에서만 근무한지 30년이 되는 베테랑으로제라드 페리고가 매뉴펙처로 성장하는 과정과 함께 한 인물입니다매뉴팩처로 가기 위해 주자창으로 가던 길 한 켠에 전시된 마세라티를 가리키며 오늘은 예정이 바뀌어서 당신 혼자만 매뉴팩처로 가기 때문에 원한다면 저 차를 타고 갈수도 있다라는 농담을 했는데요알고 보니 윌리씨는 젊었을 적 유럽과 스위스 랠리에 참가해 두 번의 챔피언을 경험했다고 합니다유럽에서 수동차를 보는 일은 우리나라 만큼 드물진 않지만 수동기어가 달린 밴에 올라타자 좀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시동을 걸자 마자 그는 바젤에서 운전하는 일이 정말 싫다고(Hate)했습니다차가 막히는데다가 라 쇼드 퐁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라 하나라서 바젤월드가 열리는 기간에는 더욱 정체가 심하기 때문이라는데요스위스에서도 한가한 축에 속하는 매뉴팩처가 있는 라 쇼드 퐁에서는 이런 스트레스가 없으니까요오전 8시 반에 바젤에서 출발해 1시간 정도 달리자 점점 귀가 멍멍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라 쇼드 퐁에 가까워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과거 위그노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험난한 산골에 자리를 잡게 되며 지금의 워치 밸리가 되었기 때문인데요. 30분을 더 달리자 따뜻함을 넘어 살짝 더운 날씨였던 바젤과 달리 아직 눈이 전부 녹지 않은 라 쇼드 퐁의 제라드 페리고 매뉴팩처에 도착해습니다(윌리씨는 작년 여름휴가 때 과속으로 단속되어 큰 벌금과 1개월의 운전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한 번 더 걸리면 더 큰 벌금과 1년 동안 면허정지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능숙하게 수동기어를 변속해 제한속도를 아주 정확하게 지키면서 구불구불한 길을 스무스하게 올라갔는데요. 지루할까봐 '여기는 리콜라(사탕)의 본사지, 이 낮은 터널에서 컨테이너 차량은 자칫하다가 컨테이너 위쪽을 다 긁어버리지' 등등 가이드까지 해주어 졸 틈 아니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돌아오는 길에서 아까 그 터널에서 컨테이너 하나가 터널을 시원하게 긁고 있었습니다. 그는 스위스인 답지 않게 앞에서 좀 헤맨다 싶으면 바로 '컴 온, 컴 온'을 내뱉는 영원한 레이서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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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가에 자리를 잡은 파란색 본사 건물은 전통의 매뉴팩처들이 그렇듯 증축과 개축을 거듭해 확장을 한 모습입니다하지만 증개축으로만으로는 장소가 부족해 빌라를 매입해 개조하여 무브먼트 부품 제조조립케이스 제조와 완제품 조립, R&D에 할애하고본사 건물은 행정, R&D일부컴플리케이션 공방과 CS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라 쇼드 퐁은 스위스 시계 생산의 본산답게 건물의 앞 뒤 가격이 무척 넓습니다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건물 전체가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거리를 충분하게 띄어 놓은 것인데요아주 작은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시계이기 때문에 채광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아주 중요한 요소고특히 과거에는 매뉴팩처 같은 집약된 형태가 아니라 가정이 공방을 겸하거나 작은 공방단위였기 때문에 이 같은 형태로 건물을 지어야 했죠


본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매뉴팩처로 활용하는 빌라가 있습니다상당 부분을 생산에 어울리도록 개조했지만 건물의 기본 구조는 유지했기 때문에 옛날에 지은 건물다운 고풍스러운 모습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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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정을 둘러보기 위해 먼저 가운으로 갈아입고 CNC 머신으로 가득한 구역으로 들어갑니다



C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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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브라스 플레이트를 가공해 메인 플레이트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줍니다아직 페를라쥬 같은 표면 가공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죠플레이트를 봐서는 이것은 쓰리 골드 브릿지의 메인 플레이트 같습니다배럴과 밸런스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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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라드 페리고는 CNC 머신을 새것으로 교체했다고 합니다구형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툴의 숫자가 28개로 증가해 생산 효율이 늘어났고 공간 활용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CNC 머신의 제어는 와이파이를 통해 하나의 컴퓨터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인원도 예전에 비해 줄일 수 있고요. 위는 CNC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메인 플레이트로 기능할 수 있는 형태가 가공되어 있죠



케이스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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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케이스 가공하는 곳입니다위 사진은 쇳덩어리에서 브레이슬릿이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이곳 내부에서는 0(잉곳)을 절삭 가공부터 시작해 완성을 하기 보다는 일정의 형태를 갖춘 케이스를 마무리 하는 일이 주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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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케이스를 폴리싱하는 모습입니다. 케이스의 형태는 기계가 만들어내지만 폴리싱 같은 마무리 작업은 사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곡선을 따라 라인을 잘 살려 거울과 같은 표면을 얻어내야 합니다. 폴리싱을 할 때 스테인리스 스틸과 골드는 공정을 분리해서 진행하는데요이유는 깎아낸 금을 수집해 재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이것은 여느 메이커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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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플레이트, 브릿지) 피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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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C 머신을 거친 플레이트는 이곳으로 와 사람의 손을 통해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지고표면을 장식 가공하게 됩니다위 사진은 각 과정마다의 플레이트를 부착해 어떤 식으로 완성되는지 보여주는데요제가 본 바로는 가공을 마무리한 플레이트에 로듐 도금을 하는 공정을 보지 못했습니다일정상 도금 공정을 생략했을 수도 있는데요라 쇼드 퐁으로 들어오는 길에 도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어 이곳에 의뢰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시계 생산의 본산이다 보니 부품 제조 업체나 도금 업체 같은 협력을 얻기에 용이한 환경이죠다만 그룹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에 비해 많은 업체가 이전하거나 매입흡수되어 흔적만 남아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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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라쥬페를라쥬코트 드 제네브 가공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기계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힘의 강약 조절페를라쥬의 간격과 같은 부분은 손의 감각에 의지해야 됩니다코트 드 제네브 같은 것은 플레이트를 고정하고 천천히 밀면 패턴이 스트라이프의 패턴이 나오는데요. (서큘라 스트라이프는 같은 기계에서 한 바퀴 돌리면 되고요)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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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Willy (테크니컬 디렉터 시절에는 나름 날렵한 체형이었으나 지금은 후덕한 옆집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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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R&D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향후에 나올 신제품을 개발하는 일이 주업인 부서이다 보니 사진 촬영은 일부만 가능했는데요실리콘으로 만든 콘스탄트 이스케이프먼트의 프로토타입이 보입니다각종 테스트를 하고 있는 광경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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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에나멜의 색상표(?)입니다에나멜러가 사용하던 공간인데 스위스 시계 업계의 3대 프리랜서에나멜러인그레이버기요쉐 장인은 출퇴근대신 집에서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에나멜러가 사용하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가장 전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3대 프리랜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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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조립 및 케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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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을 완료한 플레이트는 무브먼트가 되기 위해 기어와 같은 부품을 얹어 조립하는 곳입니다플레이트 도금과 마찬가지로 기어 같은 가공하는 과정을 보지 못했는데요외부 공급인지 다른 곳에서 제조되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워치 메이커의 책상은 위 사진처럼 마이크로 컨베어 벨트처럼 되어 있어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물론 느긋한 근무환경인 만큼 일하고 싶을 때 일하다가 휴식하고자 할 때에는 잠시 정지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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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무브먼트는 바늘을 꽂고 케이스에 넣어 시계가 됩니다그 공정도 이뤄지는데바늘은 외부 공급(유니버소, 바늘 제조업체) 받고 있습니다근처에 바늘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메이커가 있고 그곳의 바늘을 사용합니다윌리씨는 100% 자체 제조를 하는 매뉴팩처는 없으며 그것은 거짓말이다라고 했습니다실제로 그의 말대로 100% 인하우스의 매뉴팩처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그렇기 때문에 요즘에는 매뉴팩처가 좀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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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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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테스트를 위한 공간입니다사진에서는 한 곳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요타이밍충격에이징한 스트랩의 장력 테스트와 방수 테스트는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됩니다방수는 생활방수에서 씨호크 같은 1,000m 방수 같은 고심도 방수 모델을 프로그램을 이용해 테스트 할 수 있습니다테스트가 완료된 시계(스트랩은 아직 결합이 안된 상태)는 보호 필름을 씌워 완성을 향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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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를 개조해 매뉴팩처로 사용하고 있는 흔적. 철골 뼈대는 손댈 수 없어 그대로 놔두었는데 이 자체도 꽤 멋집니다


컴플리케이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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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 페리고의 대표적이면서 대표적인 컴플리케이션인 쓰리 골드 브릿지 투르비용이나 현대적인 실리콘 기술을 사용한 콘스탄트 이스케이프먼트 같은 모델은 본사 건물의 1햇볕이 잘 비치는 공간에서 완성됩니다부품을 핸드 피니싱 하는 광경들입니다나무로 만든 툴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서는 가장 마지막 단계의 피니싱을 하고 있군요. 쓰리 골드 브릿지 투르비용의 브릿지는 피니싱에만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데 컴플리케이션인 만큼 수작업의 비중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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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모델도 보이고 작업하다가 잠시 쉬러 간 책상도 보이는군요이 컴플리케이션 공방에서는 스위스는 물론 벨기에일본에서 온 젊은 워치메이커가 일하고 있습니다제라드 페리고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국적의 워치메이커가 양성되고 있고메이커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생산시절 갖추는 것은 물론 이와 같은 인적 요소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컴플리케이션 공방에서는 년간 약 200개 정도의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생산되며하나의 모델을 완성하기까지 기능에 따라 3~6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컴플리케이션 공방에 일할 수 있는 자격은 아무래도 본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쟝리샤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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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쟝리샤르 박물관을 들렀습니다과거 시계 제조에 사용했던 공구나 툴을 모아 전시해 두는 박물관인 동시에 이 공간은 육성하는 젊은 워치메이커를 위한 세미나 공간으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런 곳에서 시계를 배울 수 있다니 많이 부러웠는데요. 아주 오래된 시계책과 툴비교적 근대에 사용한 툴도 있고 공방에서 공장형태를 재현한 디스플레이도 있습니다바로 위 사진은 전자식 타이밍 머신의 할아버지쯤 되는 타이밍 머신입니다


제라드 페리고는 산하의 쟝리샤르에서 사용하는 4,000개 정도의 무브먼트를 포함 내부에서 소비하는 16,000여개의 무브먼트를 년간 생산합니다매뉴팩처 체제를 일찍이 갖춘 덕분에 외부로의 공급도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데요쿼츠 무브먼트를 포함 10,000여개의 무브먼트를 다른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으며 제라드 페리고의 고객으로는 과거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 여러 메이커이며 MB&F도 베이스 무브먼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산 규모면에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내실있는 만들기를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량생산 매뉴팩처와 다른 느긋함도 곳곳에서 느껴졌고요.  


한 때 라 쇼드 퐁은 한 때 전세계 시계 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번성하던 때도 있었다는데요그 때에는 바(Bar) 10개도 넘었을 정도로 활기가 있었다고 윌리씨가 강조했었는데요지금은 그때에 비해 메이커나 생산 업체가 떠나고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습니다만, 그 속에서 제라드 페리고는 한자리를 고수하며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전통을 잇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기술과 제조법으로 전통을 녹여낸 시계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바젤로 향하는 길에서 뒤돌아본 푸른색 제라드 페리고는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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