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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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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글라슈테 출신의 독립 시계제조사 모리츠 그로스만(Moritz Grossmann)이 지난 11월 24일 서울 청담동 '컬렉터스 하우스'에서 국내 론칭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참고로, 스타레드가 운영하는 컬렉터스 하우스는 로랑 페리에, 아르민 스트롬, 페르디낭드 베르투 등 하이엔드 독립 브랜드의 시계를 국내에 정식 수입해 판매하는 일종의 시계 편집숍입니다. 브랜드 라인업도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요. 이번에 모리츠 그로스만을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한 데 이어 국내에 적합한 다른 독립 브랜드도 계속해서 물색 중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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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츠 그로스만은 독립 시계제조사이기 이전에 19세기말 독일 글라슈테에서 활약한 전설의 워치메이커를 말합니다. 1826년 독일 드레스덴 출신의 그는 당시 각종 회중시계와 펜듈럼(Pendulum, 진자) 클락을 제조하며 이름을 날렸습니다. 같은 지방의 랑에 운트 죄네를 설립한 페르디난트 아돌프 랑에(Ferdinand Adolph Lange)와도 사이가 막역했다고 합니다. 생전에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많았던 모리츠 그로스만은 1878년 독일 최초의 시계학교(Deutsche Uhrmacherschule Glashütte)를 건립하는 등 독일 워치메이킹 역사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습니다. 다만, 1885년 돌연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자신의 회사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맙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게 흐른 지난 2008년, 워치메이커 출신의 여성사업가 크리스틴 후터(Christine Hutter)가 역사 속에 잠든 위인의 유산을 다시금 깨우게 되는데요. 오늘날 모리츠 그로스만은 그렇게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건 14년만에 한국에도 첫발을 내딛는 쾌거를 이루게 됐습니다. 브랜드 재건의 일등공신인 크리스틴 후터는 이를 기념하고자 이번 행사에 참여해 프레젠테이션까지 직접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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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리츠 그로스만의 라인업은 크게 베누(Benu)와 테프누트(Tefnut)로 나뉩니다. 고대 이집트의 신화 속 인물에서 유래한 ‘베누’는 남성시계 및 컴플리케이션, 같은 신화 속 여신에서 모티프를 얻은 ‘테프누트’는 여성시계가 주를 이룹니다. 모리츠 그로스만의 이번 행사에서는 각 라인의 주요 모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리를 빛낸 각 제품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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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zeit

우니베잘자이트

 

올해 신제품입니다. 전 세계 지도와 함께 자오선을 표시한 다이얼에서 알 수 있듯, 일종의 월드타이머로 기능합니다. 다이얼에서 도쿄, 싱가포르, 두바이, 케이프 타운, 리우 데 자네이루, 피닉스에 표시된 창을 통해 해당 도시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도시의 시간대는 6개 도시의 시간을 기준으로 어림하는 방식입니다. 시계 조작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가령, 한국이 기준이라면 도쿄가 표시된 창에 맞춰 3시 방향 크라운으로 현재 시간을 맞추면 기본적인 세팅은 끝납니다. 나머지 다섯 시간대는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맞춰지기 때문이죠. 이후 시간대가 다른 지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간다면, 10시 방향 푸시 버튼으로 시침만 조작해 현지 시간을 맞춰주면 됩니다. 해당 푸시 버튼은 시계 방향으로 돌려서 누르면 시침이 앞으로 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시침이 뒤로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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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방향 푸시 버튼은 브랜드가 자랑하는 그로스만 매뉴얼 와인더 위드 푸셔(Grossmann manual winder with pusher)입니다. 3시 방향 크라운과 연동해 와인딩 및 시간 세팅에 관여합니다. 3시 방향 크라운은 독특하게 안쪽에 스프링이 있어 당기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데요. 평상시의 와인딩 모드에서 그렇게 크라운을 당겨서 놓으면 초침이 멈춤과 동시에 시간 세팅 모드로 변경됩니다. 일반적인 시계라면 이후 크라운을 밀어 넣어 시계를 다시 작동시키지만, 대부분의 모리츠 그로스만 시계는 이 4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눌러 시계를 다시 작동시킵니다. 독자적인 이 시스템은 시간 세팅 중 먼지나 물이 케이스에 들어가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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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니베잘자이트는 직경 44.5mm, 두께 13.48mm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탑재한 무브먼트는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0.7(시간당 진동수 18,000vph, 42시간 파워리저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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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u Heritage Tourbillon

베누 헤리티지 투르비용

 

모리츠 그로스만을 대표하는 컴플리케이션입니다. 6시 방향에 큼지막한 플라잉 투르비용이 자리하는데요. 독특하게 밸런스 스프링이 스크루 밸런스 휠 아래 위치합니다. 투르비용 케이지도 일반적인 것과 달리 V자형의 비대칭입니다. 관련해 이스케이프먼트 주요 부품을 케이지 반대편 아래쪽에 배치해 투르비용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췄다고 합니다. 독특한 이 구조는 현재 특허 출원 중이라 하네요. 투르비용은 거대한 밸런스 휠에 따라 3분에 1회전합니다. 움직임이 1분에 1회전하는 일반적인 투르비용보다 확실히 느긋해 보입니다. 이처럼 투르비용의 회전 속도를 낮게 설정한 덕분에 에너지 효율을 높여 72시간 파워리저브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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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을 당기면 투르비용이 멈춥니다. 투르비용에서는 드문 핵(Hack, 스톱 세컨드)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해킹 투르비용은 두 개의 레버로 밸런스를 제어하지만, 모리츠 그로스만의 투르비용은 독특하게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브러시로 밸런스를 멈춥니다. 자신이 원하는 머리카락으로 이 브러시를 제작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지금 이 제품은 브랜드 CEO 크리스틴 후터의 머리카락으로 해당 브러시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브러시가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투르비용이 멈추는데 1초 미만의 텀이 생긴다고 합니다. 투르비용을 다시 작동하려면, 역시나 크라운이 아닌 4시 방향의 ‘그로스만 매뉴얼 와인더 위드 푸셔’를 눌러야 합니다.

 

MG_103_0_ZB_FR_A4.jpg시간을 표시하는 다이얼은 레귤레이터 방식입니다. 2~3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이 시, 반대쪽 서브 다이얼이 초, 중앙의 바늘이 분을 표시합니다. 두 서브 다이얼 사이에는 독특하게 아래쪽 투르비용에 의해 사라진 25~35분 스케일이 자리합니다. 분침에서 균형을 잡는 뒤쪽 끝부분이 이 스케일을 정확히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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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 투르비용은 다이얼 컬러(화이트, 블랙, 블루)와 케이스 소재(화이트 골드, 로즈 골드)의 조합에 따라 총 네가지 버전으로 나뉩니다. 사이즈는 직경 44.5mm, 두께 13.8mm입니다. 무브먼트는 공통적으로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3.0(시간당 진동수 18,000vph, 72시간 파워리저브)을 탑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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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u Heritage Hamatic

베누 헤리티지 햄매틱

 

모리츠 그로스만에서 유일하게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입니다. 근데 이 무브먼트가 범상치 않습니다. 로터의 회전으로 와인딩하는 일반적인 자동 방식이 아닙니다. 과거 펜듈럼 클락에서 쓰이던 진자 방식으로 와인딩합니다. 즉, 무브먼트의 타원형 해머가 왔다갔다하며 배럴의 메인 스프링을 감는 것이죠. 제품명도 그래서 해머(Hammer)와 오토매틱(Automatic)을 합쳐 ‘햄매틱(Hamatic)’이라 지었습니다.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106.0의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 파워리저브는 72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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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 헤리티지 햄매틱은 빈티지 로고를 사용한 또 다른 라인으로도 선보입니다. 케이스 소재는 화이트 골드 또는 로즈 골드로 나뉩니다. 사이즈는 직경 41mm, 두께 11.35m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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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u Heritage Power Reserve

베누 헤리티지 파워리저브

 

브랜드의 얼굴이라 할 수 있습니다. 6시 방향에 스몰 세컨드가 자리한 단정한 얼굴에 로고 아래 막대형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자리합니다. 베누 헤리티지 파워리저브는 원래 골드(로즈 골드,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 케이스 위주로 선보이지만, 브랜드 창립 12주년을 맞은 지난 2020년에는 스틸 또는 블랙 코팅 스틸 버전을 각각 12개 한정판으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직경 41mm, 두께 11.65mm 케이스에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0.2(시간당 진동수 18,000vph, 42시간 파워리저브)를 탑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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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u Heritage Corner Stone

베누 헤리티지 코너 스톤

 

모리츠 그로스만에서 유일한 사각 시계입니다. 주춧돌을 뜻하는 의미처럼 강직한 사각 형태의 고전적인 라인이 돋보입니다. 스몰 세컨드, 레일로드 미니트 트랙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 다이얼 역시 예스럽습니다. 무브먼트는 사각 케이스에 꼭 맞는 직사각형의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2.3(시간당 진동수 21,600vph, 60시간 파워리저브)을 탑재합니다. 사각형이지만 원형과 동일하게 인그레이빙 밸런스 콕, 대형 밸런스 휠, 저먼 실버로 제작한 2/3 플레이트, 골드 샤통, 바이올렛 컬러 스크루, 투명 루비 등 모리츠 그로스만이 추구하는 워치메이킹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2/3 플레이트와 바이올렛 컬러 스크루, 투명 루비를 사용한 일부 요소에서 전통 글라슈테 워치메이킹(3/4 플레이트, 블루 스클루, 핑크 루비)과 약간 차이를 보이긴 합니다. 스크루와 루비의 색을 달리한 건 무브먼트의 특정 부분이 튀어 보이는 걸 지양하기 위함이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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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 헤리티지 코너 스톤은 케이스 소재, 다이얼 컬러 및 디테일을 달리해 다섯 가지 버전으로 나뉩니다. 가령, 원형 스몰 세컨드 모델은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프린팅으로 나타내고, 사각형 스몰 세컨드 버전은 아라비아 숫자와 바(Bar)를 혼용한 인덱스를 입체적인 아플리케 타입으로 표현하는 식입니다. 각 제품의 사이즈는 29.5×46.6m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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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u Contemporary Date

베누 컨템포러리 데이트

 

모리츠 그로스만에서 유일하게 날짜 기능을 지원하는 시계입니다. 다이얼 외곽의 사각형 인디케이터가 하루에 한번 움직이며 그날의 날짜를 가리키는 방식인데요. 10시 방향 크라운을 돌려 날짜를 앞뒤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 사이즈는 직경 41mm, 두께 11.85mm입니다. 제품은 케이스 소재에 따라 화이트 골드, 로즈 골드,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으로 나뉩니다. 스틸 모델은 특별히 터콰이즈 컬러의 기요셰 다이얼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전 제품 동일하게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0.3(시간당 진동수 18,000vph, 42시간 파워리저브)을 탑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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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u Heritage Central Second

베누 헤리티지 센트럴 세컨드

 

실질적인 엔트리에 해당합니다. 단정한 얼굴에 다른 모델과 달리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에 슈퍼루미노바 야광 물질을 도포했습니다. 짙은 새먼(Salmon) 또는 보라색으로 다이얼 컬러를 달리한 또 다른 제품도 있습니다. 단, 새먼 다이얼 모델은 블루 핸즈에 인덱스를 사용한 이유로 슈퍼루미노바를 생략했습니다. 엔트리답게 전 제품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사이즈는 직경 41mm, 두께 12mm입니다. 무브먼트는 공통적으로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0.11(시간당 진동수 18,000vph, 42시간 파워리저브)을 탑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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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fnut Twist

테푸누트 트위스트

 

이름처럼 양쪽의 둥근 러그가 돌아갑니다. 양면 스트랩이라면 때에 따라 러그를 돌려 연출을 달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시계 다이얼이 아닌 무브먼트를 드러나게 착용해볼 수도 있겠죠. 다이얼은 중앙의 선버스트 기요셰를 중심으로 스몰 세컨드가 7시 방향에 치우친 비대칭입니다. 크라운도 3시가 아닌 4시 방향에 위치합니다. 자개 베이스에 장식을 달리한 또 다른 다이얼 버전도 있습니다. 케이스 소재는 로즈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로 나뉘고, 사이즈는 직경 36mm, 두께 9.64mm입니다. 전 제품 공통적으로 수동 인하우스 칼리버 102.2를 탑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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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후터에 따르면, 모리츠 그로스만은 현재 1년에 300개 이하의 시계를 생산하지만 최종적으로는 800개까지 늘려갈 예정이라 합니다. 그 말인 즉슨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실제로 제품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합니다. 과연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리츠 그로스만의 앞으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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