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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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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는 쿼츠 파동으로 쇠퇴한 기계식 시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하던 1988년 탄생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계식 시계로 승부수를 띄운 브랜드 기조가 당시 시대상과 적절히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이후 1990년대 기계식 시계의 두번째 전성기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게 됩니다. 단순히 시대가 그들을 반겼다고 해서 브랜드가 손쉽게 성공한 건 아닙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에는 여느 시계제조사에 없는 비밀 병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훗날 자신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하게 될 하트비트(Heart Bea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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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하트비트 시계 Ref. FC-310M36(1994년)

 

오리지널 하트비트는 1994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제품은 동그랗게 컷-아웃 가공한 다이얼 12시 방향 창을 통해 기계식 시계의 심장에 해당하는 밸런스 및 이스케이프먼트를 과감히 노출했습니다. ‘심장박동'을 가리키는 그 이름처럼 밸런스가 쉴 새 없이 진동하는 메커니즘을 하나의 감상 포인트로 삼은 겁니다. 시계 애호가들은 얼핏 투르비용처럼 보이는 기발한 이 컨셉트에 환호했고,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하트비트의 잭팟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다만, 잘 나가는 맛집 주위로 원조를 모방한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듯, 하트비트가 크게 히트를 친 이후 해당 컨셉트를 차용한 시계가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그와 관련해 특허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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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하트비트 매뉴팩처 Ref. FC-910MC4H6(2004년)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예상치 못한 주변 상황에도 묵묵히 나아갔습니다. 1995년 하트비트 여성용을 시작으로 하트비트 데이-데이트(1998년), 하트비트 레트로그레이드(2001년) 등 새로운 기능 및 메커니즘을 접목한 베리에이션을 선보이며 하트비트의 세계관을 꾸준히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하트비트 탄생 10주년을 맞은 지난 2004년,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마침내 자체 엔진(수동 칼리버 FC-910)으로 제조한 하트비트 매뉴팩처 시리즈를 출시합니다.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자동 버전(칼리버 FC-930)은 그로부터 2년 뒤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하트비트는 이후 기존 범용 무브먼트 라인과 인하우스 무브먼트 라인을 동시에 가져가는 투-트랙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두 라인은 초침의 유무와 다이얼에서 밸런스가 노출되는 위치에 따라 서로를 구분하곤 합니다. 전자는 12시 방향, 초침을 생략한 후자는 6시 방향을 통해 자신의 심장을 드러냅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라인은 또 컷-아웃 가공한 다이얼 주위로 콤마(Comma) 모양의 장식을 더해 범용 무브먼트 라인과 차별화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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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는 하나의 전통처럼 이어오던 콤마 장식을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다이얼을 자칫 복잡하게 만드는 해당 디자인에 관해 호불호가 갈렸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비대칭의 장식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나니 온전히 밸런스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다이얼이 6시 방향 밸런스를 중심으로 완벽하게 좌우 대칭을 이루는 것 역시 플러스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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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화이트 래커를 통해 한결 말끔해진 인상을 더욱 강조합니다. 밸런스를 둘러싼 로마 숫자 인덱스는 그 속에서 고전미를 한껏 돋웁니다. 아워 인덱스 바깥쪽과 안쪽에 동시에 표시한 레일로드 미니트 트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안쪽 트랙은 또 한 단 높게 배치하면서 다이얼의 입체감을 높였습니다. 핸즈 또한 고전적입니다. 시침은 푸아르(Poire, 서양의 배) 핸드, 분침은 리프(Leaf, 나뭇잎) 핸드 타입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초침은 없습니다. 과감한 이 결정은 밸런스의 움직임에 좀더 시선을 집중하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초침이 있었다면, 그쪽으로 시선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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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다이얼도 다이얼이지만, 새로운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의 킬링 포인트는 다름아닌 케이스에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사이즈가 지름 42mm에서 39mm로 줄었습니다. 드레스 워치를 지향하는 이 시계에는 최적의 사이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불고 있는 다운사이징 트렌드와도 적절히 맞아 떨어집니다. 케이스 두께는 약 10.29mm로 지름 대비 딱 적당합니다. 클래식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여전합니다. 드레스 워치에 맞게 곡선을 강조한 실루엣에 고전적인 어니언 크라운을 사용했고, 표면은 전체를 유광으로 마감했습니다. 케이스 소재는 핑크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로 나뉩니다. 방수성도 그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30m, 후자는 50m입니다.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에 둘다 생활방수가 가능한 정도로 이해하면 쉽겠습니다. 케이스백은 역시나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통해 무브먼트를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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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뒷면을 충분히 채우는 무브먼트는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FC-930-3입니다. 여느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마찬가지로 제네바 플랑레와트 매뉴팩처에서 직접 제작합니다. 아래쪽 메인 플레이트는 페를라주, 위쪽 브릿지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표면을 장식하며 범용 무브먼트 라인과 차별화했습니다. 곳곳에 고정된 블루 스크루는 포인트 역할까지 겸합니다. 골드 로터는 무브먼트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중심부를 오픈워크 처리했습니다. 주요 스펙은 이전 하트비트 매뉴팩처 시리즈에 탑재한 칼리버 FC-930과 동일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약 38시간으로 요즘 기준에서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FC-930-3과 기존 FC-930의 차이는 다이얼 방향에서 나타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형에서는 플레이트에 새긴 특유의 콤마 장식을 생략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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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드레스 워치에 제격인 악어가죽으로 만듭니다. 피부가 닿는 안쪽에는 정석대로 소가죽을 덧댔습니다. 색깔은 케이스 소재에 따라 달라집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검은색, 핑크 골드는 갈색 스트랩과 짝을 이룹니다. 버클은 둘 다 전형적인 폴딩 방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체결 부분은 스켈레톤 가공한 브랜드 로고를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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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스틸 Ref. FC-930EM3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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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핑크 골드 Ref. FC-930EM3H9

 

새롭게 돌아온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는 지향점이 명확합니다. 21세기 황금 사이즈에 취향이 갈릴 수 있는 장식을 철저히 배제하며 좀더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고자 합니다. 제품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핑크 골드 두가지 버전으로 나뉩니다. 각각 930개, 93개 한정 생산할 예정입니다. 국내에는 얼마전 소량씩 입고됐다고 합니다. 가격은 각각 550만원대, 2300만원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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