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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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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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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미터 전쟁 Part.1 바로가기

 

쿼츠 쇼크가 잦아든 1990년대, 스위스 시계 산업이 다시금 부활의 기지개를 폅니다. 문을 닫았던 시계제조사도 하나둘 명패를 다시 걸고 사업을 재개했습니다. 명가의 자존심을 건 울트라-씬 대전도 또 다른 챕터를 맞이하는가 했지만, 쿼츠가 또 한 번 그 길을 가로막습니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쿼츠가 울트라-씬 영역에 아무렇지 않게 침범해 관련 기계식 무브먼트의 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이후로는 예상치 못한 시계 트렌드에 덜미를 잡히게 됩니다. 빅 사이즈를 위시한 스포츠 워치가 맹위를 떨치자 정통 드레스 워치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드레스 워치가 토대인 울트라-씬 역시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 피아제, 오데마 피게 등 전통의 명가들이 꾸준히 관련 무브먼트와 시계를 선보이긴 했지만, 한번 꺾인 물줄기가 바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새천년에도 큰 흐름은 계속됩니다. 급기야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쌍둥이(오데마 피게 2003 & 바쉐론 콘스탄틴 1003)까지 2003년을 끝으로 잠정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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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울트라-파인 1955(두께 4.1mm)

 

12_피아제 알티플라노 900P(두께 3.65mm)와 그 설계도..jpg

-피아제 알티플라노 900P(두께 3.6mm)

 

제2차 대전
희미해진 울트라-씬의 불꽃은 2010년부터 다시 타오를 조짐을 보입니다. 당시 바쉐론 콘스탄틴은 7년 전 선언을 철회하고 칼리버 1003을 재생산하기로 합니다. 세상에 다시 나온 칼리버 1003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습니다. 그때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손목시계 ‘히스토릭 울트라파인 1955(두께 4.1mm)’의 엔진으로 또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하게 됩니다. 다음 주자는 한때 같은 연합군이었던 예거 르쿨트르였습니다. 2013년 칼리버 849를 탑재한 마스터 울트라-씬 주빌리가 두께 4.05mm를 실현하며 타이틀을 바로 가로챘습니다. 다만, 예거 르쿨트르의 타이틀은 1년도 채 가지 못했습니다. 피아제가 2013년 말 SIHH 2014(현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를 앞두고 두께 3.65mm의 알티플라노 900P를 공개했습니다. 4mm의 벽을 허문 900P의 비결은 다름아닌 과거 오데마 피게의 투르비용 Ref. 25643BA에 있었습니다. 피아제는 그에서 힌트를 얻어 케이스백에 무브먼트 주요 부품의 틀을 미리 만들고, 그곳에 각 부품을 퍼즐처럼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무브먼트를 설계했습니다. 다이얼은 독특하게 밸런스 콕과 각 브리지 사이에 위치했습니다. 즉, 무브먼트 부품과 다이얼이 같은 층에 있는 셈입니다. 케이스백에 무브먼트, 다이얼까지 한 몸이 된 혁신적인 설계는 이후 경쟁자들까지도 따라 하게 됩니다. 알티플라노 900P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현대 울트라-씬의 지평을 넓힌 선구자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3_피아제 알티플라노 900P(두께 3.65mm)와 그 설계도..jpg

-피아제 900P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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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알티플라노 크로노그래프(두께 8.24mm)

 

2014년 뜻밖의 다크호스가 씬에 등장합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불가리입니다. 당시 두께 1.95mm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칼리버 BVL 268이 옥토 피니씨모와 함께 나와 또 다른 경쟁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반면, 피아제는 900P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014년 말 SIHH 2015를 앞두고 두께 8.24mm의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크로노그래프까지 선보였습니다. 무브먼트(칼리버 883P) 역시 두께 4.65mm로 같은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수평 클러치보다 두꺼울 수밖에 없는 수직 클러치로 이룬 성과이기에 더 값졌습니다. 

 

14_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49SQ를 탑재한 마스터 울트라씬 스켈레트(두께 3.6mm)..jpg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씬 스켈레트(두께 3.6mm)

 

2015년, 예거 르쿨트르가 다시 조용히 칼을 꺼내 듭니다. 마스터 울트라씬 스켈레트가 두께 3.6mm로 알티플라노 900P의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칼리버 849SQ를 토대로 케이스백을 무브먼트에 포함하지 않는 정공법으로 승부를 봤습니다. 대신, 무브먼트가 다이얼의 일부가 됩니다. 인덱스가 늘어선 도넛 모양의 다이얼 프레임이 무브먼트를 고정하는 일종의 홀더로 기능합니다. 이럴 경우 무브먼트가 얇은 프레임에 의존해야 하니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거 르쿨트르에는 다행히도 딱 맞는 적임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활약하며 이미 검증을 마친 칼리버 849입니다. 결과적으로 그가 없었다면, 피아제는 타이틀 방어에 무난히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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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두께 6.85mm)

 

명가 vs 다크호스
두 명가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2014년 예고편을 방영했던 불가리가 2016년 드디어 본 게임에 참전합니다. 출사표는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 두께 6.85mm로 곧장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닛 리피터에 등극합니다. 피아제가 2013년 세운 기록(9.4mm)도 2.55mm 차로 여유롭게 따돌렸습니다. 불가리는 이로써 두 번째 타이틀도 타임 온리가 아닌 컴플리케이션으로 따내며 전통의 강호들을 긴장케 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그들의 저력은 이듬해까지 이어집니다.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에 탑재한 자동 칼리버 BVL 138이 두께 2.23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기계식 무브먼트에 등극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종전 기록이 피아제의 칼리버 12P가 세운 두께 2.3mm였습니다. 즉, 불가리가 또 한 번 피아제를 끌어내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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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의 자동 칼리버 BVL 138(두께 2.23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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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두께 2mm)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울트라-씬 종가는 두 모델로 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먼저 나온 카드는 알티플라노 얼티메이트 오토매틱 910P. 2017년말 두께 4.3mm로 곧장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기계식 시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불가리가 무브먼트에 역량을 쏟아부었다면, 피아제는 시계 두께를 고려해 큰 그림을 그린 셈입니다. 910P는 이름처럼 900P에서 비롯했습니다. 전작의 혁신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무브먼트 외곽을 회전하는 퍼리퍼럴 로터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로터가 무브먼트 두께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대신, 무브먼트 수평 공간을 로터 크기만큼 늘렸기에, 케이스 지름이 900P(38mm)보다 3mm 늘어나게 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910P에 이어 나온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도 지름이 41mm입니다. 두께는 고작 2mm. 이때까지만 해도 이보다 얇은 기계식 시계는 없었습니다. 피아제는 그를 위해 케이스백을 메인 플레이트로 삼는 900P의 비법에 과거 장 라살이 실패한 행잉 방식을 접목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부품이 상부 브릿지 없이 케이스백에만 고정됩니다. 명가의 워치메이커들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해법을 끊임없이 강구했습니다. 답은 코발트 합금이라는 초고강도 신소재 있었습니다. 피아제는 이를 바탕으로 케이스를 제작해 내구성 문제를 해결했고, 2020년 결국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의 상용화에도 성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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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두께 3.95mm)

 

불가리도 2018년 바젤월드에서 피아제의 역공에 바로 응수합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이 두께 3.95mm로 피아제의 기록을 몇 달만에 경신했습니다. 무엇보다 투르비용으로 타임 온리 워치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일등 공신은 2014년 선보인 울트라-씬 투르비용 칼리버 BVL 268입니다. 불가리는 이를 베이스로 퍼리퍼럴 로터를 추가해 새로운 자동 투르비용 칼리버 BVL 288을 완성했습니다. BVL 288에서는 와인딩 메커니즘까지 수평으로 배치됩니다. 덕분에 무브먼트 두께가 1.95mm로 수동이었던 베이스와 동일합니다.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은 이를 토대로 피아제는 물론 오데마 피게 투르비용 Ref. 25643BA(두께 4.8mm)까지 넘어섰습니다. 즉,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기계식 시계이자 투르비용 시계로 2관왕을 차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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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두께 6.9mm)

 

다크호스의 독무
불가리의 독주는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매해 그들에 의해 울트라-씬 기록이 바뀌었습니다. 도장 깨기의 첫 번째 타깃은 공교롭게도 또 피아제였습니다. 그해 바젤월드에서 공개된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가 두께 6.9mm로 알티플라노 크로노그래프가 세운 8.24mm 기록을 가볍게 따돌렸습니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건 전자는 자동, 후자는 수동이라는 사실입니다. 불가리가 울트라-씬에 불리한 와인딩 방식으로도 피아제를 꺾었다는 얘기입니다. 불가리는 얇은 두께를 위해 BVL 318에도 퍼리퍼럴 로터를 도입했습니다. 불가리는 얇게 펴서 배치할 수 있는 수평 클러치, 피아제가 상대적으로 두꺼워질 수밖에 없는 수직 클러치를 채택했다는 게 걸리지만, 불가리에게는 면죄부가 하나 있었습니다.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는 이름대로 두 번째 시간을 표시하는 추가 기능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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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캘린더(두께 5.8mm)

 

두번째 타깃은 딱히 누구라고 할 게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불가리는 2020년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을 통해 누구도 밟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였습니다.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는 하이엔드 브랜드에 몇 제품이 있지만, 이를 울트라-씬으로 승화시킨 모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시계 두께는 케이스가 7.4mm, 무브먼트(자동 칼리버 BVL 388)가 3.5mm였습니다. 싱거운 싸움 뒤에는 강력한 다음 상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타깃은 다름아닌 오데마 피게. 그들은 지난 2018년 두께 6.3mm의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RD#2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2021년 불가리의 옥토 피니씨모 퍼페추얼 캘린더는 두께 5.8mm로 그 타이틀을 빼앗았습니다. 무브먼트 승부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불가리의 퍼페추얼 캘린더가 2.75mm로 오데마 피게보다 0.14mm 얇다. 다만, 승부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불가리 쪽에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 문페이즈가 없습니다.

  

18_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두께 1.8mm)와 그 제작 과정..jpg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jpg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두께 1.8mm)

 

이제 대망의 고지가 하나 남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입니다. 마지막 타깃은 또 피아제입니다. 불가리는 2020년 상용화에 성공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를 넘어야 했습니다. 2022년 드디어 울트라-씬 제패의 퍼즐이 완성됩니다. 그해 워치스앤원더스를 앞두고 나온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가 두께 1.8mm로 마의 2mm 벽을 마침내 허물었습니다. 경쟁자를 따돌리고 왕좌를 차지한 건 물론입니다. 새로운 왕의 울트라-씬 비결도 물러난 왕과 비슷했습니다. 둘 다 케이스백을 메인 플레이트 삼아 얇게 가공한 부품을 최대한 수평으로 펴서 배치했습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에서 나타납니다. 이전 왕이 시침과 분침이 하나의 축을 공유하는 일반적인 구조라면, 새로운 왕은 시와 분을 서로 다른 서브 다이얼을 통해 따로 표시하는 레귤레이터 형태입니다. 울트라-씬에서 드문 이 방식은 세로축의 길이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보통의 경우 하나의 축에 두 개의 바늘을 설치해야 하니 그만큼 세로축이 길어질 수밖에 없지만, 레귤레이터의 경우 두 개의 세로축에 하나의 바늘을 각각 설치하기에 상대적으로 축을 짧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직렬과 병렬의 구조라 생각하면 쉽습니다. 불가리의 또 다른 비법은 크라운에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크라운의 경우 그 회전에 맞춰 수직 방향으로 회전하는 와인딩 스템과 같은 부품을 필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크라운을 생략하며 모든 부품이 수평으로 회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수직으로 배치하는 부품이 없으니 두께도 그만큼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크라운의 역할은 3시 방향(시간 세팅)과 8시 방향(와인딩)에 살짝 튀어나온 톱니가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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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 RM UP-01 페라리(두께1.75mm)

 

불가리가 이로써 10년 가까이 이어온 울트라-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납니다. 리차드 밀입니다. 두께 1.75mm의 RM UP-01 페라리가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가 최고봉에 오른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타이틀을 낚아챕니다. 불가리의 원대한 울트라-씬 제패의 꿈은 그렇게 3개월 천하로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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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 RM UP-01 페라리 제작 과정. 

 

춘추전국시대
리차드 밀 RM UP-01 페라리는 앞선 모델과 달리 무브먼트와 케이스가 따로 존재합니다. 무브먼트 두께는 고작 1.18mm. 대신 RM UP-01은 전통적인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대신 브랜드가 특허를 취득한 울트라-씬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합니다. 와인딩 메커니즘도 새롭습니다. 수직으로 회전하는 와인딩 스템을 제거하는 동시에 크라운이 무브먼트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리차드 밀 특유의 기능 셀렉터 역시 마찬가집니다. 별 모양으로 디자인한 전용 크라운 드라이버가 있어야만 각각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핸즈도 없습니다. 붉은색 막대를 서로 다른 모양으로 칠한 두 개의 휠이 각 기능을 대신합니다.

 

22_세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는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COSC.jpg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COSC(두께 1.7mm)

 

2024년 4월, 불가리가 자신의 잔치를 망친 리차드 밀에게 보란듯이 카운터 펀치 한 방을 날립니다. 복수의 주인공은 지난 2022년과 똑같은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지만 글라스를 좀더 얇게 만들며 두께 1.7mm를 실현했습니다. 0.05mm 차이로 또 한 번 타이틀이 바뀌게 됐습니다. 다시 왕좌에 오른 불가리는 울트라-씬에서는 드물게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제품 이름이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COSC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불가리가 뺏긴 타이틀에만 한눈판 사이, 피아제는 두께 2mm의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으로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이 가지고 있던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시계’ 타이틀을 쟁탈합니다. 새 주인은 이름처럼 기존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를 바탕으로 두께를 2mm로 유지하는 선에서 지름 14mm, 두께 1.49mm의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피아제의 워치메이커들은 이를 위해 무려 70여 개의 케이지와 15개의 앵커, 30개의 케이스 프레임을 가지고 몇 년간 다각도의 실험을 거쳤다고 합니다.

 

23_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두께 2mm)..jpg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투르비용(두께 2mm)


불가리 입장에서는 투르비용 타이틀을 잃은 건 아쉽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 왕좌를 되찾는 게 더 중요했을 터입니다. 안도의 시간도 잠시. 더 큰 비극이 곧 그들을 찾아옵니다. 예상 밖의 독립 시계제조사 콘스탄틴 샤이킨이 두께 1.65mm의 씽킹 워치로 불과 5달 만에 불가리의 왕좌를 탈환합니다. 언더독으로 역사를 새로 쓴 콘스탄틴 샤이킨 역시 피아제, 불가리와 마찬가지로 케이스백을 메인 플레이트로 삼아 부품을 얇게 펴서 배치했습니다. 배럴 덮개를 없애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크라운을 무브먼트 안으로 통합하는 비법은 리차드 밀과 비슷합니다. 콘스탄틴 샤이킨은 대신 밸런스를 두 개로 나누는 참신한 발상을 통해 밸런스 스태프라고 하는 세로축을 크게 줄였습니다. 특허왕답게 그와 관련해 특허를 출원 중이라 합니다.

 

1_‘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손목시계’ 콘스탄틴 샤이킨 씽킹(두께 1.65mm)의 분해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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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 콘스탄틴 샤이킨 씽킹(두께 1.65mm)

 

울트라-씬 기술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독립 시계제조사까지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왕좌를 차지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판은 더 커졌습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언제 또 다른 브랜드가 게임체인저로 등장할지 모를 일입니다. 기존 강호들의 다음 행보도 기대됩니다. 특히, 두 번이나 대기록의 희생양이 된 불가리가 어떻게 나올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입니다. 여태까지는 모두 반격에 성공했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을 잠재울 유력한 후보로 불가리가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워치메이커들의 집념 어린 울트라-씬 전쟁이 또 한 번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 끝이 있다면, 그때 그 최종 승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이렇게 얇아도 진짜 괜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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