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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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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의 존재만으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수십 년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시계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군림해 왔습니다. 시계의 가격이 수천 만원을 호가하지만 그마저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명암이 있는 법. 로열 오크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늘은 깊어졌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오랫동안 로열 오크와 로열 오크 오프쇼어를 제외한 나머지 컬렉션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코드 11.59 by 오데마 피게는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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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는 2012년 즈음 신제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CEO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가 관계자들을 집무실에 불러 모은 뒤 새로운 무브먼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나갈 수 없다고 협박을 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브먼트 개발이 완료된 2017년부터는 디자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베일에 가려졌던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는 201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구 SIHH)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CODE는 각각 도전(Challenge), 소유(Own), 모험(Dare)을, 진화(Evolve)를 의미하는 알파벳을 조합한 것입니다. 시간을 의미하는 11.59는 새로운 내일에 대한 설렘과 기다림, 열망을 뜻합니다. 엔트리 모델을 출시한 뒤 점진적으로 컬렉션을 확장하는 평범한 전략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오데마 피게는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미니트 리피터 같은 컴플리케이션까지 모조리 갖춘 완전한 형태의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베리에이션을 확충한 끝에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는 거대한 일가를 이룹니다. 이번에 리뷰할 모델은 컬렉션에서 미들급에 해당하는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CODE 11.59 by Audemars Piguet Selfwinding Chronograph)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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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골드 소재의 케이스 지름은 41mm, 두께는 12.6mm입니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41mm(11mm)와 비교하면 약간 더 두껍습니다. 방수 성능은 30m로, 고급 드레스 워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크게 세 덩어리로 나뉜 것을 제외하면 케이스 디자인과 구조는 복잡하고 정교합니다. 로열 오크가 떠오르는 팔각형의 미들 케이스 위로 러그와 한 몸을 이루는 베젤이 자리합니다. 베젤이 얇아서 다이얼이 부각되고 시계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속이 빈 러그는 시계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케이스에 스트랩을 고정하게 해주는 러그 사이의 핀은 로열 오크의 베젤에서 볼 수 있는 육각형 나사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군데군데 로열 오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를 만드는데 로열 오크를 꽤나 의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 모서리는 부드럽게 각을 누그러뜨렸고, 유광과 무광 마감을 적절히 섞어 고급스러움을 살렸습니다. 조작이 쉽도록 중간중간 홈을 파놓은 크라운에는 AP 로고를 각인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이 육각형 모양인 것도 재미 있는 디테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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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솟은 더블 커브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에 신비로움을 부여합니다. 6시와 12시를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크게 굴곡을 줬습니다. 그에 반해 3시와 9시를 연결하는 가로선의 굴곡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3시와 9시 방향의 유리 두께가 더 두껍습니다. 다이얼과 맞닿은 안쪽은 오목하게 깎아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뛰어난 가독성을 위해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가공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다이얼의 다양한 정보가 왜곡 없이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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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가 느껴지는 오묘한 색감의 짙은 남색 다이얼은 래커를 8~12겹으로 칠해 완성했습니다. 브랜드명은 프린핑 대신 어플리케 인덱스처럼 부착했습니다. 알파벳을 하나하나 만들어 붙이기 어려워 24K 골드 블록을 전기도금으로 가공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바늘과 인덱스도 골드로 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가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과 유리 사이의 여백을 메우는 동시에 깊이를 더하는 챕터링에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적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30분 및 12시간 카운터와 스몰 세컨즈는 다이얼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합니다. 글라스에서부터 서브 다이얼에 이르기까지 점점 아래로 향하게끔 배치해 입체감을 극대화했습니다. 4시와 5시 인덱스 사이에는 날짜 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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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4401은 프레드릭 피게가 개발한 칼리버 AP2385를 대체할 목적으로 제작된 무브먼트입니다. 오데마 피게 입장에서는 매뉴팩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라는 오랜 숙제를 해결한 셈입니다. 지름이 32mm로 제법 큰 칼리버 4401의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70시간입니다. 안정적인 성능을 위해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밸런스 브리지로 고정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골드 로터를 스켈레톤 처리했습니다. 전통적인 컬럼 휠과 현대적인 버티컬 클러치를 조합한 통합형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플라이백 기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급 시계 다운 꼼꼼한 마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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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을 뽑지 않은 포지션 0에서는 와인딩을, 한 칸 뽑은 포지션 1에서는 날짜를, 끝까지 뽑은 포지션 2에서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날짜는 12시 정각에 정확히 다음 날로 넘어가는 퀵 체인지 방식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조작은 손 끝에 부드러운 여운을 남깁니다. 크로노그래프 스타트/스톱 버튼은 누르면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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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과 같은 색의 앨리게이터 악어가죽 스트랩에는 AP 로고로 장식한 핑크 골드 핀 버클이 달려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모델에는 고무를 덧대고 직물 패턴으로 장식한 소가죽 스트랩을 제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악어가죽 보다 고무를 덧댄 소가죽 스트랩과의 궁합이 더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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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는 특정 성별과 연령을 겨냥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드레스 워치와 스포츠 워치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캐릭터입니다. 여기에는 오데마 피게 = 로열 오크라는 고착된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의도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드레스 워치에 대한 고민도 엿보입니다. 로열 오크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이지만 독창성과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계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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