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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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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Chopard)를 대표하는 L.U.C 컬렉션은 창업주인 루이 율리스 쇼파드(Louis-Ulysse Chopard)의 이니셜로 만든 이름입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고급 시계 브랜드들은 무브먼트 자체 개발과 수직통합 시스템의 필요성을 깨닫고 매뉴팩처로의 전환을 준비합니다. 이는 한 단계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이들에게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쇼파드는 칼-프리드리히 슈펠레 회장의 지휘 하에 제조 기반을 갖추고 고급 시계 브랜드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쇼파드는 마이크로 로터 방식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1.96을 탑재한 L.U.C 1860이라는 결실을 맺습니다. 고급스러운 장식과 아름다운 마감, 65시간이라는 당시로써는 긴 파워리저브, COSC와 제네바씰 동시 인증이라는 혜자로운 스펙으로 애호가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쇼파드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화려한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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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 라인 런칭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 쇼파드는 많은 업적을 쌓아 올렸습니다. 특히 투르비용, 컴플리케이션, 리피터와 같은 컴플리케이션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모델은 L.U.C 퍼페추얼 캘린더 중에서 가장 간결한 모델입니다. 2016년 쇼파드 매뉴팩처 설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L.U.C 퍼페추얼 트윈(L.U.C Perpetual Tw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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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지름은 43mm, 두께는 11.47mm로 드레스 워치 치고는 살짝 큰 편입니다.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복잡 기능을 이식하기 위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소재입니다. 고급 시계의 정석에서 벗어나 스테인리스 스틸로 케이스를 제작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퍼페추얼 캘린더를 즐길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케이스의 형태는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 없이 매끄럽고 무난합니다. 베젤은 폭이 넓고 풍성한 느낌이 감돕니다. 이로 인해 실제 수치 보다는 작아 보여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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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게 빠진 러그는 하이엔드 드레스 워치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합니다. 케이스와 러그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했는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드레스 워치에 개성과 입체감을 불어넣습니다. 헤어라인 가공을 한 케이스 측면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전부 반짝반짝 광이 나도록 폴리시드 처리했습니다. 나사로 고정한 글라스백에는 모델명과 시리얼 넘버 같은 정보가 간략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방수 성능은 30m로 드레스 워치에게 기대하는 요구치를 간신히 충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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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특성상 다이얼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과하면 정보를 읽기가 어렵고, 반대로 너무 간소하면 보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L.U.C 퍼페추얼 트윈은 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냈습니다. 크로노그래프를 보는 듯한 3, 6, 9시 카운터는 안정감을 줍니다. 3시 방향의 다이얼은 월과 윤년을, 9시 방향의 다이얼은 요일을 알려줍니다. 6시 방향에는 시계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스몰 세컨즈가 자리합니다. 퍼페추얼 캘린더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날짜는 12시 방향에 설치한 두 개의 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과 날짜 창 아래에는 수기로 작성한 듯한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시계의 기능과 특징을 설명하는 디테일을 빈 공간을 채우는 용도로 활용한 재기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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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다이얼은 고리타분한 느낌을 날려버리는 한편 드레스 워치에 요구되는 진중함을 은은하게 드러냅니다. 첨탑처럼 시원하게 뻗은 시침과 분침은 L.U.C 컬렉션이 공유하는 요소입니다. 슈퍼루미노바를 칠해 어두운 곳에서도 시간을 확인하기 용이하고, 스포티한 성격도 보충했습니다. 5분 단위 인덱스는 화살촉 모양으로 가공했습니다. 다이얼 외곽의 레일 웨이 인덱스에도 똑같이 생긴 인덱스를 넣어 디자인의 통일성과 개성을 동시에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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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벅 효과가 나는 소가죽 스트랩은 다이얼 컬러를 고려해 블루 톤으로 물들였습니다. 시계의 분위기와 성격을 고려해 악어 가죽보다 경쾌한 느낌을 주는 스트랩을 선택한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L.U.C 로고로 장식한 핀 버클 역시 빈틈 없는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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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와인딩 칼리버 96.22-L은 칼리버 1.96의 계보를 잇는 무브먼트입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이 다이얼 아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시스루백을 통해 무브먼트만 봤을 때는 칼리버 1.96(현 칼리버 96.01-L)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아름답게 절개한 브리지, 22K 골드로 가공한 마이크로 로터, 밸런스 콕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제네바 스트라이프, 페를라주, 앵글라주, 블랙 폴리싱 등 화려한 마감으로 무브먼트를 수놓았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트윈 배럴을 채용한 덕분에 65시간에 이릅니다. 제네바씰은 빠졌지만 정확성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COSC 인증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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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와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의 특성과 합쳐져 와인딩하는 느낌은 저항이 크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으면 바늘을 돌려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날짜, 요일, 월은 케이스 측면에 있는 3개의 커렉터를 이용해 따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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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의 가장 큰 장점은 골드 케이스를 사용한 퍼페추얼 캘린더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컴플리케이션에 대한 동경과 컴플리케이션의 부담스러운 가격 사이에서 고민했던 분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일 겁니다. 이 시계가 가진 또 다른 무기는 다양한 복장을 소화할 수 있는 포용력입니다. 점잖은 수트는 물론이고 보다 가벼운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셔츠 차림도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힘을 살짝 빼고 긴장을 누그러뜨린 L.U.C 퍼페추얼 트윈은 드레스 워치의 활용도가 점점 낮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재나 구성에서 다소 변칙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쇼파드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보여주는 L.U.C의 가치는 흔들림 없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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