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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1894  공감:3 2012.02.24 09:50

이른바 시계 매니아의 길에 들어선지 다른 고수님들에 비하면 진짜 얼마 되지 않은 저로서는


5년전, 10년전 이런 때의 기계식 시계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만,


어찌되었든 제가 시계 생활을 시작한 시점은 이미 '자사무브'라는 명제가 시계 시장의


판 전체를 주도하는 메인이슈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은 이후였습니다.


처음 이곳을 들락거리며, ETA 무브가 뭔지 배우고, 이건 자사무브네, 아니네, 이건 수정을


얼만큼 가했네 등등 '자사무브'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도없이 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 수록, '자사무브'를 내세우는 시계 제조사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제 눈에 재밌게 보였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분명 똑같이 '자사무브(=인하우스 무브먼트 = IHM)' 라는걸 만드는데, 어떤 제조사는 고가의 신제품


한두개에만 상징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반면, 또 다른 제조사는 그것을 기본모델에부터 턱 박아넣은 후


그것을 베이스로 요리조리 조금씩 변형하여 수많은 제품들을 출시한다는 점..


그 모습을 보고 당시 저는  '범용 자사 무브먼트'의 유무에 따라,  그 제조사가 인하우스 무브먼트 메뉴팩춰로서의 면모를


갖추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확연히 구분되는 것 같다.. 라고 느꼈던 것 같네요. 뭐 지금도 그 생각에 큰 변화는 없고 말이죠.


범용 자사무브를 통한 메뉴팩춰화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바로 롤렉스라고 생각합니다.


cal.3135라고 하는 튼튼함과 정확함, 신뢰성의 대명사.. 와 같은 무브를 바탕에 깔고서


이 훌륭한 무브를 엔트리급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에, 그것도 어느정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가격 선에서


턱턱 박아넣어주니.. 브랜드 인지도, 역사성, 디자인 등등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롤렉스라는 시계가


'무브까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는데 완전히 성공..


매니아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시계질의 끝은 롤렉스' 라는 명제도, 결국 cal.3135와 같은 


훌륭한 자사 범용 무브가 기초를 받쳐주기에 성립이 가능한 명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오메가가 cal.8500 이라는 무브를 개발하여 엔트리모델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모델에


탑재시키고, 여기에 모듈을 얹는 등의 약간씩의 변형을 가하여 윗급 모델을 하나씩 만들어내 가고 있는


모습도 결국은 자사 범용 무브의 위력과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무브먼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예거의 경우는 어떨까요 ^^


처음 시계에 입문할 때, 예거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던 시절^^;, 예거 시계에 대해 찾아보다가


이런 문구를 접한 기억이 있습니다.


"예거의 시계는 100% 자사 무브먼트로 제작되며, 예거에서 나오는 모델 중에 같은 무브가 쓰인 모델은 하나도 없다."


지금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입니다만, 어쨌든 저는 처음에는 예거의 시계들은 뭐 100%까진 아니어도


어쨌든 시계들마다 완전히 다른 별개의 무브를 탑재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다른 무브' 라고 하면


뿌리부터 하나하나 모두 다르게 설계된 무브를 가리키는 줄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시계를 조금씩 알아가다보니, 제가 처음 갖고 있던 느낌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ㅋ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예를들어 마스터 컨트롤, 마스터 캘린더, 마스터 RDM, 마스터 홈타임, 마스터 울트라씬 문 39...


이런 시계들의 무브가 모두 같은 뿌리.. 같은 베이스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현행 cal. 899 (이전 버젼인 cal.889 family에서 개량된 형태).. 가 바로 그 베이스 무브먼트 였던 것이죠.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예거 시계들 중 (뚜르비용, 미닛리피터, 듀오미터 등 넘사벽 컴플리케이션은 당연히 제외하고^^;)


알람이 들어간 무브, 크로노그래프가 들어간 무브를 제외한 오토무브는 상당수가 cal.899 베이스라고 해도 될 정도.. 일 것입니다. 


심지어 리베르소 스콰드라에 들어간 무브도 gmt 모듈이 들어간 cal.975 베이스인데, 이 cal.975가 또 cal.899 베이스입니다. 결국 뿌리가 같다는거죠 ㅋ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cal. 899를 베이스로 해서 모듈을 얹던가, 약간씩의 수정을 가한 것이 현재 존재하는 예거의 방대한 컬렉션에 탑재된


무브들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접하시고선, 예거의 무브에 대해 조금은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고,


(예를들어 예전의 저처럼, 예거의 각 모델에 들어간 무브 하나하나는 뿌리부터 다 다르게 설계된 완전히 다른 구조의 무브라는


생각을 갖고계셨던 분들?)


저도 한때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예거의 기술력에 감탄하게 되고, 특히 cal. 899 family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그냥 박아넣고 울트라씬이라고 우겨도 될 만큼(실제로 울트라씬 계열 모델에도 들어갑니다.) 얇으면서도


와인딩 효율 좋고, 모듈에 의한 확장성 끝내주고(베이스무브 하나로 얼마다 다양한 형태의 컴플리케이션이 파생되는가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리고 ppc 모듈을 얹어도 10mm 두께로 커버가능), 스포츠 계열에 넣어도 될만큼 튼튼하고(네이비씰,MCD GMT 등에도 899 베이스 들어갑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사실이 예거의 메뉴팩춰로서의 성질을 훼손하는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베이스가 899로 같다고 해봤자, 그것을 수정하는것도, 거기에 모듈을 만들어서 얹는 것도, 어느하나 예외없이 모두 예거 스스로 하는 거니까요 ㅎ


이런 사실을 다른 제조사들도 잘 알았는지, 예전 889 시절부터 예거의 범용 베이스 무브는 엄청나게 수출되어 나갔습니다.


VC의 오버씨즈, AP의 로얄오크, IWC의 마크12, 스몰 포르투기즈 등등.. 889 베이스에 모듈 얹은 무브까지 더하면 훨씬 더 많은 수가 되겠군요.


예거 얘기만 엄청 하다가 끝머리 가서야 겨우 RO 얘기가 나오니 좀 민망하긴 하지만 ㅎㅎ


드디어 이녀석이 등장하네요.


c6a3173f619a6ce4da01fccc174f1621.jpg


비록 뒷백이 막혀 직접 감상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여기에도 cal. 899의 전신, cal.889 베이스의 무브(cal.2225)가 들어가 있습니다.


AP의 자사무브인 cal.3120이 탑재된 15300이 나온 후에도, ROO 쪽에는 단방향으로 바뀐 현행 cal.899 베이스의 무브 들어간 모델들이 


계속 나왔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 현재도 나오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암튼, 제가 많은 고민 끝에 14790을 선택한 것은, 1차적으로야 물론 가격과 사이즈 문제였지만,, 선택 과정에서


결국 시계에 대한 장기적인 만족에 있어 무브먼트 쪽이 딸리면 언젠가는 만족감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과연 내가 cal. 3120을 포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AP의 3120은 코스메틱적인 면에서 매우 훌륭할 뿐 아니라


무려 AP 사에서 야심차게 처음으로 내놓은 범용 자사 무브라 부를 수 있는 무브먼트 였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고민 후 결론적으로 이녀석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예거의 범용 무브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코스메틱 적인 부분에서야 당연히(일단 기본적으로 보이지가 않으니^^;) AP의 3120에 비할바가 못되겠지만(특히 그 황금 로터 ㅠㅠ)


무브 자체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최소한 어디 내놔도 빠질건 없는 녀석이겠다.. 라는 확신이 섰다고 할까요^^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또 계~속 황금로터가 절 부른다면, 3년후가 되었건 5년후가 되었건 이번에 새로 나온 37mm 15450을 기웃거릴지도


모를 일이지만(또 5년 드립을 치게 되네요 -0-), 한동안은 이 889, 그리고 14790과 함께 예거의 범용 무브의 위력을


한번 즐겨보려 합니다. 


아래 보니 '추운날 더 추운놈' 이란 제목으로 흰판 RO 포스팅이 올라왔더군요.


맞습니다. 사실 너무 추운날에는 좀^^; 


그래서, 어서 빨리 날이 풀려 소매 길이가 조금씩 짧아질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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