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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리뷰로는 오랜만이긴 한데, 기추 주기를 생각하면 오랜만도 아닌 글입니다.

'또 샀냐'는 말만 수없이 듣는 중입니다 ㅎㅎ

이번 아쿠아타이머는 사진이 꽤 잘 나오는 녀석입니다. 다 제가 찍은 사진이지만 마음에 드네요!


지금 제 서랍에는 전투용 드레스워치, 정장용 드레스워치, 시원한 계절용 파일럿워치, 여름용 다이버워치가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기계식 시계로 노모스 탕겐테를 들였을 때는 '이건 만능이다. 여름에도 물에 들어갈 일이 얼마나 있겠어? 있으면 안 차면 되지^^'라는 생각이었고

두 번째 IWC 파일럿 크로노 어린왕자를 들였을 때는 '장르워치 갬성을 느껴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었으며

세 번째 IWC 포르투기저 40을 들였을 때는 IWC의 진정한 DNA를 드디어 가진 기분이었고

네 번째 IWC 아쿠아타이머를 들인 지금은..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라인업이 균형을 찾았다는 편안함이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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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제가 보기에만 감쪽같은 듯...)


이야기는 아쿠아타이머 기추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시계를 상전 모시듯 하는 저에게도 포르투기저는 '바람만 불어도 스크래치가 난다'는 말을 느끼게 해줄 정도로 예민한 분이셨고 (다행히 직관적으로 식별하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같은 드레스워치 라인인 노모스는 전투용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느꼈습니다. '러그가 포르투기저처럼 유광이면 상당히 예민할 테니 드레스워치가 아니라면 가급적 무광 러그로 가야겠다'


많은 시계인들처럼 저 또한 라인업 속 다이버의 부재에 큰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고,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은 가죽줄을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방출할 시계는 절대 들이지 않는다'는 제 더러운 성격탓에 기추 대상을 찾기란 꽤 어려운 일이었죠.

지금까지 기추 전에 가장 많은 리스트를 만들고 수정한 게 다이버워치인 것 같습니다.

'가격이 무리라면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그걸 산다'는 마인드로 최종 리스트에 올린 대상은...

1. 블랑팡 바티스카프 43mm
2. 오메가 씨마스터 NTTD
3. 파네라이 섭머저블, 루미노르
4. 튜더 블랙베이 헤리티지

5. 예거 폴라리스

6. IWC 아쿠아타이머


이야기가 너무 길어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바티스카프는 제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살짝 기품있고 중후한 느낌이 과분해 보내드렸고,

씨마 NTTD는 야광 도료가 주황빛을 띠는 탓에 드레스코드를 살짝 타겠다는 느낌이 들어 보내드렸으며,

파네라이는 제 전반적인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인들의 의견이 많았고,

튜더는 언젠가 다른 다이버에 대한 욕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습니다.

폴라리스는 명색이 무브 명가인데 리저브 38시간은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보내드렸습니다.


무브고 역사고 따지던 놈이 결국 이쁘기만 한 아쿠아타이머를 들이기에 이르렀네요.

이제 구글에서도 유튜브에서도 공홈에서도 네이버 카페에서도 타포에서도 사실상 소외된 다이버워치, 아쿠아타이머를 제 나름대로 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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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14.2mm, 두껍다면 두꺼울 수 있는 두께지만 다이버워치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와 거친 디자인을 고려하면 표준의 범주 이내라 생각합니다.

씨마스터 두께가 15mm라도 착용감이 훌륭한 것처럼 '다이버워치'라는 장르에 따르는 케이스의 형태가 그 두께를 항변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오버시즈의 기막힌 두께와 밸런스 앞에는 조금 위축되지만, 다이버워치는 남성미있는 묵직하고 거친 이미지도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제가 사진솜씨가 부족해 결국 담아내지 못했는데, 아쿠아타이머의 강점 중의 하나가 바로 베젤입니다.

아쿠아타이머의 베젤은 4가지 종류의 가공처리가 되어 있는데요, 전면에 베젤을 따라 링처럼 둘러진 단면은 그 형태를 따라 브러싱, 그리고 그 바로 옆으로 비스듬히 뻗은 전면 베젤은 폴리싱되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톱니모양 측면 베젤은 매우 자세히 보시면 '톱니의 튀어나온 부분'은 가로 브러싱, '톱니의 들어간 부분'은 세로 브러싱 처리되어 육안으로 그 질감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보이지 않지만 베젤 하단은 깔끔하게 폴리싱되어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너 베젤에 대해서는 시계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서 아쿠아타이머 외에도 폴라리스나 레전드다이버를 통해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아쿠아타이머의 이너 베젤은 조금 더 쓸데없는 변태 감성이 들어있습니다. 아래 링크는 작동원리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j5XOlV_SFo


깜빡할 뻔했네요.

위 사진은 시계 좌측면인데, 암만 봐도 저 후추통 뚜껑같은 게 무슨 역할인지 처음에는 생소했습니다. 단지 디자인이라면 안 살뻔^^

다행히 내부에 축적된 염분과 이물질을 베젤 회전과 함께 배출하는, 위 유튜브 영상에 나온 장치의 일부라 할 수 있는 구멍이었습니다.

IWC에서만 활용하는 특허기술이라 알고 있는데, 다른 명문 다이버워치 메이커들이 활용하지 않는다는 건 어찌 보면 '꼭 필요는 없음'을 의미하기도 하겠죠 ㅎㅎ

꼭 필요는 없는 게 감성이니 기분이 좀 이상하지만 합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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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는 잘 확인하기 어렵지만, 러그의 폴리싱 처리된 모서리 3면이 만나는 부분은 뾰족하게 삼각뿔처럼 보입니다.

폴리싱된 모서리가 유난히 빛에 반짝이다 보니 육안으로도 쉽게 식별할 수 있고, 시계를 향하는 시선이 러그를 소외시키지 않게 도와줍니다.


손톱으로 살짝 누르면 밴드를 탈착할 수 있어 더운 여름 세척이 매우 편합니다. 시계에 전혀 손상을 줄 수가 없는 탈착 구조입니다.

제가 러버 밴드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밴드에서 케이스와 직접 체결되는 부분이 금속임에도

모든 모서리를 러버로 견고하게 감싸둔 구조라 조심하지 않고 막 비벼도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믿을 만하다 생각해 막 비벼 봤습니다만, 다행히.. 제 시력이 2.0인데 러버나 케이스에 미세한 스크래치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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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겸손한 편입니다. 오목한 부분은 유광 폴리싱, 튀어나온 부분은 브러싱 처리를 해 두었습니다.

잘 살펴보면 크라운 정면과 측면을 잇는 각진 부분에 유광 폴리싱처리를 해둔 것도 베젤과 디자인 언어를 함께하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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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10분이랑 면상샷은 못 참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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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쿠아타이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자 매번 IWC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쿠아타이머에서도 드러납니다.

주제넘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쿠아타이머를 목격한 거의 모든 분들께서 놓치는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바로 위 사진에서 잘 드러납니다.

아쿠아타이머의 '러그 정면'과 '러그 바깥쪽 측면'은 브러싱 처리되어있고 '두 면을 잇는 모서리'는 폴리싱 처리되어있음을 직관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폴리싱 처리된 모서리를 잘 보시면 '러그가 시작되는 베젤 인접부분'에서 '러그 끝'까지 균일한 폭으로 깎여있는 것이 아니라, 폭이 넓어지다 다시 얇아지는 형태로 가공이 되어 있습니다.

모서리가 가공되지 않았다고 가정한 러그의 형태는 정확한 직선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는 러그의 형태가 휜 것이 아니라 모서리 디자인이 그리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부띠끄에서 처음 확인했을 당시에는 혹 불량인가 하여 위 제품의 러그 4개와 크로노모델의 러그까지 확인해보았으나, 이는 불량이 아니라 의도 된 설계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전면 혹은 유사한 각도에서 시계를 바라보았을 때 러그가 더 날렵해 보이도록 의도한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러그에 유난히 민감한 편인데, 이렇게 직관적으로 눈에 띄지도 않는 디자인의 노력을 발견한 건 매우 기분이 좋았습니다.

롤렉스 데이토나의 좌우 러그 폭이 다른 이유가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균형 있고 완성된 디자인을 느끼도록 하려는 목적인 만큼, 이 또한 그런 목적일 것입니다.

아무튼 기분이 좋습니다. 대놓고 휘어 놓은 러그보다는 이런 보물찾기가 더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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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수 있는 뒷면입니다. 퀵체인지 버튼 부분을 보기만 해도 손톱에 힘이 들어가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미적으로 상당한 공이 들어간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제외하면 저렇게 막아버리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브랜드 내에서 무브먼트의 데코에 대놓고 차등을 두는 IWC라면 어지간해선 막아버리는 게 기분 나쁠 요소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겠죠 ㅎㅎ


이전 세대의 아쿠아타이머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과도 같은 디자인 언어라 생각하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러그의 바깥쪽이 케이스와 만나는 부분을 보시면 안쪽으로 조금씩 파여 있는데요, 이번 글에 제가 올린 사진들을 보시면

측면에서 볼 때 저 파인 부분으로 인해 음영이 지고 러그가 뚜렷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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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야광샷은 화질이 너무 별로라 조금 작게 올립니다.

인덱스 야광 조도의 편차가 있는 편인데, 수용할 수 있는 범주인 것 같습니다.

야광샷 화질 좋게 찍는 방법 아시는 분들의 조언을 기다립니다^^


아쿠아타이머의 다음 세대 출시가 머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타임포럼 단톡방에서 그리고 알라롱님께 같은 내용의 조언도 듣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다음 세대의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현행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강했고, 2014년 출시 이래 7년이 넘은 모델을 기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블랑팡이나 롤렉스처럼 걸출한 역사도 없고 요새 너도나도 다 쓰는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감성도 없지만,

그만큼 리테일가가 높지 않은 편이고, 외판 뼉다구(?)에 들어간 정성과 디자인 언어만큼은 어느 다이버 워치에도 맞설 수 있는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4천만원이 있었더라도 아쿠아타이머를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흔하지 않고 오히려 좋네요!


여러분 모두 더운 여름 즐거운 다이버워치로 시원하게 나시기 바랍니다.
+ 부띠끄에서도 제 글 보신다 하셨는데,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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