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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태생의 로저드뷔(Roger Dubuis)는 같은 지방에서 태어난 정통 하이엔드 시계제조사와는 결이 다른 워치메이킹을 구사합니다. 신소재에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메커니즘을 추구하는 등 전통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게임에 규칙은 없다(No Rules, Our Game).'를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2018년 로저드뷔의 새 지휘봉을 잡은 니콜라 안드레아타(Nicola Andreatta)는 누구보다 이 메시지를 강조해왔습니다. 지난 8월, 미래의 워치메이킹을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니콜라 안드레아타와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로저드뷔]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 (4).jpg

 

니콜라 안드레아타(Nicola Andreatta) 약력 : 

 

1973년 이탈리아 출생. 삼대에 걸쳐 시계 제조업에 종사한 가문의 이력 덕분에 자연스레 시계업에 몸을 담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시계 부품 제조 회사(Timeo SA)에서 몇 년간 일했고, 이후로는 홍콩으로 건너가 5년간 다양한 직무를 통해 재무 관리 기술 전반을 익혔다. 2003년 다시 유럽으로 돌아온 니콜라 안드레아타는 다양한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브랜드 N.O.A(None of the Above를 뜻함)를 설립하기 이른다. 다만, 10년 뒤에는 회사를 미국의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자신은 미국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 & Co.)로 향하게 된다. 티파니에서는 부사장이자 시계 부문의 총책임자를 맡아 CT60 워치 컬렉션을 런칭하는 등 티파니 워치메이킹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그리고 2018년 12월, 장-마크 폰트로이(Jean-Marc Pontroué, 현 파네라이 CEO)의 뒤를 이어 로저드뷔의 CEO로 취임해 지금까지 브랜드를 이끌어 오고 있다. 

 

로저드뷔 CEO로 부임한지 이제 4년이 다 되간다. 그동안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브랜드를 운영해왔나?

이전 CEO가 일궈온 유산을 지속하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자 했다. 로저드뷔가 잘했던 일을 보다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에서 혁신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걸 우선순위로 삼았다. 

 

올해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신제품은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중에 가장 돋보였다. 센터 투르비용을 접목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모든 게 다 어려웠다(웃음). 우리는 시계제조에서 어렵지 않은 걸 좋아하지 않는다. 새롭게 도전하고, 도전을 통해 새로운 걸 성취하는 걸 선호한다. 이번 신제품의 경우 장인정신과 컴플리케이션이 잘 융합된 새로운 시계라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좀 하면, 시계 안에서 기사들이 투르비용을 향해 맞서고 있는데, 중력에 저항하는 기사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콘셉트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투르비용을 시계 중앙에 배치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기술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우리는 시계 디자인을 먼저 하고, 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기능적인 부분을 해결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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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모노투르비용/X

 

엑스칼리버 모노밸런시어 블랙 세라믹 에디션도 흥미롭다. 

매우 흥미롭다(웃음).

 

알다시피 세라믹 워치는 이제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로저드뷔의 세라믹 워치는 여느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 

아주 많은 것들이 다르다(웃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소재 베이스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세라믹 파우더를 주입해서 케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산화지르코늄(지르코니아) 기반에 이트륨(Yttrium) 3%를 배합한 특수 파우더를 세라믹 블록으로 가공한 다음 CNC 머신으로 깎아서 모양을 만든다. 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를 통해 완성한 세라믹 케이스는 정밀도 면에서 완벽성을 추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세라믹 파우더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이다. 피니싱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다른 경쟁 브랜드들은 대다수가 케이스 측면을 샌드 블라스팅 혹은 폴리시드 가공을 통해 마감하지만, 로저드뷔는 해당 면을 새틴 브러시드 처리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 역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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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모노 밸런시어 블랙 세라믹 에디션

 

더 높은 가치라 하면 어떤 걸 말하나?

기존 무브먼트에서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골드로 제작한 밸런스의 등시성을 개선했고, 기어트레인도 새롭게 설계했다. 이스케이프먼트는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에너지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수정을 통해 파워리저브를 72시간(기존은 약 50시간)까지 끌어 올렸다. 또 로저드뷔의 상징인 별 모양 표식은 무브먼트와 분리했다. 과거 무브먼트의 브릿지로 기능했던 표식이 장식적인 역할만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시계를 어떤 각도에서 봐도 입체적이고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즐길 수 있다.   

 

모터스포츠는 시간을 계측하는 크로노그래프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로저드뷔도 모터스포츠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관련해 로저드뷔만의 특별한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선보여도 좋을 것 같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왜 안 되겠나(웃음)? 우리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로저드뷔가 특별한 시도를 좋아하고 과거에 크로노그래프를 제작하기도 했다. 미래에 또 새로운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로저드뷔]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 (1).jpg

 

레트로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 로저드뷔는 레트로와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다. 애호가들에게 인기인 심퍼티(Sympathie)와 같은 모델을 다시 선보일 계획은 없나? 

늘 받는 질문이다(웃음). 경쟁사나 과거 동료들을 뒷담화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레트로는 좀 창의적이지 않고 발명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하는 선택이 아닌가 한다. 로저드뷔에는 극도로 창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과 함께 충분히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계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로저드뷔에 CEO로 있는 한 계속 이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나는 심퍼티를 굉장히 좋아한다(웃음). 우리 아버지가 26년 전에 심퍼티 케이스를 제작했다. 

 

최근 일본 그래픽 아티스트 소라야마 하지메와 협업한 엑스칼리버 소라야마 모노밸런시어를 선보였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 같은데, 나아가 세계 최대 마켓으로 성장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또 다른 전략이 있다면?   

소라야마 하지메 에디션이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소라야마 하지메는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소라야메 하지메 에디션이 나왔을 때, 한국, 중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미국 고객도 있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이번 파트너십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로저드뷔가 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건 맞다. 아시아 시장이 미국과 유럽 대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후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파트너십을 비롯한 많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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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소라야마 모노밸런시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브랜드 앰버서더 활동이 좀 뜸한 것 같다. 

내가 싫어한다(웃음). 브랜드 앰버서더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 고객을 알겠지만, 그 사람들 자체가 명망 높고 영향력이 있다. ‘셀럽처럼 되고 싶다. 저명한 인사의 시계를 착용하고 싶다.’는 등 열망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로저드뷔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파트너십을 선호한다. 람보르기니, 피렐리, 닥터 우, 소라야마 하지메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이런 파트너십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본다. 공동의 비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금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늘은 이 브랜드 시계 찼다가 또 다음에는 다른 브랜드 시계를 착용하지 않나. 

 

한국 시계 애호가들에게 로저드뷔는 어떤 시계(또는 브랜드)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미래의 시계다. 로저드뷔가 미래의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그리고 미래 시계 시장의 지형을 구축하는 브랜드로 많은 한국인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 로저드뷔는 전형적인 클래식 워치를 제조하는 고급 시계제조사가 아니다. 더 혁신적이고 더 미래 지향적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젊은 고객들이 로저드뷔를 좋아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지 않겠나.  

 
[로저드뷔] CEO 니콜라 안드레아타 (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