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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FACTURE VISIT ::

브레게 매뉴팩처 방문기

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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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게 매뉴팩처 전경 

ⓒ Montre Breguet SA

 

타임포럼은 지난 3월 말, 스위스 쥐라 산맥 자락의 발레드주(Vallée de Joux, 풀이하면 주 계곡)에 위치한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브레게(Breguet)의 매뉴팩처를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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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브레게 하우스의 위대한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 1747-1823)는 스위스 뇌샤텔에서 태어났지만 생애 대부분을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터라 브랜드의 자랑스러운 유산은 스위스와 프랑스 두 국가에 나눠져 있습니다. 현행 브레게 타임피스는 발레드주 깊은 산 속 작은 마을 로리앙(L'Orient)에 위치한 몽트레 브레게(Montre Breguet) 매뉴팩처에서 완성되며, 본사 오피스는 역시나 발레드주에 속한 라바예(L’Abbaye)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인근의 르 브라쉬와 르 상티에 마을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쟁쟁한 브랜드들의 매뉴팩처 혹은 아뜰리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발레드주를 스위스 파인 워치메이킹의 요람으로 부르는 데는 이러한 지리적인 배경을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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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게 부티크 제네바에서 볼 수 있는 로즈 엔진 

 

브레게 로리앙 매뉴팩처로 향하기 위해 필자는 아침 일찍 제네바 시내 루 뒤 론 40번지(Rue du Rhône 40)에 위치한 브레게 부티크 제네바(Breguet Boutique Geneva) 앞으로 집결했습니다. 매뉴팩처에서 보내준 차량이 약속 시간에 정확히 도착해 있었고(역시 시계 회사는 다릅니다!), 탑승 후 1시간 정도를 내달려서 발레드주의 매뉴팩처 메인 건물 앞에 당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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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리앙 매뉴팩처 리셉션 동 전경 

 

브레게 매뉴팩처 임을 알리는 입간판에는 으레 접하는 브랜드 로고와 함께 오뜨 오롤로제리 매뉴팩처(Manufacture de Haute Horlogerie)라는 표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단순한 워치 팩토리가 아닌 스위스 최고급 시계가 제조되는 곳임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말로만 전해 듣던 브레게 매뉴팩처를 이렇듯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곳이 바로 그 이름만으로도 시계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브레게의 산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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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75년부터 이어진 브레게의 역사를 개괄한 포토월

매뉴팩처 내 워크샵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매뉴팩처 투어에 앞서 브레게의 역사를 간단히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워치 매뉴팩처 투어 전 본사 마케팅 담당자 내지 투어 코디네이터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브랜드 소개부터 하고 시작합니다. 이번 투어에는 특별히 지난해 브레게 CEO로 선임된 리오넬 아 마르카(Lionel a Marca)가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제가 경험한 순서대로 여러분들께 최대한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마치 가상 투어(Virtual visit)처럼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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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코닉한 포켓 워치 No.5

현행 클래식 7137의 원형이 되는 역사적인 모델이다.

 

워치메이킹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히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스위스 뇌샤텔에서 태어나 선대로부터 시계 수리에 관한 기본기를 익힌 후 불과 십대의 나이에 혈혈단신 당시 유럽의 중심 도시인 파리로 진출, 1775년 일드라시테(l’Île de la Cité, 시테섬) 부둣가에 퀘드올로지(Quai de l’Horloge)로 명명한 첫 공방 겸 매장을 열어 전설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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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핀 황후가 구입한 택트 포켓 워치 No.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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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루이즈 황후가 구입한 포켓 워치 No. 2785

 

당시 프랑스 왕인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그의 열렬한 고객이자 후원자를 자처했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조세핀 황후(나폴레옹의 첫 번째 아내), 마리 루이즈 황후(나폴레옹의 두 번째 아내), 샤를 르클레르 장군, 니콜라 드 콩도르세 후작, 루이 18세,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조반니 파이시엘로, 나폴리의 여왕 카롤린 뮤라, 오토만 제국의 술탄 셀림 3세,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더 I세, 영국의 조지 3세와 빅토리아 여왕, 이집트의 포드 I세, 브라질의 이사벨 황후 등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생전 및 아들 앙투안-루이 브레게(Antoine-Louis Breguet)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내로라하는 왕족과 귀족들이 브레게의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탕달, 뒤마, 발자크, 푸쉬킨 등 19세기 초반 활약한 당대의 사교계 명사이자 문인들의 작품 속에도 어김없이 브레게의 타임피스가 등장했을 정도이니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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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이 구매한 여행용 클락 No.178

1798년 4월 이집트 원정을 떠나기 한달 전 나폴레옹이 구매한 브레게의 3개의 클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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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롤린 뮤라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자 나폴리의 여왕이 된 그녀는 훗날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의 원형이 되는 최초의 손목시계 제작을 의뢰하는 등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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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에 기록된 빅토리아 여왕의 구입 내역

 

1780년 세계 최초의 셀프와인딩 워치인 퍼페추얼(Perpétuelles)을, 1783년 차이밍 워치(미닛 리피터)를 위한 공 스프링을, 같은 해 훗날 '브레게 핸즈'로 통하는 독창적인 오픈-팁 핸즈와 우아한 폰트의 아라비아 숫자(브레게 인덱스) 디자인을 도입, 1786년 브레게 하우스의 상징이 된 정교한 수공 엔진-터닝(핸드 기요셰) 패턴 장식 다이얼을, 1790년 독자적인 충격 흡수 장치인 파라슈트(Pare-chute) 등을 발명하는 등 시대를 앞선 천재 워치메이커의 재능을 뽐내며 승승장구하던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프랑스 혁명(1789~1794)을 피해 잠시 고향인 뇌샤텔로 귀환해 더욱 시계 제작 및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고, 이 고난의 시기에 탄생한 걸작 중 하나가 바로 여행용 클락인 심퍼티크(Sympathique)입니다. 시간만 표시하거나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즈 등 다양한 캘린더 정보를 표시하는 심퍼티크는 요람에 놓이면 자동으로 시간을 리셋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술적 성취와 뛰어난 작동 안정성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집트 원정을 떠나기 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팔린 최초의 여행용 시계로도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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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쿼터 리피팅 포켓 워치 No. 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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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오리지널 투르비용 포켓 워치 No. 1176

 

프랑스 혁명의 폭풍이 가라앉은 후 다시 파리로 복귀한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1796년 싱글 핸드 형태의 첫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포켓 워치를, 1798년 기어트레인에 항구적으로 동력을 공급하는 독자적인 콘스탄트-포스 이스케이프먼트(Constant-force escapement)를, 1799년 촉각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택트(Tact) 포켓 워치를, 1801년 프랑스어 ‘회오리 바람’에서 착안해 중력을 상쇄하는 레귤레이터 장치이자 이를 기반으로 한 무브먼트와 타임피스인 투르비용(Tourbillon)의 발명 특허를 프랑스 공화력 9년 메시도르 7일(1801년 6월 26일)에 획득하고, 1810년 나폴리의 여왕 카롤린 뮤라를 위해 개발하고, 1812년 전달된 세계 최초의 여성용 손목시계 퀸 오브 네이플(Queen of Naples, 현행 레인 드 네이플의 원형)을, 1815년 루이 18세의 명을 받은 프랑스 왕정 해군 공식 워치메이커(Horloger de la Marine Royale)로서 마린 크로노미터(Marine Chronometer)를 제작하는 등 1823년 9월 17일 76세의 나이로 타계하기까지 도무지 한 사람의 업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위대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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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사후 아들대에서 비록 직계 패밀리 비지니스는 끝이 났지만, 브레게 하우스의 명성은 20세기에도 변함없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1976년 스위스 발레드주의 르 브라쉬로 워크샵을 이전, 1994년 다시 발레드주의 라바예에 또 다른 워크샵을 설립하고, 마침내 1999년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의 창립자이자 당시 이사회 의장 겸 대표였던 故 니콜라스 G. 하이예크(Nicolas George Hayek, 1928-2010)가 브레게를 완전히 인수해 그룹의 최상위 브랜드로 가꿀 포부를 밝히게 됩니다. 새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스와치 그룹의 일원이 된 브레게의 위상은 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위대한 창립자의 유산을 계승하면서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까지 스위스 파인 워치메이킹 업계의 가장 빛나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게 된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스와치 그룹 산하에서 브레게가 매뉴팩처 시설을 꾸준히 증축, 확장한 것은 비단 브레게 시계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밑거름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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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게의 양대 거점인 로리앙과 라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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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게 워크샵으로 거듭나는 시점을 보여주는 표식

故 니콜라스 G. 하이예크와 아들인 닉 하이예크가 함께 주도적으로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표식으로, 로리앙 매뉴팩처 시설로 향하는 입구 바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라바예에 이어 인근 로리앙에 브레게의 매뉴팩처가 들어선 배경에는 발레드주의 무브먼트 제조사로 오래 전부터 유명했던 누벨 르마니아(Nouvelle Lemania)의 합병이 있었습니다. 1999년 스와치 그룹이 누벨 르마니아까지 인수하면서 기존의 로리앙 워크샵을 2001년 9월 28일부터 브레게의 워크샵으로 재정비에 들어갔고, 2004년 공식적으로 브레게의 매뉴팩처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후 2006년부터 생산 라인과 설비를 대폭 확충하고, 니콜라스 G. 하이예크의 손자인 마크 A. 하이예크까지 브랜드 CEO 겸 대표를 맡으면서 더욱 사세를 키워 2013년 재확장을 거쳐 지금의 수직통합적인(Vertically integrated) 매뉴팩처 시설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로리앙 매뉴팩처로 하부 워크샵들이 한데 통합되면서 기존의 라바예 사이트는 브레게 본사로 환원되었고, 브레게는 라바예(본사)와 로리앙(매뉴팩처) 양대 사이트를 발판으로 삼아 더욱 높이 도약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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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시닝 워크샵 입구

 

그럼 이제부터 브레게 매뉴팩처의 심장부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리앙 매뉴팩처 시설은 크게 4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 라인에서는 케이스와 부품의 형태를 다듬는 머시닝(Machining)부터 기요사주(Guillochage, 기요셰), 인그레이빙(Engraving), 앙글라주(Anglage), 다이얼 이동(Dial transferring) 등 다양한 작업들이 이뤄지고, 두 번째 라인에서는 주로 무브먼트 어셈블리(Assembly, 조립), 세 번째 라인에서는 다이얼의 핸즈 피팅 및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조립하는 케이징(Casing), 마지막 라인에서는 스트랩 또는 브레이슬릿 조립, 자체 검수 및 패키징 작업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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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삭용 CNC 머신으로 즐비한 워크샵 모습 

 

이번 브레게 매뉴팩처 투어 프로그램은 시간 관계상 전 시설을 다 둘러보진 못하고 각 라인별 주요 워크샵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약 30분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가장 먼저 발길을 향한 곳은 머시닝 워크샵입니다. 이곳으로 향하기 전 방문자들은 으레 그렇듯 외투를 벗고 새하얀 워치메이커용 재킷 같은 걸로 갈아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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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삭 가공을 마친 다이얼 플레이트들

 

머시닝이 이뤄지는 시설이다 보니 방마다 크고 작은 머신들로 즐비합니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고도로 정교한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머신들이 대체로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이동 및 관리상의 이유로 건물의 낮은 층(1층이나 지하에 걸쳐) 자리하고 있습니다. 브라스(황동) 소재의 플레이트와 드릴링 공정을 통해 무브먼트의 베이스 플레이트를 다듬는 공정은 물론, 선반을 이용한 각 부품의 이동 및 일련의 압연 공정을 통해 얇게 뽑아낸 강철 플레이트를 이용해 무브먼트의 주요 부품들을 커팅하는 작업까지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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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하게 커팅된 무브먼트 부품들 

 

필자가 방문한 시점에는 트래디션(Tradition) 7097에 사용될 다양한 부품들이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스탑 레버와 눈썹 정도로 얇은(그런데 탄성이 있는) 스프링(Ressort)과 주요 휠의 아버 등을 결합할 때 추가하는 깨알 같이 작은 부품(Cliquant)까지 CNC 머신을 이용해 0.0001mm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가공할 수 있는 마이크로 엔지니어링 기술과 노하우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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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계가 많은 공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절삭시 사용되는 특수한 오일과 쿨링을 위한 냉각수가 혼합된 특유의 시큼한 향으로 가득했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생소한 부품들이 놓여진 캐비닛이 또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는 무브먼트의 각종 부품들을 절삭하고 연마하는 크고 작은 툴로써, 브레게는 이러한 툴까지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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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셰 아뜰리에 내부 

 

이어 일행은 서브 어셈블리(Sub-assembly) 혹은 프리 어셈블리(Pre-assembly) 룸으로 이동했습니다. 일련의 머시닝 공정으로 완성된 부품들을 용도에 맞게 결합해 본격적인 조립 단계를 준비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머시닝 룸에선 거의 남성 엔지니어들만 볼 수 있었다면, 프리 어셈블리 룸에서는 여성 워치메이커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섬세한 작업이 많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더욱 유리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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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 발길을 옮긴 곳은 핸드 기요셰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로즈 엔진 터닝 선반(Rose engine turning lathe)을 이용한 전통 방식 그대로 다이얼과 로터 등에 정교한 기요셰 패턴을 새깁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약 8개월 정도 기술을 익혀야만 간단한 기요셰 작업을 할 수 있으며, 무려 20년 넘게 기요셰 작업만 해온 장인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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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5517 다이얼 기요셰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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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알람 뮤지컬 5547 다이얼 기요셰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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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다이얼 기요셰 작업 모습

 

워치메이킹 분야에 처음으로 기요셰 장식을 소개한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기요셰 장식을 심미성과 기능성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선호했습니다. 다이얼에 기요셰 패턴 장식을 더해 스크래치와 변색에 강하면서도 빛의 반사를 줄여 높은 가독성을 보장하고, 스몰 세컨드, 문페이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등 각각의 인디케이션을 더욱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역할까지 합니다. 시계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기요셰 장식은 특유의 클래식함을 배가시키며 속이 빈 사과(Pomme)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브레게 핸즈와 함께 어우러져 한 눈에 브레게 시계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환원됩니다. 다이얼 하단의 'Swiss Guilloché Main' 표기는 스위스에서 수공으로 제작된 기요셰 다이얼임을 알리는 것이면서 기요셰를 발명한 브레게 하우스의 자부심이 담긴 문구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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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9068 골드 로터 기요셰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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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9068 마더오브펄 다이얼 기요셰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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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담므 9518 마더오브펄 다이얼 기요셰 작업 모습

 

정교한 기요셰 작업을 위해서는 우선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전용 새김끌(Burin)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골드나 마더오브펄에 기요셰 작업을 할 경우 단 한번의 실수, 힘 조절 실패로도 해당 플레이트를 아예 못 쓰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노련한 솜씨가 요구됩니다. 천연 마더오브펄의 경우 끝에 다이아몬드 페이스트를 뭍인 세밀한 끌로 깨지지 않게 아주 살살 힘을 주면서 작업을 해야 하며, 클래식 르 데빌 드 차르(Le Réveil du Tsar) 5707처럼 한 다이얼에 다양한 종류의- ex. 클루 드 파리(홉네일), 선버스트, 발리 그레인, 셰브롱, 제네바 웨이브, 바스켓 웨이브, 다미에 체크보드 등- 기요셰 장식이 들어가는 경우 이례적으로 여러 장인이 참여해 각각의 패턴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다이얼은 여러 장인들의 솜씨와 협업의 결실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찍어낸 다이얼과는 차원이 다른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적 가치와 하나하나의 유니크함을 자랑합니다. 브레게의 기요셰 아뜰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풍부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대에 계속 전승할 인재 발굴의 노력까지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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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요셰 워크샵의 장인들 

 

투어 프로그램 중에는 핸드 기요셰 작업이 얼마나 고된지를 알아보는 체험 세션도 마련돼 있습니다. 필자 역시 참여했는데요.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로즈 엔진 테이블에 고정된 새김끌을 살살 돌려가며 다이얼 플레이트에 물결 모양의 패턴을 새겨보았습니다. 장인들에게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임에도 힘을 균일하게 줘야 하기 때문에 초심자인 제게는 너무나 어려웠고 실수연발이었습니다. 역시 섬세한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계기로 작업자의 숙련도와 노하우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알 수 있었으며, 브레게가 이러한 장인들을 회사 차원에서 정성 들여 발굴하고 키워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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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먼트 데코레이션 워크샵 내부 

 

다음으로 이어진 룸은 핸드 베벨링(Bevelling) 혹은 챔퍼링(Chamfering), 불어로는 앙글라주(Anglage)를 위한 워크샵으로, 평범했던 무브먼트가 부품의 윤곽과 각도를 파일링하는 기술을 통해 통해 진정한 하이엔드 무브먼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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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글라주 작업에 한창인 워치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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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투르비용 에콰시옹 마샹 5887 앙글라주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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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스켈레트 5395 앙글라주 작업 모습

 

무브먼트의 플레이트 및 브릿지는 물론, 스켈레톤 브릿지, 투르비용 브릿지, 투르비용 케이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베벨링 작업이 이뤄지는데, 끝이 뾰족하고 날카롭게 벼린 끌로 약 45도 각도로 모따기를 한 다음(특히 그 너비가 일정해야 하며 각도 역시 완벽하게 평행을 이루어야 함), 컬러와 입자가 조금씩 다르게 배합된 그래뉼(Granule, 작은 알갱이)을 사선형으로 끝이 잘린 나무 끝에 묻혀서 모서리를 정성스럽게 문질러 광을 냅니다. 일련의 블랙(미러) 폴리싱 마감 처리를 통해 하이엔드 무브먼트 특유의 고급스러운 미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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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벨링(앙글라주) 뿐만 아니라 같은 룸 한 쪽에서는 무브먼트 플레이트 및 브릿지 위에 직접 가해지는 핸드 인그레이빙이나 스켈레톤 작업도 1-2명의 전담 장인의 손길을 거쳐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필자가 갔을 때 만난 한 장인은 마린 투르비용 에콰시옹 마샹 5887(Marine Tourbillon Équation Marchante 5887),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5345 퀘드올로지(Classique Double Tourbillon 5345 Quai de l'Horloge)와 같은 각 컬렉션의 최상위 마스터피스들의 기하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인그레이빙 작업을 도맡았다고 하는데요. 해당 장인은 매뉴팩처 경력만 무려 30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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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투르비용 에콰시옹 마샹 5887 인그레이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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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스켈레트 5395 브릿지 인그레이빙 작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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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컴플리케이션 5317 로터 인그레이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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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 드 네이플 데이/나이트 8998 인그레이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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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컴플리케이션 3358 인그레이빙 작업 모습

 

그는 클래식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스켈레트 5395(Classique Tourbillon Extra-Plat Squelette 5395)와 같은 모델의 골드 무브먼트의 스켈레톤 및 클루 드 파리 패턴 인그레이빙 작업도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자부심이 어찌나 대단한지 가까이에서 그의 섬세한 작업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사실 매뉴팩처 투어가 아니면 이러한 작업은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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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층을 이동해 무브먼트 어셈블리가 이뤄지는 워크샵으로 향했습니다. 퍼스트 어셈블리(First assembly, 불어로는 Rouage), 세팅(Setting, 불어로는 Reglage), 파이널 어셈블리(Final assembly, 불어로는 Termnaison) 순으로 이어지는 3단계를 거쳐 하나의 무브먼트 조립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퍼스트 어셈블리는 쉽게 말해 무브먼트 구동을 위한 뼈대를 세우는 단계로 기어 트레인을 구성하는 주요 휠과 휠 브릿지, 라쳇 휠, 캐넌 피니언 등을 세팅합니다. 이어 세팅 혹은 타이밍(Timing)으로 불리는 다음 단계에서는 레귤레이팅 부품들이나 파라슈트, 밸런스 브릿지와 같은 부품들을 배치하고, 이어지는 파이널 어셈블리 단계에서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쇼크 옵저버, 아워 및 미닛 핸드, 다이얼까지 케이징 전 단계의 무브먼트/다이얼 조립을 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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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향한 케이징을 위한 어셈블리 룸에는 환풍팬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장비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각 워치메이킹 테이블 위에 혹시나 남아 있을 각종 먼지, 크고 작은 이물질을 빨아들여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무브먼트 및 다이얼 조립 단계에서 이물질이 침투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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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품 마린 오라문디 5557의 사파이어 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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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당 룸 한쪽에는 각 무브먼트의 레귤레이팅(조정) 부서가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십 수년 경력의 숙련된 워치메이커의 손길을 거쳐 6포지션에서 까다로운 조정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케이징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완벽한 수준의 마감 디테일과 우수성을 완성하기 위해 포괄적인 테스트가 이루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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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디션 7047 조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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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5367 조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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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더블 투르비용 5345 퀘드올로지 조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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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투르비용 엑스트라-플랫 스켈레트 5395 조립

 

이렇듯 브레게는 수백여 개에 달하는 무브먼트 부품들을 단계적으로 매우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실리콘 소재의 밸런스 스프링(브레게 오버코일 헤어스프링)과 팔렛 포크 정도를 제외한- 참고로 해당 부품들은 스와치 그룹사에서 공급 받음- 무브먼트의 아주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수직통합적인 한 매뉴팩처 시설에서 모두 자체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해당 부품 제작을 위한 마이크로 툴까지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요. 그리고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시절부터 하우스의 장기인 각종 기요셰 장식과 인그레이빙, 무브먼트 피니싱 작업들을 기본 10년에서 최대 30년 이상 경력의 장인들이 아직도 현업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장인들이 있기에 브레게의 타임피스들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다음 세대를 통해 그 전통과 노하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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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 한쪽에 놓여진 워치메이킹 테이블

 

주요 매뉴팩처 시설 투어를 마친 후 필자를 포함한 일행은 본사 담당자들과 점심 식사를 가졌습니다. 이런 저런 담소가 이어졌고, 특히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마음 또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후의 투어 일정은 브레게 하우스의 전설적인 마스터피스들이 다시 생명을 얻는 복원 워크샵(Hautes Complications - Restauration)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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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퍼티크 No. 13 복원작

 

1793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완성한 심퍼티크 클락의 오리지널 복원 모델(심퍼티크 No. 13)을 정문 앞 테이블에서 우선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브레게 뮤지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진귀한 심퍼티크 클락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했습니다. 콘스탄트 포스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한 독창적인 무브먼트로 구동하며, 브론즈 프레임 상단의 뚜껑을 열면 손목시계를 하우징해(동기화해) 자동으로 시간을 세팅하고 동력을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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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된 포켓 워치와 투르비용 이스케이프먼트 목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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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 앙투아네트 No. 1160

No. 160를 현대의 기술로 완벽하게 복원했다. 

 

또한 1801년과 1817년 제작된 가장 초창기 오리지널 투르비용 포켓 워치를 비롯해, 그야말로 전설 중의 전설인 마리 앙투아네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 No. 1160(Marie-Antoinette No. 1160)까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리는 브레게의 160번째 타임피스(No. 160)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혁명의 이슬로 사라진 후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827년에서야 처음 빛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1983년 예루살렘 박물관에서 시계가 도난되었고, 브레게 인수 후 이러한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니콜라스 G. 하이예크 회장은 2004년 똑같은 시계를 다시 만들기를 지시했고, 파리 방돔 광장의 브레게 부티크 내 위치한 브레게 뮤지엄 아카이브에 보관된 기술 도안 원본과 파리 국립 기술공예 박물관(Musée des Arts et Métiers)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2008년 4월 완벽하게 복원된 타임피스가 세상에 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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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No. 1160는 무려 823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퍼페추얼 캘린더, 이퀘이션 오브 타임(균시차), 미닛 리피터 등 여러 컴플리케이션을 응축한 19세기 당시 기준에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중 하나였습니다. 브레게는 오리지널 타임피스를 완벽하게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와 관련된 서사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이 특별한 타임피스를 전설의 반열에 올려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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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시계는 보관용 케이스도 특별한데요. 실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생전 휴식을 취했던 베르사유 궁전의 한 오크나무를 잘라(베르사유 공원이 선물로 기증함) 보관함을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내부 단면에는 ‘베르사유의 장미’로 불린 비운의 왕비를 기리는 의미에서 한 떨기 장미를 손에 든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마케트리 기법으로 형상화해 더욱 애잔함을 더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 복원 모델을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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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브레게 매뉴팩처 공식 투어 일정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을 느끼기엔 이릅니다. 지난 3월 말 기습적으로 공개된 마린 오라 문디 5557(Marine Hora Mundi 5557)의 실물을 마침내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워치스앤원더스 개막 전주에 처음 시계가 공개됐으니, 한국 프레스로는 필자가 처음으로 시계를 접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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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제품 소개 뉴스에서 자세히 다뤘다시피(>> 관련 타임포럼 뉴스 바로 가기), 2022년 새롭게 선보이는 마린 오라문디 5557은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두 가지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공통적으로 케이스의 직경은 43.9mm, 두께는 13.8mm이며, 기존의 마린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100m 방수를 지원합니다. 마린 컬렉션의 DNA인 바다와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듯 두 버전 모두 선버스트 마감한 어비스 블루 다이얼 바탕에 핸드 기요셰 기법으로 파도 패턴을 새겼습니다. 골드 소재의 다이얼 위에 월드 맵과 자오선을 형상화한 장식을 사파이어 디스크를 함께 추가하고, 화이트 컬러 야광도료를 채운 골드 아플리케 로만 인덱스를 올려 다층적인 플레이트 구조를 보여줍니다(다이얼의 입체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총 3개의 플레이트로 구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4시 방향에 위치한 낮/밤 인디케이터의 해와 달에 해당하는 디스크는 로즈 골드(태양) 혹은 로듐 도금 처리한 골드(달) 바탕을 수공으로 해머링 처리해 더욱 고급스럽고 특별한 인상을 더합니다. 그 외 12시 방향의 날짜를 감싸는 U형 인디케이터, 6시 방향의 도시명을 가리키는 메탈 소재의 닻(Anchor) 장식, 하부 다이얼과 층을 이루는 플랜지 링의 섬세한 마감 처리와 마린 컬렉션 특유의 핸즈까지 무엇 하나 소홀함 없이 세심하게 가공, 마감되어 하이엔드 시계만의 품격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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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오라문디 5557은 인스턴트 점프 타임존 디스플레이(Instant-jump time-zone display)로 명명한 브레게 매뉴팩처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컴플리케이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소 난해한 명칭과 달리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크라운을 이용해 로컬 타임과 홈 타임에 해당하는 두 개의 도시명(6시 방향)을 비롯해, 낮/밤 인디케이터(4시 방향), 날짜(12시 방향)를 세팅하면, 케이스 8시 방향에 위치한 푸셔를 조작해 간편하게 원하는 두 도시의 시간대로 즉각 변경할 수 있습니다. 관련 인디케이터들이 모두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연동돼 있기 때문에 다른 조작이 필요 없습니다. 혁신적인 메커니즘의 이면에는 한 쌍을 이루는 하트캠과 메모리 휠 시스템, 24개 타임존에 해당하는 도시명 디스크, 캘린더 디스크, 해머, 레버, 래칫 등의 부품들이 층을 이루며 정교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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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오라문디 5557은 실물을 보니 특히 다이얼의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당히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졌으며, 인스턴트 점프 타임존 디스플레이의 편리함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화이트 골드 러버스트랩 버전(Ref. 5557BB/YS/5WV)에 마음이 갔습니다. 국내 시계애호가들에게 마린 오라문디 5557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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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브레게 매뉴팩처 투어가 끝났습니다. 모든 시설을 하루에 다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브레게 매뉴팩처의 풍부한 노하우와 세심한 기술력을 확인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살아 있어 지금의 매뉴팩처 시설과 아름다운 현행 타임피스들을 본다면 분명 흡족해마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브레게의 전설적인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스위스 발레드주의 심부(深部)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