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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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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가리(Bvlgari)는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연초 LVMH 워치 위크를 시작으로 워치스앤 원더스는 물론 하반기에 열린 제네바 워치 데이에도 참가했습니다. 지난해 개최된 일정 규모 이상의 시계 박람회에 모두 출석한 셈입니다. 각 박람회를 통해 쏟아낸 신제품만 몇십개에 달합니다. 올해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열린 LVMH 워치 위크 2022에 어김없이 메인 브랜드로 참석하며 한 해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화려함으로 무장한 이번 신제품에서는 ‘울트라-스몰’을 지향하는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Serpenti Misteriosi, >> 관련 기사 바로가기)를 비롯 파인 주얼리와 파인 워치메이킹에 모두 능통한 이도류의 매력을 뽐내는 하이 주얼리 워치들이 돋보였습니다. 주요 신제품과 관련해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 앙투안 핀(Antoine Pin)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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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핀 약력:
1994년 태그호이어 면세 및 중동 지역 세일즈 매니저를 맡으며 시계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8년 부쉐론 마케팅 매니저를 거쳐 2002년 LVMH 그룹에 합류. LVMH에서는 제니스의 인터내셔널 마케팅 디렉터를 시작으로 영국 LVMH 워치 및 주얼리 부문 매니징 디렉터, 태그호이어 일본 지역 제너럴 매니저, 불가리 중화 및 호주 지역 매니징 디렉터, 벨루티 부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그리고 2019년 9월 9일, 불가리의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를 맡아 지금까지 해당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새로운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에 도입한 피콜리씨모 칼리버 BVL 100은 어떤 무브먼트인가?
스위스의 가장 작은 동전 5센트는 너무 작아서 잃어버리기 쉽다. 피콜리씨모를 현존하는 가장 작은 동전에 비교한다면, 아마도 그 동전과 크기가 비슷할 것 같다. 피콜리씨모는 지름 12.3mm, 무게 1.3g에 102개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이 무브먼트가 얼마나 복잡한지 이야기해볼까? 메인 스프링의 길이는 170mm인데, 이를 지름 5mm, 두께 1.47mm의 배럴에 넣었다. 또 파트너사와 함께 레귤레이터와 관련해 가장 작은 스프링도 개발했다. 피콜리씨모는 아마 현재 업계에서 가장 작은 라운드 형태의 기계식 무브먼트일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의 유명한 칼리버 101은 좀더 긴 (14mm) 직사각형에 부피는 피콜리씨모보다 좀 더 작긴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두 개가 비슷한 크기라 할 수 있다. 무브먼트의 인그레이빙을 살펴보면 불가리 로고의 크기가 0.1mm 정도다. 다른 레터링은 거의 0.01mm에 불과하다. 각 요소를 정교하게 구현하기 위해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활용했다. 무브먼트 조립 시에는 부품 사이사이에 먼지가 침투하지 않도록 완전히 통제된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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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콜리씨모 칼리버 BV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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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스케치

완성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나?
두 가지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순수하게 피콜리씨모 프로젝트만 고려한다면 2년 반 정도 걸렸다. 내가 불가리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관련 팀에게 작업을 요청한 것 중 하나가 피콜리씨모였다. 하지만 불가리는 마이크로-메커니즘을 마스터하기 위해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다. 그를 통해 피콜리씨모 개발에 적절한 생태계를 사전에 구축한 셈이다.  

‘적절한 생태계’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나?
마이크로-메커니즘에 능숙한 워치메이커, 관련 기계, 정밀한 사이즈 측정을 위한 시스템, 파트너 등 옥토 피니씨모를 개발하며 구축한 모든 환경을 말한다. 만약, 옥토 피니씨모가 없었다면 피콜리씨모를 만드는데 훨씬 오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어떤 파트너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불가리는 통합 매뉴팩처를 갖췄지만, 배럴, 레귤레이터 등 특정 부품에 관해서는 여전히 파트너들과 협업해오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왔고, 기존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2년 반 안에 피콜리씨모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피콜리씨모 프로젝트를 완수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마이크로-메커니즘 무브먼트를 제작하는데 있어 까다로운 부분은 언제나 같다. 아이디어가 현실로 전환되는 순간 어려움이 생긴다. 첫 번째 조립을 진행하는 순간을 말한다. 종이(스케치)에서는 완벽했지만, 제품이 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피콜리씨모에서는 레귤레이터를 계속해서 조정해야 했고, 밸런스 휠 테스트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초반에는 무브먼트가 오버와인딩되고, 테스트 이후에는 언더와인딩 되는 경우도 있었다. 밸런스 휠의 평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밸런스 휠을 화이트 골드로 제작하기로 했다. 균형을 이루면서 적절한 수준의 진동수를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미세 조정에도 화이트 골드가 더 용이했기 때문이다. 

피콜리씨모가 지니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 
피콜리씨모는 하나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옥토 피니씨모를 통해 보여준 미니어처화의 챕터 이후, 불가리는 피콜리씨모라는 이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미니 무브먼트를 숙달했다는 점에서 해당 무브먼트는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꺼운 무브먼트는 언제나 훌륭한 디자인에 있어 걸림돌이 되곤 한다. 무브먼트가 작아질수록 디자인과 창의성을 드러낼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지는 것이다. 미니어처화는 불가리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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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하이 주얼리 시크릿 워치

하이 주얼리와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을 결합한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불가리의 1970년대를 떠올려볼까? 과거 불가리는 공업적인 소재를 다이아몬드와 결합하는 등 예상을 깬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우리는 그를 떠올리며 최고의 품질을 갖춘 동시에 도발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차이밍 워치는 소리의 전달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하지만 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는 이를 거슬러 베젤에 두껍고 커다란 에메랄드 스톤을 장식하고, 다이얼과 케이스에는 같은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세팅했다. 주얼리가 시계를 거의 감싸다시피 한 경이로운 주얼리 워치를 만든 셈이다. 평범한 길을 벗어나는 것이 영감의 원천이 되곤 한다. 불가리는 그와 같은 스페셜 오더를 종종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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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 로마 에메랄드 그랑 소네리(>>관련 뉴스 바로가기)

이번 신제품을 보니 여성 컬렉션의 진화가 놀랍다. 여성 고객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은가?
불가리의 이번 주제는 ‘Time ia a Jewel’이다. 시간은 소중하며, 시계는 자부심, 기쁨, 즐거움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가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기쁜 마음을 안고 들어온다. 즐거운 기분으로 찾아온 고객들은 놀라운 제품을 원하기도 하고, 선물을 받거나 반대로 선물하길 원하기도 한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를 뛰어넘고자 한다. 여성들이 불가리 매장을 찾을 때 마치 자신이 공주가 된 것처럼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불가리는 모든 가격대의 제품에서 이러한 감정을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5000달러 제품부터 100만 달러 제품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주얼러인 동시에 워치메이커인 불가리는 모든 시계를 통해 최상의 것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시계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불가리도 분명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시장은 어떻게 보나? 
여성 시장은 우호적이며 열려 있다고 믿는다. 여성들이 기계식 무브먼트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계 시장은 점점 더 프리미엄, 높은 품질,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며, 여성 시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불가리가 마켓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 생각한다. 다만, 특정 시계를 위한 시장이 있다고 생각해서 관련 제품을 제작하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신념을 믿는 거다. 우리는 불가리다. 여성을 위한 주얼러로서 약 100년 동안 주얼리 워치를, 약 80년 동안 시크릿 워치를 제작해왔다. 워치메이커로서는 마이크로-메커니즘과 미니어처화에 초점을 두고 기계식 무브먼트,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왔고, 그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자 한다. 이때까지 울트라-슬림에 집중해왔고, 이제부터는 울트라-스몰에도 매진하려 한다. 불가리가 제대로 해낸다면 그 자체가 또 트렌드가 되어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워치메이킹의 미래는 쿼츠가 아닌 기계식 시계에 있다. 알다시피 기계식 시계는 적절한 관리가 수반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는 배터리, 전기, 전자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에너지만 필요로 한다. 발전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일론 머스크가 자동차를 바라보듯 기계식 시계를 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며 도전장을 던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시계를 재창조해야 한다. 계속해서 좀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쿼츠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식 시계의 메커니즘이 최소 쿼츠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따라서 좀더 긴 파워리저브와 함께 더 높은 정확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마이크로-메커니즘이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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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아 인따르시오(>> 관련 뉴스 바로가기)

불가리 마이크로-메커니즘의 정수는 옥토 피니씨모인데, 이번 LVMH 워치 위크에서는 해당 제품이 안 보인다. 오는 워치스앤원더스 또는 제네바 워치 데이에서 또 다른 울트라-씬 기록을 경신한 제품을 볼 수 있나?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불가리가 앞으로 선보일 제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런 질문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다. 피콜리씨모가 충분히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웃음). 기대감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질문에는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옥토 피니씨모 관련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향후 워치스앤원더스와 제네바 워치 데이에서 더욱 더 놀랍고 매력적인 신제품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올해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옥토 피니씨모가 될 것이다. 

불가리는 옥토 피니씨모를 통해 울트라-씬 영역에서 다른 브랜드가 쉬이 넘보지 못할 금자탑을 세웠다. 앞으로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을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 계획인가?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웃음). 나는 불가리 워치를 스타트렉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는 아무도 간 적 없는 곳을 향하는 대담한 탐험가와도 같다. 개척자가 되어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고 싶다. 끊임없이 발견을 거듭하며 전진하고 있는 건 물론이다. 더 멀리 나아갈수록 더욱 복잡한 것을 이룰 수 있다. 여기서 복잡하다는 것은 물리적인 걸 의미한다. 현재 불가리는 R&D에 더욱 투자하며 미세수술을 포함한 의료, 항공 산업 등 진보한 산업과 협업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메커니즘과 관련해서는 미세수술 부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다른 업계의 발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불가리는 이미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한계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