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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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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 기간 내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로저드뷔(Roger Dubuis)의 워치메이커 수장(Head of Watchmaker)이자 제품 전략 디렉터(Product Strategy Director)인 그레고리 브루틴(Gregory Bruttin)을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와는 2015년 첫 인터뷰 이후로 8년만에 다시 만났는데요. 어느덧 20년 넘게 로저드뷔의 워치메이킹 부서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그의 육성을 통해 로저드뷔의 현주소와 비전을 다시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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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브루틴 약력: 

스위스 뇌샤텔 대학에서 시계 디자인 및 제조 전반을 익힌 그는 2002년 로저드뷔에 입사해 브랜드 창립자 Mr. 로저 드뷔의 뒤를 잇는 무브먼트 개발자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무브먼트 개발 책임자(2009년~2014년)에서 R&D 및 워치메이킹 디렉터(2014년~2015년)를 거쳐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제품 전략 디렉터로서 로저드뷔의 무브먼트 및 제품 개발 전반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당신을 처음 인터뷰한지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간 정말 빠르다. 그리고 당신은 로저드뷔의 제품 전략 디렉터가 됐는데, 간단하게나마 당신의 역할을 말해주면 감사하겠다. 

 

좋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웃음) 매우 쉽다. 내겐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를 좋아해준다. 회사에서의 내 역할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정규화(Normalization, 또는 표준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치메이커들을 성장시키는 일부터 시작해, 그 후 시계(제품)를 개발하게 되었고, R&D를 담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 시장에 대한 어떤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브랜드의 DNA를 소비하고, 브랜드의 비전을 소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디자이너로서의 책임감도 갖고 있다. 

보통 엔지니어, 워치메이커, 디자이너, 마케팅이 모종의 이유로 서로 활발히 교류하지 못하게 마련인데 우리 팀은 다르다. 우리 팀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우리가 서로 항상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조직은 제품을 늘 먼저 회사의 중심에 두기 때문에 엄청난 제품들(Crazy products)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서로 분야가 다를지라도 관계자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서로의 연결고리를 생성하는 솔루션을 찾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굉장한 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하이퍼 오롤로지(Hyper Horolog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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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신제품,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관련 타임포럼 기사 바로 가기 >>

 

올해의 하이라이트 모델인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Monovortex™ Split-Seconds Chronograph)의 컨셉이 매우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이러한 디자인(설계)이 중력을 상쇄하는데 어떤 이점이 있는가? 

 

우리는 지난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센트럴 투르비용을 장착한 원탁의 기사(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모노투르비용/X)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중력과 싸우는, 중력에 대한 우리의 탐구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비전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이 노벨티(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였다. 워치메이커들에게 중력은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쁘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가 바로 투르비용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중력의 양면성을 가지고 노는 것에서 시작하여 오토매틱 방식으로 어떻게 중력을 다룰 것인가에서 출발했다. 관련해 밸런스 휠의 위치를 가장 중요시했다. 사람들은 보통 팔을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른 예지만 우리가 보통 마이크로 로터를 12시 방향에 배치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손목 위의 무브먼트와 더욱 가까운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은 마이크로 로터와 투르비용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투르비용 케이지의 위치를 변경하여 모든 손목의 방향에서 평균적인 위치를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편집자주: 손목의 움직임과 위치에 관계 없이 360° 시시각각 회전하는 자사의 투르비용을 가리켜 로저드뷔는 코니컬 모노볼텍스™ 투르비용(Conical Monovortex™ Tourbillon)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중력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집념 어린 비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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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드뷔]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6).jpg

 

왜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는가? 

 

오토매틱과 투르비용을 말하는 건가? 그 이유는 힘의 중심이 중력인 만큼 오토매틱의 경우 중력을 이용하면서도 중력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중력이 이 개념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한가지 방향으로는 중력을 최적화하고, 다른 방향으로는 중력을 상쇄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력과 관련한 시계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대규모 테스트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며,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0g~3g까지 범주의 테스트를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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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블랙라이트 

UV 반응성 마이크로 사파이어 구조를 무브먼트 브릿지에 적용했다. 관련 타임포럼 기사 바로 가기 >>

 

엑스칼리버 블랙라이트 스핀 스톤™ 모노밸런시어(Excalibur Blacklight Spin-Stone™ Monobalancier)와 같은 블랙라이트 시리즈도 개인적으로 인상적이다. 블랙라이트 시리즈를 계속 선보이는 걸 보면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

 

블랙라이트의 비전은 아주 완벽한 예시다. 왜냐면 로저드뷔는 꿈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들을 창조해내며,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사랑하는 우리의 철칙과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영감을 받는 것에 관해 질문한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언제나, 시계 산업에서는 영감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트렌드를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초의 블랙라이트 모델은 2018년 일본 도쿄에서 처음 출시했다. 온전히 빛을 발산하는 것과 이를 가지고 놀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름도 블랙라이트라고 지었다. 처음에는 블랙라이트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 시계 안에 빛을 내는 스틱을 넣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한계에 도전하는 비전을 갖고 있기에 이후 조금 더 컬러풀한 제품을 원했고 이 기술을 케이스로 확장했다. 

더불어 우리는 더욱 큰 스톤을 베젤에 적용하기 위해 특별한 디자인을 고안했고, 이것이 현 엑스칼리버 블랙라이트 스핀 스톤™ 제품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다. 처음에는 천연 스톤을 세팅할 생각이었지만 크기가 너무 크고 깨지기 쉬웠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합성 스톤(Synthetic stones, #편집자주: 합성 사파이어를 일컫는다. 로저드뷔는 이를 스피넬이라 부르기도)이다. 이 합성 스톤은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는데, 더 다양한 컬러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하부에 발광 물질(슈퍼루미노바)을 주입해 안에서 빛나게 할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처럼 굉장한 타임피스가 탄생했는데, 사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블랙라이트 시리즈만의 유니크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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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신제품, 엑스칼리버 블랙라이트 스핀 스톤™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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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 스톤(Spin-Stone™) 컨셉은 확실히 근래의 로저드뷔가 지향하는 하이퍼 오롤로지(Hyper Horology™)의 세계를 보여준다. 제품 개발 수장으로서의 보다 자세한 고견을 듣고 싶다.  

 

매우 쉽다. 로저드뷔의 시계 제작에는 크게 3가지 필러(Pillars, 기둥)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워치메이킹이다. 우리가 워치메이커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창립자인 Mr. 로저 드뷔 역시 워치메이커였기 때문에 우리에게 워치메이킹은 늘 중심이자 첫 번째 요소이다. 두 번째는 표현력 넘치는 제품이다. 앞서 언급한 블랙라이트가 아주 좋은 예시다. 시선을 사로잡으며, 다른 어느 메종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력한 제품인 동시에 다채로운 색상을 자유자재로 구현한다. 이렇듯 표현력(Expressivity)은 우리의 두 번째 요소다. 마지막은 모던함이다. 페이스리프트(Facelift)가 완벽한 예시다. 작년에 페이스리프트한 새로운 디자인의 모노밸런시어(Monobalancier, MB)를 출시했다. 이것은 디자인의 진화, 기술의 진화이며, 동시에 제품 디자인과 퀄리티에 대한 개선이었다. 

하이퍼 오롤로지는 이 세가지 요소의 결합이다. 좋은 예시로 우리는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의 퀄리티를 존중하여 푸와송 드 제네브(Poinçon de Genève) 인증, 즉 제네바 씰(Geneva Seal)을 받고 있다. 표현력에 있어서는 스켈레톤이 아주 좋은 예다. 모던함에 있어서는 우리가 최근 디자인한 타임피스가 하이퍼 오롤로지 그 자체이며, 이것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뿐이다. 모던한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모던한 시계들에서 메종이 표방하는 하이퍼 오롤로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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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소라야마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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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라야마 하지메(Hajime Sorayama)와 협업한 엑스칼리버 소라야마 모노밸런시어(Excalibur Sorayama MB)와 같은 리미티드 에디션이 큰 화제를 모았다. 닥터우(Dr. Woo), 걸리(Gully) 등 아티스트들과의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갈 생각인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오픈 마인드가 필요한 작업이다. 특정 아이디어를 갖고 아티스트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거기에 아티스트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가는 재미있는 훈련의 작업이기도 하다. 단지 새롭기만 한 아이디어가 아닌, 오픈 마인드로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가이드라인을 찾고, 아티스트로 하여금 그 가이드라인에 맞는 우리의 시그니처 별(Star)을 재해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컨셉 뒤에 숨겨진 철학이다. 소라야마는 로저드뷔에서 그 동안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전체 폴리시드 가공한 티타늄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반응은 굉장했다. 우리가 전에는 상상하지 않았던 것을 새롭게 시도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아티스트와 협업할 예정이지만, 우리 브랜드의 DNA에 걸맞을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저 한 아티스트를 골라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해 또 다른 좋은 예시가 바로 타투 아티스트인 닥터우와의 협업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대략 4~5번 정도의 미팅을 가졌다. 소라야마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시간이 필수적이지만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이렇듯 진정한 협업이란 서로의 비전을 담아내는 것이지, 단순히 콜라보레이션 파트너의 로고를 시계 위에 올리는 것을 협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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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닥터 우 MT

 리뉴얼한 엑스칼리버 싱글 플라잉 투르비용을 기반으로 닥터 우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극사실주의적인 니들 아트워크를 가미했다. 관련 타임포럼 기사 바로 가기 >>

 

람보르기니 스콰드라 코르세(Lamborghini Squadra Corse)와의 파트너십은 요즘 어떠한가? 파트너십 초반 시절보다 람보르기니 협업 타임피스를 그렇게 자주 선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가 람보르기니 스콰드라 코르세와 파트너십을 체결한지 벌써 5년 이상이 흘렀다. 파트너십의 관건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람보르기니와의 파트너십이 우리에게 좋은 첫 번째 이유는, 두 브랜드 모두 동일한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두 번째는 5년이든 7년이든 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파트너십 자체가 굉장히 즐겁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신뢰하기 때문에 현재 양사간의 관계가 상당히 좋다. 새로운 제품을 론칭하기 위해서는 보통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기간 동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한다는 것은 양사의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파트너십이다. 조금 전 단순히 콜라보레이션 파트너의 로고를 시계에 넣는다고 협업이 아니라고 말했던 것처럼, 람보르기니의 DNA 요소를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숨을 쉬는 것이 진정한 파트너십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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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우라칸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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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숨을 쉰다고 언급한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다. 

 

정말 그렇다. (웃음) 람보르기니와의 첫 미팅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우리가 카본(Carbon)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이었다. 그때가 양사의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날이었는데, 표현력,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동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특별한 부연 설명을 하거나 그들의 DNA에 우리의 DNA를 억지로 주입하는 것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과정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파트너십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와 제품 개발을 위해 2~3개월마다 진행하는 미팅을 위해 볼로냐를 방문했을 때도 우리가 논의한 사항들은 항상 매우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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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우라칸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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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우라칸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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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우라칸(Excalibur Spider Huracán) 또는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Excalibur Aventador) 에디션을 위한 새로운 익스클루시브 칼리버 발표 계획이 있는가?  

 

한 가지 팁을 주겠다. 새로운 제품과 관련해 새로운 무브먼트 역시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우리의 원칙이자 브랜드의 DNA이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무브먼트를 선보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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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처 로저드뷔는 새로운 타임피스를 위해 기존의 무브먼트도 새로운 디자인 컨셉에 맞춰 변화를 가미한다. 매번 이러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비결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비밀(Secret)이다. (웃음) 당신이 내게 한 첫 번째 질문이랑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데, 전에는 무브먼트 개발팀과 제품 개발팀이 따로 있었다. 무브먼트에 대한 비전과 케이스에 대한 비전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개발이란 두 종류의 개발을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브먼트나 케이스의 각 요소를 새롭게 만드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종국에는 하나의 시계를 완전히 새롭게 발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완전히 통합된 무브먼트(Fully integrated movement)를 바탕으로 엄청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는 근간이며 무브먼트의 DNA가 케이스나 다른 모든 요소에도 완벽하게 연결되는 이유다. 이는 로저드뷔가 언제나 갖는 큰 도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타 브랜드에서 무브먼트는 그저 엔진과 같은 것이다. 사람들에게 시계를 만들게 하고 그 위에 그저 다이얼을 얹는다. 하지만 로저드뷔의 무브먼트는 다르다. 우리의 무브먼트는 완전히 디자인의 한 요소이며, 우리의 DNA다. 비전과 디자인을 개발의 시작 단계부터 통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 워치메이킹 산업에서 이렇게까지 일하는 데는 로저드뷔 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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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발표한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MT 

99.95% 실리카(Silica, 이산화규소) 성분을 기반으로 한 무기물 복합 섬유(Mineral Composite Fiber, MCF)로 케이스를 제작했다. 관련 타임포럼 기사 바로 가기 >>

 

로저드뷔는 MCF, CCF, CCMTM(CarTech Micro-Melt BioDur CCMTM) 등과 같은 혁신적인 첨단 합성 신소재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메종으로도 유명하다. 새로운 소재 연구 개발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로저드뷔는 늘 시작부터 소재의 비전에 관해 생각한다. 우리가 가벼운 소재를 원하는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소재를 원하는지, 흰색의 소재를 원하는지 빨간색의 소재를 원하는지 생각하는 것 역시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관련해 많은 기술을 익히고 난 후에야 우리는 그 많은 기술들을 자유자재로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배경에 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일례로 우리는 MCF와 같이 완전한 흰색을 만드는 것에 관한 솔루션을 상당 부분 확보했으며, 흰색을 낼 만한 다른 소재들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이는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며, 우리는 늘 큰 꿈을 가지고 모든 일을 시작한다. 화이트 시계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솔루션을 찾으면 된다. 앞서 언급한 스핀 스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크고 컬러풀한 스톤을 원했고 솔루션을 찾았다. 여기에는 그 어떤 타협도 없었다. 타협점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시작 단계에서의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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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노볼텍스™의 강렬한 레드 MCF 케이스 

 

또 하나 좋은 예시가 있다. 이 레드 컴포지트(Red composite)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천연 합성물이다(#편집자주: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신제품인 모노볼텍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의 레드 MCF 케이스를 일컫는 것). 가공 단계에서 안쪽에 실리콘을 주입했는데, 여기에 선명한 컬러를 입힌 것이다. 굉장히 긴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지만 이러한 종류의 제품을 개발할 때는 절대로 꿈꿔왔던 최초의 비전을 끝까지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커머셜, 워치메이커, 엔지니어 등 업계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다. 종국에는 많은 이들이 우리의 솔루션이 대단하다는 것을 납득하게 된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국 원하던 제품을 손에 처음 거머쥐었을 때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주 굉장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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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0년 넘게 로저드뷔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한국의 시계애호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서 우리 브랜드가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니 우리 브랜드에 정말 좋은 소식이다.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내게 주는 영감이 굉장히 좋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 좋은 디자인, 좋은 예술 등 많은 흥미로운 것을 지닌 한국의 비전을 애정한다. 이러한 비전은 우리 브랜드가 미래를 향해 더욱 나아가고 도전해야 할 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이자, 다음 한국 방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우리는 계속해서 한국의 시계애호가들이 열광할 만한 엄청난 디자인을 만들어낼 테지만 많은 워치메이킹 요소들도 함께 녹여낼 것이다. 그것이 나의 스위스 DNA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