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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HG 2010 최우수 남성 시계 부문 수상작 클래식 투르비용 더블 스파이럴

 

지난 2009년, 63세의 워치메이커 로랑 페리에(Laurent Ferrier)는 37년 동안 근무했던 파텍필립을 나와 동명의 브랜드를 설립합니다. 다음해에 열린 GPHG 2010에 클래식 투르비용 더블 스파이럴(Classic Tourbillon Double Spiral)을 출품한 로랑 페리에는 최우수 남성 시계 부문을 수상하며 단숨에 시계 애호가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로 등극했습니다. 로랑 페리에는 지난해부터 수입사인 스타레드를 통해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겁습니다. 타임포럼은 지난 2월 8일 스타레드가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의 컬렉터스 하우스(Collector's House)에서 로랑 페리에의 아들이자 제품 총괄(Head of Product)을 맡은 크리스티앙 페리에(Christian Ferrier)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판매 총괄(Head of Sales)인 로버트 베일리(Robert Bailey)도 배석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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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페리에(Christian Ferrier) 약력 : 

 

우주항공 분야에서 연구 개발 직을 두루 맡았다. 워치메이킹을 갈망하던 차에 브랜드 설립에 참여해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을 수락하고 시계 업계로 뛰어들었다. 초창기에는 무브먼트 개발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제품과 관련된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로랑 페리에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 프로젝트와 제품 승인에만 관여하며, 크리스티앙 페리에가 실질적으로 브랜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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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투르비용

 

불과 10여년만에 시계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성공적인 독립 브랜드로 성장했다.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로랑 페리에의 시계에는 클래식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심미적 요소는 무브먼트 뿐만 아니라 케이스, 다이얼 등 시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모든 디테일을 가다듬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우리의 철학은 단순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뿐이다. 케이스 라인을 다듬거나 더블 스파이럴 투르비용을 통해 시계의 정확성을 끌어올린다거나 대부분의 피니싱을 손으로 직접 하는 것처럼 말이다.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무언가를 개발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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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력을 밸런스로 직접 전달해 에너지 전달 효율을 높인 로랑 페리에의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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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 로터와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FBN229.01

 

개인적으로는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Natural Escapement)와 같은 기술적 성취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마이크로 로터를 이용한 오토매틱 워치를 만들고자 했다. 알다시피 마이크로 로터는 효율이 뛰어나지 않고 롱 파워리저브를 구현하기가 까다롭다. 아버지는 언제나 실용적인 시계를 추구한다. 그런 관점에서 파워리저브는 매우 중요하다. 주말에 시계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돌아오는 월요일에 시계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마이크로 로터에 투르비용까지 탑재한 시계의 파워리저브를 72시간까지 늘리는 것이 과제였다. 지금은 개선을 거듭해 80시간까지 늘렸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긴 파워리저브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실리콘 부품을 사용한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를 개발했다. 더블 스파이럴도 이와 유사하다. 과거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 대회에 참가한 회중 시계의 정확성을 추구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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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인 로랑 페리에와 당신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는가? 

 

2009년 브랜드 설립 당시 아버지는 무브먼트 개발에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부름에 곧바로 응했다. 초창기에는 무브먼트 개발에만 관여했으며, 그 이후로는 브랜드 운영과 시계 제작에 관련된 거의 모든 과정을 아버지와 함께 했다. 현재 아버지는 전적으로 나를 믿고 브랜드 운영에 관한 대부분의 업무를 일임하셨다. 나는 모든 제품 개발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아버지는 마치 로마 제국의 황제처럼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내리며 최종 승인을 하신다(웃음). 물론 아버지는 지금도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전수해주고 있다. 아버지와 내가 추구하는 것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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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간 독립 브랜드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로랑 페리에는 어땠나? 

 

독립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명 브랜드의 시계를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는 대안을 찾아 나섰다. 시계 구입을 위해 몇 년이나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시계 관련 정보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립 브랜드가 호황을 맞은 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지금의 긍정적인 상황이 지속되길 원한다. 우리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 멋진 시계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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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스포트 투르비용(Grand Sport Tourbillon)

 

럭셔리 스포츠 워치 제작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럭셔리 스포츠 워치를 제작할 때 어떤 점을 고려했나? 

 

스포츠 워치 개발은 고객들의 요청에서 비롯했다. 스퀘어 컬렉션의 케이스를 다듬은 새로운 형태의 케이스와 쿠션 형태의 베젤에 어울리는 메탈 브레이슬릿을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우선 메탈 브레이슬릿을 공급해줄 업체를 스위스에서 찾았다. 로랑 페리에 시계의 품위에 걸맞은 뛰어난 품질의 메탈 브레이슬릿을 제작해야 했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논의를 했다. 우리는 평범한 브레이슬릿은 결코 원하지 않았다. 브레이슬릿 구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디자인을 구상하고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스포츠 워치를 완성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만족스러운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스퀘어 케이스의 진화를 이루면서 로랑 페리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납작하지 않고 위로 살짝 솟아오른 도톰한 형태로 인해 클래식 컬렉션의 페블 케이스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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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트 오토(Sport Auto)

 

1년에 450개 정도의 시계를 생산하는데 그 가운데 스포츠 워치에 25% 정도를 할애한다고 들었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에 대한 수요가 강해져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

 

우리는 스포츠 워치 생산을 현재 수준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시계를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 로터와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한 무브먼트를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것도 여유롭지 않다. 게다가 로랑 페리에는 소규모 독립 브랜드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스포츠 워치도 중요하지만 다른 시계 역시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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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 오토에는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스포트 오토의 이름을 보라. 이름부터 쿨한 스포츠 워치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걱정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스포츠 워치를 만들고 싶었다. 개발 단계에서 내충격성을 비롯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마이크로 로터와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의 조합은 데일리 워치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지만 스포츠 워치와의 궁합은 물음표였다. 스포츠 워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스포츠 워치를 착용하고 스키나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때 시계에 충격이 가해지면 내츄럴 이스케이프먼트가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스포츠 워치에는 좀 더 충격에 강한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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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GPHG 베스트 멘즈 워치 수상작 클래식 투르비용 더블 스파이럴도, 그랜드 스포트 투르비용도 투르비용이 들어간 시계다. 로랑 페리에에게 투르비용은 어떤 의미인가? 

 

클래식 투르비용 더블 스파이럴은 아버지와 브랜드의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시작은 스리 핸즈 클래식 워치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가능성을 타진했다. 단순한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보다는 투르비용을 탑재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바꿨고, 결국에는 더블 스파이럴까지 개발했다. 우리는 언제나 그 이상을 원한다. 보기에는 지극히 단순한 스리 핸즈 클래식 워치지만 그 안에는 여러 디테일이 가득하다. 예를 들면, 배럴 클릭도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옛 회중시계에서 볼 수 있는 롱 블레이드 레칫 시스템(Long Blade Ratchet System)을 적용한다. 부품을 가공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름답고 무브먼트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롱 블레이드 레칫 시스템은 단지 아름다워서 쓰는 것만은 아니다. 아버지는 시계를 와인딩하는 감각도 중요하다고 강조하신다. 언제나 그 이상을 원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투르비용은 로랑 페리에가 스리 핸즈 클래식 워치를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디테일 가운데 하나다. 스포츠 워치에 투르비용을 사용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로랑 페리에의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매우 견고하며 다른 투르비용 무브먼트와 비교해도 고장이 나서 점검을 받을 확률이 낮은 편이다. 투르비용 케이지를 크게 만들면 정확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우리는 무브먼트가 두껍고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공간이 있다면 훨씬 더 쉽게 제작할 수 있겠지만 클래식 워치를 지향하는 로랑 페리에의 철학에는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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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밸런스 스프링을 위 아래로 포개어 설치해 오차를 줄이는 더블 스파이럴

 

더블 스파이럴은 얼마나 우수한가? 

 

더블 스파이럴의 가치와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면 수평이 아닌 수직이나 다양한 자세에 놓이는데 이때 투르비용이 어느 정도 중력을 상쇄해주지만 더블 스파이럴은 보다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오차를 보정해 줄 수 있다. 더블 스파이럴의 밸런스 스프링은 H. 모저 앤 씨(H. Moser & Cie)의 자회사인 프리시젼 엔지니어링(Precision Engineering AG)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더블 스파이럴의 단점은 생산에 있다. 품질이 완전히 똑같은 두 개의 밸런스 스프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일이 밸런스 스프링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수율이 좋지 않고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블 스파이럴을 선택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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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렉터스 하우스 전경

 

한국 시계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한국 시계 애호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타레드라는 훌륭한 파트너와 손을 잡고 한국 시장에 진출해서 기쁘다. 한국은 다른 시계 브랜드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고객들과 함께 로랑 페리에 시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많은 질문을 받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내한이 매우 뜻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