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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9살정도일때... 할아버지께서 손목 시계를 차고 계셨는데 한번씩 제가 밥을 주던(용두를 감아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는 시기적으로 쿼츠가 한참 전성기일때죠...
어린 나이에 '왜 힘들게 시계에 매일 밥을 줘야하는거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시계에 관심을 가지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가 굉장히 멋쟁이였던겁니다.
그당시 시계가 뭐였는지는 기억은 안나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그 시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게 정말 아쉽습니다.
저한테 물려주셨으면 아마 지금쯤은 고이 간직하며 할아버지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을테지요.
 
솔직히 저는 다른분들이 기계식 시계를 좋아하는 그런 이유는 없는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기계로 작동되는 스스로 살아 숨쉬는 녀석, 내가 밥을 주므로 해서 나와 함께 한다는 식의 이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길거리의 싸구려 만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다가 문득 작년에 제대로 된 시계를 하나 사고 싶어서 이리저리 알아보다보니
10만원이 넘는 시계도 수두룩 하더라구요... 미친짓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냥 시간만 잘 맞고 이쁘면 되지 뭐한다고 수십만원을 들여서 시계를 사냐하는 주변 사람들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꼴에 들은거는 있어서인지 20만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세이코 쿼츠 크로노그래프(SNA225)를 샀습니다. ^^
나름대로 엄청 만족했죠... 다이얼에 여러 바늘이 있고 남들이 한눈에 척하니 보면 뭔가 복잡해 보여서 비싸 보이고...
비싸니까 뭔지 몰라도 좋다라는 생각으로 남들이 물어볼때면 왠지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 시계를 계기로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네이버의 watch119를 알게 됩니다.
거기서 완전 시계의 또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된거죠. 롤렉스가 '최고'의 시계인줄 알았는데 그 세계에서는 그냥 양산형 기계식
시계일 뿐, 듣도보도 못한 숱한 브랜드들이 있었던 겁니다.
'아~ 시계가 뒷백으로 보이는것도 있구나'라는것도 그 당시 알게 됐습니다.
카페를 통해 기계식과 쿼츠의 차이를 알아가고 브랜드들의 공부도 하고 회원님들의 시계들을 보면서 사실 필요도 없는데 남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을 보니 왠지 저도 기계식 시계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가짐으로해서 시계를 모르는 남들이 물어보면 나름대로 자랑도하고 잘난척도 할 생각이었죠...
남들과 내가 뭔가 다르고 더 가진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함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생각이죠...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기계식 시계를 사고자 했던 겁니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공부하고 이것저것 보면서 마음에 드는 시계의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뒷백으로 무브가 보일것, 크로노가 아닌 심플한 다이얼, 적당히 큰 사이즈, 베젤이 얇을 것, 베이스 무브에 적당한 수정이 된것...
예전에 샀던 세이코 크로노그래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바뀐거죠....
그리하여 여기저기 보다보니 파네라이나 오메가 아쿠아테라, NOMOS, GS 들이 제가 원하는 모델인 겁니다.
하지만 아직 기계식 시계의 초보인 제가 그정도급으로 바로 갈수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혼자 생각으로 2824는 사기 싫고 2893은 비싸고 저렴한것들은 수정이 잘 안되어 있고 세이코 7S는 그냥 싫고...
어찌보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계를 사고자 한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결국 파네라이 블랙씰 이미를 샀습니다. 뒷백도 이쁘고 이미이지만 6497 무브 수정도 되어 있고... 맘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시계였습니다.
기계식 임에도 저는 오차에 민감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알아보고 산 이미라 일오차도 +5 이내의 꾸준함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미로 기계식 시계에 입문했습니다. 남들 눈을 의식해서 시계를 모르는 남들과 뭔가 다른 사람이라는 우월감으로 이 세계에 입문한거죠....
입문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헬스와 더불어 하나의 취미생활로써 브랜드들의 공부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시계가 있으면 점찍어두고서 언젠가 사면, 뭔가를 사고 나면 좋은 그 기분 있죠? 그걸 느낄려고 하고 있습니다. ^^
시계를 생각하면 그 순간순간이 즐거운 기분이 들어서 참 좋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소박하게 즐기고 있는거죠...
 
토비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꼭 기계식 시계여야 한다'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왕이면 기계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주위 분들에게 기계식 시계 전도(?)에 힘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사무실에서는 시계 좋아하고 좀 아는 놈이라고 소문도 나구요... ^
아는분께서 시계를 구매하신다고 해서 나름 가격대비 멋진 티쏘 르로끌 추천해 드렸는데 상당히 만족하시더라구요...
제 여친한테는 올초에 나왔나요? 세이코 6R15 무브로 된 화이트 다이얼에 블루 핸즈로 된거 사줄 예정입니다. ^^
 
현재 블랙씰 이미는 수리중입니다. 며칠전에 풀다가 방바닥에 떨어뜨렸는데 멈춰버리는 바람에 수리를 맞겼는데 충격으로 4번찬가가 휘어졌다고해서
바로 잡고 그동안 찝찝하던 기분에 분해수리도 했습니다. 월요일이면 제 손에 옵니다...
수리하시는 분께 궁금한거 여쭈어 봤는데 정품 유니타스 맞고 오차도 별로 없고 케이스도 스틸이고 전면 유리도 사파이어라고 하시면서
이미치고는 괜찮다고 하셔서 만족이 두배입니다. ^^
비록 이미이지만 이번에 분해수리 되서 오면 아껴서 사용할겁니다. 남들이 이미라고 해도 저 자신은 만족스러우니까요...
 
정말 본인만 만족한다면 이미고 정품이고 상관없이 '그냥' 기계식이라서 좋습니다. 이게 제가 기계식 시계로 들어선 그동안의 스토리 입니다.
얼마전에 치아 교정한다고 그동안 제대로 한번 지르려고 모아둔 수백을 부어버리는 바람에 당분간은 지르지 못하겠지만 빠른 시일내에
멋진 놈으로 장만해서 회원님들에게 꼭 사용기 올리고 싶네요... 아니면 그전에 지금의 이미라도 한번 올리겠습니다...
 
TF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길고 긴 장문의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천재소년이라 불리는 토비님의 글처럼 멋진 글이 아니어서 참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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