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시계

시간을 멈추는 시계에 이어 미래에서 온 시계입니다. ^^;; 기다리고 계셨을 분들은 없으셨겠지만 이런 멋진 시계를 혼자 알고

있는 건 왠지 안타까운 마음에 접싯물처럼 얄팍한 생각으로 글을 남기니 어여삐 봐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이번 바젤페어를 다룬 기사를 쭈욱 보면서 이런 저런 신기하고 멋지고 럭셔리하고 완전 끝내주게 비싸 보이는 시계들도

많았습니다만 그중에서 "아, 이건 정말 사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시계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미래에서 온 것 처럼 보이는

Citizen의 Satellite wave라는 시계입니다. 이게 왜 미래에서 온 시계냐 하면 말이죠..

시계의 모티브가 되는 만화가 바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밀리터리 액션물로 유명한 애플시드라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시드는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듀난이라는 여주인공과

온몸이 기계화된 강철의 병사 브리아레가 벌이는 활약상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림에서 앞쪽 여자가 듀난, 뒤쪽이 브리아레라는 안드로이드

인데 보기만 해도 강해 보이죠??

묘한 포즈로군요. 왠지 힘좋게 생긴 안드로이드. 체력이 딸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머.. 어쨌거나..

이 애플시드라는 만화의 최신작에서 주인공 두 사람이 차고 나오는 시계가 바로 시티즌의 새털라이트 웨이브입니다.

시티즌의 성명절기라고도 할 수 있는 에코드라이브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서 빛을 에너지로 바꿔 동력원으로 사용하구요. 지구 궤도상에 퍼져있는

위성으로 시각 정보를 수신하는 위성 수신 기능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기만해도 왠지 미래에서 날아온

첨단장비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퍼페츄얼 캘린더를 내장하고 있어서 날짜를 맞출 일도 없고 전세계의 모든 시간대를 커버하는 GMT기능도 있는데다 위성에서 수신한 정확한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라니 기능면으로만 따지면 이보다 정확하고 다재 다능한 시계가 있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전면부를 감싸고 있는 돔형의 글래스와

베젤대신 포진한 연두색의 동그란 고리들은 한번만 스쳐 봐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줍니다.

시계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애플시드의 한장면입니다. 원형의 도시를 둘러싼 이 이미지를 모티브로 시계를 만들었다니

이정도면 만화가 시계로 들어온 것이 확실하군요. 미래를 다룬 만화, 그 만화의 컨셉을 시계로 만들다니 일본인들의 덕심은 정말

천하제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저변에는 탄탄한 오덕층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우리도 십만 오덕을 양병해야 하나?)

마감도 꽤나 근사해 보입니다만.. 실물을 보면 의외로 실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계는 실제로 보고

차보기 전에는 어떤 판단을 하기 힘들더라구요.

측면 디자인도 왠지 우주선같은 느낌이 듭니다.

미래에서 온 시계라고 해서 뭔가 굉장한 걸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벌써 30년넘게 만화를 사랑하고 공각기동대며 애플시드에 빠져

청춘을 보내온 저같은 사람에게는 이 시계야말로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어떤 지점에 와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멋진 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우리가 생각했던 미래가 벌써 이렇게 성큼 다가오지 않았는가 하는 그런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세계 어디에 있어도 시간을 모르고 지낼 일은 없을겁니다. 위성 수신이 필요한 하이 퀄리티의 시계가 없어도 우리의 일상은 늘 그대로 돌아가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이런 시계를 보고 있으면 시간과 시계에 대한 인간들의 집요한 추구와 열정과 노력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을 보면서

우리도 어떤 감동을 느끼게 되는것 같아요.

타임포럼에 계신 수많은 고수들께는 기계식 시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할 시계이지만.. 저에게는 이번 바젤페어에 선보인 어떤

시계보다도 멋져보이고 재미있는 시계가 이 새털라이트 웨이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은 부처님 오신날이라 또 휴일이군요. 비가 온다고 해서

조금 다운되긴 합니다만 즐거운 휴일 되시고 편안한 밤 되시기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PS : 이 시계의 발매 예정일은 금년 11월경이고 대략적인 가격은 3천불 내외가 될거라고 하네요. 아마 한정판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