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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지난 워치스앤원더스 2024 기간 IWC 샤프하우젠의 시계 및 무브먼트 조립 부서 부책임자(Associate Director of Watch & Movement Assembly)를 맡고 있는 마커스 뷸러(Markus Bühler)를 만나 짧은 시간이나마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IWC의 견습생으로 시작해 매뉴팩처(Manufakturzentrum)의 핵심 인물로 성장한 그의 육성을 통해 IWC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커스 뷸러 약력:  

스위스 우즈빌에서 태어난 마커스 뷸러는 가족 소유 기업인 뷸러앤코(Bühler & Co.)에서 목수로 일을 시작했지만, 28살에 돌연 워치메이커로 직업을 바꿀 결심을 한다. IWC 샤프하우젠에 입사한 그는 견습생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 2003년 견습생을 위한 대회(Prix IFHH de l'Horlogerie, 현재는 Concours IHC로 알려짐)에서 1등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는다. 소형 항공기 터빈 엔진을 연상시키는 색다른 디자인의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2008년 단 12피스 한정 출시한 빅 파일럿 워치 마커스 뷸러 에디션(Big Pilot’s Watch Edition Markus Bühler, Ref. IW500301)으로 이어졌고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2008년 IWC의 산업화 부서로 옮긴 그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었고, IWC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면서도 기계 엔지니어(Mechanical Engineer, 2009년) 및 임원 전문경영학 석사(Executive MBA, 2014년) 학위를 취득, 무브먼트 조립 및 산업화 책임자로 승진했다. 그 후 2020년부터 시계 및 무브먼트 조립 부서 부책임자로서 IWC 매뉴팩처 내 조립 공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 당신과의 첫 인터뷰다. IWC 시계 및 무브먼트 조립 부서 부책임자로서 올해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 2024)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하다.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올해는 포르투기저 컬렉션을 새롭게 단장하며 이터널 캘린더와 투르비용 외 다양한 시계를 통해 IWC의 워치메이킹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기분이 아주 좋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IWC의 하이라이트 신제품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유도 궁금하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포르투기저는 개인적으로 완벽한 컬렉션이라고 생각한다.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2,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0,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디자인에 호라이즌 블루, 듄, 옵시디언 블랙 컬러 다이얼을 새롭게 전개하고,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도 선보인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컴플리케이션 파트가 정점이다. 포르투기저 핸드 와인드 투르비옹 데이 앤 나이트를 비롯해,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그리고 화제의 중심에는 이터널 캘린더가 있다. 특히 이터널 캘린더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내용이 아주 많을 것 같다. 아주 탁월하기도 하고 정확성 측면에서 IWC가 이뤄낸 성과가 정말이지 자랑스럽다.  

 

-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IW505701

보다 자세한 사항은 타임포럼 리포트 참조 >>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의 기술적인 성취가 놀랍다. 400년 동안 윤년을 3번 건너뛰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구현하기 위하여 기존의 52000 칼리버 패밀리 기반에 어떠한 특별한 부품들이 사용됐는가? 기술적인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IWC는 기존의 퍼페추얼 캘린더를 이터널 캘린더로 승화시킬 아주 기발한 솔루션을 찾아냈다. 세는 방법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략 8개의 부품을 추가한 것인데, 알다시피 윤년은 4년 주기로 돌아온다. 3년은 평년이고 네 번째 해가 윤년인 것이다. 그레고리력에서는 100년 단위도 마찬가지로, 세 번의 100년 단위는 평년이고, 네 번째로 오는 400년은 윤년이다. 100의 배수인 해가 평년이라는 것도, 400의 배수인 해가 윤년이라는 것도 스스로 계산한다. 이 메커니즘은 아주 스마트한 구조로 구현되었다. 4년 주기로 고정된 윤년 프로그램을 각 해에 맞게 바꾸었기 때문이다. 추가 부품을 더해 400년 단위의 기어를 제작했고, 이 특별한 휠은 400년에 한 바퀴를 돌게 되는 식이다. 또한 이 휠에는 4개의 전용 구역이 있어서 프로그래밍 프로세스 내에 한 세기가 끝나는 100번째 해에 세 번은 평년, 한 번은 윤년으로 이동하게끔 만들었다. 

 

 

IWC 매뉴팩처에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이터널 캘린더 같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전담해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엘리트 팀 같은 게 있는가? 특별한 엘리트 팀이 있는지 궁금하다. 

 

워치메이커의 기술력이나 IWC의 조직에 초점을 둔 질문 같다. 이번 우리 부스에서도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부분인데, 모든 요소들을 제작하는 퍼페추얼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IWC가 요구하는 모든 컴플리케이션과 전문 기술은 수준 높은 워치메이커들의 손길을 거친다. 이들 몇 명이 무브먼트를 함께 제작, 세밀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워치메이커의 관점에서 보면 이 팀은 IWC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고 숙련된 워치메이커들로 구성돼 있다. 워치메이킹에 입문하게 되면 보통 견습생부터 시작한다. 견습생 시절이 끝나면 기본 무브먼트, 그러니까 타임온리 형태의 핸드 와인드, 오토매틱 무브먼트와 같이 심플한 무브먼트 작업이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2, 3년이 지나면 컴플리케이션 쪽으로 깊게 파고든다. 하지만 퍼페추얼 캘린더, 이터널 캘린더, 투르비용 정도의 컴플리케이션을 조립하고 마스터하려면 대체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단순히 조립하고 조정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관련 전문 부품과 컴플리케이션을 조립하는 과정에 수많은 미세 조정이 필요하고, 무브먼트의 소리에 세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며, 가능한 한 최고의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그래서 오랜 경험이 요구되는 것이다. 

 

- 포르투기저 핸드 와인드 투르비옹 데이 앤 나이트 IW54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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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기저 핸드 와인드 투르비옹 데이 앤 나이트는 다이아몬드 쉘(Diamond Shell®) 기술을 적용한 실리콘 부품을 장착했다. 전통적인 부품과 하이테크 부품이 공존할 때 하이테크 부품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이해하면 좋을까? 

 

좋은 질문이다. 앵커와 이스케이프 휠은 실리콘 부품에 다이아몬드 쉘 기술을 적용하여 완성된다. 이들은 아주 섬세한 부품이고 IWC는 실리콘 부품에 다이아몬드 쉘 코팅을 더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첫 번째로 마찰계수를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이다. 특히 투르비용과 관련해서는 에너지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 그저 밸런스 휠을 구동하는 게 아니라 1분에 한 번씩 케이지까지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면을 다이아몬드로 코팅함으로써 마찰력을 줄이고 에너지 손실까지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실리콘 부품이 스틸 부품에 비해 훨씬 가볍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르비용 케이지 내부의 관성이 줄어들어 더욱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원리다. 

 

 

구(球) 형태의 낮밤 인디케이터 관련해서 말인데 워치메이커 견습생인 로리스 스피처(Loris Spitzer)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고 들었다. 이에 관한 배경 스토리가 궁금하다.  

 

포르투기저 핸드 와인드 투르비옹 데이 앤 나이트의 낮밤 인디케이터는 IWC 견습 과정의 모든 워치메이커가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결실이다. IWC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고 이를 차용해 시계로 구현해낸다. 이 점이 바로 IWC만의 독특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혁신을 그냥 소모해버리거나 소실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내부의 모든 이들이 이뤄낸 혁신을 고스란히 간직해 이를 바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당신도 IWC 견습생 시절 IHC(Concours IHC)에서 1위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그 결과 2008년 빅 파일럿 워치 "마커스 뷸러" 리미티드 에디션(Big Pilot’s Watch Limited Edition Markus Bühler)이라는 결과물이 출시됐다. IWC는 어린 워치메이커들의 아이디어에도 귀를 기울이는 굉장히 오픈-마인드 회사라는 생각이 드는데 당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를 듣고 싶다. 

 

IWC 내부에서는 독창성을 발휘하고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IWC는 모든 혁신을 R&D나 디자인 부서에 전달하고 적절한 수준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제품 제작을 이끌어낸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우리 브랜드는 굉장히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진로 개발이나 혁신의 구현 측면에서 다양한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커리어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지닌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 내고자 독려하는 것이다. 

 

- 빅 파일럿 워치 43 투르비용 마커스 뷸러 에디션 IW32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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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 발표한 빅 파일럿 워치 43 투르비옹 "마커스 뷸러"(Big Pilot’s Watch 43 Tourbillon Markus Bühler, Ref. IW329901)를 또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의 이름을 딴 두 번째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왔는데, 새로운 무브먼트 디자인에 당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는가? 출시된 에디션에 관한 당신의 의견이 궁금하다. 

 

첫 번째 에디션은 공모전에서 시작했다. 당시 공모전에서 내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IWC의 전 CEO께서 "시계 앞면과 뒷면에 이번 공모전 주제를 적용한 모델 10피스를 제작해 견습생 부서의 역량을 보여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면서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공모전 주제는 지금은 내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그 후 시간이 흘러 주기적으로 이 시계를 더 많이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 시계가 특별하다는 점을 점차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지나 두 번째 에디션을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단순히 첫 번째 에디션을 복제해서 수량만 늘리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운 무브먼트와 다이얼에 터빈이라는 DNA를 불어넣어 완전히 다른 시계를 제작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더욱 럭셔리한 디자인에 장인 기술이라 할 만한 작품을 퍼페추얼 스튜디오에서 함께 제작하게 된 것이다. 칼리버 82905를 장착한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채택되었고, 터빈을 더해 투르비용을 변형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투르비용은 에너지 소모와 관련이 깊다. 무브먼트에 동력을 넉넉하게 제공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케이지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약 0.675g으로 제작했다. 덧붙여 터빈 디테일을 적용했고, 표면 폴리싱 처리가 정말 까다롭기는 하지만 가볍고 견고한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다. 매뉴팩처 내 최고 수준의 부품만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모든 표면을 폴리싱 처리한 것이다. 그리고 터빈의 한 부분을 투르비용으로 대체함으로써 무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일 수 있었고, 정확성 측면에서 상당히 탁월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해당 시계를 소장하고 있는가?  

 

아직은 아니다. 고객이 우선이다. 반드시 고객이 먼저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IWC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커트 클라우스(Kurt Klaus)다. 커트 클라우스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그분과의 특별한 추억이나 일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쉽게도 커트 클라우스 님과 함께 작업해 본 적은 없다. IWC에 입사했을 당시 그분은 이미 은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IWC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최고의 작품을 남긴 발명가와 같은 분 아닌가! 우리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정말 사용자 친화적이고, 코렉터를 푸시하지 않아도 크라운으로만 조정할 수 있는 캘린더이기 때문에 우리의 고객 및 시계애호가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는 자부심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제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이터널 캘린더로도 변형했으니 그분의 유산이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내게 있어 그는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주목 받을 발명품을 남긴 우상이다. 이런 기회에 그에 관해 말씀드릴 수 있어 진심으로 좋고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특별히 애착이 가는 IWC 시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단, 당신의 이름을 딴 2가지 리미티드 에디션은 제외하고 말이다. 

 

좋은 질문이다. (웃음) 다들 이걸 물어보는데, 내게 있어 IWC의 모든 시계는 저마다의 감성을 지니고 있다. 내겐 각각의 시계가 서로 다른 점을 지향하는 걸로 비춰지는 것이다. 모든 시계는 내가 관장하는 부서와 팀을 거치게 마련인데, 해당 시계가 지닌 최고의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작업하기 때문에 내겐 저마다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계는 꼽을 수 없다. 그러면 제외된 나머지 시계에 공평하지 않으니 말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IWC에서 견습생 시절부터 지금의 직위에 이르기까지 당신은 20년 넘게 청춘을 보냈다. 당신에게 IWC는 단순한 일의 차원을 넘어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IWC 브랜드는 본인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각설하고 아마 내 팔을 잘라보면 혈액 DNA에서 IWC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웃음) IWC에 입사한 지 올해로 벌써 23년차인데, 한 번도 단지 일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내게 일어난 기적에 가깝다. 첫 직장이 IWC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목수로 시작했는데 열정적으로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던 중 IWC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 브랜드는 열정을 쏟아 일할 수 있는 곳이다. IWC와 함께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고, 직무 경력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