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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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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브레게(Breguet)의 타입 XX(Type XX, 타입 20)는 올해로 정확히 70주년을 맞은 하우스의 상징적인 컬렉션입니다. 타입 시리즈는 에비에이션과 워치메이킹 두 분야를 아우르는 브레게 가문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파일럿 워치의 정체성을 자랑하는데요. 올해 완전히 새로운 칼리버로 무장한 두 종의 신제품이 4년여의 준비 끝에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브레게 타입 XX 관련해 지난 6월 6일, 프랑스 파리 쁘띠 팔레(Petit Palais)에서는 성대한 글로벌 론칭 이벤트가 열렸는데요. 브레게가 모처럼 야심 차게 선보인 차세대 타입 XX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 항공기 조종석 계기판에 부착된 브레게의 타임피스

1950년대 중반 제작된 브레게 타입 11 대시보드 크로노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다. 가독성을 강조한 상징적인 디자인 코드는 손목시계 형태로 이어졌다. 

 

본격적인 제품 소개에 앞서, 타입 XX의 탄생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우스의 위대한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 1747-1823)의 5대손인 루이 샤를 브레게(Louis Charles Breguet, 1880-1955)는 일찍이 항공 분야에 매료되어 1911년 루이 브레게 항공 공방(Louis Breguet aviation workshops)을 설립, 헬리콥터의 전신인 자이로플레인(Gyroplanes) 등 다양한 항공기를 설계해 이 분야의 선구자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루이 브레게 사후 마르셀 다쏘가 회사를 매수하고 1971년 아비옹 마르셀 다쏘-브레게(Avions Marcel Dassault Breguet)라는 사명으로 두 기업을 합병, 이후 1990년대 다쏘 항공(Dassault Aviation)으로 변경하기까지 브레게는 프랑스 항공 역사에 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습니다. 

 

- 콩코드에 대시보드 클락을 납품한 기록

 

당시의 주요 이정표로는 1970년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에 타입 12와 같은 에어크래프트 클락을 제공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 뉴 타입 XX 론칭을 기념한 프레스 행사 일부를 파리 르부르제(Le Bourget) 공항 내 프랑스 국방부가 운영하는 르부르제 항공우주박물관(Musée de l'Air et de l'Espace du Bourget)에서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루이 브레게를 포함한 브레게 가문과 프랑스 항공 분야의 각별한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파리 르부르제 항공우주박물관 전경 

 

- 브레게 XIV(14) A.2  

루이 브레게가 디자인하고 1917년 제작한 복엽기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로 활약했다. 

 

르부르제에서 열린 브레게 타입 XX 팝업 전시장 내부

 

올해 타입 XX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4세대 타입 XX는 1950년대 프랑스 공군 및 해군항공대에 납품된 군용 타입 XX와 이를 기반으로 일반 고객들을 위해 시판한 민간용 타입 XX, 두 종류의 타입 XX 모델을 통해 자사의 유니크한 파일럿 워치 제조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 또한 담고 있습니다. 

 

- 1950년대 초반 제작된 타입 20 밀리터리 N° 7211

1955~59년 사이 프랑스 공군에 납품된 브레게의 첫 군용 파일럿 손목시계로, 눈금을 새기지 않은 양방향 회전 베젤과 플라이백 기능을 갖춘 밸쥬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Valjoux 222)를 탑재했다. 

 

1950년대 초반 프랑스 항공국(French Air Ministry)은 파일럿 장교들을 위한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브레게가 1952년 제작한 프로토타입이 여러 브랜드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3년 프랑스 항공 기술 서비스(Service technique de l'aéronautique, STAé)의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납품을 시작합니다. 브레게의 공식 아카이브 기록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59년에 걸쳐 제작된 첫 세대 타입 20 밀리터리(Type 20 militaire) 모델(Ref. 7211)이 총 1,100피스에 달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타입은 처음엔 지금의 로마 숫자(Type XX)가 아닌 아라비아 숫자(Type 20)로 표기되었습니다.  

 

- 1950년대 중반 제작된 타입 XX N° 2499 

CEV를 위해 80피스만 제작했다. 브라운에 가까운 트로피컬 다이얼이 여느 블랙 다이얼 타입 XX 모델들과 차별화한다. 그리고 15분 카운터를 갖춘 첫 타입 XX 모델이기도! 

 

- 1950년대 중반 제작된 타입 XX N° 2988

1957년 CNET에 납품된 모델로, 현행 타입 XX 2067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다. 

 

- 1950년대 중반 제작된 타입 XX N° 1780

1세대 타입 XX 모델로는 단 3점만 옐로우 골드 케이스로 제작되어 높은 희소 가치를 자랑한다. 1955년 민간용으로 판매되었으며, 블랙 다이얼에 15분 카운터가 눈길을 끈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또 다른 밀리터리 모델(Ref. 4100)은 총 500피스가 프랑스 해군 항공대(Aéronautique navale)에 납품되었고, 이후 프랑스 비행 시험 센터(French Flight Test Center, Le Centre d'Essais en Vol, 줄여서 CEV)를 위해 80피스 특별 제작한 모델(Ref. 2499)부터 로마 숫자로 타입 XX 크로노그래프로 표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이얼에 12시간 토털라이저(카운터)와 30분이 아닌 15분 카운터를 적용함으로써 이후 출시될 민간용 타입의 특징적인 트라이-컴팩스 레이아웃을 완성합니다. 12시 눈금을 새긴 양방향 회전 베젤과 함께 군용 타입의 특징적인 원뿔형의 어니언 크라운을 포기하고 일자형의 뭉툭한 오버사이즈 크라운이 대신했습니다. 

 

- 2023년 신제품,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2057

 

이렇듯 1세대 오리지널 타입 20과 타입 XX는 브레게가 1930년대부터 제작한 항공용 대시보드 클락의 전통을 이어 받아 자사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특유의 전형성을 확립했습니다. 빛의 산란을 방지하는 매트한 블랙 다이얼, 발광성 도료가 두툼하게 도포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핸즈, 양방향 회전이 가능한 베젤, 커다란 직경의 크라운과 망치 형태의 푸셔, 30분/15분 토털라이저(카운터)를 갖춘 바이 또는 트라이-컴팩스 레이아웃(일부 12시간 카운터 추가), 플라이백 기능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와 같은 특징들을 공유했고, 이는 2세대(1971년~1986년)와 3세대(1995년~2022년)로 이어지는 타입 XX 후속 시리즈에도 고스란히 계승되었습니다. 파일럿 크로노그래프의 정석을 보여주는 오리지널 디자인이 훼손 없이 이어진 점 또한 타입 XX 컬렉션의 강점이자 매력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 2023년 신제품,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67

 

타입 XX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두 종의 신제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선보입니다. 케이스의 직경은 42mm로 적당하며, 두께는 돔형의 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포함한 14.1mm이며, 실용적인 100m 방수 성능을 보장해 일상에서 보다 편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근래의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단지 파일럿 워치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인들의 역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전천후 스포츠/캐쥬얼 워치를 표방하는 셈입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변화는 앞서 출시한 타입 XXI 3815 리미티드 에디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테두리 플루티드(Fluted) 가공한 양방향 회전 베젤을 하나는 눈금을 생략하고, 다른 하나는 눈금을 새겼는데, 이는 1950년대 초반 오리지널 타입 20/타입 XX을 재현한 것입니다. 군용과 민간용 버전을 충실하게 복각하면서 군용은 바이-컴팩스 형태로, 민간용은 트라이-컴팩스 형태를 취한 것도 오리지널을 향한 오마쥬임을 알 수 있습니다. 

 

-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2057 (군용 복각)

 

매트한 블랙 다이얼에 그린 컬러 발광 도료를 도포한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2057은 한눈에 봐도 앞서 소개한 군용 버전의 타입 20 밀리터리 N° 7211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품명부터 로마 숫자 대신 아라비아 숫자를 표기해 오리지널 N° 7211의 직계 후손임을 알립니다. 

 

-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67 (민간용 복각)

 

반면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67은 빈티지 모델의 올드 라듐톤을 재현한 베이지 컬러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해 차별화합니다. 케이스 외관(베젤 및 크라운의 형태 등) 뿐만 아니라 끝이 날렵한 알파 핸즈(Alpha hands), 베이지색 야광 도료 등 다이얼의 디테일 하나하나가 1957년 프랑스 국가 전신 연구 센터(Centre national d'études des télécommunications, CNET)를 위해 제작한 민간용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N° 2988를 쏙 빼 닮았습니다. 군용 버전인 2057 보다 2067 쪽이 어찌 보면 오리지널에 더욱 충실한 셈입니다. 

 

 

두 종의 신제품에는 스위스 발레드주 로리앙에 위치한 브레게 매뉴팩처에서 새롭게 자체 개발 제작한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가 힘차게 박동하고 있습니다. 단, 군용과 민간용 버전에 차이가 있는 만큼 민간용 버전은 728, 군용 버전은 7281으로 편의상 구분하고 있습니다. 같은 설계를 공유함에도 레이아웃 상의 차이는 무브먼트의 전체 부품수와 주얼수에 반영돼 있습니다. 728/7281 칼리버는 무브먼트의 직경부터 1950년대 타입 XX에 탑재된 전설적인 밸쥬 칼리버와 동일한 14 리뉴(약 31.6mm) 사이즈로 제작되었습니다. 

 

- 뉴 타입 XX 칼리버 728의 모습 

 

구 르마니아 베이스를 수정한 기존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584Q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칼리버로 약 4년 간의 연구 개발 끝에 완성한 차세대 타입 XX 시리즈의 엔진입니다. 크로노그래프의 부드러운 작동을 위한 고급 부품인 컬럼 휠을 비롯해, 조작계의 안정적인 기능 전환을 위한 수직 클러치 메커니즘, 1세대 타입 XX과 마찬가지로 스타트 후 바로 리셋이 가능한 플라이백 기능, 무엇보다 시간당 36,000회(5헤르츠) 진동하는 하이비트 설계까지 적용함으로써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특히 5헤르츠 고진동 설계는 같은 그룹 내 블랑팡의 선례를 떠올리게 하는데, 따지고 보면 이러한 시도는 브레게가 먼저 시작한 셈입니다. 2010년 출시한 타입 XXII에 무려 시간당 72,000회(10헤르츠) 진동하는 고진동 무브먼트를 선보인 바 있으니까요. 자성에 강한 실리콘 소재의 밸런스 스프링과 레버 및 이스케이프 휠을 도입한 것도 전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새로운 728/7281 칼리버에는 페를라주(서큘러 그레이닝), 앙글라주(베벨링), 선버스트, 스네일링 등 고급 무브먼트에 필수적인 장식 또한 어김없이 적용돼 있습니다. 다만 전 세대의 그것 보다 상대적으로 단순화한 느낌도 없지 않은데요. 브릿지 상단에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오픈워크 로터에 수공 엔진-터닝으로 기요셰 패턴을 새긴 전(前) 세대와 비교하면 브레게 만의 개성 표현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럼에도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모습은 한눈에 하이엔드 제조사의 그것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블랙 DLC 코팅 처리한 컬럼 휠과 항공기의 날개 또는 프로펠러에서 착안한 역시나 블랙 코팅 마감한 18K 오픈워크 로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728/7281 칼리버는 고진동 설계에 파워리저브까지 60시간으로 늘려 젊은 세대 시계애호가들의 기호를 충족합니다. 물론 업계에 기본 70시간이 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도 즐비하지만, 어찌됐든 전통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브레게가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노력한 점만은 인정해 줄만 합니다. 

 

 

새로운 타입 XX은 블랙 또는 브라운 컬러 송아지가죽 스트랩을 기본으로 교체 가능한 나토(NATO) 스타일의 패브릭 스트랩을 추가 증정해 그날의 기분과 용도에 따라 줄질의 재미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인상적이게도 소위 퀵 체인지로 불리는 인터체인저블 스트랩 시스템(Interchangable Strap System)을 타입 XX 컬렉션 최초로 도입해 별도의 도구가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스트랩 안쪽에 위치한 푸시버튼을 누르면서 위로 잡아 당기듯이 스프링바에 걸친 스트랩을 분리하고 반대로 딸깍 소리가 날 때까지 눌러 부착하면 되는 식으로 조작이 간편합니다. 언뜻 보면 IWC의 최신 파일럿 워치의 그것과도 닮아 있는데, 브레게마저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걸 보면 인터체인저블 스트랩 시스템이 확실히 업계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70년전 오리지널 타입 XX의 군용 버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타입 20 크로노그래프 2057(Ref. 2057ST/92/3WU)와 민간용 버전을 재해석한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67(Ref. 2067ST/92/3WU)의 국내 출시 가격은 두 버전 동일하게 각각 2천 472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가까운 백화점 내 브레게 부티크에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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