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TF뉴스
댓글작성 +2 Points

Eno

조회 1506·댓글 41

A Patek Philippe Reference 96 Quantieme Lune  formerly from the collection of Aisin-Giro Puyi and a watercolour painting.jpg

- 푸이의 파텍필립 시계 Ref. 96QL ⓒ Phillips

 

세계적인 경매업체 필립스(Phillips)와 워치 스페셜리스트 팀인 백스 앤 루소(Bacs & Russo)가 중국의 마지막 황제 아이신기오로 푸이(Aisin-Giro Puyi, 1906-1967)의 생전 소장품인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Ref. 96 콴티엠 룬(Quantieme Lune, 이하 Ref. 96QL) 시계를 경매에 출품했습니다. 

 

Aisin-Gioro Puyi (1906-1967) Photo by Ullstein Bild via Getty Images.jpg

- 아이신기오로 푸이

Photo by Ullstein Bild ⓒ Getty Images

 

청나라 제12대 황제이자 만주국의 초대 황제이며 중국 역사상 마지막 황제인 푸이(溥儀)는 불과 3살에 즉위 했다가 강제 퇴위를 당한 후, 신해혁명을 거쳐 일본 제국주의의 꼭두각시인 만주국의 황제로 옹립되었다가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면서 평범한 시민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생을 산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에겐 1988년 제6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란 작품을 통해 비교적 친숙한 이름인데요. 

 

A Patek Philippe Reference 96 Quantieme Lune and a leather-bound printed edition of Confucius’ Analects formerly from the collection of Aisin-Giro Puyi.jpg

 

이번 필립스 경매에 나온 파텍필립의 트리플 캘린더 문페이즈 손목시계(Ref. 96QL)는 푸이의 생전 소장품으로, 종전 후인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소비에트 연방(USSR, 구 소련)이 운영한 전범 감옥(하바로스크 수용 캠프)에 수감 당시 그의 통역사이자 추후 친구 사이로 발전한 그레고리 페르미아코프(Georgy Permyakov)에게 떠나기 전 우정의 징표로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푸이가 자시의 조카에게 주었던 것을 돌려 받아 통역사 친구에게 전달한 것으로 그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후 페르미아코프 사후 후손에 의해 전해진 시계가 필립스를 통해 경매에 출품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이 다시금 조명을 받게 된 것입니다. 

 

Patek Philippe Reference 96 Quantieme Lune.jpg

 

파텍필립의 Ref. 96은 시계애호가 및 컬렉터들 사이에선 1932년 탄생한 칼라트라바(Calatrava) 덕분에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레퍼런스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스몰 세컨드를 갖춘 타임온리 모델로만 선보였지만, 1930년대 말부터는 캘린더와 문페이즈 기능을 갖춘 컴플리케이션 버전이 극소량씩 제작되었는데, 지금까지 레퍼런스 96에 콴티엠 룬 형태의 모델(96QL)은 이번에 공개된 푸이의 시계까지 포함하면 단 8피스 정도에 그칩니다. 참고로 파텍필립의 공식 아카이브 자료에 따르면, 푸이가 착용한 해당 모델은 최초 1937년 10월 6일 판매된 것이라고…

 

Patek Philippe Ref 96 Quantieme Lune.jpg

 

바우하우스 사조에서 영향 받은 절제된 디자인의 전형적인 칼라트라바 스타일의 직경 30mm 케이스는 고귀한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스턴 가문의 초기 서플라이저 중 하나인 앙투안 게라흐(Antoine Gerlach)가 제작을 맡았으며, 이를 증명하는 스탬프 각인(숫자 4)도 한쪽에 새겨져 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핑크 골드 컬러 링을 갖춘 독특한 스타일의 다이얼은 다이얼의 절반 가까이가 부식돼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반 세기를 훌쩍 넘긴 오랜 연식과 푸이의 질곡 많은 인생사를 감안하면 광범위한 파티나가 오리지널의 가치를 떨어트리기는커녕 시계를 한층 더 유니크하게 돋보이게 합니다. 한편 핑크 골드 소재의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핸즈(Feuille hands)와 12시 방향에 놓여진 클래식한 문페이즈 디스크가 고전미를 더합니다. 

 

A Patek Philippe Reference 96 Quantieme Lune  formerly from the collection of Aisin-Giro Puyi and a watercolour painting_2.jpg

 

Ref. 96QL의 무브먼트는 20세기 초중반 파텍필립의 가장 중요한 서플라이어 중 하나인 발레드주의 저명한 워치메이커 가문의 후손이자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워치(Henry Graves Jr. Supercomplication watch)와 같은 전설적인 무브먼트를 제작한 빅토린 에밀 피게(Victorin Émile Piguet)의 워크샵에서 제공 받은 아담한 직경(11’’’ 리뉴)의 수동 에보슈를 탑재했습니다. 

 

A Patek Philippe Reference 96 Quantieme Lune formerly from the collection of Aisin-Giro Puyi and a Paper Fan.jpg

 

이번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 푸이의 Ref. 96QL 손목시계는 지난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홍콩 서구룡문화지구에 위치한 필립스의 새로운 아시아 본사 건물을 시작으로, 4월 6일부터 8일까지 뉴욕,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싱가포르,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런던, 5월 6일부터 7일까지 대만,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네바를 거쳐, 5월 23일 홍콩 필립스 본사에서 열리는 '임페리얼 파텍필립(The Imperial Patek Philippe)' 옥션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합니다. 함께 출품된 푸이 소장 레드 부채(LOT. 1)와 노트(LOT. 2)의 뒤를 이어 소개될 파텍필립 Ref. 96QL(LOT. 3)의 예상 낙찰가는 2천 500만 홍콩 달러(HKD), 미화로는 300만 달러(USD), 한화로는 약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실제 경매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임페리얼 파텍필립’ 필립스 홍콩 경매에 출품된 푸이의 소장품 3점을 자세하게 소개한 다큐멘터리 필름도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감상해 보세요. 


타임포럼 뉴스 게시판 바로 가기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유튜브 바로 가기
페이스북 바로 가기
네이버 카페 바로 가기

Copyright ⓒ 202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게시물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를 복제 또는 도용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