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대부분 돈부터 꼽는 세상이 되었지만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중요한 순서를 열거하라면 의식주앞에 오는 것이 공기와 물입니다. 숨쉴 공기가 없으면 끽해야 몇분, 물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며칠에 불과하죠.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세일할때 질러놓은 것이 culligan us-ez-4 라는 언더싱크 정수 시스템입니다.
대충 이렇게 생긴 구성품으로 이뤄진 정수기인데요. 싱크대밑에서 직접 연결해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식수를 제공하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입니다. 평이 엇갈리긴 하지만 가성비가 좋다는 말에 덜컥 질렀습니다.(그놈의 가성비는...-_-;;) NSF인증 받은 필터이고 6개월 사용할 수 있다네요. 필터의 교체도 상당히 쉽습니다.
지르기는 했는데.. 사실 우리가 집에서 하는 집안일이라고는 끽해야 청소기 돌리고 걸레로 밀고 전구 교체하는 수준이잖아요. 근데.. 이건 싱크대 밑의 수도 배관을 만지는 작업인지라.. 뭔가 전문가 냄새가 나고 그렇습니다. 알아보니.. 적으면 3만원 많으면 5만원을 줘야하는 작업이더군요. 이 정수기를 수입하는 업체에서는 거의 10만원을 부릅니다.
그렇다면.. 돈 버는 셈 치고 도전해봐야죠. 곰곰히 구조를 살피고 필요한 추가 부품과 테프론 테이프를 구매하고 작업에 돌입합니다. 구매한지 보름이나 지난후에 말이죠.
박스까고 공구 준비하고.. 작업 순서를 열심히 생각합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요. 누수만 없다면 일단 성공이 아닐까 싶네요.
세트에 제공되는 플라스틱 부품대신 새로 구입한 아답터를 연결해서 취수관을 구성합니다. 조이는 부분에서 물이 새면 큰일이니까 최대한 신중하게..
필터를 연결하고 벽에 고정합니다. 인라인과 아웃라인을 정확히 구분해서 인라인은 취수부에 아웃라인은 싱크대 상단에 설치한 포셋에 연결합니다.
순식간에 정수 시스템 완성. 얼음이 나오거나 따끈한 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유지비 저렴하고 전기세 들지 않는 정수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주기적으로 필터만 갈아주면 되겠군요. 수명이 2년이라는 포셋과 실리콘 튜브는 가끔씩 살펴보고 교체해주면 되구요. 동일한 제품을 국내에서 설치 의뢰하면 35만원이 드는데.. 구입부터 설치까지 9만원 정도 든것 같습니다. 6개월에 한번씩 갈아주는 필터는 대략 4만 5천원쯤 들거 같구요. 아주 속이 다 시원합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물맛인데.. 5분쯤 흘려주고.. 따라 마셔보니 수돗물의 약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생수 맛이 납니다. 요리할때나 커피 마실때, 차 끓여마실때 두루 두루 이용하고 아이들 음식이나 이유식 만들때 유용하게 쓸 것 같습니다. 생수사러 오락가락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설치해놓고 한참을 뿌듯해 하니.. 옆에서 보던 와이프가 그렇게 좋으냐?고 한마디 거듭니다. 그럼요. 이 뿌듯함은 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성취감일겁니다. 남자들이 DIY에 빠지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요.^^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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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기매냐은식~
2013.01.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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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2013.01.10 13:07
대단하십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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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af
2013.01.10 13:29
우와...이런게 가능하시다니..대단한 능력자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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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꿈
2013.01.10 14:57
씽크대에 설치하신 솜씨가 전문가적인 능력을 비춰볼 수 있네요.
훌륭하신 남편이요, 아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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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허이어
2013.01.10 15:06
최..최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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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1
2013.01.10 16:12
대단하십니다.. 부럽네요..
싱크대 상부에 붙어있는게 포셋인가요?? 포셋은 어떻게 설치하셨는지... 싱크대에 새로운 구멍을 뚫어야하나요??
나도 하나 사다가 설치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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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여
2013.01.10 16:31
장르를 가리지 않는 능력에 그져 부러울 뿐입니다^^
신진대사의 가장 기초인 물의 중요성이야 말로 최우선으로 챙겨야죠!!
멋진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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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inum
2013.01.10 17:09
기술이 부럽습니다. 저희집은 생각은 했다가 포기했던 설치식을 직접 하셨다니 멋지십니다. 그나저나 젖병세제가 '제가' 쓰는 것과 같아서 반갑습니다. 저녁에 나오는 아이용품 설거지는 제몫이라서 매일 저녁에 보는 일용한 도구라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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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2013.01.10 18:34
다방면으로 기술이 출중하십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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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2013.01.10 22:30
이걸 혼자하셨오요?ㅋ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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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2013.01.11 03:21
난정말 자동차 셀프정비 및 전기 전자를 셀프로 고치는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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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2013.01.11 08:45
이런건 시도조차 해볼 생각을 못해보는데
남자가 봐도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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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him
2013.01.11 13:28
뿌듯해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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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s
2013.01.11 14:21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저로써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대단한 남편이고 아빠이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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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elle
2013.01.12 10:48
저도 이사가면 아가를 위해서 도전해봐야겠네요 ㅎㅎ
안되면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 ㅠㅜ
제 아버지는 참 손재주가 많으신데 전 왜이리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연륜이라는걸까요 >_< -
오리스찬
2013.01.13 01:44
저도 DIY 했는데요, 언더싱크 말고 테이블탑으로요. 1년치 필터값이 2.5만원이면 땡이고, 물맛, 엄청 좋습니다. 저 제품 아니고, 국산 4필터방식으로 했습니다.
강추입니다. 물 끓여먹지 않은지 몇년 되는 듯 합니다. -
dkkims
2013.01.24 23:36
잼있네요. 저런것 까지 하시는 분이 계시다니 인상적입니다.전 이사후 정수기도 귀찮아서 아직 설치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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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57
2013.02.07 11:47
멋지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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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토끼
2013.12.07 15:50
조으네요
배관공의 일이 별거 아닌거같지만.. 물이 샜다하면 정말 골치아프죠. ㅎㅎ
아랫층까지도 책임을 져줘야하니...
미국 몇몇 주에선 라이센스 없으면 배관 자체를 만지는게불법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