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년 주기로 한번씩 땡기는 시계 Highend
예전부터 분명 땡기긴 하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매번 한끗 차이로 영입에서 탈락하는,
근데 그러고나서 또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땡기는, 그런 시계가 있으신가요? ㅋ
제게는 블랑팡 르망 트리플캘린더 문페이즈 구형이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이 시계를 처음 본건 압구정의 어떤 사설업체에서 였습니다.
당시 저는 크로노스위스 루나 트리플캘린더를 영입하기로 어느정도 마음을 굳힌 상태였는데,
루나 구매를 위해 방문한 샵에 저 녀석이 있었던 것이죠.
아마도, 그때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실버나 아이보리톤이 아닌 순백의 다이얼 위에서 반짝이는 유광의 실버 양각 인덱스들,
안정감을 주는 균형잡힌 컴플리케이션의 배치, 그리고 문페이즈..
당시 시계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저에게 '이런게 하이엔드구나' 하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그 때는 어차피 예산을 아득히 초과하는 시계였기에, 그냥 그렇게 지나칠 수밖에 없었고요 ^^;
그 다음은 시간이 한 1, 2년 지나.. M8D를 영입할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자사무브와 롱리저브, 시스루백이라는 테마에 푹 빠져있었는데..
[예거에서만 쓰는 무브 > 여기저기서 사용되는 피게무브], [8days > 100시간], [시스루백 > 솔리드백]
등에서 모두 앞서는 M8D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르망은 다시한번 탈락의 쓴맛을 보게 됩니다..
또 2년쯤 흘렀을까요? 이제는 제 컬렉션도 점점 미쳐가고 구색을 갖춰가고 있을 무렵..
이제는 컬렉션의 top이 아닌, 중간 포지션 정도로서의 흰판 또는 은판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벌써 두번이나 영입을 고려했던 르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후보에 올랐죠.
하지만 저 때에는 결국.. 파노루나에게 밀렸습니다 ㅠ
저 때 가장 결정적인 패인은 솔리드백 이라는 점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네요.
파노루나의 더블스완넥 오프센터 로터.. 거부하기엔 너무 큰 매력이었습니다 ㅠ
그렇게 한동안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가.. 했는데,
기계식 시계 개수를 4개에서 3개로 줄인지 1년이 넘어가다보니
또 스멀스멀 이녀석이 생각이 나네요 ^^;;
요즘 꽂혀있는 분야는 블랙러버부터 브라운 악어까지 두루 잘 어울릴 수 있고
좀 편하게 찰 수 있는, 다이얼이 심심하지 않은 흰판 또는 은판 시계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르망은 브랜드, 소재, 줄질 가능성, 방수, 다이얼, 컴플리케이션 등을
두루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
...
다시 생각해봐도, 블랑팡 르망 트리플캘린더 문페이즈는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시계인 것 같습니다.
온리워치로도, 컬렉션의 원탑으로도, 중간 포지션으로도 얼마든지 역할을 해낼 수 있고,
브랜드 안밀리고, 어느정도 편하게 막차기에도 좋고, 그렇다고 고급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무브도 명기에다가 아이덴티티도 확실하고요. 드레스워치로도 충분히 이쁘죠.
그런데 이런 '팔방미인' 스타일은 안타깝게도, 뒤집어 말하면
어느 특정 분야에 특화된 시계들과 경쟁을 붙였을 때는 조금씩 모자라는 점이 있게 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영입후보에 올랐다가 매번 탈락의 운명에 처한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제 컬렉션에서 굳이 저 르망과 겹치는 포지션을 찾아보자면..
이녀석이 되겠군요 ㅎㅎ
근데 저 그랜드세이코는 원래 기계식 3개로 줄이기로 하고, '배터리만 갈면 되니 유지보수 신경 안써도 되잖아?' 라는 정신승리 속에
추가 영입한 녀석이라 저 자리에 기계식을 하나 추가하는 것에 상당한 거리낌이...
아 그리고 또 굳이 따지지면, 현재 제 드림워치인..
5396과도 같은 포지션(???)이네요 ㅋㅋㅋ
어쩐지...
앞으로의 10년 동안에도 평균 2년 주기로 르망이 한번씩 땡기는 현상은 계속 반복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ㅎㅎ;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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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램트
2019.08.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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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cop
2019.08.31 18:02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분이 또 계시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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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8.31 19:39
저도 브랜드 떼면 제값 못한다고 생각하는 시계가 가끔 있긴 하지만^^; 5396 같은 경우 일단 골드소재의 애뉴얼캘린더라는 스펙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실물을 보고서 완전히 반한 케이스입니다 ㅋ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블랑팡 등등 여타 브랜드에서 보는 트리플캘린더 문페이즈 같은데 사실은 애뉴얼캘린더라는 점도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해요 ㅎㅎ 물론 거기다가 저 디자인이 나오게 된 계보, 324 무브의 우수성, 파텍에서 애뉴얼캘린더가 가지는 의미 같은 것들을 덤으로 알게 되니 한층 더 이뻐보이기는 하는 것 같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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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9.08.31 12:31
블랑팡당 입당은 언제나 적극 추천드립니다~ ^^
말씀하신 데로 양수겸장, 팔방미인으로 레망만한 녀석이 없는데 드레스로는 빌레레에 밀리고, 스포츠 쪽으로는 FF에 밀리는지라 슬그머니 단종된 비운의 레망입니다...ㅠㅜ
저는 언더러그 커렉터가 적용된 40mm 레망 트리플캘린더 최후기형이 가장 땡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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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8.31 19:40
맞아요 단종된게 참 아쉽죠 ㅠ
저도 40mm 최후기형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드레스로 쓰기엔 조금 큰 점과, 로터를 금으로 해놓고선 정작 화이트골드로 해버려서
그냥 쇳덩이같이 보이는 점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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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X007
2019.09.05 20:55
레망이 오리 같은 포지션의 시계였죠
수영도 잘하고 날기도 잘하고 뜀박질도 잘하지만
결국 그 어디에도 1인자는 될 수 없었던 비운의 운명
아쉽습니다.그래도 브랜드 하나 정도는 레망같은 포지션의 팔방미인형 정장시계를 출시 해줘야 할텐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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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땅군
2019.08.31 14:35
와 저도 르망 트리플캘린더 너무 구하고 싶습니다
금통에 헌터백 그리고 피게무브 ... 게다가 최적 사이즈까지
참 평균이상 하는 시계죠
단지 매물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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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8.31 19:42
금통 헌터백 한정판을 좋아하시는군요.
얼마전에 매물이 한번 출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득하셨으면 좋을 뻔했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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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땅군
2019.08.31 23:37
판매완료글 보고 한동한 멍해 있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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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ris
2019.09.01 01:48
사람마다 주기적으로 끌리는 시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늦봄만 되면 다이버가 왜이렇게 땡기는지 ..
그리고 여름만 되면 드레스가 땡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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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1 11:03
여름 드레스 극공합니다ㅋㅋㅋ
브레이슬릿이 지겨워지는 특이점이 항상 오더라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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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황제
2019.09.01 16:13
사설업체에 어제 시계를 구경하러 다녀왔는데
저도 저녀석이 참 눈에 띄더라구요.
다이얼이 복잡해 보일줄 알았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깔끔한 화이트더군요.
다만 제 손목에 너무 작아보여서 아쉬웠습니다.
체감상은 데이저스트36보다 더 작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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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1 16:22
안그래도 저도 언제 오랜만에 실물이나 한번 구경하러 가볼까 싶더라구요ㅎㅎ 저는 실물이 아담해서 호감도가 업된 케이스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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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e333
2019.09.02 16:20
클래식한 매력은 블랑팡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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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9.09.02 19:36
여러 매력이 많은 브랜드같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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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X007
2019.09.05 20:49
블랑팡 구형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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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gineer
2019.09.09 23:05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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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스트
2019.09.10 20:38
저도 매번 한번씩 생각나는 시계입니다..
꼭 경험해보고 싶은 시계중 하나인것 같아요 르망 문페이즈
소중한 경험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시계생활에서 브랜드 가치만 쫓아가다보면 놓쳐버리는게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물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들이 평타 이상 가는것은 사실입니다만...ㅎㅎ 태생적으로 솔리드 감성이 압도적인 시계도 무수히 많은것 같습니다. 용두 모양이나 다이얼 색감 다 비교해봐도 셋중엔 블랑팡이 훨씬 아름답네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5396 같은것들은 왜 저 어마무시한 가격에 팔리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갈때가 많습니다. 저가 시계들과 비교하긴 좀 그렇겠지만 그냥PP인것 말고는...^^;;;;;